주간동아 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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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죽박죽 … 유쾌한 유럽 문화

  • 듀나/ 영화평론가 djuna01@hanmail.net

    입력2004-01-09 10: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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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뒤죽박죽 … 유쾌한 유럽 문화
    ‘스패니쉬 아파트먼트’의 원제는 L’Auberge espagnole. 말 그대로 스페인의 여관이라는 뜻이지만 프랑스 속어로 ‘여러 문화가 뒤섞여 어떤 일이든 일어날 수 있는 난장판’이라는 의미도 있다. 이 영화의 각본·감독을 담당한 세드릭 클라피쉬는 10년 전 바르셀로나에 유학 가 있는 여동생의 아파트를 방문한 뒤 이 영화의 아이디어를 얻은 모양이다.

    영화의 주인공은 자비에라는 프랑스 청년이다. 그는 앞날을 보장받기 위해 에라스무스라는 유럽 교환학생 제도를 이용해 1년 예정으로 바르셀로나 유학을 떠난다. 스페인어와 경제학 학위를 따면 공무원으로서의 앞날이 창창하리라는 단순한 기대로 떠난 유학에서 유럽 각국 7명의 젊은이들과 같은 아파트를 쓰면서 자비에의 삶은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자비에는 이 문화의 용광로 속에 휘둘리면서 말 그대로 몸으로 세상을 배워나가고, 그동안 당연시했던 공무원으로서의 미래도 흔들린다.

    영화는 일관성 있는 드라마보다 온갖 재료를 뒤섞어 만든 잡탕찌개에 가깝다. 영화는 섹스 코미디기도 하고 성장물이기도 하며 유럽이라는 문화적 대상에 대한 철학적 고찰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은 다국적 캐스팅이 쏟아내는 수많은 언어들의 난리법석 속에서 소란스럽게 진행된다.

    어떤 이들은 ‘스패니쉬 아파트먼트’를 유럽판 ‘프렌즈’라고 부르기도 하고, 뻔뻔스러운 유럽연합 홍보영화로 취급하기도 한다. 둘 다 옳은 지적이다. 성격도 개성도 국적도 따로따로인 젊은이들이 만들어내는 유쾌한 소동은 정말 시트콤의 파일럿이 될 만하다. 영화의 가장 노골적인 주제가 유럽의 문화적 다양성과 포용성에 대한 고찰이니 어쩔 수 없이 이 영화는 유럽연합이라는 구체적인 대상에 대한 은유를 포함한다.

    하지만 두 지적 모두 큰 문제는 되지 않는다. 영화가 종종 노골적인 시트콤 농담을 동원하는 건 사실이지만 대부분이 꽤 재미있고, 다민족 다언어의 유럽 문화에 대한 고찰 역시 꽤 진지하고 깊이가 있어 내용 없는 선전과는 분명 다르다. 이들이 당당한 유럽인으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세우는 과정을 바라보며 아시아인인 우리를 돌이켜보는 것 역시 가치 있는 일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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