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성의학회에서 벌어진 발기부전 치료제 홍보전.시알리스를 개발한 릴리 아이코스사, 비아그라를 출시한 화이자, 레비트라를 출시한 바이엘-GSK.
세계 성의학계의 뜨거운 관심 속에 11월16일부터 19일까지 나흘간 터키 이스탄불에서 열린 유럽성의학회(ESSM)의 화두(話頭)는 단연 이것이었다. 올 초 비아그라가 독점하다시피 하던 발기부전 치료제 시장에 시알리스와 레비트라 등 새로운 발기부전 치료제가 첫발을 내디딘 가운데 열린 유럽성의학회의 결과물은 전 세계 비뇨기과 의사의 처방 행태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 이번 학회에는 세계적 성의학자 1700여명이 운집한 것도 모두 이 때문이며, 이들 약품을 생산·판매하는 다국적 제약사들은 컨벤션센터에 각각 대형 부스를 설치하고 의사와 보도진을 상대로 ‘홍보 전쟁’을 벌였다. 말 그대로 사활을 건 홍보전. 9월부터 이들 약품이 판매되기 시작한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비뇨기과 전문의와 교수진들이 대거 이번 학회에 참석했다.
비뇨기과 의사들 임상결과 발표
‘코카콜라’만큼의 브랜드 파워를 가졌다는 이름값 때문에 그 어떤 의학적 연구물로도 비아그라의 인기를 꺾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지만, 이번 학회에서는 시알리스와 레비트라와 같은 후발주자의 약진이 돋보였다. 물론 각 제약사의 재정지원을 받아 임상실험을 하다 보니 같은 형식의 임상실험에서도 발표자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오는 등 혼란 양상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각 제약사가 주장해온 새로운 발기부전 치료제의 특장은 그대로 인정되는 분위기였으며, 이를 증명하는 임상결과도 쏟아져나왔다.
이번 학회 기간 동안 가장 인상적인 발표를 한 학자는 지난 9월 내한하기도 했던 독일 본 의과대학 비뇨기과 하트무트 포스트 교수(의학박사). 포스트 교수는 11월17일 오전 한 주제발표에서 150명의 발기부전 환자들을 상대로 비아그라, 시알리스, 레비트라 간 선호도를 직접 비교한 결과를 발표했다. 포스트 교수는 선호도 조사 결과 시알리스 45%, 레비트라 30%, 비아그라 13%의 선호도를 나타내(나머지는 무응답) 기존의 시장질서가 뒤집힐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또 222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한 선호도 조사에서도 시알리스 44%(97명), 레비트라 32%(71명), 비아그라 14%(31명)의 선호도를 나타내 릴리사의 시알리스가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는 것. 시알리스를 선호한 발기부전 환자들이 3가지 제품 중 이 제품을 선택(중복 선택)한 이유는 오랜 약효 지속시간(96%, 93명), 빠른 약효 발현시간(68%, 66명), 약효에 대한 신뢰성(59%, 51명) 순인 반면, 레비트라를 선호한 환자들은 빠른 약효 발현시간(61%, 43명)과 강직도(61%, 43명), 약효에 대한 신뢰성(46%, 33명)을 선택한 이유로 꼽았다.
이들 환자군의 제품 선호 이유 분석 결과는 실제로 각 제약사가 밝히는 제품의 특성과도 일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알리스의 경우 발기 상태 지속시간 면에서 비아그라(4시간)나 레비트라(4시간)보다 무려 6∼9배나 길다는 점(24∼36시간)과 발기되는 데까지 걸리는(약효 발현) 시간이 비아그라(복용 30∼60분 후)의 2분의 1에서 4분의 1에 불과하다는 점(16분)을 특장으로 홍보하고 있는 반면, 레비트라는 발기되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이 15분으로 세 제품 중 가장 짧고, 발기 후 강직도 면에서 가장 앞선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비아그라를 선호한 환자들은 선호 이유를 강직도(77%, 24명), 빠른 약효 발현시간 (71%, 22명), 약효에 대한 신뢰성(67%, 20명)이라고 밝혔다.
이번 학회에서 발기부전 치료제 복용 결과를 측정하는 데 있어 배우자의 만족도와 성관계의 질이 중요하다고 강조한 캐나다 몬트리올 대학의 헬렌 더그래 박사는 “발기부전 치료의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신체적 반응과 함께 심리적 반응까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최장 36시간 동안 효과가 지속되는 시알리스가 인기를 끄는 것도 바로 이 같은 심리적인 이유 때문”이라고 밝혔다.
릴리 아이코스사가 주최한 기자회견
환자들이 레비트라를 선호한 이유는 레비트라 생산회사인 바이엘-GSK가 특장으로 선전하는 것처럼 ‘발기력이 강해서’가 90.1%, ‘발기가 잘 돼서’가 86.4%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시알리스에 대한 선호도가 가장 높다’고 발표한 포스트 교수는 자신의 임상실험 결과에 대해 “어떤 제약사의 재정적 후원도 없이 독립적으로 이루어진 임상실험인 데다 실제로 병원을 찾은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것이어서 실험결과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며 김세철 교수의 주장을 반박했다.
신제품끼리 치고받는 상황 속에서 ‘비아그라가 전 세계 발기부전 치료제 시장에서 지속적으로 우위를 지킬 것’이라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벨기에 가스츄이스베르그 대학병원의 허버트 클레즈 박사는 “단지 21%의 환자만이 시알리스, 레비트라와 같은 새로운 치료제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발기부전 치료제를 복용한 환자 중 79%가 여전히 비아그라를 선호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클레즈 박사는 “대부분의 비아그라 장기 복용자들은 지속적으로 비아그라의 효과를 보았으며, 이러한 효과에 만족해 비아그라를 계속 복용하기를 원했다”고 주장했다.
‘원하면 언제든지 오랫동안’(시알리스), ‘짧아도 강하게’(레비트라), ‘5년간 검증된 치료제’(비아그라).
각 제약사들이 각축을 벌이는 홍보전이 치열한 가운데,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발기부전은 더 이상 ‘치료 불가능한’ 질병이 아니며, 발기부전 치료제는 날로 진화한다는 점이다. 레너드 블럼 아이코스사 마케팅 부서장은 “4~5년 안에 발기부전 치료제 시장은 시알리스에 의해 정복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