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의 입장에서 패션은 상품이기 이전에 입고 즐기는 문화의 하나다. 따라서 디지털 옷도 기술에 얽매이기보다는 기술을 이용해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그 목적을 두고 있다. 패션디자인에서 컴퓨터 혹은 디지털 매체들은 정보를 사용자 환경에 맞게 데이터베이스화하고, 각종 소프트웨어는 최적의 디자인을 조합, 수정, 배치할 수 있도록 도울 뿐 아니라 시간과 경비를 절감시킨다.
따라서 미래의 옷 디자인은 패션 디자이너와 과학자의 공동작업이 될 가능성이 높다. 모든 디자인 공정이 컴퓨터에 의해 짜여져 기계가 스크린 위에서 디자인한 것이 자동으로 공장의 컴퓨터에 전송돼 제품으로 생산되게 될 것이다. 또 디지털시대의 옷은 입은 사람의 외모를 돋보이게 해줄 뿐만 아니라 기분까지 상쾌하게 만들어줄 것이다.
향료 캡슐 내장 섬유 잇단 등장
미국 듀폰사는 주변 온도를 감지한 후 쾌적한 수준으로 온도를 올리거나 내릴 수 있는 지능형 옷감을 개발하고 있다. 또 물집이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 발톱과 발꿈치 부분에 테플론을 댄 양말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미국 알카텔사가 출시한 입는 PC에는 휴대전화와 무선 핸즈프리가 내장돼 있으며, 입고 다니며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을 할 수 있다.
또 합성섬유로 만든 옷에서도 천연 명주실로 짠 옷에서 나는 듯한 비단 스치는 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된다. 섬유 올마다 미세하게 패인 부분을 만들면 섬유끼리 스칠 때마다 비단옷이 스칠 때와 같은 소리가 난다고 한다.
환경에 맞게 스스로 적응할 수 있는 스마트 옷감들도 등장할 것이다. 자신의 옛모습을 기억하는 형상기억섬유가 대표적인 스마트 옷감인데, 형상기억섬유는 성형한 뒤 가열처리해 모양새를 기억해두면 그 뒤 모양이 바뀌어도 다시 가열하면 기억시켜둔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간다.
첨단기능 액세서리 용도 다양
SF영화 매트릭스에서 묘사된 미래형 의류.
최첨단 기술에 대한 실험은 군대에서 가장 먼저 시도되는 경우가 많다. 이라크전쟁에 투입된 특수요원들이 입은, e-유니폼이라고 불리는 군복은 병사의 위치와 상황을 모니터링한다. e-유니폼은 그것을 입은 병사가 다쳤을 때 병사의 생명 위험신호를 모니터링하고, 그 치료방법을 병사에게 전송한다. 이 같은 종류의 옷은 이미 미국의 병원에서 판매되고 있다. 아기들의 성장·성숙도를 모니터링할 수 있는 셔츠가 그것이다.
2003년 열린 한 패션쇼에 등장한 의상.
스마트 액세서리도 디지털시대 패션에서 중요한 코드가 될 것이다. 스마트 액세서리는 최신 센서 기술과 휴대용 컴퓨터 기술에 바탕을 두고 있다. 첨단기술을 보다 간편한 형태로 패션에 도입하는 것이 바로 스마트 액세서리의 목표다. 그동안 007 시리즈나 SF(공상과학) 영화에서 각종 신기한 액세서리가 소개됐지만 앞으로 우리가 경험할 스마트 액세서리는 이들보다도 더 새롭고 신기할 것이다.
스마트 액세서리는 액세서리 본연의 목적인 장신구로서의 기능에 그치지 않고, 첨단기술을 통해 좀더 유용하고 편리한 도구로서 기능하게 될 것이다. 패션이나 미용에 민감한 사람들은 아무리 기능적으로 우수하다 하더라도 외형적인 아름다움을 더 우선시할 것이다. 그러나 스마트 액세서리라고 해서 외형적인 아름다움을 갖추지 않은 것은 아니다. 가까운 장래에 여성들이 명품브랜드의 스마트 액세서리를 사려고 장사진을 이루는 광경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라크전쟁에 참전한 미군 병사. 군복은 스마트 옷이 가장 먼저 응용될 분야다.
스마트 옷이나 스마트 액세서리는 시스템 온 칩이나 바이오칩, 유비쿼터스 컴퓨팅 등 첨단기술이 동원돼 만들어낼 산물이다. 스마트 옷이나 스마트 액세서리를 필두로 각종 생활용품에도 다양한 첨단기능이 가미될 전망이다. 물론 지금이야 ‘과연 그런 시대가 올까’ 하고 반신반의하는 이가 많겠지만 인터넷이나 휴대전화가 그러했듯 스마트 옷과 액세서리 또한 어느 날 갑자기 우리 생활의 일부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