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송호근 교수(사회학)는 1997년을 ‘좌절의 해’로, 2002년을 ‘전복(顚覆)의 해’로 규정한다. 외환위기 5년의 세월을 뛰어넘은 전복의 주역은 ‘붉은악마’ ‘노사모’ ‘인터넷세대’로 대변되는 ‘2002세대’다. 연령층으로 보면 20대와 30대(넓게는 40대 초반까지)에 분포해 있는 이들은 1987년 6·10시민항쟁에 참여하며 원초적 민주화를 경험 했고, 97년 외환위기를 통해 세계화의 냉혹한 현실을 체험한 뒤 철저한 시장주의자로 성장했다. 이들 ‘2030’의 세계관은 한마디로 민주화와 세계화로 요약할 수 있다. 전체 인구의 3분의 1, 유권자의 2분의 1을 차지하고 있는 이들은 아직 사회의 주도세력이 되기에 경험, 경륜, 지도력 모두 부족하지만 월드컵과 대선으로 상징되는 ‘전복의 계기’를 합작해내며 중앙무대 진출에 성공했다.
물론 2002세대 이전에도 4·19세대, 6·3세대, 유신세대, 386세대라 해서 한국의 현대정치사에 변화의 바람을 몰고 온 주요 연령 집단들을 지칭하는 용어가 있다. 그러나 2002세대는 정치뿐만 아니라 경제, 사회, 문화 전반에 걸쳐 ‘아버지 죽이기’의 욕망을 실현시킨 거대한 집단을 형성해가고 있다. 그리고 노무현 정부의 출범은 바로 2030의 세계관이 현실정치의 장에 펼쳐지는 중대한 계기가 됐다. 이로 인해 ‘밀려나는 세대(5060)’와 ‘진입하는 세대(2030)’ 간의 갈등과 충돌이 우리 사회의 중요한 화두로 떠올랐다.
일단 사회 발전에 전환점이 될 만한 사건들이 발생할 때 세대양식(generational style)은 다른 세대와 부딪쳐 ‘우위권 투쟁’을 벌인다. 이것이 세대갈등의 시작이다. 예를 들어 기업현장에서 승진 규칙을 어떻게 고칠 것인가, 팀 조직과 일의 배분을 어떻게 할 것인가, 정리해고시 누가 먼저 해고의 대상이 될 것인가 등의 쟁점이 세대갈등을 유발한다. 사회적으로는 반미정서, 서열파괴, 북한지원 정책, 이라크 파병 등의 문제를 놓고 ‘문화충돌’이 발생한다.
송호근 교수가 이런 다양한 쟁점들을 포괄할 수 있는 한국사회의 세대문제를 사회학적 관점에서 분석했다. ‘한국,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나’에서 송교수는 세대갈등의 현상과 원인을 진단하고 조화의 가능성을 모색한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송교수는 우리 사회 곳곳에서 드러나는 세대갈등 혹은 충돌의 양상은 결코 우려할 수준이 아니며 오히려 전반적으로 가치관의 세대간 격차가 줄어들고 있다고 말한다. 즉 밀려나는 세대와 진입하는 세대가 정면충돌하는 대신, 5060이 2030의 저항을 용인하고 수용하면서 ‘가치관의 정화작용’이 일어나고 있다. 2030이 변화하고 성장한 것 이상으로 5060의 의식도 달라진 것이다. 예를 들어 1996년과 2003년 한국인의 의식을 비교했을 때 한국사회의 병폐 중 하나로 지목되어온 ‘지역주의’는 2030에서 소폭 감소했으나 5060은 대폭 감소했고, 시민참여 부문에서도 5060이 훨씬 활발한 움직임을 보인다. 개방성 역시 5060의 변화량이 2030을 압도하고 있다.
송교수는 이러한 세대간의 현상황을 낯선 길을 달리는 운전에 비유한다. 변화의 핸들은 여전히 5060이 쥐고 있으나 2030이 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 5060은 그 방향이 불가피하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벅차지만 따라가려고 노력하고 있는 중이다. 물론 2030과 5060이 한 방향으로 나아가더라도 변화의 속도에서 충돌할 여지는 있다. 과속을 해서라도 빨리 목표에 다가가려는 젊은 세대와 안전을 중시하는 기성세대 사이에 속도조절은 불가피하다.
‘한국,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나’는 한국사회의 세대별, 세대간 가치관 변동의 인식지도를 그려내 그동안 세간에 떠돌던 세대갈등과 이로 인한 사회통합 문제가 실상 근거 없는 우려였음을 입증했다. ‘충돌은 없다’는 대담한 주장 뒤에는 세대갈등과 문화충돌이 뿜어내는 탈주와 연대의 경험을 한국사회의 자산으로 전환시켜야 한다는 저자의 의도가 자리잡고 있다.
한국,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나/ 송호근 지음/ 삼성경제연구소 펴냄/ 272쪽/ 1만1000원
물론 2002세대 이전에도 4·19세대, 6·3세대, 유신세대, 386세대라 해서 한국의 현대정치사에 변화의 바람을 몰고 온 주요 연령 집단들을 지칭하는 용어가 있다. 그러나 2002세대는 정치뿐만 아니라 경제, 사회, 문화 전반에 걸쳐 ‘아버지 죽이기’의 욕망을 실현시킨 거대한 집단을 형성해가고 있다. 그리고 노무현 정부의 출범은 바로 2030의 세계관이 현실정치의 장에 펼쳐지는 중대한 계기가 됐다. 이로 인해 ‘밀려나는 세대(5060)’와 ‘진입하는 세대(2030)’ 간의 갈등과 충돌이 우리 사회의 중요한 화두로 떠올랐다.
일단 사회 발전에 전환점이 될 만한 사건들이 발생할 때 세대양식(generational style)은 다른 세대와 부딪쳐 ‘우위권 투쟁’을 벌인다. 이것이 세대갈등의 시작이다. 예를 들어 기업현장에서 승진 규칙을 어떻게 고칠 것인가, 팀 조직과 일의 배분을 어떻게 할 것인가, 정리해고시 누가 먼저 해고의 대상이 될 것인가 등의 쟁점이 세대갈등을 유발한다. 사회적으로는 반미정서, 서열파괴, 북한지원 정책, 이라크 파병 등의 문제를 놓고 ‘문화충돌’이 발생한다.
송호근 교수가 이런 다양한 쟁점들을 포괄할 수 있는 한국사회의 세대문제를 사회학적 관점에서 분석했다. ‘한국,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나’에서 송교수는 세대갈등의 현상과 원인을 진단하고 조화의 가능성을 모색한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송교수는 우리 사회 곳곳에서 드러나는 세대갈등 혹은 충돌의 양상은 결코 우려할 수준이 아니며 오히려 전반적으로 가치관의 세대간 격차가 줄어들고 있다고 말한다. 즉 밀려나는 세대와 진입하는 세대가 정면충돌하는 대신, 5060이 2030의 저항을 용인하고 수용하면서 ‘가치관의 정화작용’이 일어나고 있다. 2030이 변화하고 성장한 것 이상으로 5060의 의식도 달라진 것이다. 예를 들어 1996년과 2003년 한국인의 의식을 비교했을 때 한국사회의 병폐 중 하나로 지목되어온 ‘지역주의’는 2030에서 소폭 감소했으나 5060은 대폭 감소했고, 시민참여 부문에서도 5060이 훨씬 활발한 움직임을 보인다. 개방성 역시 5060의 변화량이 2030을 압도하고 있다.
송교수는 이러한 세대간의 현상황을 낯선 길을 달리는 운전에 비유한다. 변화의 핸들은 여전히 5060이 쥐고 있으나 2030이 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 5060은 그 방향이 불가피하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벅차지만 따라가려고 노력하고 있는 중이다. 물론 2030과 5060이 한 방향으로 나아가더라도 변화의 속도에서 충돌할 여지는 있다. 과속을 해서라도 빨리 목표에 다가가려는 젊은 세대와 안전을 중시하는 기성세대 사이에 속도조절은 불가피하다.
‘한국,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나’는 한국사회의 세대별, 세대간 가치관 변동의 인식지도를 그려내 그동안 세간에 떠돌던 세대갈등과 이로 인한 사회통합 문제가 실상 근거 없는 우려였음을 입증했다. ‘충돌은 없다’는 대담한 주장 뒤에는 세대갈등과 문화충돌이 뿜어내는 탈주와 연대의 경험을 한국사회의 자산으로 전환시켜야 한다는 저자의 의도가 자리잡고 있다.
한국,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나/ 송호근 지음/ 삼성경제연구소 펴냄/ 272쪽/ 1만1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