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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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동성결혼 합법화 ‘미국에 불똥’

美 동성커플들 혼인신고 위해 입국 잇따라 … 보수세력 강력 반발 ‘양국 외교마찰 우려

  • 밴쿠버=황용복 통신원ken1757@hotmail.com

    입력2003-07-02 15:2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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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캐나다 동성결혼 합법화 ‘미국에 불똥’

    2002년 여름 동성애자들이 미국 뉴욕에서 벌인 게이 행진에서 동성애 커플이 결혼서약을 하고 있다.

    ”혼인은 한 남자와 한 여자 외에 다른 누구도 간여할 수 없는 일생 동안의 자발적 결합이다.” 캐나다 연방정부가 현재 법적으로 적용하는 혼인의 정의다. 그러나 지난 1년여 동안 캐나다 각급 법원은 잇따라 이 정의가 잘못됐다고 판결했다. 연방정부도 이를 인정해 정의를 곧 수정하겠다고 발표했다. 현재의 정의에서 ‘한 남자와 한 여자’ 부분을 ‘두 사람’으로 고쳐 두 남자 혹은 두 여자 사이의 혼인까지도 합법화하겠다는 뜻이다.

    연방정부의 조치와 상관 없이 6월10일 온타리오주 항소법원의 기념비적 판결을 계기로 캐나다는 이미 합법적인 동성혼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이 법원의 3인 합의 재판부는 혼인을 이성간의 결합으로 한정한 현재의 연방정부 규정은 위헌이며 이를 근거로 온타리오주 지방자치단체(이하 지자체)들이 동성간의 혼인신고 접수를 거부할 수 없다고 판결한 1심 결정을 추인했다. 뿐만 아니라 이 법원은 주내 지자체들에게 이 판결이 즉각 유효하므로 동성간 혼인신고를 접수하라고 명령했다.

    실제 판결 직후 온타리오주에서 동성간 혼인신고가 줄을 이어 토론토에서만 10일 만에 160쌍의 동성커플이 혼인신고를 했다. 심지어 미국의 동성애 커플까지 온타리오로 건너와 혼인을 신고하고 그 증명서를 받아 갔다. 미국 접경도시인 온타리오주 나이아가라 폴스시에서만 미국 동성애자 네 커플이 혼인신고를 했는데, 이중 세 쌍이 게이였고 한 쌍이 레즈비언이다.

    60년대까지 동성애 형사처벌

    캐나다에서 혼인의 정의를 규정하는 것은 연방정부 소관이지만 혼인신고의 접수, 증명서 발급 등은 주정부가 주관한다. 따라서 주마다 약간의 절차상 차이가 있으나 기본적으로 당사자 두 사람이 판사 앞에서 서약하고, 두 사람과 판사가 서약서에 각각 서명한 뒤 이를 시청 등에 제출하는 것으로 혼인신고가 끝난다. 어느 주에도 신고인의 거주지(국적) 제한은 없다.



    캐나다가 세계 최초로 동성간 결혼을 합법화한 나라는 아니다. 벨기에와 네덜란드가 이미 이를 합법화해 캐나다는 세 번째로 합법화한 국가. 문제는 이들 유럽의 두 작은 나라보다 캐나다가 국제사회에서 비중이 클 뿐 아니라, 이웃나라 미국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 내 보수세력들이 캐나다의 결정에 반발하고 있어 자칫 양국간 외교마찰까지 우려된다. 그러나 반대세력의 거센 반발에도 대세는 이미 동성애 허용 쪽으로 기우는 듯하다. ‘뉴욕타임스’는 6월19일자 사설에서 “미국에서도 조만간 동성애자의 결혼을 제어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온타리오주 항소법원의 판결에 대해 연방정부가 취할 수 있는 조치는 두 가지다. 판결에 불복하고 최종 재판소인 연방최고법원에 상고하거나, 판결을 받아들여 혼인의 정의를 바꾸는 절차에 들어가는 것이다. 캐나다 장 크레티앵 총리와 마르탱 코숑 법무장관은 후자를 택하고, 곧 연방의회에 상정할 법안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연방정부의 작업이 끝나려면 연방최고법원의 의견 조회, 의회 표결 등 몇 가지 과정을 거쳐야 한다. 동성간 혼인 합법화에 관한 캐나다 연방의원, 더 넓게 봐서 캐나다인 전체의 의견은 현재 찬반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온타리오주 판결 직후 연방하원 법사위원회에는 정부가 이 판결에 불복해 상고하지 말도록 권고하는 결의안이 상정됐다. 표결은 9대 8로 가결됐다.

    캐나다에서도 과거 동성애를 음란행위로 치부해 형사처벌하는 규정까지 있었다. 이 규정은 1969년 삭제됐다.(상자기사 참조) 법조문이나 사회통념과는 상관 없이 예나 지금이나 많은 동성애자들이 가정을 이루고, 자녀까지 입양하고 있다.

    문제는 동성간의 결합이 합법적 혼인으로 인정받지 못해 당사자들이 갖가지 불이익을 겪는다는 점이다. 동성애 가정은 가정으로 인정받지 못해 연례 소득신고 때 세금을 더 내야 하고, 사회복지 혜택을 받지 못하기 일쑤다. 보통의 부부가 이혼할 때 둘 중 약자에 해당하는 사람을 보호하는 장치가 가동되지만 동성애 커플이 파경을 맞을 때 법은 거들떠보지 않는다. 동성간 결혼 합법화는 동성애자 권리문제에 관한 법적 마무리다.

    캐나다 10개 주 중에서 유일하게 앨버타주만 반대의사를 분명히 하고 대세를 되돌리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뜻을 밝혔을 뿐, 나머지 9개 주 정부의 수상 또는 법무장관들은 연방정부의 방침에 따르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미국과 캐나다 모두 지금까지 동성간 결혼이 합법화하지는 않았으나 대학·은행·대기업 등 주요 기관 중에서 내부규칙을 통해 동성애자가 차별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명시한 곳이 많다. 캐나다에서는 군(軍)도 이 같은 규정을 정해두고 있으나 미국 군대는 아직까지 동성애에 관한 한 ‘묻지 마, 입 다물어(Don’t ask, Don’t tell)’가 기본방침이다.

    캐나다는 동성간 결혼을 합법화함으로써 미국과는 다른, 보기에 따라 앞서는 길을 택했다. 이제 불똥은 미국으로 튀었다. 미국 동성애 단체 중 하나인 ‘인간권리캠페인’에 따르면 미국 50개 주 중 37개 주가 동성간 결혼금지를 못박고 있으며, 나머지는 명시 규정은 없으나 동성간 결혼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캐나다와 미국은 협약에 따라 서로 상대국에서의 혼인신고를 인정한다. 그러나 미국인 동성애자가 캐나다에서 한 혼인신고가 미국에서 유효할 것인가.

    미국 변호사 손드라 해리스(대안가정 분야 전문)는 진보적인 성향의 뉴욕주 같은 곳에서는 캐나다에서의 혼인신고가 인정될 가능성이 높고, 앨라배마주 같은 보수적인 곳에서는 어림도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어쨌든 미국 입장에서는 혼란스럽지 않을 수 없다. 미국 언론은 미국 국세청(IRS)의 한 관계자가 캐나다에서 혼인신고한 미국인이 세무신고에서 자신을 기혼이라고 주장할 경우 인정하기 어렵다고 말한 것으로 보도했다. 이미 미국 내 동성애 반대세력들이 캐나다의 사태 추이에 강한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에 본부를 둔 ‘친(親)가족적 법률센터(Pro Family Law Center)’의 대표는 “정부가 어떻게 정의 내리든 상관 없이 결혼은 그 자체로 한 남자와 한 여자의 결합”이라며 “당신네(캐나다인)들은 언젠가 엄청난 실수를 저질렀음을 깨닫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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