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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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공연되는 연극 ‘이발사 박봉구’ 外

  • 전원경 기자 winnie@donga.com

    입력2003-07-03 10:5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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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공연되는 연극 ‘이발사 박봉구’ 外
    월드컵 열기로 전국이 들썩들썩했던 2002년 6월, 대학로 역시 거리응원의 열기로 가득했다. 그런데 이 와중에 대학로 한켠에서는 창작극 한 편이 조용한, 그러나 뜨거운 반응 속에 공연되고 있었다. 이름난 배우나 극작가가 나선 것도 아닌 이 연극의 제목은 ‘이발사 박봉구’. 한 달간의 공연기간 동안 객석점유율 94%를 기록했고 6000여명의 관객을 동원했으며 2002 서울공연예술제에서 남녀 신인연기상(오용, 이승비)을 수상한 이 작품이 7월4일부터 8월31일까지 동숭아트센터 소극장에서 앙코르 공연에 들어간다.

    ‘이발사 박봉구’의 줄거리는 우울하다. 어린 시절부터 이발사를 꿈꾸던 박봉구는 우연히 사람을 죽이고 11년을 복역한 뒤 출소하나 어렵게 취직한 이발소는 퇴폐영업을 일삼는 곳이다. 우여곡절 끝에 대기업 회장의 전속 이발사가 될 기회를 잡지만 이번에는 신세대 ‘스타일리스트’에게 그 기회를 뺏긴다. ‘이발을 해서 돈을 모아 빌딩을 짓겠다’는 이 우직한 소시민의 꿈은 세상의 냉정함 앞에 사정없이 유린당하고 만다.

    “박봉구는 쉽게 타협하는 세상에서 드물게 집요한 쟁이 기질을 가진 사람입니다. 그러나 세상은 그러한 쟁이를 용납하지 않을 만큼 빠르게 변화하고 변질되어가고 있죠. 이것이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라고 생각합니다.”

    지난해 공연에 이어 다시 연출을 맡은 최우진의 말이다. 연출자 외에 주인공인 정은표 역시 초연에 이어 두 번째로 박봉구 역을 맡았다. 인기드라마 ‘아내’에 출연해 얼굴이 알려진 그는 촌스럽고 입이 건, 그러나 속마음은 여린 박봉구 그 자체다. 연출자인 최씨는 정은표에 대해 ‘워낙 연기를 잘하는 배우’라고 표현했다.

    “관객들이 이 작품을 환영한 가장 큰 이유는 정은표씨를 비롯한 배우들이 각자의 캐릭터를 정교하게 재현해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관객을 불러모으는 힘은 연출보다 배우에게 있지요. 사실 지난해에 왜 관객들이 이 작품에 몰렸는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완성도에 대해서 자신이 있었기 때문에 예상외의 호응에 대해서도 담담할 수 있었죠.”



    줄거리는 우울하지만 재치가 묻어나는 대사 하나하나에 절로 웃음이 터지는 ‘이발사 박봉구’는 ‘슬프고도 재미있는’ 연극이다. 동숭아트센터는 이 작품을 고정 레퍼토리로 편성해 앞으로도 재공연을 계속할 예정이라고.(문의 02-762-0010)

    꽁초가 재료 ‘담배작가’ 한원석

    재공연되는 연극 ‘이발사 박봉구’ 外
    젊은 작가 한원석씨(33·사진)의 작업실에 들어서는 순간, 매캐한 담배연기가 코를 찌른다. 작업실의 사방에 걸린 ‘그림’은 꽃이나 한반도 지도, 작가의 자화상 등. 그러나 이 작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만 흠칫 놀라게 된다. 이 ‘그림’은 보통 그림이 아니라 수만여 개의 담배꽁초를 빽빽하게 붙이고 그 위에 색을 입힌 것이기 때문이다. 작가 한씨는 “그림이라기보다는 조각이라고 표현하고 싶다”고 말했다.

    “담배작품 하나를 만들기 위해서는 적지 않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합니다. 우선 남들이 피우다 버린 담배꽁초를 모아야 하니까요. 주로 공항이나 병원 같은 데 가서 꽁초를 주워요. 동네 분들이 모았다 가져다 주시기도 하죠. 모은 꽁초를 쌓아서 부조처럼 만듭니다. 그러고 나서 색깔을 입히죠. 한 작품 하는 데 대략 서너 달 이상의 시간이 걸려요.”

    한씨는 7월2일부터 21일까지 인사동의 ‘갤러리 아트사이드’에서 20여점의 ‘담배 조각’을 선보인다. 전시작 중 그가 가장 아끼는 작품은 꽃을 그린 가로 2m, 세로 2m의 대작으로 10만개의 꽁초를 붙여 만들었다.

    한씨는 자신의 작품을 다만 ‘금연’이나 ‘환경보호’와 같은 메시지를 전달하는 차원에서만 보지 말아달라고 주문했다. 물론 그 같은 뜻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한씨가 담배꽁초를 재료로 사용하는 가장 큰 이유는 작품의 앞과 뒤가 다를 뿐더러 보는 이의 후각까지도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담배로 만든 작품은 멀리서 보면 꼭 파스텔로 그린 그림 같습니다. 그런데 가까이서 보면 담배꽁초들의 윤곽이 입체적으로 드러나죠. 또 작품 뒤편을 보면 타다 만 필터들이 보이고요. 거기다 자극적인 냄새까지 나기 때문에 관객에게 일종의 ‘쇼크’를 통한 자극을 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줄잡아 수십만 개의 꽁초가 사용된 이번 전시 제목은 ‘악의 꽃’. 참으로 의미심장한 제목이 아닐 수 없다.(02-725-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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