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들은 때때로 엉뚱한 곳에서 탁월한 연구성과를 이끌어낸다. 특히 광활한 우주를 연구대상으로 삼고 있는 미 항공우주국(NASA, 나사)은 가끔 우주탐사 기술을 전혀 다른 분야에 응용한 연구성과를 내놓아 주목을 받기도 한다. 미국의 과학잡지 ‘뉴 사이언티스트’ 최신호에 이처럼 ‘약간 엉뚱한’ 나사의 연구결과가 실렸다. 우주탐사선에서 사용되는 기술로 살인사건의 범인을 추적할 수 있다는 것. ‘우주선’이라고 하니 거창한 기술 같지만 실은 간단한 원리다.
나사와 미국 국립법무연구소가 공동으로 진행한 이 연구의 아이디어를 낸 이는 나사 고다드 우주비행센터의 제이콥 트롬카 연구원이다. 우주선에서 사용하는 X-레이 발광장치를 범죄현장 감식에 이용하는 것이 연구의 핵심. 그가 말하는 X-레이 발광장치란 지난해 2월 나사가 발사한 무인 우주탐사선 슈메이커 호가 뉴욕 맨해튼 크기만한 소행성 ‘에로스’에 착륙할 때 쓰였던 장치다.
X-레이 발광장치는 특정 물질의 표면에 X-레이를 쬐었을 때 발생하는 파장을 통해 이 물질의 화학성분을 밝혀낸다. 슈메이커 호에 실린 X-레이 발광장치는 ‘에로스’의 표면 성분을 분석하는 데 유용하게 쓰였다.
나사 연구팀은 범죄현장을 이 장치로 촬영하고, 촬영 결과를 다시 컴퓨터로 분석하면 혈흔이나 탄흔, 정액, 지문 등을 모두 채취할 수 있다고 말한다. 탄흔, 정액 등은 육안으로는 잘 보이지 않지만 X-레이는 단 한 방울의 피나 정액도 놓치지 않는다. 대개 범죄현장의 1차 감식은 사람의 눈이나 스펀지로 훑어가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그러나 사람의 눈은 정확하지 않고 스펀지는 현장을 훼손할 위험이 있다. 이에 비해 X-레이 발광장치는 현장을 전혀 건드리지 않고도 남아 있는 흔적을 즉석에서 확인할 수 있다.
더구나 X-레이 발광장치를 쓰면 탄흔의 화학반응을 통해 총알을 발사한 총을 쉽게 찾아낼 수 있다.
총알이 발사되면 탄흔에 안티몬과 바륨 성분이 남게 된다. 그런데 안티몬과 바륨은 총알이 발사된 후 급격하게 온도가 내려갈 때 서로 독특한 화학성분으로 합성된다. X-레이 발광장치는 이 화학성분을 분별한다. 트롬카 연구원의 표현에 따르면 탄흔은 “높은 온도에서 찍히는 총의 지문”과도 같다. 물론 탄흔과 동일한 성분은 범죄자의 손과 총에도 남게 된다. 탄흔 분석은 그동안 실험실에서도 제대로 풀 수 없었던 난제였다.
“만약 이 같은 장치가 실용화될 수 있다면 특히 자살사건을 수사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겁니다.” 메사추세츠 주립 범죄연구소 칼 세라브카 연구원의 말이다. 미국에서 일어나는 총기 살인사건의 반 정도는 석연찮은 자살로 수사가 마무리된다. 피살자의 손에 총기가 쥐어져 있으면 자살로 판단하는 식이다. 그러나 만약 X-레이 발광장치를 이용한다면, 피살자가 쥐고 있는 총에서 총알이 나왔는지, 또 피살자가 정말로 총을 쏘았는지를 간단히 판별할 수 있다. 우주선 기술이 억울한 죽음의 진실을 구명하는 셈이다. 이 같은 기술이 실용화됐다면 지난 한 달간 미국 워싱턴 일대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은 연쇄저격범도 더 빨리 잡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물론 이 기술을 실용화하는 데는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가 남아 있다. 슈메이커 호에 실렸던 X-레이 발광장치는 대형 장치였다. 이 장치를 범죄현장에 가지고 다닐 수 있도록 작고 간편한 장치로 개조하는 숙제가 남아 있다. 나사는 2003년까지 이 장치를 실용화할 수 있도록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사실 이 같은 기술들은 나사의 고육책일 수도 있다. 나사의 한 해 예산은 130억 달러(약 15조6000억원) 수준. 엄청난 예산이지만 이는 10년 전과 똑같은 규모다. 반면 10년 전 나사의 몇 분의 1 수준이었던 미국 국립보건원(NIH)의 예산은 올해 230억 달러(약 27조6000억원)나 된다. 나사에 대한 미 정부의 투자는 상대적으로 인색한 셈이다. 이 같은 배경에는 실생활과 아무 연관이 없는 우주 관련 기술에 거액의 세금을 쏟아부을 필요가 있느냐는 미국인들의 인식이 깔려 있다.
나사는 물론 미 정부측도 우주개발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잘 알고 있다. 나사가 산업과 실생활에서 인공위성 기술을 다양하게 응용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자주 내놓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반면 미국 정부는 군사적인 목적 때문에라도 나사의 우주개발 기술을 포기할 수 없다. 2001년 럼스펠드 미 국방장관은 “중세 때 바다를 지배한 국가가 세계를 지배했듯이, 21세기에는 우주를 지배하는 국가가 세계를 지배할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미 의회에 제출했다. 우주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미국의 속내에는 세계의 유일한 초강대국으로 군림하려는 야망도 숨어 있는 셈이다.
나사와 미국 국립법무연구소가 공동으로 진행한 이 연구의 아이디어를 낸 이는 나사 고다드 우주비행센터의 제이콥 트롬카 연구원이다. 우주선에서 사용하는 X-레이 발광장치를 범죄현장 감식에 이용하는 것이 연구의 핵심. 그가 말하는 X-레이 발광장치란 지난해 2월 나사가 발사한 무인 우주탐사선 슈메이커 호가 뉴욕 맨해튼 크기만한 소행성 ‘에로스’에 착륙할 때 쓰였던 장치다.
X-레이 발광장치는 특정 물질의 표면에 X-레이를 쬐었을 때 발생하는 파장을 통해 이 물질의 화학성분을 밝혀낸다. 슈메이커 호에 실린 X-레이 발광장치는 ‘에로스’의 표면 성분을 분석하는 데 유용하게 쓰였다.
나사 연구팀은 범죄현장을 이 장치로 촬영하고, 촬영 결과를 다시 컴퓨터로 분석하면 혈흔이나 탄흔, 정액, 지문 등을 모두 채취할 수 있다고 말한다. 탄흔, 정액 등은 육안으로는 잘 보이지 않지만 X-레이는 단 한 방울의 피나 정액도 놓치지 않는다. 대개 범죄현장의 1차 감식은 사람의 눈이나 스펀지로 훑어가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그러나 사람의 눈은 정확하지 않고 스펀지는 현장을 훼손할 위험이 있다. 이에 비해 X-레이 발광장치는 현장을 전혀 건드리지 않고도 남아 있는 흔적을 즉석에서 확인할 수 있다.
더구나 X-레이 발광장치를 쓰면 탄흔의 화학반응을 통해 총알을 발사한 총을 쉽게 찾아낼 수 있다.
총알이 발사되면 탄흔에 안티몬과 바륨 성분이 남게 된다. 그런데 안티몬과 바륨은 총알이 발사된 후 급격하게 온도가 내려갈 때 서로 독특한 화학성분으로 합성된다. X-레이 발광장치는 이 화학성분을 분별한다. 트롬카 연구원의 표현에 따르면 탄흔은 “높은 온도에서 찍히는 총의 지문”과도 같다. 물론 탄흔과 동일한 성분은 범죄자의 손과 총에도 남게 된다. 탄흔 분석은 그동안 실험실에서도 제대로 풀 수 없었던 난제였다.
“만약 이 같은 장치가 실용화될 수 있다면 특히 자살사건을 수사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겁니다.” 메사추세츠 주립 범죄연구소 칼 세라브카 연구원의 말이다. 미국에서 일어나는 총기 살인사건의 반 정도는 석연찮은 자살로 수사가 마무리된다. 피살자의 손에 총기가 쥐어져 있으면 자살로 판단하는 식이다. 그러나 만약 X-레이 발광장치를 이용한다면, 피살자가 쥐고 있는 총에서 총알이 나왔는지, 또 피살자가 정말로 총을 쏘았는지를 간단히 판별할 수 있다. 우주선 기술이 억울한 죽음의 진실을 구명하는 셈이다. 이 같은 기술이 실용화됐다면 지난 한 달간 미국 워싱턴 일대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은 연쇄저격범도 더 빨리 잡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물론 이 기술을 실용화하는 데는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가 남아 있다. 슈메이커 호에 실렸던 X-레이 발광장치는 대형 장치였다. 이 장치를 범죄현장에 가지고 다닐 수 있도록 작고 간편한 장치로 개조하는 숙제가 남아 있다. 나사는 2003년까지 이 장치를 실용화할 수 있도록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사실 이 같은 기술들은 나사의 고육책일 수도 있다. 나사의 한 해 예산은 130억 달러(약 15조6000억원) 수준. 엄청난 예산이지만 이는 10년 전과 똑같은 규모다. 반면 10년 전 나사의 몇 분의 1 수준이었던 미국 국립보건원(NIH)의 예산은 올해 230억 달러(약 27조6000억원)나 된다. 나사에 대한 미 정부의 투자는 상대적으로 인색한 셈이다. 이 같은 배경에는 실생활과 아무 연관이 없는 우주 관련 기술에 거액의 세금을 쏟아부을 필요가 있느냐는 미국인들의 인식이 깔려 있다.
나사는 물론 미 정부측도 우주개발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잘 알고 있다. 나사가 산업과 실생활에서 인공위성 기술을 다양하게 응용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자주 내놓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반면 미국 정부는 군사적인 목적 때문에라도 나사의 우주개발 기술을 포기할 수 없다. 2001년 럼스펠드 미 국방장관은 “중세 때 바다를 지배한 국가가 세계를 지배했듯이, 21세기에는 우주를 지배하는 국가가 세계를 지배할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미 의회에 제출했다. 우주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미국의 속내에는 세계의 유일한 초강대국으로 군림하려는 야망도 숨어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