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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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길승, 밥값으로 3천만원 쓴 사연

  • 김시관 기자 sk21@donga.com

    입력2002-11-13 10:3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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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길승, 밥값으로 3천만원 쓴 사연

    2002년 1월 전경련 회장단 회의 후 가진 만찬에서 건배를 하고 있는 손길승 SK그룹 회장(오른쪽에서 세 번째).

    SK그룹 손길승 회장이 북한 경제시찰단을 초청, 베푼 만찬이 구설수에 올랐다. 3000여만원에 이르는 만찬 경비가 문제였다. 북한 진출을 노리는 SK측의 무리한 접대라는 게 재계의 시각이다.

    북한 경제시찰단(단장 박남기 국가경제위원회위원장) 18명이 서울 광진구 쉐라톤워커힐 호텔 영빈관 에스톤하우스(Aston House)에 나타난 것은 방한 이틀째인 10월27일 저녁. 문정인 연세대 교수 등 주암회(2000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김대중 대통령을 수행, 방북했던 인사들의 모임) 회원 14명이 먼저 나와 자리를 지켰다. 호스트는 주암회 회원인 SK그룹 손길승 회장. 이날 손회장은 일반인들이 보기에는 무리일 정도로 ‘크게 쐈다’.

    우선 1인당 30만원 하는 한정식을 메인 음식으로 내놨다. 쉐라톤워커힐 한정식당 ‘온달’의 1인당 가격이 10만원 선임을 감안하면 상다리가 휠 정도라는 추론이 어렵지 않게 나온다. ‘남과 북’이 만난 자리에 술이 빠질 리 없다. 술은 양주보다 전통주를 선호했다. 1병에 9만원 하는 복분자술과 백세주(6만원), 문배주(8만원) 등이 분위기를 살리는 데 동원됐다. 이 자리를 지켜봤던 한 인사는 수십 병이 비워졌다고 말한다. 담뱃값만 10만원. 분위기가 얼마나 ‘치열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술이 있으면 노래도 뒤따르게 마련. 피아노 반주비로 40만원이 지급됐고 서비스를 도와준 아가씨들에게 전달된 꽃값이 200만원이었다. 이렇게 하루 저녁 만찬 경비로 지출된 총액은 2700만원. 그러나 북축 인사들에게 전달된 방자유기(놋그릇, 18만원 상당)와 몽블랑 만년필(20만원 상당)의 가격까지 포함하면 총액은 가볍게 3000만원을 넘는다. 호스트였던 손회장은 이날 분위기 메이커 역을 자임했다. 시(詩)를 낭송했고, ‘우리의 소원은 통일’도 불렀다.

    비싼 밥이 효력을 발휘한 것일까. 다음날 북한 경제시찰단은 예정에 없던 SK네트워크연구원(경기도 분당)을 방문했다. 이동통신업의 북한 진출을 염두에 둔 SK측으로서는 기대감을 갖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북한시찰단에게 IT(정보통신)및 이동통신 분야는 낯선 듯했다. 홍보전시관을 잠깐 들여다보고 바로 자리를 떴다.

    이에 앞서 손회장을 비롯, 주암회 회원들 상당수는 전날 시찰단이 가지고 온 송이버섯 1상자씩을 선물로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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