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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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상권 ‘타·팰’ 후폭풍

금융기관 “최고 부자 잡아라” 앞다퉈 지점 이전… 주변 아파트는 매물 늘어 전세가 내림세

  • 안영배 기자 ojong@donga.com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입력2002-11-07 15: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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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남 상권 ‘타·팰’ 후폭풍

    10월25일부터 입주가 시작된 타워팰리스1차 단지로 인해 주변 상가가 때아닌 호황을 맞았다.

    2004년까지 3370여 가구가 입주하는 초대형 주거공간 타워팰리스가 강남지역에 변화의 바람을 몰고 올 전망이다.

    10월25일 1499가구 5000여명의 입주가 시작된 타워팰리스 1차 단지에 가장 발 빠르게 대응한 것은 은행과 증권사 등 금융권. ‘대한민국 1%’로 불리는 최고 부유층 고객들을 잡기 위한 금융권의 각축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게다가 타워팰리스 주변에 대림아크로빌, 우성캐릭터, 아카데미 스위트 등 고급 주상복합빌딩이 들어섰거나 완공 예정으로 있어, 이 일대는 ‘리치 마케팅’를 하기엔 최상의 조건을 갖추고 있는 셈. 이곳 상권을 누가 잡느냐에 따라 금융권의 서열도 달라질 것이라는 얘기까지 나돌 정도다.

    이들 금융권이 서울 도곡동 인근에 대형 점포를 잇따라 열면서 주변 상가 임대료도 천정부지로 뛰어오르고 있다. 은행과 증권사들이 가장 주목하는 곳은 타워팰리스 1차 단지 주 출입구 바로 맞은편에 신축된 삼성엔지니어링 사옥 빌딩. 이 빌딩 임대료는 인근 고층건물과 비교해도 입을 다물지 못할 정도로 비싸다. 치열한 경쟁 끝에 현재 이 건물 입점이 확정된 금융사는 국민은행, 현대증권, 대우증권 등.

    타워팰리스 주변 부동산에 따르면 삼성엔지니어링 빌딩 1층과 2층 일부를 임대한 국민은행의 경우 평당 6000만원(전체 250억원선)에 계약했다. 이는 국내 은행 점포 중 가장 비싼 가격이다.

    또 현대증권은 최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 있던 프라이빗뱅킹(PB) 점포 ‘코엑스오피스 지점’을 ‘리치그룹(Ritchie Group) 도곡 지점’으로 이름을 바꿔 삼성엔지니어링 빌딩에 입점시켰고, 대우증권 역시 이에 뒤질세라 도곡동 지점을 삼성엔지니어링 빌딩으로 옮겼다. 현대증권과 대우증권의 경우 각각 250∼300평 규모의 점포 임대료로 60억원 정도 지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미래에셋증권이 삼성엔지니어링 빌딩에서 불과 30m 가량 떨어진 대림아크로빌 빌딩 180평을 10억원에 임대한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액수다.



    입주민 집단장·집들이용으로 ‘고급품 판매 불티’

    이외에 삼성증권과 제일투자신탁증권, 하나은행, 한미은행 등도 타워팰리스 상권을 놓치지 않기 위해 기존 지점을 확대, 개편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삼성증권 도곡동 지점의 경우 타워팰리스 시공사가 계열사인 삼성물산이라는 점을 최대한 살린다는 전략으로 타워팰리스 VIP고객을 유치하기 위한 전담 조직까지 출범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금융기관들은 일반 영업보다는 개인금융을 주로 할 계획. 금융자산 전문가를 투입해 부유층 주민들의 종합적 재테크를 담당할 경우 충분한 수익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금융계 일각에서는 무리한 출혈 경쟁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한편 타워팰리스 1차 입주 이후 주변 아파트의 전세 가격이 하락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부동산 시세 전문업체인 부동산뱅크에 따르면 10월23일 기준으로 일주일간 전세가 하락폭이 가장 큰 아파트 단지 15개 중 14개가 대치동과 도곡동에 몰려 있다. 주로 40평형 이상의 중대형 아파트로 하락폭은 1500만~5000만원선.

    이에 대해 부동산뱅크 김용진 편집장은 “강남의 중대형 아파트에 살던 이들 중 상당수가 타워팰리스로 이사하면서 전세 매물이 갑자기 몰리고 있기 때문”이라며 “내년 초 타워팰리스 2차 입주가 끝날 때까지 낮은 수준의 전세가가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타워팰리스 입주를 계기로 달라진 또 한 가지 점은 주변상가에 ‘고급품 판매 특수’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 1차 입주민 1499가구가 내부 인테리어와 집들이 등을 위해 고급 상품을 구매하면서 현대백화점 압구정 본점과 무역센터점, 인근 수입 상가들은 때 아닌 대목을 맞았다. 상인들은 “고급 가구, 대형 가전제품의 수요가 평소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고 입을 모았다.

    이러한 입주민들의 기호에 맞춰 타워팰리스 내부 상가도 ‘고급 마케팅’을 지향하는 상점들로 채워질 예정이다. 타워팰리스는 상가 내 슈퍼마켓을 ‘프리미엄 슈퍼마켓’으로 꾸미고 생산자와 재배과정이 모두 확인되는 ‘히스토리 식품’과 고급 생필품 등만을 전문적으로 취급할 만큼 ‘고급화’ 전략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삼성물산 신진학 팀장은 “1000평 규모의 상가에 갤러리, 인테리어 전문점 등 18개 점포만을 배치해 쾌적한 쇼핑이 가능하도록 했다”며 “입주자들이 만족할 만한 최고 품질과 고품격 서비스를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타워팰리스 상가의 임대료는 평당 1500만~2000만원대로 상당히 높은 수준. 월세도 평당 11만∼20만원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입점을 기다리는 상인들이 줄을 선 상태다. 상가 내 세탁전문점 타워 크린월드의 이화경 사장은 “입점하기 위해 삼성물산측에 영업계획서를 내고 몇 차례 인터뷰를 거쳤다”며 “타워팰리스의 명성에 걸맞은 고급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지가 최우선 심사 대상이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타워팰리스 입주로 도곡동에 고소득 수요층이 집중되면서 강남 일대 상권이 전면적으로 재편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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