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트 샤말란 감독의 ‘싸인’은 참으로 독특한 SF (scientific fiction)영화다. 공상과학 영화라면 말 그대로 현란한 스펙터클과 최첨단 특수효과로 화면을 압도하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를 떠올리게 되지만, 이 영화는 그런 요소들과는 거리가 멀다.
보통 할리우드 오락영화 하면 감독이 누구이건 간에 상관없이 천편일률적인 내용일 것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이는 할리우드 영화산업을 통칭하여 ‘꿈의 공장’(dream factory)이라고 부르는 데서도 알 수 있다. 공장에서 생산되는 상품이니 다 똑같을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얘기다.
이는 절반은 맞는 말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감독을 영화예술 창작의 핵심 동인으로 보는 작가주의 이론의 주요 연구 대상은 대부분 할리우드 ‘꿈의 공장’에서 작업했던 감독들이다. 서부영화의 대가 존 포드, 스릴러 장르의 창시자 알프레드 히치콕, 장르의 경계를 무시로 넘나들었던 빌리 와일더 등은 그 모범적인 예다.
나이트 샤말란 감독은 아직 젊고 작품 편수도 많지 않아 이들 감독과 동열에 놓고 평가한다는 것은 시기상조다. 하지만 작가주의 이론의 한 특징인 자신만의 독특한 영화적 스타일을 표나게 구사하고 있다는 점에서 미완의 대기라 할 만한 작가주의 계열의 감독임이 틀림없다.
게다가 샤말란의 작품들에는 그의 트레이드마크라 할 만한 특징들이 지속적으로 등장하고 있다는 것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는 샤말란 감독이 기술에만 능통한 장인(匠人)이라기보다는 자신만의 색깔을 고집하는 작가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견해를 뒷받침해 준다.
우리나라에서도 공개되어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던 그의 출세작 ‘식스 센스’와 최근작 ‘싸인’에는 여러 공통점과 차이점이 있다.
우선 극중 핵심 인물이 어른과 어린이의 공동 주연 형식으로 설정되어 있다는 점이다. ‘식스 센스’에서 브루스 윌리스와 꼬마 배우 할리 오스먼트가 멋진 콤비 플레이를 보여주었고, 이번 작품에서는 멜 깁슨, 호아킨 피닉스(리버 피닉스의 동생) 그리고 로이 컬킨(‘나홀로 집에’의 맥컬리 컬킨의 동생) 등이 가족으로 등장하여 또 다른 호기심을 자아내고 있다.
게다가 브루스 윌리스와 멜 깁슨은 당대 최고의 액션스타들이다. 박력과 남성다움을 무기로 스크린을 누비고 다녔던 이들 액션스타들이 샤말란의 작품에 각각 주인공으로 발탁되면서 유순하기 그지없는 조용한 남자로 변신하고 있다는 점도 흥미롭다.
그런데 급격한 연기 변신은 오히려 어색함만을 초래하여 실패하게 마련이다. 실제 브루스 윌리스의 경우 애정물에 출연했다가 비웃음을 산 적도 있었다. 그런데 일단 샤말란 감독의 연출력에 모든 것을 기꺼이 내맡긴 이들 액션스타는 자신의 전공분야(액션연기)가 아닌 내면연기에서 탁월한 연기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액션연기가 주로 특수효과와 스턴트맨의 대역에 의존해, 연기력이 떨어져도 전체적으로 돋보인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는 절대로 과소평가되어서는 안 된다.
당연한 귀결이지만 이들 영화에서는 모두 주인공들의 심리변화에 따른 내면세계를 묘사하기 위해 회상장면(플래시 기법)이 자주 사용되고 있다. 그리고 이를 통해 모종의 반전에 대한 암시가 마련되고 있다는 점을 기억해 둘 필요가 있다.
특히 ‘싸인’의 경우 교통사고로 현장에서 천천히 죽어가던 아내가 남긴 최후의 발언들은 이 영화를 이해하는 키워드다. 그 키로 비밀의 문을 제대로 따는 것은 관객의 몫이다.
물론 양자간에는 차이가 있다. 장르적으로 볼 때 ‘식스 센스’는 공포영화의 하위 장르인 스릴러 영화이고, ‘싸인’은 SF영화다. ‘식스 센스’에서는 귀신의 모습까지 포함해서 모든 것을 화면에 다 보여주면서도 끝까지 귀신의 정체를 베일에 싸이게 함으로써 충격적인 반전을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싸인’에서는 외계인의 모습을 철저하게 목격자의 주관의 문제로 돌림으로써 또 다른 반전을 꾀하고 있다.
물론 여기서 ‘싸인’의 최종 목적은 반전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영화에서 샤말란 감독이 추구하는 것은 외계인에 대한 단순한 호기심 차원을 넘어선다.
이미 우리는 ‘E.T.’ ‘에일리언’ ‘맨 인 블랙’ 시리즈 등을 통해 상상 속의 외계인을 숱하게 보아왔지만 외계인의 존재 여부는 아직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 한·일 월드컵 개막경기에서도 나타났다던 미확인비행물체(UFO)라든지 지구촌 곳곳의 농장에 하룻밤 사이에 생겨난 거대한 흔적들(crop signs)을 통해서 심증만을 가질 뿐이다.
영화 ‘싸인’은 그런 의심스러운 흔적들을 토대로 만약 그것이 실제상황이라면 지구인들의 반응이 어떠할 것인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래서 그의 SF영화는 기존의 볼거리 위주의 SF와는 달리, 심리극적인 요소를 띨 수밖에 없다.
보통 할리우드 오락영화 하면 감독이 누구이건 간에 상관없이 천편일률적인 내용일 것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이는 할리우드 영화산업을 통칭하여 ‘꿈의 공장’(dream factory)이라고 부르는 데서도 알 수 있다. 공장에서 생산되는 상품이니 다 똑같을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얘기다.
이는 절반은 맞는 말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감독을 영화예술 창작의 핵심 동인으로 보는 작가주의 이론의 주요 연구 대상은 대부분 할리우드 ‘꿈의 공장’에서 작업했던 감독들이다. 서부영화의 대가 존 포드, 스릴러 장르의 창시자 알프레드 히치콕, 장르의 경계를 무시로 넘나들었던 빌리 와일더 등은 그 모범적인 예다.
나이트 샤말란 감독은 아직 젊고 작품 편수도 많지 않아 이들 감독과 동열에 놓고 평가한다는 것은 시기상조다. 하지만 작가주의 이론의 한 특징인 자신만의 독특한 영화적 스타일을 표나게 구사하고 있다는 점에서 미완의 대기라 할 만한 작가주의 계열의 감독임이 틀림없다.
게다가 샤말란의 작품들에는 그의 트레이드마크라 할 만한 특징들이 지속적으로 등장하고 있다는 것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는 샤말란 감독이 기술에만 능통한 장인(匠人)이라기보다는 자신만의 색깔을 고집하는 작가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견해를 뒷받침해 준다.
우리나라에서도 공개되어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던 그의 출세작 ‘식스 센스’와 최근작 ‘싸인’에는 여러 공통점과 차이점이 있다.
우선 극중 핵심 인물이 어른과 어린이의 공동 주연 형식으로 설정되어 있다는 점이다. ‘식스 센스’에서 브루스 윌리스와 꼬마 배우 할리 오스먼트가 멋진 콤비 플레이를 보여주었고, 이번 작품에서는 멜 깁슨, 호아킨 피닉스(리버 피닉스의 동생) 그리고 로이 컬킨(‘나홀로 집에’의 맥컬리 컬킨의 동생) 등이 가족으로 등장하여 또 다른 호기심을 자아내고 있다.
게다가 브루스 윌리스와 멜 깁슨은 당대 최고의 액션스타들이다. 박력과 남성다움을 무기로 스크린을 누비고 다녔던 이들 액션스타들이 샤말란의 작품에 각각 주인공으로 발탁되면서 유순하기 그지없는 조용한 남자로 변신하고 있다는 점도 흥미롭다.
그런데 급격한 연기 변신은 오히려 어색함만을 초래하여 실패하게 마련이다. 실제 브루스 윌리스의 경우 애정물에 출연했다가 비웃음을 산 적도 있었다. 그런데 일단 샤말란 감독의 연출력에 모든 것을 기꺼이 내맡긴 이들 액션스타는 자신의 전공분야(액션연기)가 아닌 내면연기에서 탁월한 연기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액션연기가 주로 특수효과와 스턴트맨의 대역에 의존해, 연기력이 떨어져도 전체적으로 돋보인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는 절대로 과소평가되어서는 안 된다.
당연한 귀결이지만 이들 영화에서는 모두 주인공들의 심리변화에 따른 내면세계를 묘사하기 위해 회상장면(플래시 기법)이 자주 사용되고 있다. 그리고 이를 통해 모종의 반전에 대한 암시가 마련되고 있다는 점을 기억해 둘 필요가 있다.
특히 ‘싸인’의 경우 교통사고로 현장에서 천천히 죽어가던 아내가 남긴 최후의 발언들은 이 영화를 이해하는 키워드다. 그 키로 비밀의 문을 제대로 따는 것은 관객의 몫이다.
물론 양자간에는 차이가 있다. 장르적으로 볼 때 ‘식스 센스’는 공포영화의 하위 장르인 스릴러 영화이고, ‘싸인’은 SF영화다. ‘식스 센스’에서는 귀신의 모습까지 포함해서 모든 것을 화면에 다 보여주면서도 끝까지 귀신의 정체를 베일에 싸이게 함으로써 충격적인 반전을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싸인’에서는 외계인의 모습을 철저하게 목격자의 주관의 문제로 돌림으로써 또 다른 반전을 꾀하고 있다.
물론 여기서 ‘싸인’의 최종 목적은 반전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영화에서 샤말란 감독이 추구하는 것은 외계인에 대한 단순한 호기심 차원을 넘어선다.
이미 우리는 ‘E.T.’ ‘에일리언’ ‘맨 인 블랙’ 시리즈 등을 통해 상상 속의 외계인을 숱하게 보아왔지만 외계인의 존재 여부는 아직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 한·일 월드컵 개막경기에서도 나타났다던 미확인비행물체(UFO)라든지 지구촌 곳곳의 농장에 하룻밤 사이에 생겨난 거대한 흔적들(crop signs)을 통해서 심증만을 가질 뿐이다.
영화 ‘싸인’은 그런 의심스러운 흔적들을 토대로 만약 그것이 실제상황이라면 지구인들의 반응이 어떠할 것인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래서 그의 SF영화는 기존의 볼거리 위주의 SF와는 달리, 심리극적인 요소를 띨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