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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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랫배만 불룩 ‘마른 비만’이 더 위험

근육량보다 체지방 많으면 ‘뚱보’… 성인병 동시 발병 정상인보다 84배 높아

  • < 김상만/ 성균관의대 가정의학과 교수 >

    입력2004-10-04 15: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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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랫배만 불룩 ‘마른 비만’이 더 위험
    증권회사 신입사원인 정현씨(25·여)는 요즘 회사 내 ‘구박 대상’이 됐다. 업무시간에 꾸벅꾸벅 조는 것은 물론, 매일 피곤에 찌들어 윗사람의 지시를 까먹기가 일쑤기 때문이다. 회사 춘계 야유회에서는 젊고 날씬하다는 이유로 부서의 달리기 주자로 뽑혔지만 결승점에 도달하는 것조차 어려울 정도였다.

    168cm의 키에 체중 53kg의 딱 보기 좋은 신체 조건에도 이처럼 형편없는 체력을 보이자 회사 동료들은 급기야 정현씨에게 ‘병원행’을 권유했다. 그저 봄날 춘곤증이려니 생각하고 한사코 병원행을 거부했던 정현씨는 좀처럼 피로가 가시지 않는 데다 변비에 생리불순까지 생기자 그제서야 병원을 찾았다.

    뜻밖에도 그녀의 병명은 비만증. 그간의 피로 원인이 과도하게 축적된 체지방 때문이라는 사실에 그녀도 할 말을 잃었다. 비만은 곧 ‘뚱뚱한 것’ ‘옷맵시가 엉망인 것’으로만 생각하던 정현씨의 상식이 일거에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아무리 날씬해도 비만증에 걸릴 수 있다는 게 의사의 설명이다.

    그렇다면 정확한 비만의 판정 기준은 무엇일까. 일반인이 보통 알고 있는 상식적 판정 기준은 키와 체중의 비례로 비만 여부를 판단하는 BMI 지수. 하지만 과체중자가 아니더라도 비만증을 가진 사람은 의외로 많다. 다만 정현씨처럼 모르고 있을 뿐이다.

    의학적으로 이런 비만 유형을 ‘마른 비만’이라 부른다. 마른 비만은 BMI 지수로는 판단하기 어려워 LBM(lean body mass) 검사로 판별한다. LBM은 ‘체지방 측정기’로 인체의 지방, 근육, 수분 등 체내 구성 성분의 비율을 분석하는 방법. 정현씨의 경우는 BMI 지수가 18.7로 25 이상을 비만으로 분류하는 BMI 지수로는 비만일 가능성이 전혀 없다. 반면 LBM 측정 결과는 53kg의 체중 중 근육량 34.4kg, 체지방 16.6kg로 전체 체중에서 차지하는 체지방 비율이 무려 31.1%나 된다. 보통 정상인의 경우 체지방률이 남성은 10~18%, 여성은 20~25%인 점에 비추어 보면 정현씨의 비만증은 그 정도가 심각하다. 의학적으로는 남성의 경우 25% 이상, 여성의 경우 30%가 넘으면 치료가 필요한 환자로 구분하므로 정현씨는 ‘마른 비만’ 환자임에 틀림없다.



    의학적으로 비만은 외형적 특징과 관계없이 체지방 측정으로 나타나는 체내 근육량과 지방량의 비율을 판정 기준으로 삼는다. 제아무리 몸매가 날렵해도 근육량이 적고 상대적으로 지방량이 과도하면 여지없이 비만이다. 반면 BMI 지수상으로 ‘과체중’인 국내 씨름 선수들은 그 거대한 체구에도 불구하고 LBM 검사를 해보면 ‘정상’으로 판정되는 경우가 많다. 꾸준한 운동 덕에 체지방보다 근육량이 월등히 높은 까닭이다.

    문제는 마른 비만증에 걸린 여성들은 외형적으로 표시가 나지 않기 때문에 자신이 비만증 환자라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는 점. 이유 없이 피로하고,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차거나 변비가 잦아졌다면 비만증을 의심해 보는 것이 좋다. 여성의 경우 생리불순이 동반되기도 한다. 이 밖에 마른 비만 환자는 근육량이 적고 상대적으로 지방 비율이 높아 만져보면 물렁살이다. 또 지방이 주로 내장에 집중되어 있어 올챙이처럼 복부살만 두드러지는 신체적 특징을 보인다.

    아랫배만 불룩 ‘마른 비만’이 더 위험
    그나마 이런 사람들은 신체적 특징이 두드러져 BMI 지수와 허리둘레만으로도 비만을 발견할 수 있는 경우. BMI 지수가 25 이하이더라도 남성의 경우 허리둘레가 90cm(35인치) 이상, 여성의 경우 80cm(31인치) 이상이면 비만에 해당한다. 이와 반대로 신체부위 어디에도 비만 흔적을 발견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먼저 LBM 측정을 하고 정확한 지방 분포를 살피기 위해 복부 CT 촬영을 하기도 한다. 내장형 비만 환자라면 CT 판독 결과, 내장 사이사이에 두꺼운 지방층이 들어차 있다.

    외형적인 특징이 없다 보니 마른 비만 환자들은 비만과 관계 깊은 각종 성인병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기 쉽다. 과도한 체내 지방량 탓에 콜레스테롤 수치가 정상인보다 2.5배나 높다. 또 보고에 따르면 당뇨병과 심근경색의 발병률은 10배, 지방간은 9배, 고혈압은 1.8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심각한 내장형 비만의 경우, 복부에 가득 찬 내장 지방이 인슐린 호르몬의 기능을 떨어뜨려 대사증후군(Syndrome X)을 일으키기 쉽다. 대사증후군이란 고혈압과 동맥경화, 당뇨병과 심장병 등과 같이 둘 이상의 성인병이 동시에 발병하는 것을 말한다. 최근 국내 의료진은 내장형 비만도가 높은 마른 비만 환자에게 이러한 대사증후군이 나타날 위험이 정상인보다 84배나 높다는 보고를 발표하기도 했다.

    마른 비만이 생기는 가장 큰 원인은 살을 빼기 위해 시도하는 굶기식 다이어트와 운동 부족이다. 체중을 조절하기 위해 단순한 식이요법만을 반복하다 보면 먼저 수분과 단백질량이 줄어들고, 이는 곧 근육량 감소로 연결된다. 반면 연소되지 못한 지방은 체내에 계속 축적된다.

    일반 비만증 치료와 달리 마른 비만 치료법에 식이요법이 제외되고 운동요법이 강조되는 것은 이 때문. 마른 비만 환자들에게는 오히려 단백질이 풍부한 음식을 충분히 섭취하고 하루 세 끼 영양분이 골고루 함유된 균형 잡힌 식단을 권장한다. 부족한 근육량을 늘릴 수 있는 기반을 다져야 하기 때문. 다시 식사량을 줄인다면 체내 지방량이 늘게 되므로 주의해야 한다.

    이들에게는 체내 지방을 태우는 데 효과적인 조깅과 수영 등 유산소 운동이 적합하다. 틈틈이 근육량을 늘리기 위해 스트레칭을 해주면 좋다. 그중 팔굽혀펴기와 계단 오르내리기는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으면서 근육량을 늘릴 수 있는 간편한 방법.

    특히 정상 체중이더라도 불규칙한 생활 때문에 식사를 거르거나 운동할 기회가 적고, 부쩍 피로감에 시달린다면 자신도 비만일 가능성을 의심해 보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비만은 자신에게 조금만 관심을 갖는다면 예방할 수 있는 질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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