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벌이 주부 조수현씨(32·서울 영등포구). 전세 아파트에 남편·아들과 함께 살고 있는 그는 요즘 걱정이 태산이다. 2년 전 33평형 아파트를 분양받아 내 집 마련의 꿈에 부풀어 있던 조씨가 이런저런 걱정에 맘이 편치 않게 된 것은 지난 5월7일부터. 예상을 깨고 한국은행이 이날 갑작스레 콜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면서 당장 이달부터 은행 대출금리를 더 물어야 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금리가 오를 것이라는 얘기를 듣긴 했지만 별달리 체감하지 못했다”는 그는 “막상 한은이 금리 인상을 결정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앞으로 이자 낼 걱정에 식욕도 없어졌다”고 말했다.
조씨는 현재 분양받은 아파트의 중도금을 내느라 국민은행에서 8000만원 넘게 대출받은 상태다. 매달 대출이자만 48만원씩 물고 있다. 대출금리가 CD금리에 연동되는 상품이기 때문에 이자율이 1%포인트만 올라도 연간 80만원의 이자를 더 내야 한다.
조씨는 “주변에서는 ‘맞벌이 부부인데 무슨 걱정이냐’고 말하지만 중도금 납부 기일이 ‘없는 집 제사 돌아오듯’ 하는 상황에서 이자 부담이 늘게 되면 은행 대출을 더 받을 수밖에 없다”고 고충을 하소연했다. “그나마 아파트 분양권 시세가 많이 오른 게 위안”이라는 그는 박승 한은 총재가 말한 대로 앞으로도 상당기간 저금리 기조가 유지되기를 바랄 뿐이다.
반면 채권딜러 정재호씨(40)는 요즘 희색만면이다. 콜금리 상승으로 기대 밖의 이득을 보게 됐기 때문이다. 모 증권사와 수익배분 계약을 맺고 일종의 프리랜서로 일하는 그는 “금융시장의 일반적 예상과 달리 한국은행이 콜금리를 빨리 올리는 바람에 적지 않은 이득을 챙기게 됐다”고 말했다. 어림잡아도 1억∼2억원을 앉은자리에서 벌어들인 눈치다.
그가 이 같은 이익을 남기게 된 것은 콜금리가 당장엔 오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 시장의 움직임과 반대로 투자한 선견지명 때문. 채권 값은 금리가 오르면 떨어지고 금리가 내리면 상승한다. 따라서 채권 투자는 금리가 오를 때 사서 금리가 떨어질 때 파는 게 기본이다.
정씨는 선물 투자기법을 활용, 낮은 금리로 채권을 팔 수 있는 권리를 얻어놓음으로써 이제 채권을 사고파는 단순한 작업만으로 금리가 오른 만큼의 수익을 챙길 수 있게 됐다. 남들이 금리가 조기 인상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 점을 역이용해, 금리가 오른 지금 시점에서 상대적으로 값싼 채권을 사서 비싸게 팔 수 있는 거래계약을 확보한 것이다.
한국은행의 전격적인 콜금리 인상으로 이익을 보게 된 사람과 피해를 보게 된 사람들의 처지가 이처럼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물론 이득을 본 사람들은 조용히 있는 반면, 금리 상승으로 이런저런 부담이 늘게 된 사람들은 직접적으로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기 때문에 금리 인상의 피해자가 더 많은 것으로 비친다.
금리 인상의 첫번째 피해자는 두말할 나위 없이 금융권 대출이 많은 사람들이다. 대출이 많은 사람 가운데서도 고소득층은 별다른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저소득층은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게 자명하다. 저소득층은 아무래도 신용도가 낮아 은행권보다는 대출금리가 상대적으로 비싼 카드사나 할부금융사 대출을 이용했을 확률이 높고, 시중 금리가 상승세를 타면 탈수록 그만큼 더 높은 이자 부담에 허덕일 수밖에 없다.
한국은행 분석에 따르면 금리가 1%포인트 상승하면 가계 대출자의 금리 부담만 연간 2조6000억원이 늘어난다. 지난 1월 말 현재 금융권의 가계신용 잔액은 341조7000억원. 이 가운데 실세금리 상승으로 대출금리가 직접 영향을 받는 변동금리부 일반 대출과 주택금융 대출 잔액이 265조3000억원으로 집계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이미 은행들은 폭이 크지는 않지만 대출금리를 경쟁적으로 인상하고 있는 추세다.
여유자금 확보가 여의치 않아 금리 상승에 미리 대비하지 못하는 중소기업들 역시 금리 상승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차입이 많은 기업들도 어려운 사정에 처하기는 마찬가지다. 차입이 많은 기업일수록 금융비용 부담에 경영이 짓눌린다는 점에서 대출금리가 조금만 올라도 경상이익이 급격히 나빠지는 어려움을 겪게 된다.
금융기관들도 맘이 편치 않은 곳이 적지 않다. 법 규정에 따라 예금을 받지 못하는 신용카드회사나 할부금융사는 자금을 조달하는 금리가 오르기 때문에 비용이 증가하는 문제점을 안게 된다. 대출금리를 올리면 되지 않느냐고 말할지 모르지만 조달금리는 곧바로 오르는 반면 대출금리를 올리는 데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당분간은 예대마진(예금이율과 대출이율의 차이) 축소를 감수해야 한다.
한발 나아가 개인파산이 증가세를 보여 가계대출 부실화 현상이 확산되면 모든 금융권이 일시적으로 난관에 봉착할 수도 있다. 또 채권형 펀드에 가입한 투자자는 개인이든 기업이든 금리 상승에 따른 보유채권 가격 하락으로 평가이익이 감소하거나 심하면 평가손실을 입게 된다. 상승세가 꺾인 부동산시장도 금리 인상은 아무래도 좋지 않은 영향을 받게 되는 만큼 벌써부터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다소 의외로 느껴질지 모르지만 정부도 금리 상승으로 추가적인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외환위기 이후 공적자금 조성을 위해 국채를 많이 발행했기 때문에 이자 부담이 그만큼 늘어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두 차례에 걸쳐 조성된 공적자금이 157조8000억원에 이르는 점을 감안하면 금리가 1%포인트만 올라도 이자부담이 연간 1조5000억원이나 증가한다.
그러나 언제나 그렇듯 ‘계곡이 깊을수록 산은 높은 법’. 이번 금리 인상의 수혜자도 적지 않다. 자금을 넉넉하게 비축한 일부 대기업이나 예금이 많은 고소득층, 그리고 금리생활자 등에게는 19개월 만에 이루어진 한은의 금리 인상이 무엇보다 반가운 소식이다. 특히 그동안 저금리로 역(逆)마진의 홍역을 치른 보험회사들은 영업환경 개선을 기대하며 들뜬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저금리 추세 때문에 보험계약자로부터 받은 돈을 굴릴 곳이 없어 골머리를 앓아왔는데 이제 한숨 돌리게 됐다는 것이다.
금융자산이 많은 고소득층 역시 금리 상승을 반기고 있다.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1억원 이상의 고액 예금자 수는 25만명을 웃돌고 있다. 이들의 예금액은 줄잡아 177조원. 따라서 금리가 1%포인트만 올라도 이들의 연간 이자 수익은 1조7700억원 가량 늘어나고 1인당 평균 이자 소득도 7백만원 이상 증가하는 것으로 계산된다.
대기업도 금리 상승을 두려워하지 않는 추세다. 상장사협의회가 조사한 결과를 보면, 현대자동차가 1조3840억원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것을 비롯해 삼성전자(9904억원) KT(7359억원) 한국전력(5599억원) SK글로벌(4906억원) 등 현금 보유가 많은 기업들은 자금조달 걱정이 없기 때문에 금리 인상에 별다른 반응이 없다.
장세근 한국은행 공개시장운영팀장은 이처럼 금리 변동에 따라 각 경제주체들의 희비가 엇갈리는 것과 관련, “금리 인상으로 가계 대출자의 이자 부담이 다소 늘긴 하지만 금리 인상폭이 크지 않아 부작용이 생각보다 적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오히려 “이번 금리 인상은 인플레 기대 심리를 낮췄다는 의미가 있다”며 “금리와 관련된 경제의 불확실성이 제거된 만큼 기업이나 가계가 장기 계획을 짜는 데는 오히려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팀장의 말은 통화신용 정책을 관장하는 한국은행 실무 책임자로서 지극히 온당한 분석이고 정확한 지적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콜금리 인상으로 대출이자 부담 걱정에 울고, 늘어날 은행이자를 예상하며 웃는 서민들의 애환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데는 아무래도 역부족이라는 평가를 면할 수 없을 것 같다.
“금리가 오를 것이라는 얘기를 듣긴 했지만 별달리 체감하지 못했다”는 그는 “막상 한은이 금리 인상을 결정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앞으로 이자 낼 걱정에 식욕도 없어졌다”고 말했다.
조씨는 현재 분양받은 아파트의 중도금을 내느라 국민은행에서 8000만원 넘게 대출받은 상태다. 매달 대출이자만 48만원씩 물고 있다. 대출금리가 CD금리에 연동되는 상품이기 때문에 이자율이 1%포인트만 올라도 연간 80만원의 이자를 더 내야 한다.
조씨는 “주변에서는 ‘맞벌이 부부인데 무슨 걱정이냐’고 말하지만 중도금 납부 기일이 ‘없는 집 제사 돌아오듯’ 하는 상황에서 이자 부담이 늘게 되면 은행 대출을 더 받을 수밖에 없다”고 고충을 하소연했다. “그나마 아파트 분양권 시세가 많이 오른 게 위안”이라는 그는 박승 한은 총재가 말한 대로 앞으로도 상당기간 저금리 기조가 유지되기를 바랄 뿐이다.
반면 채권딜러 정재호씨(40)는 요즘 희색만면이다. 콜금리 상승으로 기대 밖의 이득을 보게 됐기 때문이다. 모 증권사와 수익배분 계약을 맺고 일종의 프리랜서로 일하는 그는 “금융시장의 일반적 예상과 달리 한국은행이 콜금리를 빨리 올리는 바람에 적지 않은 이득을 챙기게 됐다”고 말했다. 어림잡아도 1억∼2억원을 앉은자리에서 벌어들인 눈치다.
그가 이 같은 이익을 남기게 된 것은 콜금리가 당장엔 오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 시장의 움직임과 반대로 투자한 선견지명 때문. 채권 값은 금리가 오르면 떨어지고 금리가 내리면 상승한다. 따라서 채권 투자는 금리가 오를 때 사서 금리가 떨어질 때 파는 게 기본이다.
정씨는 선물 투자기법을 활용, 낮은 금리로 채권을 팔 수 있는 권리를 얻어놓음으로써 이제 채권을 사고파는 단순한 작업만으로 금리가 오른 만큼의 수익을 챙길 수 있게 됐다. 남들이 금리가 조기 인상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 점을 역이용해, 금리가 오른 지금 시점에서 상대적으로 값싼 채권을 사서 비싸게 팔 수 있는 거래계약을 확보한 것이다.
한국은행의 전격적인 콜금리 인상으로 이익을 보게 된 사람과 피해를 보게 된 사람들의 처지가 이처럼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물론 이득을 본 사람들은 조용히 있는 반면, 금리 상승으로 이런저런 부담이 늘게 된 사람들은 직접적으로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기 때문에 금리 인상의 피해자가 더 많은 것으로 비친다.
금리 인상의 첫번째 피해자는 두말할 나위 없이 금융권 대출이 많은 사람들이다. 대출이 많은 사람 가운데서도 고소득층은 별다른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저소득층은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게 자명하다. 저소득층은 아무래도 신용도가 낮아 은행권보다는 대출금리가 상대적으로 비싼 카드사나 할부금융사 대출을 이용했을 확률이 높고, 시중 금리가 상승세를 타면 탈수록 그만큼 더 높은 이자 부담에 허덕일 수밖에 없다.
한국은행 분석에 따르면 금리가 1%포인트 상승하면 가계 대출자의 금리 부담만 연간 2조6000억원이 늘어난다. 지난 1월 말 현재 금융권의 가계신용 잔액은 341조7000억원. 이 가운데 실세금리 상승으로 대출금리가 직접 영향을 받는 변동금리부 일반 대출과 주택금융 대출 잔액이 265조3000억원으로 집계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이미 은행들은 폭이 크지는 않지만 대출금리를 경쟁적으로 인상하고 있는 추세다.
여유자금 확보가 여의치 않아 금리 상승에 미리 대비하지 못하는 중소기업들 역시 금리 상승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차입이 많은 기업들도 어려운 사정에 처하기는 마찬가지다. 차입이 많은 기업일수록 금융비용 부담에 경영이 짓눌린다는 점에서 대출금리가 조금만 올라도 경상이익이 급격히 나빠지는 어려움을 겪게 된다.
금융기관들도 맘이 편치 않은 곳이 적지 않다. 법 규정에 따라 예금을 받지 못하는 신용카드회사나 할부금융사는 자금을 조달하는 금리가 오르기 때문에 비용이 증가하는 문제점을 안게 된다. 대출금리를 올리면 되지 않느냐고 말할지 모르지만 조달금리는 곧바로 오르는 반면 대출금리를 올리는 데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당분간은 예대마진(예금이율과 대출이율의 차이) 축소를 감수해야 한다.
한발 나아가 개인파산이 증가세를 보여 가계대출 부실화 현상이 확산되면 모든 금융권이 일시적으로 난관에 봉착할 수도 있다. 또 채권형 펀드에 가입한 투자자는 개인이든 기업이든 금리 상승에 따른 보유채권 가격 하락으로 평가이익이 감소하거나 심하면 평가손실을 입게 된다. 상승세가 꺾인 부동산시장도 금리 인상은 아무래도 좋지 않은 영향을 받게 되는 만큼 벌써부터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다소 의외로 느껴질지 모르지만 정부도 금리 상승으로 추가적인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외환위기 이후 공적자금 조성을 위해 국채를 많이 발행했기 때문에 이자 부담이 그만큼 늘어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두 차례에 걸쳐 조성된 공적자금이 157조8000억원에 이르는 점을 감안하면 금리가 1%포인트만 올라도 이자부담이 연간 1조5000억원이나 증가한다.
그러나 언제나 그렇듯 ‘계곡이 깊을수록 산은 높은 법’. 이번 금리 인상의 수혜자도 적지 않다. 자금을 넉넉하게 비축한 일부 대기업이나 예금이 많은 고소득층, 그리고 금리생활자 등에게는 19개월 만에 이루어진 한은의 금리 인상이 무엇보다 반가운 소식이다. 특히 그동안 저금리로 역(逆)마진의 홍역을 치른 보험회사들은 영업환경 개선을 기대하며 들뜬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저금리 추세 때문에 보험계약자로부터 받은 돈을 굴릴 곳이 없어 골머리를 앓아왔는데 이제 한숨 돌리게 됐다는 것이다.
금융자산이 많은 고소득층 역시 금리 상승을 반기고 있다.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1억원 이상의 고액 예금자 수는 25만명을 웃돌고 있다. 이들의 예금액은 줄잡아 177조원. 따라서 금리가 1%포인트만 올라도 이들의 연간 이자 수익은 1조7700억원 가량 늘어나고 1인당 평균 이자 소득도 7백만원 이상 증가하는 것으로 계산된다.
대기업도 금리 상승을 두려워하지 않는 추세다. 상장사협의회가 조사한 결과를 보면, 현대자동차가 1조3840억원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것을 비롯해 삼성전자(9904억원) KT(7359억원) 한국전력(5599억원) SK글로벌(4906억원) 등 현금 보유가 많은 기업들은 자금조달 걱정이 없기 때문에 금리 인상에 별다른 반응이 없다.
장세근 한국은행 공개시장운영팀장은 이처럼 금리 변동에 따라 각 경제주체들의 희비가 엇갈리는 것과 관련, “금리 인상으로 가계 대출자의 이자 부담이 다소 늘긴 하지만 금리 인상폭이 크지 않아 부작용이 생각보다 적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오히려 “이번 금리 인상은 인플레 기대 심리를 낮췄다는 의미가 있다”며 “금리와 관련된 경제의 불확실성이 제거된 만큼 기업이나 가계가 장기 계획을 짜는 데는 오히려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팀장의 말은 통화신용 정책을 관장하는 한국은행 실무 책임자로서 지극히 온당한 분석이고 정확한 지적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콜금리 인상으로 대출이자 부담 걱정에 울고, 늘어날 은행이자를 예상하며 웃는 서민들의 애환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데는 아무래도 역부족이라는 평가를 면할 수 없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