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코미디, CF 등 대중문화의 각 부문과 인터넷 사이트 등에서 그 영역을 확장하고 있는 패러디는 이제 새로운 문화코드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 권위 있는 작품을 본뜨거나 비틀어 보여줌으로써 그 권위를 해체하는 즐거움을 주는 패러디는 특히 영화에서 환영받는 장르다. 할리우드에서는 멜 브룩스 감독이 1970년대부터 패러디 영화를 선보였고, 데이비드 주커, 짐 에이브러햄, 제리 주커 등 세 감독이 팀을 이룬 ZAZ사단이 만든 ‘총알탄 사나이’ ‘못 말리는 람보’ 시리즈는 패러디 영화의 폭발적인 에너지를 보여준 ‘명전’으로 자리잡았다. 이들 영화에 출연한 레슬리 닐슨은 ‘패러디 스타’로 추앙받기에 이르렀고, 90년대 홍콩에선 배우 주성치가 ‘홍콩 레옹’ ‘홍콩 마스크’ ‘007 북경특급’ 등 일련의 패러디 영화를 통해 ‘코미디 제왕’의 자리에 올랐다.
패러디의 전제 조건은 ‘아는 만큼 웃는다’는 것. 영화에 인용된 작품을 알아야만 웃음의 미학을 즐길 수 있다. 한국 최초의 패러디 영화 ‘재밌는 영화’는 그런 의미에서 지난해 시장점유율 46.1%를 차지한 한국 영화의 힘을 모태로 탄생했다고 볼 수 있다. 패러디를 즐기는 인구가 많다는 건 그만큼 영화 마니아층이 두껍다는 뜻이다. 이제 한국 영화도 스스로를 뒤집고 웃음의 대상으로 삼을 수 있을 만큼 확실한 자기 기반과 열렬한 팬층을 구축해 왔다고 볼 수 있다. 작품에서 풍자할 장면에 대해 관객들이 잘 모르고 있다면 패러디 영화는 실패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따라서 이 영화의 탄생 배경에는 우리 영화의 성장에 대한 자신감이 깔려 있어 유독 반갑게 느껴진다.
할리우드의 10대 공포영화를 패러디한 영화 ‘무서운 영화’의 제목을 다시 패러디한 것으로 눈길 끄는 ‘재밌는 영화’는 30편에 이르는 한국 영화를 패러디하면서 제법 짜임새 있는 이야기 구조와 개성 있는 캐릭터로 ‘양’뿐 아니라 ‘질’에도 신경 쓴 흔적을 드러낸다.
영화의 큰 줄거리는 한국영화의 신(新)르네상스 시대를 연 견인차 구실을 했던 흥행작 ‘쉬리’를 본떴다. ‘쉬리’의 인물 구성과 이야기 구조를 따온 다음, 그 틈새에 누구나 알 만한 한국 영화의 장면들을 빌려와 웃음을 유발하고 끊임없는 ‘뒤집기’를 시도한다. ‘쉬리’의 북한 특수공작원은 일본 극우 무장단체 ‘천군파’로 대치되고, 하나코가 독도 지킴이 사이트 운영자를 살해하는 장면은 ‘인정사정 볼 것 없다’의 40계단 살인장면을 옮겨왔으며, 남북의 두 지도자가 서로 누군지 모른 채 우연히 아마추어 무선으로 연결돼 만나기로 한 뒤 각각 평양과 서울의 옥류관에서 기다리는 이야기는 유지태, 김하늘 주연의 영화 ‘동감’을 패러디하는 식이다.
패러디 영화의 재미는 역시 숨은 그림 찾기를 할 때처럼 영화 속에 인용된 영화를 하나씩 찾아내 원작과 비교해 보는 데 있을 것이다. 자칫 웃음 대신 불쾌감을 안겨줄 수 있는 위험 요소가 많은 것이 패러디라는 장르지만, 이 영화는 비교적 이런 함정들을 잘 피해가는 현명함도 갖췄다. 장규성 감독이 “원작의 분위기를 내면서도 자신의 개성을 살릴 수 있는 유일한 배우”로 지목한 김정은의 ‘서슴지 않고 망가지는’ 연기는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 비록 ‘팡’ 하고 크게 터지는 한방의 웃음이 아쉽고 억지스러운 장면도 없진 않지만, 김정은을 비롯해 임원희 서태화 김수로 등 만화 같은 주인공들이 펼치는 코믹연기는 충분히 즐길 만하다.
패러디의 전제 조건은 ‘아는 만큼 웃는다’는 것. 영화에 인용된 작품을 알아야만 웃음의 미학을 즐길 수 있다. 한국 최초의 패러디 영화 ‘재밌는 영화’는 그런 의미에서 지난해 시장점유율 46.1%를 차지한 한국 영화의 힘을 모태로 탄생했다고 볼 수 있다. 패러디를 즐기는 인구가 많다는 건 그만큼 영화 마니아층이 두껍다는 뜻이다. 이제 한국 영화도 스스로를 뒤집고 웃음의 대상으로 삼을 수 있을 만큼 확실한 자기 기반과 열렬한 팬층을 구축해 왔다고 볼 수 있다. 작품에서 풍자할 장면에 대해 관객들이 잘 모르고 있다면 패러디 영화는 실패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따라서 이 영화의 탄생 배경에는 우리 영화의 성장에 대한 자신감이 깔려 있어 유독 반갑게 느껴진다.
할리우드의 10대 공포영화를 패러디한 영화 ‘무서운 영화’의 제목을 다시 패러디한 것으로 눈길 끄는 ‘재밌는 영화’는 30편에 이르는 한국 영화를 패러디하면서 제법 짜임새 있는 이야기 구조와 개성 있는 캐릭터로 ‘양’뿐 아니라 ‘질’에도 신경 쓴 흔적을 드러낸다.
영화의 큰 줄거리는 한국영화의 신(新)르네상스 시대를 연 견인차 구실을 했던 흥행작 ‘쉬리’를 본떴다. ‘쉬리’의 인물 구성과 이야기 구조를 따온 다음, 그 틈새에 누구나 알 만한 한국 영화의 장면들을 빌려와 웃음을 유발하고 끊임없는 ‘뒤집기’를 시도한다. ‘쉬리’의 북한 특수공작원은 일본 극우 무장단체 ‘천군파’로 대치되고, 하나코가 독도 지킴이 사이트 운영자를 살해하는 장면은 ‘인정사정 볼 것 없다’의 40계단 살인장면을 옮겨왔으며, 남북의 두 지도자가 서로 누군지 모른 채 우연히 아마추어 무선으로 연결돼 만나기로 한 뒤 각각 평양과 서울의 옥류관에서 기다리는 이야기는 유지태, 김하늘 주연의 영화 ‘동감’을 패러디하는 식이다.
패러디 영화의 재미는 역시 숨은 그림 찾기를 할 때처럼 영화 속에 인용된 영화를 하나씩 찾아내 원작과 비교해 보는 데 있을 것이다. 자칫 웃음 대신 불쾌감을 안겨줄 수 있는 위험 요소가 많은 것이 패러디라는 장르지만, 이 영화는 비교적 이런 함정들을 잘 피해가는 현명함도 갖췄다. 장규성 감독이 “원작의 분위기를 내면서도 자신의 개성을 살릴 수 있는 유일한 배우”로 지목한 김정은의 ‘서슴지 않고 망가지는’ 연기는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 비록 ‘팡’ 하고 크게 터지는 한방의 웃음이 아쉽고 억지스러운 장면도 없진 않지만, 김정은을 비롯해 임원희 서태화 김수로 등 만화 같은 주인공들이 펼치는 코믹연기는 충분히 즐길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