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회창 총재는 최근 참모진으로부터 ‘불편한’ 건의서를 받았다. 그동안 ‘금기사항’으로 언급 자체를 꺼려온 ‘넘버2’에 관한 제안이었다. 골자는 “당내 2인자가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것. 구체적으론 당내 상황변화에 맞춰 서너 가지 ‘가안’(假案)이 제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총재의 한 참모는 “당 개혁과 연계해 획기적·현실적·중도적 방안을 장단점과 함께 보고했다”며 “어느 안이 선택될지는 유동적”이라고 귀띔했다. 이총재 진영도 ‘포스트 이회창’에 대한 대비책 마련에 내몰리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총재측은 “개혁 여론이 시시각각으로 높아진다”며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할 경우 끝없이 밀릴 수 있다”고 위기감을 표했다.
2002년 대선 고지를 향해 ‘이회창 대세론’을 앞세우며 일사불란하게 행군하던 한나라당이 요동치고 있다. 민주당의 쇄신기류에 의해 촉발된 차기 당권 물밑 경쟁이 본격적으로 부상하면서 조기 점화되는 조짐이기 때문이다. 불과 1, 2개월 전만 해도 이총재의 당권 유지는 철옹성 같았다. 그러나 지금은 당권-대권 분리론의 불씨가 도처로 확산되고 있다.
이는 ‘이회창 대선후보’를 전제로 한 차기 당권 경쟁의 시발이라는 게 당 안팎의 시각이다. 올해 대선에서 가장 유력한 후보인 이총재가 대통령으로 당선될 경우 당권을 쥐게 될 인물이 2인자로 부상하는 것은 자연스런 결과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분리론을 주장하는 당내 중진들의 목소리가 점차 늘어나고 요구 수준도 한층 높아진 것은 주류·비주류 간 마찰에 따른 당권 경쟁의 격화를 예고한다. 최병렬 부총재, 김덕룡 의원이 공론화를 시도한 지난해 12월 초만 해도 당권-대권 분리론은 대통령의 당 총재직 겸직을 금지하는 ‘대선 이후’의 포석이었다. 호응도도 신통치 않았다. 그러나 한 달 만에 분리론은 대세가 됐고 무게중심도 ‘대선 후’가 아닌 ‘대선 전’으로 옮아가는 분위기다.
김덕룡 의원과 박근혜 이부영 부총재가 1월11일 3자 회동을 갖고 본격적인 연대에 돌입한 것은 이런 흐름을 굳히려는 승부수로 풀이된다. 이날 오후 9시를 넘어 서울 시내 모 호텔에서 이뤄진 3자 회동은 수행 비서들도 따돌릴 만큼 극비리에 이뤄졌다. 3인은 이날 대선 이전 당권-대권 분리를 명문화하는 6개항에 합의했다. 이부영 부총재는 13일 기자간담회에서 이를 발표하며 비주류 연대를 공식화했다. 민주당의 최종 쇄신안보다도 ‘과격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들의 요구는 이총재측이 수용하기 힘들어 양측간 갈등은 불가피하게 됐다.
대권-당권 분리론은 워낙 민감하고 파급력이 큰 만큼 어떻게 가닥이 잡힐지 아직은 속단하기 어렵다. 그러나 분리를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여서 초점은 당권 경쟁의 폭과 강도를 좌우할 핵심 변수인 분리 시점에 모아지고 있다. 우선 대선 이후 분리를 상정할 경우 올해보다 대선 후 치러질 차기 총재 경선에서 중진들이 당권도전에 대거 나설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대선 이전에 일대 격전이 벌어질 가능성이 훨씬 더 높다.
경선 출마를 선언한 박근혜 부총재와 김덕룡 의원은 일단 올해 이총재와의 정면 승부를 통한 당권 장악 의지가 강하다. 박부총재는 1월27일 대구 컨벤션센터에서 대규모 후원회를 여는 등 경선 행보를 재촉하고 있다. 지지기반인 대구에서 사실상의 대선 출정식을 치르면서 분위기를 띄우고 경선에 대비한 ‘실탄’도 챙기겠다는 계산이다. 박부총재측은 “1만명의 수용 인원을 모두 메울 것”이라고 장담한다.
김덕룡 의원은 이성헌 김영춘 의원 등 계보 의원들과 긴밀히 접촉하며 세 결집을 시도하고 있다. 김의원은 2000년 총재 경선에서 20.8%의 득표율로 2등을 한 선전을 재연할 경우 당권을 기대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부영 부총재는 거취 문제에 대해 여전히 말을 아끼지만 당 개혁 정도에 따라 당권-대권의 눈높이를 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최병렬 강재섭 부총재는 이번 대선에서 이총재를 도운 뒤 주류측 지원을 얻어 당권을 노리겠다는 셈법이다. 특히 부산·경남(PK) 지역 보수성향 의원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최부총재는 서울시장 경선 출마를 선언한 홍사덕 의원의 선거캠프를 진두지휘하며 서울지역 지구당 위원장들과의 유대도 강화하고 있다. 경기지사 출마가 점쳐지는 손학규 의원 역시 대선 전 당권-대권 분리 목소리를 높이며 심상치 않은 행보를 하고 있다. 손의원은 “여러 가지 고민중”이라며 당권-대권 도전의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2000년 총재 경선에 나섰던 강삼재 부총재는 당권 재도전의 가능성을 엿보고 있다. 이 밖에 부총재 경선에는 하순봉 박희태 김진재 강창희 부총재, 서청원 지도위원, 김기배 전 사무총장, 신경식 의원 등이 채비를 갖추고 있다.
대선 전에 당권-대권 분리가 이뤄질 경우 당권 경쟁의 성격은 질적으로 달라지게 된다. 이총재와 대선후보 경선에서 맞붙기보다 당권 쪽으로 몰려갈 비주류 중진의 수가 늘어날 게 뻔하다. 김덕룡 의원, 이부영 부총재는 물론 박근혜 부총재도 고민할 가능성이 있다.
부총재 또는 최고위원의 권한과 위상이 훨씬 강화돼 권력 분점을 허용하는 집단지도체제가 도입되면 당권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다. 이 다툼에서 1위는 당권으로 직행하는 티켓에 해당된다.
당권 경쟁은 ‘지역 변수’까지 맞물려 더욱 복잡해질 전망이다. TK의 ‘구심점론’ 제기와 PK 및 개혁파의 반발이 상승작용을 일으키며 지역간 감정싸움과 ‘보-혁 갈등’으로 번지는 여진을 불러올 수 있다. 이런 복잡한 상황 때문에 이제 겨우 착수한 정치일정 논의는 출발부터 전대 개최의 세부사항을 놓고 주류, 비주류측이 사사건건 충돌하며 속도를 못 내고 있다. 15일 국가혁신위 워크숍, 18일 의원- 지구당위원장 연찬회가 고비로 보인다.
이총재 진영은 당내 여론 추이를 살피며 다각적인 대응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2인자 활동 공간 마련 방안이 거론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그러나 이총재 측근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려 해법 찾기가 쉽지 않다는 전언이다. 당장 2인자 배려 방안에 대해 한 핵심 측근은 “지난 하반기부터 부총재에게 적당한 역할을 맡겨 뛰게 한 뒤 우열이 드러나면 2인자로 키우는 게 필요하다고 수차례 건의했으나 이총재는 끝내 외면했다”며 “이젠 늦었다”고 회의적 반응을 보였다. 당권-대권 분리에 대해서도 “절대로 안 된다”(양정규 하순봉 부총재)는 강경파와 “대선 후 분리는 받아들여야 한다”(윤여준 이원창 의원)는 온건파가 혼재한다.
물론 대선 전 분리에 대해선 ‘불가’ 입장이 압도적이다. 윤여준 의원도 “이총재를 흔들려는 정략적 행태”라고 성토한다 이총재측은 특히 지난 97년 대선을 앞두고 이총재가 당권을 조순 총재와 이한동 대표 체제로 넘겼지만 일사불란한 선거운동이 이뤄지지 않은 전례를 들어 반발하고 있다. 김무성 총재비서실장은 “대선의 효율을 위해서라도 대선 전 분리는 안 된다”고 못박았다.
결국 이총재측은 ‘대선 전 분리 불가’라는 마지노선을 고수하되, 당 개혁 요구를 어느 정도 수용하며 비주류측의 예봉을 피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총재직을 폐지하고 대표 최고위원이 당을 이끄는 단일성 집단지도체제 도입이 검토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이총재가 17일 연두 기자회견에서 어떤 카드를 내보일지 당 안팎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총재의 한 참모는 “당 개혁과 연계해 획기적·현실적·중도적 방안을 장단점과 함께 보고했다”며 “어느 안이 선택될지는 유동적”이라고 귀띔했다. 이총재 진영도 ‘포스트 이회창’에 대한 대비책 마련에 내몰리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총재측은 “개혁 여론이 시시각각으로 높아진다”며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할 경우 끝없이 밀릴 수 있다”고 위기감을 표했다.
2002년 대선 고지를 향해 ‘이회창 대세론’을 앞세우며 일사불란하게 행군하던 한나라당이 요동치고 있다. 민주당의 쇄신기류에 의해 촉발된 차기 당권 물밑 경쟁이 본격적으로 부상하면서 조기 점화되는 조짐이기 때문이다. 불과 1, 2개월 전만 해도 이총재의 당권 유지는 철옹성 같았다. 그러나 지금은 당권-대권 분리론의 불씨가 도처로 확산되고 있다.
이는 ‘이회창 대선후보’를 전제로 한 차기 당권 경쟁의 시발이라는 게 당 안팎의 시각이다. 올해 대선에서 가장 유력한 후보인 이총재가 대통령으로 당선될 경우 당권을 쥐게 될 인물이 2인자로 부상하는 것은 자연스런 결과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분리론을 주장하는 당내 중진들의 목소리가 점차 늘어나고 요구 수준도 한층 높아진 것은 주류·비주류 간 마찰에 따른 당권 경쟁의 격화를 예고한다. 최병렬 부총재, 김덕룡 의원이 공론화를 시도한 지난해 12월 초만 해도 당권-대권 분리론은 대통령의 당 총재직 겸직을 금지하는 ‘대선 이후’의 포석이었다. 호응도도 신통치 않았다. 그러나 한 달 만에 분리론은 대세가 됐고 무게중심도 ‘대선 후’가 아닌 ‘대선 전’으로 옮아가는 분위기다.
김덕룡 의원과 박근혜 이부영 부총재가 1월11일 3자 회동을 갖고 본격적인 연대에 돌입한 것은 이런 흐름을 굳히려는 승부수로 풀이된다. 이날 오후 9시를 넘어 서울 시내 모 호텔에서 이뤄진 3자 회동은 수행 비서들도 따돌릴 만큼 극비리에 이뤄졌다. 3인은 이날 대선 이전 당권-대권 분리를 명문화하는 6개항에 합의했다. 이부영 부총재는 13일 기자간담회에서 이를 발표하며 비주류 연대를 공식화했다. 민주당의 최종 쇄신안보다도 ‘과격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들의 요구는 이총재측이 수용하기 힘들어 양측간 갈등은 불가피하게 됐다.
대권-당권 분리론은 워낙 민감하고 파급력이 큰 만큼 어떻게 가닥이 잡힐지 아직은 속단하기 어렵다. 그러나 분리를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여서 초점은 당권 경쟁의 폭과 강도를 좌우할 핵심 변수인 분리 시점에 모아지고 있다. 우선 대선 이후 분리를 상정할 경우 올해보다 대선 후 치러질 차기 총재 경선에서 중진들이 당권도전에 대거 나설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대선 이전에 일대 격전이 벌어질 가능성이 훨씬 더 높다.
경선 출마를 선언한 박근혜 부총재와 김덕룡 의원은 일단 올해 이총재와의 정면 승부를 통한 당권 장악 의지가 강하다. 박부총재는 1월27일 대구 컨벤션센터에서 대규모 후원회를 여는 등 경선 행보를 재촉하고 있다. 지지기반인 대구에서 사실상의 대선 출정식을 치르면서 분위기를 띄우고 경선에 대비한 ‘실탄’도 챙기겠다는 계산이다. 박부총재측은 “1만명의 수용 인원을 모두 메울 것”이라고 장담한다.
김덕룡 의원은 이성헌 김영춘 의원 등 계보 의원들과 긴밀히 접촉하며 세 결집을 시도하고 있다. 김의원은 2000년 총재 경선에서 20.8%의 득표율로 2등을 한 선전을 재연할 경우 당권을 기대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부영 부총재는 거취 문제에 대해 여전히 말을 아끼지만 당 개혁 정도에 따라 당권-대권의 눈높이를 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최병렬 강재섭 부총재는 이번 대선에서 이총재를 도운 뒤 주류측 지원을 얻어 당권을 노리겠다는 셈법이다. 특히 부산·경남(PK) 지역 보수성향 의원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최부총재는 서울시장 경선 출마를 선언한 홍사덕 의원의 선거캠프를 진두지휘하며 서울지역 지구당 위원장들과의 유대도 강화하고 있다. 경기지사 출마가 점쳐지는 손학규 의원 역시 대선 전 당권-대권 분리 목소리를 높이며 심상치 않은 행보를 하고 있다. 손의원은 “여러 가지 고민중”이라며 당권-대권 도전의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2000년 총재 경선에 나섰던 강삼재 부총재는 당권 재도전의 가능성을 엿보고 있다. 이 밖에 부총재 경선에는 하순봉 박희태 김진재 강창희 부총재, 서청원 지도위원, 김기배 전 사무총장, 신경식 의원 등이 채비를 갖추고 있다.
대선 전에 당권-대권 분리가 이뤄질 경우 당권 경쟁의 성격은 질적으로 달라지게 된다. 이총재와 대선후보 경선에서 맞붙기보다 당권 쪽으로 몰려갈 비주류 중진의 수가 늘어날 게 뻔하다. 김덕룡 의원, 이부영 부총재는 물론 박근혜 부총재도 고민할 가능성이 있다.
부총재 또는 최고위원의 권한과 위상이 훨씬 강화돼 권력 분점을 허용하는 집단지도체제가 도입되면 당권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다. 이 다툼에서 1위는 당권으로 직행하는 티켓에 해당된다.
당권 경쟁은 ‘지역 변수’까지 맞물려 더욱 복잡해질 전망이다. TK의 ‘구심점론’ 제기와 PK 및 개혁파의 반발이 상승작용을 일으키며 지역간 감정싸움과 ‘보-혁 갈등’으로 번지는 여진을 불러올 수 있다. 이런 복잡한 상황 때문에 이제 겨우 착수한 정치일정 논의는 출발부터 전대 개최의 세부사항을 놓고 주류, 비주류측이 사사건건 충돌하며 속도를 못 내고 있다. 15일 국가혁신위 워크숍, 18일 의원- 지구당위원장 연찬회가 고비로 보인다.
이총재 진영은 당내 여론 추이를 살피며 다각적인 대응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2인자 활동 공간 마련 방안이 거론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그러나 이총재 측근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려 해법 찾기가 쉽지 않다는 전언이다. 당장 2인자 배려 방안에 대해 한 핵심 측근은 “지난 하반기부터 부총재에게 적당한 역할을 맡겨 뛰게 한 뒤 우열이 드러나면 2인자로 키우는 게 필요하다고 수차례 건의했으나 이총재는 끝내 외면했다”며 “이젠 늦었다”고 회의적 반응을 보였다. 당권-대권 분리에 대해서도 “절대로 안 된다”(양정규 하순봉 부총재)는 강경파와 “대선 후 분리는 받아들여야 한다”(윤여준 이원창 의원)는 온건파가 혼재한다.
물론 대선 전 분리에 대해선 ‘불가’ 입장이 압도적이다. 윤여준 의원도 “이총재를 흔들려는 정략적 행태”라고 성토한다 이총재측은 특히 지난 97년 대선을 앞두고 이총재가 당권을 조순 총재와 이한동 대표 체제로 넘겼지만 일사불란한 선거운동이 이뤄지지 않은 전례를 들어 반발하고 있다. 김무성 총재비서실장은 “대선의 효율을 위해서라도 대선 전 분리는 안 된다”고 못박았다.
결국 이총재측은 ‘대선 전 분리 불가’라는 마지노선을 고수하되, 당 개혁 요구를 어느 정도 수용하며 비주류측의 예봉을 피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총재직을 폐지하고 대표 최고위원이 당을 이끄는 단일성 집단지도체제 도입이 검토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이총재가 17일 연두 기자회견에서 어떤 카드를 내보일지 당 안팎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