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또래집단은 동성애에 대한 거부감이 별로 없어요. 동성애자라고 해서 ‘왕따’당하는 경우도 없고요. 본인은 더 자유롭고 싶어서 커밍아웃을 하지만, 부모들은 난리가 나죠. 그것 때문에 학교도 그만두고 가출하는 아이들을 보면 그저 안타까울 뿐이에요.”
동성애자 인권단체 ‘친구사이’에서 만난 한 운영진의 말처럼 청소년 동성애자들은 성인보다 커밍아웃하는 비율도 높고 인터넷 등을 통해 수많은 커뮤니티를 만들어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성인 동성애자들 중 10대 때부터 자신의 성 정체성을 고민했다는 사람도 물론 있지만, 대부분의 자각 시기는 스무 살 이후. 그러나 최근에는 이런 ‘자각 시기’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 최근 동성애자 인권단체의 문을 두드리는 청소년들 중에는 중학생도 적지 않다.
그렇다면 10대 동성애자들의 증가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수가 늘었다기보다 자신의 성 정체성에 눈을 뜨는 연령이 낮아진 것”이라고 말한다. 이화여대 김현옥 교수(사회학)는 “갈수록 성(性)에 대해 개방적으로 흘러가는 사회문화적 환경과 동성애에 대한 사회적 시각의 변화, 인터넷을 통해 쉽게 동류를 찾을 수 있게 된 것이 이러한 변화를 이끌어낸 것으로 보인다”면서 “동성애 자체를 문제시할 것은 아니지만 성적인 문제에서 튀는 경우가 많아 도대체 뭘 알고나 그러는 것인지 염려되는 것도 사실”이라고 우려한다.
최근 몇 년 사이에 동성애 문제는 하나의 사회적 현상이 되었다. 동성애가 무조건 금기시된 예전과 달리 근래에는 영화나 드라마에도 동성애가 심심찮게 등장하고 있다. 톱스타 이병헌이 주연한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는 남자 선생님과 남자 고등학생의 동성애를 그려 화제를 모았고, ‘여고괴담2’는 여자 고등학생들 사이의 동성애 문제를 정면으로 담는 등 학교 현장에서의 동성애 문제가 대중매체를 통해 본격적으로 제기되기에 이르렀다.
지난 95년부터 대학 내에 동성애자 모임이 결성되기 시작한 이후, 젊은 학생들 사이에서 커밍아웃이 유행처럼 번지기도 했고 탤런트 홍석천의 커밍아웃은 결정적으로 동성애자 인권운동에 불을 붙였다. ‘동성애자 인권운동’을 기치로 내건 단체들의 활동을 통해 동성애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공론화되는 한편, 청소년들 사이에서는 인터넷을 타고 동성애 문화가 확산되는 경향도 나타난다.
“누구도 터치하지 않고 간섭하지 않는 그곳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아무도 모른다. 성인 동성애자 커뮤니티에서도 소외되어 자기네끼리만 모이다 보니 부작용도 적지 않다. 낮 시간에 게이바에 모여 ‘노예팅’ 같은 성인 흉내내기 놀이에 몰두하고, 원조교제 등 우리 사회 일반의 병리현상이 청소년 동성애자 사회에서도 벌어지고 있다.”(‘친구사이’ 박철민 사무국장)
성인 동성애자들 가운데는 “이러다가 몇 년 후 청소년 동성애자들 사이에서 에이즈가 큰 문제로 떠오를 수 있다”고 우려하는 사람들도 있다. 국립보건원 등지에서 에이즈 예방교육을 실시하면서 콘돔을 배포하고 있지만, 이도 대부분 성인들에게만 돌아간다. 청소년들의 경우 성문제에 대해 최소한의 상식과 자기 신체에 대한 방어능력도 없는 상태에서 무분별한 교제에 빠져들어 위험한 상황을 초래할 수도 있다.
동성애자 인권연대 임태훈 대표는 “어둡고 은밀한 곳에서 성적 경험을 반복하도록 방치할 것이 아니라 올바른 정보를 접하고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통로를 마련해야 한다. 지금의 ‘청소년보호법’은 ‘보호’가 아니라 규제이고 억압이다. 사회 전체적으로 건전한 성문화를 정착시키고 그 속에서 이들의 존재를 끌어안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얼마 전 인터넷 내용등급제가 실시되면서 동성애자 사이트 ‘엑스존’이 청소년 유해 매체물로 규정돼 자진 폐쇄한 일이 있었다. 심의 근거가 된 청소년보호법은 아직도 동성애를 ‘변태적 성행위’의 하나로 규정하는 듯한 뉘앙스를 풍기고 있어 이에 반발한 동성애자 단체들이 청소년보호법에 대한 헌법소원을 제기한 상태.
청소년보호위원회는 “동성애 자체가 문제 된 것이 아니라, 사이트에 올라 있는 글이나 사진의 ‘음란성’이 문제”라고 밝히고 있다. 청소년보호위원회 김미연씨는 “사회 통념에 비추어보아 윤리적으로 문제 되는 내용이 많다. 이런 사이트들은 홍석천씨의 커밍아웃 이후 갑자기 늘어났다. 동성애를 부추기는 내용도 있고, 청소년이 보기에 부적절한 음란한 글이나 사진이 적지 않아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말한다.
“대학가나 인터넷을 중심으로 한 젊은 세대의 동성애 담론은 지나치게 앞서가는 반면 일반인들은 동성애를 받아들일 준비가 안 돼 있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가족 중심, 혈연 중심의 한국 가정에서 부모들이 자녀를 바라보는 태도와 관심이 서구와는 다를 수밖에 없다. 이런 가운데 청소년들이 혼자 고민하고 자기만의 커뮤니티를 찾게 되면서 서로간의 갭은 점점 더 벌어진다.”(문화평론가 이동연씨)
정신과 전문의 최보문씨는 “사춘기 때 동성에 대한 관심을 갖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인터넷·영화 등에서 동성애 정보를 쉽게 접하게 되면서 자신을 동성애자로 착각하며 성년기를 맞는 경우도 있다”고 전한다. 최씨는 또 “실제로 많은 수의 청소년들이 동성과의 성적 경험을 가지지만 단지 소수만이 동성애자가 된다. 청소년 동성애자들은 동성애자이기 이전에 청소년이므로, 정상적인 발달 과정을 거치고 정신건강을 유지할 수 있도록 가정과 학교에서 이들을 수용하고 이해해야 한다”고 말한다.
동성애자 인권단체 ‘친구사이’에서 만난 한 운영진의 말처럼 청소년 동성애자들은 성인보다 커밍아웃하는 비율도 높고 인터넷 등을 통해 수많은 커뮤니티를 만들어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성인 동성애자들 중 10대 때부터 자신의 성 정체성을 고민했다는 사람도 물론 있지만, 대부분의 자각 시기는 스무 살 이후. 그러나 최근에는 이런 ‘자각 시기’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 최근 동성애자 인권단체의 문을 두드리는 청소년들 중에는 중학생도 적지 않다.
그렇다면 10대 동성애자들의 증가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수가 늘었다기보다 자신의 성 정체성에 눈을 뜨는 연령이 낮아진 것”이라고 말한다. 이화여대 김현옥 교수(사회학)는 “갈수록 성(性)에 대해 개방적으로 흘러가는 사회문화적 환경과 동성애에 대한 사회적 시각의 변화, 인터넷을 통해 쉽게 동류를 찾을 수 있게 된 것이 이러한 변화를 이끌어낸 것으로 보인다”면서 “동성애 자체를 문제시할 것은 아니지만 성적인 문제에서 튀는 경우가 많아 도대체 뭘 알고나 그러는 것인지 염려되는 것도 사실”이라고 우려한다.
최근 몇 년 사이에 동성애 문제는 하나의 사회적 현상이 되었다. 동성애가 무조건 금기시된 예전과 달리 근래에는 영화나 드라마에도 동성애가 심심찮게 등장하고 있다. 톱스타 이병헌이 주연한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는 남자 선생님과 남자 고등학생의 동성애를 그려 화제를 모았고, ‘여고괴담2’는 여자 고등학생들 사이의 동성애 문제를 정면으로 담는 등 학교 현장에서의 동성애 문제가 대중매체를 통해 본격적으로 제기되기에 이르렀다.
지난 95년부터 대학 내에 동성애자 모임이 결성되기 시작한 이후, 젊은 학생들 사이에서 커밍아웃이 유행처럼 번지기도 했고 탤런트 홍석천의 커밍아웃은 결정적으로 동성애자 인권운동에 불을 붙였다. ‘동성애자 인권운동’을 기치로 내건 단체들의 활동을 통해 동성애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공론화되는 한편, 청소년들 사이에서는 인터넷을 타고 동성애 문화가 확산되는 경향도 나타난다.
“누구도 터치하지 않고 간섭하지 않는 그곳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아무도 모른다. 성인 동성애자 커뮤니티에서도 소외되어 자기네끼리만 모이다 보니 부작용도 적지 않다. 낮 시간에 게이바에 모여 ‘노예팅’ 같은 성인 흉내내기 놀이에 몰두하고, 원조교제 등 우리 사회 일반의 병리현상이 청소년 동성애자 사회에서도 벌어지고 있다.”(‘친구사이’ 박철민 사무국장)
성인 동성애자들 가운데는 “이러다가 몇 년 후 청소년 동성애자들 사이에서 에이즈가 큰 문제로 떠오를 수 있다”고 우려하는 사람들도 있다. 국립보건원 등지에서 에이즈 예방교육을 실시하면서 콘돔을 배포하고 있지만, 이도 대부분 성인들에게만 돌아간다. 청소년들의 경우 성문제에 대해 최소한의 상식과 자기 신체에 대한 방어능력도 없는 상태에서 무분별한 교제에 빠져들어 위험한 상황을 초래할 수도 있다.
동성애자 인권연대 임태훈 대표는 “어둡고 은밀한 곳에서 성적 경험을 반복하도록 방치할 것이 아니라 올바른 정보를 접하고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통로를 마련해야 한다. 지금의 ‘청소년보호법’은 ‘보호’가 아니라 규제이고 억압이다. 사회 전체적으로 건전한 성문화를 정착시키고 그 속에서 이들의 존재를 끌어안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얼마 전 인터넷 내용등급제가 실시되면서 동성애자 사이트 ‘엑스존’이 청소년 유해 매체물로 규정돼 자진 폐쇄한 일이 있었다. 심의 근거가 된 청소년보호법은 아직도 동성애를 ‘변태적 성행위’의 하나로 규정하는 듯한 뉘앙스를 풍기고 있어 이에 반발한 동성애자 단체들이 청소년보호법에 대한 헌법소원을 제기한 상태.
청소년보호위원회는 “동성애 자체가 문제 된 것이 아니라, 사이트에 올라 있는 글이나 사진의 ‘음란성’이 문제”라고 밝히고 있다. 청소년보호위원회 김미연씨는 “사회 통념에 비추어보아 윤리적으로 문제 되는 내용이 많다. 이런 사이트들은 홍석천씨의 커밍아웃 이후 갑자기 늘어났다. 동성애를 부추기는 내용도 있고, 청소년이 보기에 부적절한 음란한 글이나 사진이 적지 않아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말한다.
“대학가나 인터넷을 중심으로 한 젊은 세대의 동성애 담론은 지나치게 앞서가는 반면 일반인들은 동성애를 받아들일 준비가 안 돼 있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가족 중심, 혈연 중심의 한국 가정에서 부모들이 자녀를 바라보는 태도와 관심이 서구와는 다를 수밖에 없다. 이런 가운데 청소년들이 혼자 고민하고 자기만의 커뮤니티를 찾게 되면서 서로간의 갭은 점점 더 벌어진다.”(문화평론가 이동연씨)
정신과 전문의 최보문씨는 “사춘기 때 동성에 대한 관심을 갖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인터넷·영화 등에서 동성애 정보를 쉽게 접하게 되면서 자신을 동성애자로 착각하며 성년기를 맞는 경우도 있다”고 전한다. 최씨는 또 “실제로 많은 수의 청소년들이 동성과의 성적 경험을 가지지만 단지 소수만이 동성애자가 된다. 청소년 동성애자들은 동성애자이기 이전에 청소년이므로, 정상적인 발달 과정을 거치고 정신건강을 유지할 수 있도록 가정과 학교에서 이들을 수용하고 이해해야 한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