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녀’ ‘마녀’라는 별명이 붙은 루이 9단과 달리 도전자 현미진 2단은 한국바둑 최고의 ‘미녀 기사’로 통하는 스물세 살의 여대생(명지대 바둑학과 2년 재학중). 95년 입단했으며 도전무대는 이번 명인전이 처음이다. 그래서인지 루이 9단의 무리수를 되차게 반격하지 못해 일순에 형세를 그르치고 만다.
백 △로 걸쳤을 때 손을 빼고 흑1·3으로 상변을 건드린 수가 수순을 뒤바꾼 착오. 특히 흑3은 에서 보듯 대단한 무리수였다. 백1로 나갔으면 9까지 거꾸로 흑 ▲가 잡히고 만다. 아마도 현 2단은 흑4로 A에 젖히고 백4로 흑 두 점을 잡아야 할 때 흑이 B에 두는 수상전을 걱정한 듯한데, 이것은 백C 이하 알파벳순으로 백이 한 수 빠르다.
백4로 물러선 실전은 중앙 백돌이 양쪽으로 갈라진 형국이라 가뜩이나 하드펀처인 루이 9단의 파괴력을 생각할 때, 사실상 이곳에서 승부가 결정났다. 135수 끝, 흑 불계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