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의 끝없는 추락을 보며 문득 “저러다 정말 일본이 망하는 게 아닐까” 생각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실제로 일본의 경제전문 저널리스트 아사이 다카시는 “2003년에 일본은 파산한다”고 폭탄선언을 했다.
아사이 기자는 90년대 불황의 여파에 허둥대던 일본 정부가 막대한 예산을 들여 공공사업을 벌이고 부실은행을 구제하기 위해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등으로 위기를 자초했다고 말한다. 여기에 선심성 행정을 위해 재정을 낭비한 오부치 전 총리, 오키나와 정상회담에 무려 800억엔이 넘는 경비를 쓰고도 세계 각국의 웃음거리만 된 모리 전 총리 등 무능한 지도자들 때문에 파산을 향한 카운트다운 속도는 더욱 빨라지고 있다. 지금까지 ‘설마’라고 생각하던 일본의 경제학자들도 이리저리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해본 결과 파산할 확률이 95%라는 최악의 결과를 내놓았다.
아사이 다카시의 ‘2003년 일본국 파산’은 황금의 90년대를 기대했다 잃어버린 10년을 보내고도 미래가 없는 일본의 참담한 현실을 직시하라고 경고하는 책이다. 저자는 1990년 도쿄 주식시장의 대폭락에 관한 기사를 쓰면서 ‘지금의 주식폭락은 시작에 불과하다’ ‘은행도 망한다’며 국가파산의 가능성을 경고해 왔으나 아무도 귀담아듣지 않았다. 거기에는 ‘귀에 거슬리는 정보’에 대해 귀를 막아버리는 일본인의 습성도 한몫했다.
‘2003년 일본국 파산’은 현재의 경제위기를 안이하게 바라보는 일본 국민을 향한 경고 메시지일 뿐 대안은 제시하지 못했다. 그러나 97년 IMF 사태 직전까지도 펀더멘털이 어쩌고 하며 “괜찮다”를 연발한 우리와는 사뭇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것이 일본의 강점이기도 하다.
이백규씨가 쓴 ‘추락하는 일본에서 무엇을 배울 것인가?’는 2001년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일본일지라도 우습게 여길 것은 아님을 강조한다. 다만 80년대 욱일승천하던 일본이 왜 쇠망의 길로 접어들었는지 파악해 한국은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일본의 강점은 노동을 정신수양으로 보고 기업하는 것을 숭상하며 조화를 중시하는 ‘세키몬 신가쿠’ 정신과 ‘와(和)’사상에 있다. 저자는 이런 독특한 일본식 자본주의 정신이 흔들리자 일본경제도 쇠퇴했다고 분석하면서, 한국이 늘 일본을 뛰어넘지 못하는 중요한 원인도 토착형 자본주의 정신이 없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추락하는 일본에서 무엇을 배울 것인가?’는 한마디로 일본으로부터 배울 것은 배우고 버릴 것은 버리자는 실리주의 노선을 택하고 있다.
비틀거리는 일본에 비해 중국대륙은 세계무역기구(WTO) 가입과 올림픽 유치 등으로 흥청거리는 분위기다. 많은 전문가들이 머지않아 중국이 13억의 인구를 바탕으로 세계를 지배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처럼 중국에 대한 장밋빛 청사진이 그려지는 가운데 붕괴를 거론한 이단자가 있다. 고든 G. 창이라는 중국계 미국인 변호사가 쓴 ‘중국의 몰락’은 현재 미국과 일본에서 찬반양론을 일으키고 있다. 이 책은 중국이 WTO에 가입한 지 5년 안에 붕괴된다고 예고했다. 창은 대규모 재정적자를 통해 경제를 성장시키는 중국의 정책은 한계가 있다고 말한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적자와 국가소유 은행들이 안고 있는 악성 및 부실 채권 등으로 중국경제는 위험한 줄타기를 하고 있다. 더욱이 중국의 WTO 가입은 경제뿐만 아니라 체제 자체를 붕괴시킬 우려가 있다고 보았다. 50여년간 정부의 비호 아래 유지되어 온 국영기업들이 시장개방이라는 달라진 환경에 적응할 능력이 없다. 지금까지는 기업의 운명이 당 간부들의 손에 쥐어져 있었기 때문에 당연히 파산해야 할 기업이 파산하지 않고 버틸 수 있었으나 앞으로는 다르다. 연이은 기업파산과 대량실업자 시대가 될 것이다. 중국정부와 공산당이 13억 인구를 통제할 힘을 잃는 순간 체제는 붕괴하는 것이다.
저자는 2002년 후반 제16차 전당대회에서 당 서열 2위와 3위인 리펑과 주룽지가 은퇴하고 장쩌민도 거취를 고민하는 정권교체가 일어날 것이라는 예측도 내놓았다. 또 다가오는 혁명을 위해 중국인들은 더 이상 사상가를 필요로 하지 않으며 군중은 이미 행동하기 시작했다고 경고했다.
일본과 중국의 미래에 대한 이 우울한 시나리오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무엇인가. 세 권의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주어진 과제다.
중국의 몰락/ 고든 G. 창 지음/ 형선호 옮김/ 뜨인돌 펴냄/ 407쪽/ 1만3000원
추락하는 일본에서 무엇을 배울 것인가?/ 이백규 지음/ 해냄 펴냄/ 266쪽/ 1만원
2003년 일본국 파산/ 아사이 다카시 지음/ 신장철 옮김/ 사람과책 펴냄/ 201쪽/ 9000원
아사이 기자는 90년대 불황의 여파에 허둥대던 일본 정부가 막대한 예산을 들여 공공사업을 벌이고 부실은행을 구제하기 위해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등으로 위기를 자초했다고 말한다. 여기에 선심성 행정을 위해 재정을 낭비한 오부치 전 총리, 오키나와 정상회담에 무려 800억엔이 넘는 경비를 쓰고도 세계 각국의 웃음거리만 된 모리 전 총리 등 무능한 지도자들 때문에 파산을 향한 카운트다운 속도는 더욱 빨라지고 있다. 지금까지 ‘설마’라고 생각하던 일본의 경제학자들도 이리저리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해본 결과 파산할 확률이 95%라는 최악의 결과를 내놓았다.
아사이 다카시의 ‘2003년 일본국 파산’은 황금의 90년대를 기대했다 잃어버린 10년을 보내고도 미래가 없는 일본의 참담한 현실을 직시하라고 경고하는 책이다. 저자는 1990년 도쿄 주식시장의 대폭락에 관한 기사를 쓰면서 ‘지금의 주식폭락은 시작에 불과하다’ ‘은행도 망한다’며 국가파산의 가능성을 경고해 왔으나 아무도 귀담아듣지 않았다. 거기에는 ‘귀에 거슬리는 정보’에 대해 귀를 막아버리는 일본인의 습성도 한몫했다.
‘2003년 일본국 파산’은 현재의 경제위기를 안이하게 바라보는 일본 국민을 향한 경고 메시지일 뿐 대안은 제시하지 못했다. 그러나 97년 IMF 사태 직전까지도 펀더멘털이 어쩌고 하며 “괜찮다”를 연발한 우리와는 사뭇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것이 일본의 강점이기도 하다.
이백규씨가 쓴 ‘추락하는 일본에서 무엇을 배울 것인가?’는 2001년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일본일지라도 우습게 여길 것은 아님을 강조한다. 다만 80년대 욱일승천하던 일본이 왜 쇠망의 길로 접어들었는지 파악해 한국은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일본의 강점은 노동을 정신수양으로 보고 기업하는 것을 숭상하며 조화를 중시하는 ‘세키몬 신가쿠’ 정신과 ‘와(和)’사상에 있다. 저자는 이런 독특한 일본식 자본주의 정신이 흔들리자 일본경제도 쇠퇴했다고 분석하면서, 한국이 늘 일본을 뛰어넘지 못하는 중요한 원인도 토착형 자본주의 정신이 없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추락하는 일본에서 무엇을 배울 것인가?’는 한마디로 일본으로부터 배울 것은 배우고 버릴 것은 버리자는 실리주의 노선을 택하고 있다.
비틀거리는 일본에 비해 중국대륙은 세계무역기구(WTO) 가입과 올림픽 유치 등으로 흥청거리는 분위기다. 많은 전문가들이 머지않아 중국이 13억의 인구를 바탕으로 세계를 지배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처럼 중국에 대한 장밋빛 청사진이 그려지는 가운데 붕괴를 거론한 이단자가 있다. 고든 G. 창이라는 중국계 미국인 변호사가 쓴 ‘중국의 몰락’은 현재 미국과 일본에서 찬반양론을 일으키고 있다. 이 책은 중국이 WTO에 가입한 지 5년 안에 붕괴된다고 예고했다. 창은 대규모 재정적자를 통해 경제를 성장시키는 중국의 정책은 한계가 있다고 말한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적자와 국가소유 은행들이 안고 있는 악성 및 부실 채권 등으로 중국경제는 위험한 줄타기를 하고 있다. 더욱이 중국의 WTO 가입은 경제뿐만 아니라 체제 자체를 붕괴시킬 우려가 있다고 보았다. 50여년간 정부의 비호 아래 유지되어 온 국영기업들이 시장개방이라는 달라진 환경에 적응할 능력이 없다. 지금까지는 기업의 운명이 당 간부들의 손에 쥐어져 있었기 때문에 당연히 파산해야 할 기업이 파산하지 않고 버틸 수 있었으나 앞으로는 다르다. 연이은 기업파산과 대량실업자 시대가 될 것이다. 중국정부와 공산당이 13억 인구를 통제할 힘을 잃는 순간 체제는 붕괴하는 것이다.
저자는 2002년 후반 제16차 전당대회에서 당 서열 2위와 3위인 리펑과 주룽지가 은퇴하고 장쩌민도 거취를 고민하는 정권교체가 일어날 것이라는 예측도 내놓았다. 또 다가오는 혁명을 위해 중국인들은 더 이상 사상가를 필요로 하지 않으며 군중은 이미 행동하기 시작했다고 경고했다.
일본과 중국의 미래에 대한 이 우울한 시나리오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무엇인가. 세 권의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주어진 과제다.
중국의 몰락/ 고든 G. 창 지음/ 형선호 옮김/ 뜨인돌 펴냄/ 407쪽/ 1만3000원
추락하는 일본에서 무엇을 배울 것인가?/ 이백규 지음/ 해냄 펴냄/ 266쪽/ 1만원
2003년 일본국 파산/ 아사이 다카시 지음/ 신장철 옮김/ 사람과책 펴냄/ 201쪽/ 9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