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백화점 압구정점의 가전제품 판매코너에서 일하는 박영자씨가 요즘 이 매장을 찾는 고객들에게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는 “특별소비세가 언제부터 내리느냐”는 것이다. 국회에서의 마라톤 협상 끝에 지난 11월20일 0시부터 가전제품 등 일부 소비재의 특소세가 평균 30% 가량 내렸는데도 적지 않은 소비자들이 아직 특소세 인하를 실감나게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는 이야기다. 박씨는 “프로젝션 TV의 경우만 해도 특소세 5.4% 인하로 20만원 넘게 값이 내렸고 특소세 인하 전후를 비교한 가격표도 붙여놓았지만, 일주일이 지나도록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앞으로 가격이 더 떨어질 것으로 생각하고 구매를 미루는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특소세 인하조치는 인하 시점과 환급 여부 등을 둘러싸고 과거 어느 때보다 길게 논란을 빚는 바람에 소비자들에게 기대감은 잔뜩 부풀려 놓았지만 당장 소비 진작에 미치는 효과는 크지 않다는 지적이다. 대우전자 에어컨 기획팀 김영준 과장도 “특소세 인하 이후 소비자들의 반응이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12월부터 시작되는 예약 판매에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특소세 인하 대상 품목 중 가장 수요 기반이 넓은 종목이라고 할 수 있는 에어컨의 경우, 지난 99년 특소세가 30%로 인상된 뒤 이번에 다시 환원되는 것이나 다름없어 업계에서도 수요 폭증을 기대하지 않는 분위기다. 시장분석가들도 가전 부문의 특소세 인하가 아직 별다른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데 동의하는 편이다. 굿모닝증권 조사분석부 정재열 차장은 “특소세 인하 대상 품목 자체가 두 개에 불과한 데다 과거 냉장고, 세탁기 등과 달리 일부 현장에서의 소비 증가가 매출로 연결될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자동차 쪽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현대자동차의 경우 특소세 인하 발표를 계기로 실구매의 선행 지표라고 할 만한 문의 전화는 20∼30% 늘어났지만 실제 판매는 평소 수준이거나 오히려 약간 줄어든 정도로 분석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퇴계로 5가 대리점 박조완 소장은 “11월 초쯤 특소세 인하 이야기가 나오면서 급격히 줄어들었던 수요가 다시 회복되고 있는 정도”라고 말했다. 특소세 인하 방침이 나오기 이전과 비교하면 10% 정도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이중 특소세 인하 요인은 5%에도 이르지 못할 것이라는 게 현장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당초 자동차업계는 이번 특소세 인하로 차량에 붙는 교육세와 부가세, 취득세 등 다른 세금이 함께 인하되면서 특소세가 2% 인하되는 1500cc 이하는 2.9%, 3% 떨어지는 1500∼2000cc는 4.3%, 4% 인하되는 2000cc 이상은 5.7%의 가격 인하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자동차 판매가 특소세 인하에도 불구하고 별로 늘어날 조짐이 보이지 않는 데는 물론 다른 이유도 있다. 대부분 완성차 제조업체들이 12월 초에 2002년식 자동차를 새롭게 내놓을 예정이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이를 기다리면서 구매를 자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특소세 인하가격이 적용되는 6개월 내에만 구매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조금 더 기다려보자는 분위기가 팽배한 상황이다.
한편 특소세 인하가 소비 진작이나 경기 부양에 미치는 효과를 놓고도 정부의 설명과는 다른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다. 특소세가 재정정책의 범주에 드는 다른 어떤 정책수단보다 즉각적이고 단기적인 효과를 내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 효과가 어디까지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LG경제연구원 송태정 책임연구원은 “국내 소비에서 내구재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6% 정도에 불과하다는 점에 비춰보더라도 특소세 인하가 전체 소비 진작에 기여하는 부분은 별로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눈여겨보아야 할 대목 중 하나는 특소세 인하가 국내 소비를 촉진하는 방향으로 작용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국내 제조업체들에만 영향을 끼치는 것이 아니라 외국 제품 수입업체들에도 영향을 끼친다는 점이다. 고가 수입차를 포함해 그동안 높은 가격으로 국내시장을 뚫기 어려웠던 고급 외제 브랜드들은 특소세 인하를 계기로 그동안 미흡했던 국내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선다는 계획을 속속 내놓고 있다. 국내 자동차업계 관계자들도 특소세 인하로 가격 인하 폭이 상대적으로 큰 고가 외제차 판매가 국내 중형차 시장을 잠식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성균관대 안종범 교수(경제학)는 “특소세 인하의 경기 부양 효과가 기대만큼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제하면서 “수입품에 대해서도 예외 없이 특소세가 인하되는 만큼 무역수지 적자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크다”고 지적했다.
당연히 특소세율 인하로 가장 혜택을 보는 쪽은 고가품을 소비하는 부유층으로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 경기가 바닥을 헤매고 있는 상황에서 계층간 위화감을 들먹거리는 것은 분명 철없는 넋두리에 불과할 뿐이다. 그러나 수요 기반이 넓은 대부분의 가전제품과 고가 물품의 특소세가 최근 몇 년 사이 대부분 폐지되었다는 점을 간과하면 특소세 인하 효과가 사실 이상으로 부풀려질 가능성이 크다. 특소세 인하 효과가 일부 수입업체들에만 몰릴 가능성이 크다는 말이다. 한국조세연구원 성명재 박사는 “특소세는 장기적으로 보아 점점 낮아지다 없어지게 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도 “수입업체와 제조업체에 미치는 효과를 면밀히 감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세수에 미치는 영향도 무시할 수만은 없다. 정부는 특소세율 인하에 따라 세금이 연간 8400억원 가량 줄어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궁극적으로 개인의 소비활동은 가처분소득이 늘어나야만 덩달아 안정적으로 증가할 수 있다는 점은 경제정책의 상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상식적 목표는 세금 인하 효과가 경기 진작뿐 아니라 고용과 소득 증대로 이어질 때만 달성 가능한 일이다. 이를 위해서는 모든 정책의 시기 선택 또한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특소세 인하 D-7일’ 동안은 소비자들이 주머니에 손 넣고 기다리느라 다 보내고, ‘특소세 인하 D+7일’은 기대에 못 미친 효과 때문에 또 한번 우물쭈물하면서 주머니에서 손을 빼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모를 일이다.
특히 이번 특소세 인하조치는 인하 시점과 환급 여부 등을 둘러싸고 과거 어느 때보다 길게 논란을 빚는 바람에 소비자들에게 기대감은 잔뜩 부풀려 놓았지만 당장 소비 진작에 미치는 효과는 크지 않다는 지적이다. 대우전자 에어컨 기획팀 김영준 과장도 “특소세 인하 이후 소비자들의 반응이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12월부터 시작되는 예약 판매에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특소세 인하 대상 품목 중 가장 수요 기반이 넓은 종목이라고 할 수 있는 에어컨의 경우, 지난 99년 특소세가 30%로 인상된 뒤 이번에 다시 환원되는 것이나 다름없어 업계에서도 수요 폭증을 기대하지 않는 분위기다. 시장분석가들도 가전 부문의 특소세 인하가 아직 별다른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데 동의하는 편이다. 굿모닝증권 조사분석부 정재열 차장은 “특소세 인하 대상 품목 자체가 두 개에 불과한 데다 과거 냉장고, 세탁기 등과 달리 일부 현장에서의 소비 증가가 매출로 연결될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자동차 쪽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현대자동차의 경우 특소세 인하 발표를 계기로 실구매의 선행 지표라고 할 만한 문의 전화는 20∼30% 늘어났지만 실제 판매는 평소 수준이거나 오히려 약간 줄어든 정도로 분석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퇴계로 5가 대리점 박조완 소장은 “11월 초쯤 특소세 인하 이야기가 나오면서 급격히 줄어들었던 수요가 다시 회복되고 있는 정도”라고 말했다. 특소세 인하 방침이 나오기 이전과 비교하면 10% 정도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이중 특소세 인하 요인은 5%에도 이르지 못할 것이라는 게 현장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당초 자동차업계는 이번 특소세 인하로 차량에 붙는 교육세와 부가세, 취득세 등 다른 세금이 함께 인하되면서 특소세가 2% 인하되는 1500cc 이하는 2.9%, 3% 떨어지는 1500∼2000cc는 4.3%, 4% 인하되는 2000cc 이상은 5.7%의 가격 인하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자동차 판매가 특소세 인하에도 불구하고 별로 늘어날 조짐이 보이지 않는 데는 물론 다른 이유도 있다. 대부분 완성차 제조업체들이 12월 초에 2002년식 자동차를 새롭게 내놓을 예정이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이를 기다리면서 구매를 자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특소세 인하가격이 적용되는 6개월 내에만 구매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조금 더 기다려보자는 분위기가 팽배한 상황이다.
한편 특소세 인하가 소비 진작이나 경기 부양에 미치는 효과를 놓고도 정부의 설명과는 다른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다. 특소세가 재정정책의 범주에 드는 다른 어떤 정책수단보다 즉각적이고 단기적인 효과를 내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 효과가 어디까지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LG경제연구원 송태정 책임연구원은 “국내 소비에서 내구재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6% 정도에 불과하다는 점에 비춰보더라도 특소세 인하가 전체 소비 진작에 기여하는 부분은 별로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눈여겨보아야 할 대목 중 하나는 특소세 인하가 국내 소비를 촉진하는 방향으로 작용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국내 제조업체들에만 영향을 끼치는 것이 아니라 외국 제품 수입업체들에도 영향을 끼친다는 점이다. 고가 수입차를 포함해 그동안 높은 가격으로 국내시장을 뚫기 어려웠던 고급 외제 브랜드들은 특소세 인하를 계기로 그동안 미흡했던 국내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선다는 계획을 속속 내놓고 있다. 국내 자동차업계 관계자들도 특소세 인하로 가격 인하 폭이 상대적으로 큰 고가 외제차 판매가 국내 중형차 시장을 잠식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성균관대 안종범 교수(경제학)는 “특소세 인하의 경기 부양 효과가 기대만큼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제하면서 “수입품에 대해서도 예외 없이 특소세가 인하되는 만큼 무역수지 적자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크다”고 지적했다.
당연히 특소세율 인하로 가장 혜택을 보는 쪽은 고가품을 소비하는 부유층으로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 경기가 바닥을 헤매고 있는 상황에서 계층간 위화감을 들먹거리는 것은 분명 철없는 넋두리에 불과할 뿐이다. 그러나 수요 기반이 넓은 대부분의 가전제품과 고가 물품의 특소세가 최근 몇 년 사이 대부분 폐지되었다는 점을 간과하면 특소세 인하 효과가 사실 이상으로 부풀려질 가능성이 크다. 특소세 인하 효과가 일부 수입업체들에만 몰릴 가능성이 크다는 말이다. 한국조세연구원 성명재 박사는 “특소세는 장기적으로 보아 점점 낮아지다 없어지게 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도 “수입업체와 제조업체에 미치는 효과를 면밀히 감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세수에 미치는 영향도 무시할 수만은 없다. 정부는 특소세율 인하에 따라 세금이 연간 8400억원 가량 줄어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궁극적으로 개인의 소비활동은 가처분소득이 늘어나야만 덩달아 안정적으로 증가할 수 있다는 점은 경제정책의 상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상식적 목표는 세금 인하 효과가 경기 진작뿐 아니라 고용과 소득 증대로 이어질 때만 달성 가능한 일이다. 이를 위해서는 모든 정책의 시기 선택 또한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특소세 인하 D-7일’ 동안은 소비자들이 주머니에 손 넣고 기다리느라 다 보내고, ‘특소세 인하 D+7일’은 기대에 못 미친 효과 때문에 또 한번 우물쭈물하면서 주머니에서 손을 빼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