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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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폐지 범종교연합 떴다

불교·천주교 등 6개 종단 참여… 국회의원 서명받아 입법 청원키로

  • < 김진수 기자 > jockey@donga.com

    입력2005-02-02 14: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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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형폐지 범종교연합 떴다
    종교는 달라도 ‘인간 존엄’의 본성은 하나일까. ‘사형제도 폐지를 위한 범종교연합’(이하 범종교연합)이 지난 6월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사형제도 폐지, 우리 모두의 힘으로’란 주제의 행사를 갖고 사형제 폐지운동에 불을 지폈다. 불교·원불교·유교·천도교·천주교·한국민족종교협의회(무순) 등 6개 종단이 종교관의 차를 뛰어넘어 일제히 사형제 폐지를 주창하고 나선 것.

    범종교연합은 이날 공동성명을 통해 “인간의 기본권리인 생명권을 그 누구도 인위적으로 박탈해서는 안 되며, ‘실패한 실험’일 뿐인 사형제를 폐지해 죽음의 문화를 생명의 문화로 바꿔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행사는 지난 1월 발족한 범종교연합이 사형제 폐지운동의 본격화를 공식 선언한 자리. 교정사목으로 범종교연합 구성 실무를 맡아온 천주교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이창영 신부(40)는 “사형이 중대범죄 억지력을 갖는다는 사형제 존치론자의 논리는 입증된 바 없다”며 “오히려 사형제를 정치적 목적으로 남용하거나, 무고한 사람이 오판에 따른 사형에 희생당하는 경우를 막아야 한다”고 사형제 폐지의 타당성을 주장했다. 범종교연합이 이례적으로 펼친 이번 ‘연합전선’은 지리산댐 및 새만금사업 반대, 인간복제 반대 등 환경·생명 분야의 현안과 관련해 최근 잇달아 이뤄진 종교계 연대의 연장선상에 놓인 것이어서 비상한 관심을 불러모은다.

    사형제를 둘러싼 논란은 20여 년 전부터 세계 각국에서 불거졌지만, 국내에선 여전히 가장 강력한 행형수단으로 존속한다. 국제 앰네스티 한국 지부에 따르면 2001년 4월 현재 사형제 폐지국은 108개국, 존치 국가는 87개국이다. 폐지국 중 20개국은 사형제 관련법이 있지만, 최근 10년간 단 한 차례도 사형선고(집행)하지 않은 경우로 사실상 사형 관련조항은 사문화(死文化)한 상태다.

    19년 동안 200회 이상 사형집행 현장에 입회한 전직 교도관 K씨(79)는 “사형수의 90% 가량이 복역과정에서 참회하는 것을 교화 담당자로서 지켜볼 수 있었다”며 “사형제는 회개와 갱생의 기회를 차단하는 반인륜적인 ‘보복살인’에 지나지 않는 만큼, 진정한 교화를 위해 사형을 종신형으로 대체해야 한다”고 사형제의 부당성을 지적한다.

    범종교연합은 조만간 국회의원들에게서 사형제 폐지 서명을 받아 찬성 의원(현재 77명)이 과반수를 넘는 대로 사형제 폐지 입법청원을 낼 계획. 내년 대선 전까지 사형제 폐지를 확정한다는 목표다. 절차상 이견을 보여 이번 행사에 참여하지 않은 개신교계도 최근 독자적인 사형제 폐지활동에 들어가 종교계의 공론화 작업은 갈수록 확대할 전망이다.



    그러나 사형제는 아직 존치할 수밖에 없는 ‘필요악’이란 게 정부의 확고한 입장이다. 헌법재판소 역시 지난 96년 11월 사형제 합헌결정을 내린 바 있다. 법무부 교정국의 한 관계자는 “정부 차원에서 사형제 폐지를 논의한 적이 없고 아직 검토 계획도 없다”고 잘라 말한다. 사형수 현황에 대해서도 사형업무 소관부서인 교정국 보안1과측은 “사형 관련기록은 기밀사항이라 절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답했다.

    하지만 범종교연합 출범 전부터 사형폐지운동을 펼쳐온 한국사형폐지운동협의회(1989년 창립, 약칭 사폐협) 이상혁 회장(66, 변호사)에 따르면 정부수립 후 지금까지 처형한 사형수는 902명(연평균 20여 명)에 이른다. 이회장은 “이는 사폐협이 입수한 1948~93년 사형수 명단과 94년 이후 사형집행 관련 언론보도를 종합한 결과”라며 “문민정부 말기인 97년 12월, 23명의 사형집행을 끝으로, 김대중 대통령 취임 후론 단 1건의 사형집행도 없었다”고 밝혔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현재 복역중인 사형수는 50명 안팎으로 알려졌다. 다시 불붙은 사형제 폐지 논쟁이 과연 사형제를 ‘사형’시킬 수 있을까. 한때 사형수 신분이던 대통령이 이끄는 ‘민주국가’에서 ‘전향적 결단’이 내려질지의 여부가 관심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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