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콤 쫄깃한 육질 '환상의 별미'](https://dimg.donga.com/egc/CDB/WEEKLY/Article/20/05/02/02/200502020500056_1.jpg)
닭갈비와 막국수로 유명한 곳이 군사·교육 도시 춘천이다. 춘천시의 중심가인 명동 골목은 온통 닭갈비집이다. 명동 골목에서도 ‘원조’로 이름난 집이 바로 ‘우미 닭갈비집’(노석호, 033-254-2428)이다. 31년간 2대에 걸쳐 대물림한 닭갈비집으로 보통 닭갈비 1인분은 6000원, 뼈 없는 닭갈비는 7500원이다. 큼직큼직하게 자른 닭고기에 양념이 골고루 배도록 하루쯤 재워 채소와 함께 구워내는 닭갈비야말로 걸쭉하고 질퍽해서 좋다. 국수사리를 한데 넣어 비벼 먹으면 더욱더 맛이 어울린다.
춘천 닭갈비의 역사는 1960년대 말, 선술집 막걸리판에서 숯불에 굽는 술안주의 대용으로 개발되었다. 그것이 10년 전부터 번져나가 중심가를 파고든 것이다. 3년간의 군 생활에서 휴가나 외출 나온 군인들이 즐겨 먹었고, 또 값이 싸고 배불리 먹을 수 있는지라 춘천 시내 5개 대학생들도 좋아하는 음식이다. 옛날에는 도시락에 비벼 먹었을 만큼 춘천에서 학창 시절을 보낸 사람들에게 구수하고 푸짐한 음식으로 기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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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두르다 손해보는 것을 빗대어‘날떡국에 입천장 덴다’는 식담도 있지만 닭갈비에 들어가는 떡볶이 곧 흰 가래떡도 입맛을 돋운다. 그래서 가래떡이고 얼굴 찌푸린 사람 없다던가. 닭갈비를 먹고 나면 포만증이 절로 온다. 그래서 명동 골목에선 ‘해가 간다고 나이 먹냐. 우미집 닭갈비에 가래떡을 먹어야 나이 먹제’라는 우스갯말도 이 식탁들 사이에서 듣곤 하는 말이다. 이 말뜻은 알고 보면 ‘농경사회의 절박함은 배부르게 먹는 것이다’라는 단적 표현이다. 휴가 나온 군인들이나 대학생들의 소주잔에 못 먹던 때의 이야기가 이쯤 떠올라야 향수식품이 아니겠는가.
먹다 남은 닭갈비에 육수를 붓고 아껴둔 미나리를 넣으면 그 맛 또한 괜찮겠다. 미나리는 소양호의 얼음구덕에서 파올린 빙어와 버무려야 제 맛이 나지만 닭갈비 국물에 살짝 익혀내는 맛도 따로 즐길 만하다. 특히 겨울에서 봄까지의 미나리는 싱싱한 맛이 그대로 살아 있기 때문이다. 최영년(崔永年)의 ‘해동죽지사’에 미나리를 예찬한 시가 있어 소개한다.
미나리꽝의 미나리 향기로 와라/
뽑아올린 살진 줄기 맛도 좋으니/
행채, 순채(蓴菜)가 어이 이를 따르랴/
옛날엔 나랏님께 진상도 하였거니
최영년은 이렇게 하여 지금은 절멸하다시피 한 순채나물보다 그 맛을 한결 치켜세우고 있다. 물론 이는 닭갈비에 무침한 미나리 데침을 말한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어쨌든 춘천 닭갈비야말로 앞으로도 얼마든지 새로운 맛으로 개발할 수 있어 그 전망이 밝다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