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시민에서 ‘희망의 싹’을 본다](https://dimg.donga.com/egc/CDB/WEEKLY/Article/20/05/02/02/200502020500049_1.jpg)
그러나 일본에는 또 다른 부류의 가와리모노가 존재한다. “오늘날 일본의 혼돈과 몰락의 원인을 청소년들에게 ‘자학의 역사’와 ‘사죄의 역사’를 가르쳐 온 교육의 잘못 탓으로 돌리는” 부류들이다. 일본 역사왜곡의 중심에 있는 이들은 19세기 계몽운동가 후쿠자와 유키치의 탈아입구론(脫亞入口論)에서 한 발자국도 벗어나지 못했다. 즉 “일본은 독립할 능력이 없는 조선·중국과 같은 동방의 악우(惡友)들과 손을 끊고 아시아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 이들은 침략전쟁에 대한 반성은커녕 “일본의 유일한 잘못은 전쟁에서 졌다는 것”이라며 애통해한다. 19세기적 우월감과 환상적인 영광에 취해 있는 가와리모노가 목소리를 높이는 한 일본의 미래는 어둡다.
그래서 일본 지식인의 눈에 비친 일본은 우울하다. 작가이며 일본의 대표적 지식인인 시바 료타로는 1982년 이어령씨와의 대담에서 “리얼리티가 없는 교과서를 쓰는 나라는 패망하고 말 것”이라 했다. 그로부터 19년, 시바 료타로는 세상을 떠났으나 일본은 그가 우려한 대로 가고 있다.
![일본시민에서 ‘희망의 싹’을 본다](https://dimg.donga.com/egc/CDB/WEEKLY/Article/20/05/02/02/200502020500049_2.jpg)
이 책은 ‘새역모’의 교과서가 지난 4월3일 문부과학성에 의해 검정을 통과하기 직전인 3월에 출간한 것이라 시점상 혼란이 있을 수 있으나, 현재 한국 정부가 수정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역사교과서 왜곡문제와 일본 정부측의 의도를 분명히 파악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여기서 다시 ‘박원순 변호사의 일본시민사회 기행’으로 돌아가 보자. 박변호사는 서문에서 “일본의 지식인이 자신의 사회에 큰 절망을 느끼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일본에서 배울 것이 없다고 말해서는 안 된다. 제도와 실천, 그 어느 면에서도 그들이 우리보다 한 수 위다. 이들이 본받고 따라가야 할 부분이 적지 않다”고 했다. 그리고 역사교과서 왜곡과 같은 해묵은 일들이 반복되지 않도록 양국의 시민사회가 힘을 모아 장기적 해결책을 마련하자는 제안도 했다. 일본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그 출발점이라면 두 책을 필독하기 바란다.
·박원순 변호사의 일본시민사회 기행-가와리모노를 찾아서/ 박원순 지음/ 아르케 펴냄/ 441쪽/ 1만2000원
·신(神)의 나라는 가라/ 우에스기 사토시 외 3인 지음/ 이충호 옮김/ 한길사 펴냄/ 176쪽/ 7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