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하기관들에게서 140억 원을 갹출받아 농업전문 위성방송을 만들려 하고 있다. 농업방송은 1000만 농민의 숙원이었다고 농림부는 강변하지만 방송국 설립 추진과정 곳곳에서 무리수가 드러나고 있다. 자금을 낸 산하단체는 “돈을 대라니까 댄 거다. 원금 회수는 포기했다”고 말하고 있다. 일부 농민단체는 “농정 실패 호도용, 퇴임 후 자리보전용”이라며 농림부를 성토하고 있다. 재단법인 한국농업방송(가칭 채널명 KAB)은 지난 5월25일 한국디지털위성방송(KDB)에 ‘방송채널사용사업 신청서’를 제출했다. KAB는 채널사용자로 선정될 경우 올해 말부터 농업정책·기술·생산·유통 등 농업전문 콘텐츠를 주내용으로 하는 위성 TV방송을 시작하게 된다. 농림부는 차관을 공동위원장으로 하는 ‘농업방송설립위원회’를 구성, KAB 설립을 주도해 왔다.
농림부의 농업방송 추진은 사실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초 농림부는 농업방송을 하겠다며 기획예산처에 87억 원의 예산을 신청했다. 그러나 기획예산처는 이를 전액 삭감했다. 당시 기획예산처는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다음은 기획예산처 관계자의 설명. “농업방송은 시청자가 제한되어 있고 수익성이 없어 ‘영구 적자사업’이 될 가능성이 크다. 불필요한 공공부문 사업을 퇴출하고, 민영화하는 일이 정부개혁의 핵심과제가 되는 마당에 정부 부처가 수익성 없는 사업을 새로 벌이겠다고 나서는 게 말이 되나.”
농림부에 따르면 KAB 개국을 위해 시설투자비 등 총 140억 원을 투입한다. 한국마사회가 70억 원, 농협이 50억 원, 농산물유통공사와 농업기반공사가 각각 10억 원씩 내놓을 예정으로 알려졌다. 농업계에선 “기획예산처에서 정부예산을 받아내지 못하자 농림부가 산하기관을 ‘쑤셔서’ 돈을 마련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농림부는 “위원회 2차 회의에서 ‘농민을 위해 뭔가 좋은 일을 하자’는 각 기관의 의견을 민주적으로 수렴했고, 기관별 분담액도 정해졌다”고 말했다.
그러나 농협 관계자 A씨가 비실명 보도를 전제로 전하는 바에 따르면 농협이 50억 원이라는 큰돈을 자발적으로 떠맡았다고 보기엔 여러 정황이 의문투성이였다. 농협은 50억 원을 회계상 ‘기부금’으로 처리할 계획이다. 농업방송은 수익을 못 낼 것이 거의 확실하므로 출연한 돈은 회수가 불가능하다고 본 것이다. KAB는 농림부가 주도하는데다 재단법인 형태여서 농협은 이 방송국에 대해 출연금에 비례하는 권한을 행사하기도 어렵다. 더구나 농협은 지난해 축협과 통합하면서 축협의 부실채권을 고스란히 안았다.
그럼에도 농협이 농업방송 설립에 참여한 것은 농림부의 제의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농협 내부에서 여러 차례 “액수가 너무 많지 않느냐”는 등의 강한 비판과 함께 격론이 벌어졌다고 A씨는 전한다. 농협이 농림부에 정부출연을 요구한 대목에서도 농협측의 불편한 심기가 엿보인다. 농협측은 “농협은 법적으로 민간단체다. 위성방송사업이 농민을 위하는 공공사업이라면 사업비의 상당부분은 정부예산에서 출연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그러자 농림부는 “2002년 정부예산에서 20억 원을 확보하겠다”고 약속했다고 한다. 농협은 정부 산하기관은 아니지만 현행법상 농림부의 지휘·감독 및 감사를 받도록 되어 있다. A씨는 “상부기관이나 다름없는 농림부의 제의를 거절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마사회를 끌어들이기 위해 농림부는 농업방송에 경마중계를 허용해 줬다. 농림부가 농업기반공사에 10억 원을 부담시키려 한 것에 대해서도 ‘도가 지나치다’는 반응이다. 한 농민단체 관계자는 “농업기반공사는 경영상황이 안 좋아 무려 1조 원대의 정부예산 지원을 바라고 있다. 누구보다 이런 사정을 잘 알면서 등을 떠민 것”이라고 말했다.
농림부는 농민들의 오랜 숙원을 풀기 위해 농업방송을 설립하겠다고 말한다. 그러나 KDB에 따르면 이미 2곳의 민간사업자가 농업전문방송사업 신청서를 내놓았다. 전농 이호중 정책부장은 “정부부처가 방송해야 농민에게 도움이 되고, 민간사업자는 안 된다는 논리는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신청서를 낸 사업자 중 한 곳인 ‘농촌지도자중앙연합회’는 “농림부가 정부기관답지 않은 이중적 행태를 보였다”고 격한 감정을 토로했다. 다음은 이 단체 관계자의 말. “지난해부터 우리에게 농업방송을 해보라고 수차례에 걸쳐 제안하고 자문해 준 쪽이 바로 농림부였다. 그래서 수십억 원을 들여 방송장비를 사놓고 신청서를 냈다. 그런데 농림부는 어디서 갑자기 돈을 구했는지 자신들이 직접 하겠다고 경쟁에 뛰어든 것이다.”
전농은 농림부의 농업방송 설립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경쟁력 없는 공기업 자회사를 구태여 만들어 산하기관·농협의 부실을 늘린다는 게 그 이유다. 방송은 민간업자에게 맡기고 정부는 감독만 잘 해도 방송의 질을 높일 수 있다는 게 전농측 논리다. 이는 기획예산처의 입장과도 일치한다. 농민단체는 농림부 고위 관리들이 농정 실패의 비판여론을 사전에 차단하고 퇴임 후 자리 만들기 일환으로 농업방송을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다.
6월15일 방송사업자로 선정되면 농림부는 개국 준비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그러나 농림부 자체 분석에 따르면 농업방송은 개국 직후 1년간 거의 수익을 내지 못하며 최소 5년간 적자운영이 불가피하다. 4개 기관의 부담이 이번 140억 원 한 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도 계속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국고로 충당하든 산하기관·농협에서 갹출하든 농업방송이 잘못될 경우 국민의 돈만 허공에 날아가고 만 셈이다.
농림부의 농업방송 추진은 사실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초 농림부는 농업방송을 하겠다며 기획예산처에 87억 원의 예산을 신청했다. 그러나 기획예산처는 이를 전액 삭감했다. 당시 기획예산처는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다음은 기획예산처 관계자의 설명. “농업방송은 시청자가 제한되어 있고 수익성이 없어 ‘영구 적자사업’이 될 가능성이 크다. 불필요한 공공부문 사업을 퇴출하고, 민영화하는 일이 정부개혁의 핵심과제가 되는 마당에 정부 부처가 수익성 없는 사업을 새로 벌이겠다고 나서는 게 말이 되나.”
농림부에 따르면 KAB 개국을 위해 시설투자비 등 총 140억 원을 투입한다. 한국마사회가 70억 원, 농협이 50억 원, 농산물유통공사와 농업기반공사가 각각 10억 원씩 내놓을 예정으로 알려졌다. 농업계에선 “기획예산처에서 정부예산을 받아내지 못하자 농림부가 산하기관을 ‘쑤셔서’ 돈을 마련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농림부는 “위원회 2차 회의에서 ‘농민을 위해 뭔가 좋은 일을 하자’는 각 기관의 의견을 민주적으로 수렴했고, 기관별 분담액도 정해졌다”고 말했다.
그러나 농협 관계자 A씨가 비실명 보도를 전제로 전하는 바에 따르면 농협이 50억 원이라는 큰돈을 자발적으로 떠맡았다고 보기엔 여러 정황이 의문투성이였다. 농협은 50억 원을 회계상 ‘기부금’으로 처리할 계획이다. 농업방송은 수익을 못 낼 것이 거의 확실하므로 출연한 돈은 회수가 불가능하다고 본 것이다. KAB는 농림부가 주도하는데다 재단법인 형태여서 농협은 이 방송국에 대해 출연금에 비례하는 권한을 행사하기도 어렵다. 더구나 농협은 지난해 축협과 통합하면서 축협의 부실채권을 고스란히 안았다.
그럼에도 농협이 농업방송 설립에 참여한 것은 농림부의 제의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농협 내부에서 여러 차례 “액수가 너무 많지 않느냐”는 등의 강한 비판과 함께 격론이 벌어졌다고 A씨는 전한다. 농협이 농림부에 정부출연을 요구한 대목에서도 농협측의 불편한 심기가 엿보인다. 농협측은 “농협은 법적으로 민간단체다. 위성방송사업이 농민을 위하는 공공사업이라면 사업비의 상당부분은 정부예산에서 출연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그러자 농림부는 “2002년 정부예산에서 20억 원을 확보하겠다”고 약속했다고 한다. 농협은 정부 산하기관은 아니지만 현행법상 농림부의 지휘·감독 및 감사를 받도록 되어 있다. A씨는 “상부기관이나 다름없는 농림부의 제의를 거절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마사회를 끌어들이기 위해 농림부는 농업방송에 경마중계를 허용해 줬다. 농림부가 농업기반공사에 10억 원을 부담시키려 한 것에 대해서도 ‘도가 지나치다’는 반응이다. 한 농민단체 관계자는 “농업기반공사는 경영상황이 안 좋아 무려 1조 원대의 정부예산 지원을 바라고 있다. 누구보다 이런 사정을 잘 알면서 등을 떠민 것”이라고 말했다.
농림부는 농민들의 오랜 숙원을 풀기 위해 농업방송을 설립하겠다고 말한다. 그러나 KDB에 따르면 이미 2곳의 민간사업자가 농업전문방송사업 신청서를 내놓았다. 전농 이호중 정책부장은 “정부부처가 방송해야 농민에게 도움이 되고, 민간사업자는 안 된다는 논리는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신청서를 낸 사업자 중 한 곳인 ‘농촌지도자중앙연합회’는 “농림부가 정부기관답지 않은 이중적 행태를 보였다”고 격한 감정을 토로했다. 다음은 이 단체 관계자의 말. “지난해부터 우리에게 농업방송을 해보라고 수차례에 걸쳐 제안하고 자문해 준 쪽이 바로 농림부였다. 그래서 수십억 원을 들여 방송장비를 사놓고 신청서를 냈다. 그런데 농림부는 어디서 갑자기 돈을 구했는지 자신들이 직접 하겠다고 경쟁에 뛰어든 것이다.”
전농은 농림부의 농업방송 설립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경쟁력 없는 공기업 자회사를 구태여 만들어 산하기관·농협의 부실을 늘린다는 게 그 이유다. 방송은 민간업자에게 맡기고 정부는 감독만 잘 해도 방송의 질을 높일 수 있다는 게 전농측 논리다. 이는 기획예산처의 입장과도 일치한다. 농민단체는 농림부 고위 관리들이 농정 실패의 비판여론을 사전에 차단하고 퇴임 후 자리 만들기 일환으로 농업방송을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다.
6월15일 방송사업자로 선정되면 농림부는 개국 준비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그러나 농림부 자체 분석에 따르면 농업방송은 개국 직후 1년간 거의 수익을 내지 못하며 최소 5년간 적자운영이 불가피하다. 4개 기관의 부담이 이번 140억 원 한 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도 계속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국고로 충당하든 산하기관·농협에서 갹출하든 농업방송이 잘못될 경우 국민의 돈만 허공에 날아가고 만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