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눈과 귀를 가리는 ‘비선(秘線) 조직’의 실체는 과연 무엇인가. 비선을 정리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크지만 정작 비선의 실체를 구체적으로 언급하는 사람은 드물다. 소장파의 한 인사는 “그걸 꼭 말로 해야 하느냐”며 부담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지난 5월31일 민주당 워크숍에서 추미애 의원은 “3·26 개각 전에는 해보자는 의지가 높았는데 개각 이후 힘이 빠졌다. 비슷한 시기 어떤 사무실이 오픈(open)했다”고 권 전 고문을 ‘비선의 핵심’으로 지목했다. 결국 소장파가 지목하는 비선 조직은 권노갑 전 고문과 그의 마포 사무실에 연관된 동교동 구파라고 볼 수 있다. 권 전 고문의 마포 사무실은 내부 공간이 50여 평 정도로 크지 않다. 직원도 여직원 하나가 전부다. 왜소하기 이를 데 없는 이 사무실을 정풍파 인사들은 왜 비선의 실체로 보는가.
그러나 이 사무실이 갖는 정치적 무게는 외형적 왜소함과는 관계가 없다. 사무실이 열린 다음 기자들이 날마다 이곳을 찾은 것만 보더라도 정치적 상징성이나 위상을 짐작할 수 있는 것. 권고문이 기자를 만날 때 민주당 전용학 대변인이 가끔 배석하는 것도 권 전 고문이 당 대표에 준하는 예우를 받는 상징적인 예로 볼 수 있다. 기자들은 이곳을 민주당 마포당사라고 부른다.
민주당 한 고위 관계자가 밝히는 권고문 사무실 표정도 힘을 느끼게 해준다. “개소식을 마친 마포 사무실은 대단했다. 아침 10시경 권고문이 나타나기 전부터 그를 만나러 온 정객들로 사무실은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다. 권고문이 들어오면 면담 일정대로 내방객들이 줄지어 방으로 들어간다. 이들의 면담 시간은 고작 2~3분, 길어야 5분이다. 무슨 얘기를 하는지는 모르지만 권고문을 만나고 나온 사람의 표정은 하나같이 밝았다. 그날 내가 본 인사는 이인제 최고위원의 브레인인 한용상씨, 길승흠 전 의원, 김민하 민주평통자문회의 수석부의장과 몇몇 현역 의원들이었다.”
자연 이 사무실은 권력을 움직이는 진원지로 소문났다. 소장파 한 인사의 지적. “권 전 고문 사무실 개소 기사가 나오면서 언론은 그가 내년 지방선거를 준비할 것이라고 표현했는데 그 직후 지방선거 출마 예정자가 이력서를 들고 줄줄이 마포로 몰렸다. 당은 허수아비였고 진공상태였다.” 정풍파 소속 한 의원은 “권고문이 사무실을 내면서 구심점 없이 흩어져 있던 동교동계 구주류가 자연스레 뭉치게 되었다”고 말한다.
사무실 개소를 전후해 “정권 재창출에 남은 여생을 바치겠다”고 말한 권 전 고문의 역할론은 마포 사무실과 여권 내부 비선조직과의 유기적인 연결을 유추하기에 충분한 대목으로 비춰진다. 소장파 인사들은 “한광옥 비서실장, 박지원 정책기획수석, 남궁진 정무수석 등 권 전 고문과 가까운 청와대 인사들이 사무실 개소를 계기로 수시로 회합했다”고 지적한다. 안동수 전 법무장관 인사와 관련해 소장파가 이들에게 의혹의 눈길을 보낸 것도 따지고 보면 이런 배경에서 비롯한다.
소장파 소속 한 인사는 “민정수석 등 정상적인 인사 시스템이 제대로 돌아갔다면 그런 말도 안 되는 인사가 가능하겠는가”라며 보이지 않는 손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다. 이와 관련 김태홍 의원은 “대통령 주변에 공식 라인이 아닌 비공식 라인이 더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고 말한다. 동교동 구파로 대별되는 이들에 대한 당내 소장파의 시각은 매우 부정적이다. 비선으로 대표되는 폐쇄적 인사 시스템을 구축한 인물들이란 의혹도 뒤따른다. 민주당 한 인사는 “이런 흐름이 커지다 보니 권 전 고문과 청와대 일부 비선 그룹이 정부 인사에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설로 이어졌고, 공기업 낙하산 인사도 거의 컨트롤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는다”고 말했다.
정국 운영과 관련한 파행 사태의 배경에도 비선의 부정적 기능과 폐해가 도사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책결정 과정을 주로 비공식 라인에 의존하다 보니 여야 격돌과 정책혼선 등이 이어졌다는 것. 정대철 최고위원은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못하기 때문에 모든 것이 대통령에게 집중되고 책임 또한 대통령에게 집중된다”고 강조했다.소장파 인사들은 “청와대 참모진이 공식 채널이 아닌 비선을 통해 김대통령과 또 다른 실력자를 연결한 흔적이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비선과 관련하여 김대통령이 확인해 주지 않는 이상 구체적으로 언급하기는 어렵다. 김대통령은 최근 들어 과거 야당 생활을 같이한 민주화 동지나 법조계 인사 등과도 독대시간을 늘리고 있다고 민주당 인사들은 설명한다.
지난 5월31일 민주당 워크숍에서 추미애 의원은 “3·26 개각 전에는 해보자는 의지가 높았는데 개각 이후 힘이 빠졌다. 비슷한 시기 어떤 사무실이 오픈(open)했다”고 권 전 고문을 ‘비선의 핵심’으로 지목했다. 결국 소장파가 지목하는 비선 조직은 권노갑 전 고문과 그의 마포 사무실에 연관된 동교동 구파라고 볼 수 있다. 권 전 고문의 마포 사무실은 내부 공간이 50여 평 정도로 크지 않다. 직원도 여직원 하나가 전부다. 왜소하기 이를 데 없는 이 사무실을 정풍파 인사들은 왜 비선의 실체로 보는가.
그러나 이 사무실이 갖는 정치적 무게는 외형적 왜소함과는 관계가 없다. 사무실이 열린 다음 기자들이 날마다 이곳을 찾은 것만 보더라도 정치적 상징성이나 위상을 짐작할 수 있는 것. 권고문이 기자를 만날 때 민주당 전용학 대변인이 가끔 배석하는 것도 권 전 고문이 당 대표에 준하는 예우를 받는 상징적인 예로 볼 수 있다. 기자들은 이곳을 민주당 마포당사라고 부른다.
민주당 한 고위 관계자가 밝히는 권고문 사무실 표정도 힘을 느끼게 해준다. “개소식을 마친 마포 사무실은 대단했다. 아침 10시경 권고문이 나타나기 전부터 그를 만나러 온 정객들로 사무실은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다. 권고문이 들어오면 면담 일정대로 내방객들이 줄지어 방으로 들어간다. 이들의 면담 시간은 고작 2~3분, 길어야 5분이다. 무슨 얘기를 하는지는 모르지만 권고문을 만나고 나온 사람의 표정은 하나같이 밝았다. 그날 내가 본 인사는 이인제 최고위원의 브레인인 한용상씨, 길승흠 전 의원, 김민하 민주평통자문회의 수석부의장과 몇몇 현역 의원들이었다.”
자연 이 사무실은 권력을 움직이는 진원지로 소문났다. 소장파 한 인사의 지적. “권 전 고문 사무실 개소 기사가 나오면서 언론은 그가 내년 지방선거를 준비할 것이라고 표현했는데 그 직후 지방선거 출마 예정자가 이력서를 들고 줄줄이 마포로 몰렸다. 당은 허수아비였고 진공상태였다.” 정풍파 소속 한 의원은 “권고문이 사무실을 내면서 구심점 없이 흩어져 있던 동교동계 구주류가 자연스레 뭉치게 되었다”고 말한다.
사무실 개소를 전후해 “정권 재창출에 남은 여생을 바치겠다”고 말한 권 전 고문의 역할론은 마포 사무실과 여권 내부 비선조직과의 유기적인 연결을 유추하기에 충분한 대목으로 비춰진다. 소장파 인사들은 “한광옥 비서실장, 박지원 정책기획수석, 남궁진 정무수석 등 권 전 고문과 가까운 청와대 인사들이 사무실 개소를 계기로 수시로 회합했다”고 지적한다. 안동수 전 법무장관 인사와 관련해 소장파가 이들에게 의혹의 눈길을 보낸 것도 따지고 보면 이런 배경에서 비롯한다.
소장파 소속 한 인사는 “민정수석 등 정상적인 인사 시스템이 제대로 돌아갔다면 그런 말도 안 되는 인사가 가능하겠는가”라며 보이지 않는 손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다. 이와 관련 김태홍 의원은 “대통령 주변에 공식 라인이 아닌 비공식 라인이 더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고 말한다. 동교동 구파로 대별되는 이들에 대한 당내 소장파의 시각은 매우 부정적이다. 비선으로 대표되는 폐쇄적 인사 시스템을 구축한 인물들이란 의혹도 뒤따른다. 민주당 한 인사는 “이런 흐름이 커지다 보니 권 전 고문과 청와대 일부 비선 그룹이 정부 인사에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설로 이어졌고, 공기업 낙하산 인사도 거의 컨트롤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는다”고 말했다.
정국 운영과 관련한 파행 사태의 배경에도 비선의 부정적 기능과 폐해가 도사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책결정 과정을 주로 비공식 라인에 의존하다 보니 여야 격돌과 정책혼선 등이 이어졌다는 것. 정대철 최고위원은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못하기 때문에 모든 것이 대통령에게 집중되고 책임 또한 대통령에게 집중된다”고 강조했다.소장파 인사들은 “청와대 참모진이 공식 채널이 아닌 비선을 통해 김대통령과 또 다른 실력자를 연결한 흔적이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비선과 관련하여 김대통령이 확인해 주지 않는 이상 구체적으로 언급하기는 어렵다. 김대통령은 최근 들어 과거 야당 생활을 같이한 민주화 동지나 법조계 인사 등과도 독대시간을 늘리고 있다고 민주당 인사들은 설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