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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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가서도 운동하라고요?

  • < 조성준/ 스포츠서울 체육팀 기자 when@sportsseoul.com>

    입력2005-01-31 15:5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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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 가서도 운동하라고요?
    지난 4월에 열린 일본 오사카 세계탁구선수권대회 때 일이다. 단체전과 개인전을 포함해 장장 2주간 선수단과 함께한 기자는 경기가 없는 사이 많은 대표선수들과 진솔한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그중 하나, 송곳처럼 날카로운 공격으로 유명한 여자 대표팀의 주춧돌 A선수와 격의없이 주고받은 얘기 한토막.

    기자 : (대만 여자대표팀의 최고참 첸징의 맹활약을 보며) 언제 적 첸징이야, 아직도 잘 하네.

    A : 저 아줌마(?), 얼마 전에 이혼 했대요.

    기자 : (깜짝 놀라) 그래요? 애 키우랴, 혼자 살림 하랴 정신 없겠구먼. 근데 참 대단해. 외국 여자선수들은 결혼과 출산을 겪어도 실력이 변함없는 것 같거든. 우리 나라 여자선수들도 그러면 참 좋을 텐데….

    A :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결혼하고 애 낳은 다음에도 이걸 계속해요? 힘들고 지겨워서 못해요.



    기자 : 실력이 저 친구들보다 못한 것도 아니고 왜 못해요?

    A : (조금 답답하다는 얼굴) 이 나이까지 10년 이상을 오직 탁구 하나만을 위해 토요일에 외출 한번 제대로 하지 못하고 살았어요. 선수들이 외모에 신경 쓰면 안 된다는 이유로 머리도 못 기르고 염색 한번 제대로 못 해봤어요. 한마디로 저희 나이 때 친구들이 즐기는 사생활을 한 번도 누리지 못해 너무 아쉽다는 얘기죠. 솔직히 현역생활 오래 한다고 경제적으로 엄청나게 나아지는 것도 아닌데 뭣하러 고생을 사서 하겠어요.

    기자 : 그래도 오랫동안 현역에 남는 것도 의미있지 않습니까?

    A : 글쎄요. 그렇게 하고 싶어도 주위 여건이 어렵게 할 때가 많아요. 승부 세계에서는 이길 때도 있고 질 때도 있게 마련인데, 우리 나라에서는 나이 먹은 선수가 어린 선수한테 패하기라도 하면 ‘한계가 왔네’ ‘2선 퇴진 임박’ 등 난리가 나잖아요. 이런 모든 것들이 저희들에게는 큰 부담이죠.

    얘기를 나눈 다음날 잠깐 경기가 없는 틈을 내 오사카 시내 백화점에 들렀다가 스웨덴 남자탁구의 국보급 스타인 발트너와 페르손이 한가롭게 쇼핑에 열중한 모습을 목격할 수 있었다. 당시만큼은 둘의 얼굴에서 피 마르는 승부의 스트레스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대부분 프로클럽 소속인 유럽 외국선수들의 경우, 아무리 국가대표라 하더라도 경기 기간중 골프와 연애 등 여가활동을 마음껏 즐기며 피로를 잊는다고 한다. 국가대표를 신성시하는 국내의 일부 스포츠 마니아들에게야 피가 거꾸로 솟을 얘기겠지만.

    오로지 운동만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며 살아가는 ‘운동기계’의 시대는 이제 지나가야만 하지 않을까. 이들이 오랫동안 질리지 않고 땀 흘리는 모습을 보고 싶다면 말이다. A선수와의 대화를 마친 뒤 문득 떠올랐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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