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가 1978년 월간 ‘샘터’ 편집기자로 입사해 23년간 줄곧 몸담은 ‘샘터’사가 ‘정채봉 전집’을 발간한다. 마해송, 이원수를 거쳐 정채봉으로 이어진 한국아동문학의 전통을 정리하는 셈. 동화는 물론 에세이와 그가 만든 ‘생각하는 동화’ 등 대표작을 총망라하는 이 전집에는 아버지와 같은 길을 걷는 딸 정리태씨가 참여했다.
리태씨는 1999년 서울예대 문예창작과 재학 중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동화 ‘굴뚝에서 나온 무지개’로 등단했다. 정채봉씨가 같은 지면에서 ‘꽃다발’로 등단한 지 꼭 26년 만의 일이다. 당시 “병상에 누워 있는 아버지를 위로하기 위해 쓴 작품”이라 당선소감을 밝혀 코 끝을 찡하게 했던 리태씨는 현재 샘터사 수습기자로 일하며, 고인이 된 아버지의 글들을 정리하고 있다. 또 아버지가 구술하고 딸이 다듬은 유고와 딸이 직접 쓴 글을 엮어 부녀가 함께 쓴 병상일기도 출간을 기다린다.
이번에 1차로 출간한 ‘스무 살 어머니’와 ‘그대 뒷모습’은 고인의 대표 에세이집이다. 재출간하는 책에는 ‘2월과 바다와 동백꽃과’ ‘새해 아침에’ 당신은 행복하세요?’ ‘내 정신의 사원’ ‘마음의 문을 열고’ 등 미발표 유작 에세이 10편을 추가했다. 특히 열일곱에 시집와 열여덟에 그를 낳고 꽃다운 스무 살에 세상살이를 마친 어머니의 이야기 ‘스무살 어머니’는 언제 읽어도 뱃속에서 ‘뭉클한’ 무엇이 솟아오른다. 느낌이 오래 간직되는 에세이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