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역비리사건의 주역은 박원사도 아니고, 병역 기피한 자식도 아니다. 남들 다 가는 군대를 안 가겠다는 소갈머리 없는 아들을 위해 돈 싸들고 다니며 관련인사를 매수해 국법을 어긴 얌체 특권층이 바로 주역이다. 설사 자식이 군대 안 가겠다고 하더라도 올바른 부모라면 ‘노블레스 오블리제’까지는 아니더라도 정도가 무엇인지 따끔하게 가르쳐야 했다.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다수의 우리 국민은 어린시절부터 불법과 편법을 묵인하는 좌절감에 젖으며 산다. 한 광고회사가 1998년에 조사하였더니 ‘우리 나라에서는 법대로 사는 사람이 손해 본다’에 대해 그렇다는 응답이 남자 중`-`고`등학생 중에서는 81%, 20대 남자들 중에는 87%로 나타났다. 또‘우리 나라에는 능력보다는 편법으로 성공한 사람이 많다’는 응답도 중-`고등학생에서는 80%, 20대에서는 87%나 된다. 이런 형편이니 법대로 군대를 간 사람은 상대적으로 피해의식을 가지고, 사회에 나가서도 준법이니 법치니 하는 말은 공허하게 들린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병역비리사건의 처리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만일 또다시 몸통은 건드리지 않고 깃털만 건드리는 미봉책으로 사건을 마무리한다면 군대를 갔다 온 많은 대한민국 남성과 아들을 군대에 보낸 이 땅의 어머니들이 느낄 ‘법 앞의 불평등감과 좌절감’은 엄청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