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실업자 수가 106만9000명을 기록하면서 다시 100만명 실업시대에 진입했다. 실업자 100만명 시대는 지난해 4월 IMF 경제위기 이후 처음으로 100만명 아래로 떨어진 뒤 11개월 만에 재현됐다. 실업률로 따지면 이미 5%대에 들어선 셈이다. 이보다 앞선 1월 실업자 수가 98만2000명인 것을 감안하면 2월 한 달 동안만 약 7만명의 실업자가 늘어난 셈이다. 3월 실업통계가 나와봐야 알겠지만 당초 정부가 예측했던 1·4분기 실업자 수 94만명에 4.3%의 실업률은 이미 빗나간 것이 확실해 보인다. 실업자 수는 지난해 10월의 76만명(실업률 3.4%)을 저점으로, 11월 79만7000명(3.6%), 12월 89만명(4.0%) 등 상승추세로 반전해 지난 2월 정점에 이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1·4분기 중에 실업자가 가장 많이 쏟아져나오는 것은 동절기 건설 수요 위축 등 계절적 요인에다 각급 학교의 졸업 시즌이 겹쳐 대졸 실업자들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쏟아붓기식 실업예산 배정
그러나 두번째로 찾아온 실업자 100만시대의 실업대책, 특히 실업예산 집행은 허술하기 이를 데 없다는 지적이다. 올해 실업 대책 예산은 모두 2조9060억원에 이르고 있다. 일단 정부는 단기 일자리 제공 예산의 45%를 1·4분기에 집중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문제는 예산의 많고 적음이 아니라 한정된 예산이 적재적소에 제대로 배분되고 있느냐는 것. 한국노동연구원 강순희 박사는 “정부의 실업대책에서는 여성, 청소년, 장기 실업자 등 범주별 실업자를 가려내 지원하는 시스템이 미흡한 형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현재 노동시장의 현실에 근거한 수요 공급 측면의 정보가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서강대 남성일 교수(경제학)는 “예산을 배정하려면 노동시장의 수요를 측정해야 하고 이를 위한 기초정보도 마련돼 있어야 하는데 이것이 없는 상황에서는 주먹구구식 배정이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기초정보가 없다 보니 당연히 실업대책 예산 배정은 단순 나열식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설령 현실을 반영한다고 하더라도 예년 수치와 비교해서 변동이 생긴 분야의 예산을 일부 추가하는 구태의연한 방식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노동연구원 강순희 박사는 “다양한 경력을 가진 사람들을 한데 모아두고 똑같은 카테고리로 묶어 지원하는 방식을 반복해서는 안 된다. 이를 위해서는 실업자 등록을 받을 때부터 이들에 대한 심층 면접을 통해 이들의 현실과 수요를 파악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실업대책 내용과 관련해서도 발표 내용은 그럴듯하지만 찬찬히 뜯어보면 ‘속빈 강정’에 불과한 것들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대표적인 것이 청년실업자에 대한 IT(정보기술) 교육 방침이다. 정부는 지난 2월 말, 올해 대학을 졸업하는 신규 대졸자 46만명 중 16만명이 취업을 하지 못하리라는 전망 아래 대졸 실업자를 위한 IT 분야 교육 실시 방안을 내놓기도 했다. 이를 위해 소요되는 예산만 해도 약 1400억원 수준이다. 민간 IT 우수 교육기관을 통한 전문교육 대상 인원을 1만8000명으로 늘리고 미국과 인도 등에도 1000명을 파견해 해외교육을 실시한다는 계획도 내놓았다. 노동부는 이러한 청년 실업자 IT 교육 계획의 대부분을 3월 중 수립하고 4월 중 실시할 예정.
그러나 실제 교육기관을 선정하고 교육의 세부 계획을 짜야 할 정보통신부에서는 전혀 다른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시행기관 중 하나인 한국정보통신대학원대학 홈페이지에는 정부의 발표내용이 보도된 뒤 교육을 신청하겠다는 대졸자들의 문의가 이어지고 있으나 현재 아무도 시원한 답변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이를 주관해야 할 정보통신부의 교육 준비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정통부의 한 관계자는 “아직 교육대상자를 선발하지 못한 것은 물론이고 교육기관도 선정하지 못했다”며 노동부측의 ‘한건주의식’ 발표를 못마땅해 했다. 이제 막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이 중심이 돼 실업자를 위한 IT교육을 담당할 교육기관 선정 기준을 만들어 발표한 상태에 불과하다. 그나마 계획을 급조하다 보니 선정 기준에 오류가 나타나 공고 내용을 수정하는 소동을 빚기도 했다. 자연스레 정부측의 발표와 달리 실제 교육은 6개월 이상 늦어질 전망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런 현상을 두고 정부가 실업예산을 쏟아붓기식으로 집행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 노동전문가는 이를 두고 “실업자가 늘어날 때마다 가장 좋아하는 것은 바로 노동부”라며 노동부의 방만한 예산 집행을 꼬집었다.
이러한 지적에 대해 노동부 관계자는 “정해진 예산을 초과해 투입하는 것은 아니다”고 전제한 뒤 “통상 1·4분기 실업자가 가장 많이 늘어나는 것을 감안할 때 어쩔 수 없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노동부 관계자는 “아직까지 실업률은 지난해 추세와 비교해 크게 높은 상태는 아닌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면서 “3, 4월 실업률이 예상 외로 높게 나타난다면 실업예산 증액도 고려해 봐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3, 4월 실업 전망과 관련해 가장 눈여겨보아야 할 부분은 구조조정으로 인한 실업이 본격화하면서 경기적 실업과 함께 복합적 실업 국면이 나타날 수 있는 가능성이다. 지난해 말 52개 부실기업 퇴출조치와 대우자동차 부도처리 등 2차 구조조정의 여파가 노동시장을 덮쳤지만 1월 실업통계까지만 해도 구조조정으로 인한 이들 실업은 통계상에 반영되지 않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고용조정에 대한 노조의 반발 등으로 정리해고 등 고용조정이 본격적으로 시행되지 않았기 때문. 그러나 2월17일의 대우차 정리해고 통보, 3월3일의 고려산업개발 부도, 3월9일의 동아건설 파산 결정 등으로 인해 2, 3월 실업 추이에는 구조조정으로 인한 실업이 본격적으로 반영되면서 경기 후퇴로 인한 실업과 구조조정으로 인한 실업이 함께 일어나는 복합적 실업 양상이 두드러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과도한 재정부담이 따를 수밖에 없는 선심성 실업구제 조치에 의존하기보다 노동시장의 구조조정이 전제되는 방법을 통해 실업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또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실업 문제에 대처하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LG경제연구원 송태정 책임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IT교육 지원 등 교육훈련 확충뿐아니라 노동정보 시스템의 효율화, 고용보험의 내실화 등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을 도입해 인력수급의 불균형을 해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쏟아붓기식 실업예산 배정
그러나 두번째로 찾아온 실업자 100만시대의 실업대책, 특히 실업예산 집행은 허술하기 이를 데 없다는 지적이다. 올해 실업 대책 예산은 모두 2조9060억원에 이르고 있다. 일단 정부는 단기 일자리 제공 예산의 45%를 1·4분기에 집중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문제는 예산의 많고 적음이 아니라 한정된 예산이 적재적소에 제대로 배분되고 있느냐는 것. 한국노동연구원 강순희 박사는 “정부의 실업대책에서는 여성, 청소년, 장기 실업자 등 범주별 실업자를 가려내 지원하는 시스템이 미흡한 형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현재 노동시장의 현실에 근거한 수요 공급 측면의 정보가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서강대 남성일 교수(경제학)는 “예산을 배정하려면 노동시장의 수요를 측정해야 하고 이를 위한 기초정보도 마련돼 있어야 하는데 이것이 없는 상황에서는 주먹구구식 배정이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기초정보가 없다 보니 당연히 실업대책 예산 배정은 단순 나열식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설령 현실을 반영한다고 하더라도 예년 수치와 비교해서 변동이 생긴 분야의 예산을 일부 추가하는 구태의연한 방식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노동연구원 강순희 박사는 “다양한 경력을 가진 사람들을 한데 모아두고 똑같은 카테고리로 묶어 지원하는 방식을 반복해서는 안 된다. 이를 위해서는 실업자 등록을 받을 때부터 이들에 대한 심층 면접을 통해 이들의 현실과 수요를 파악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실업대책 내용과 관련해서도 발표 내용은 그럴듯하지만 찬찬히 뜯어보면 ‘속빈 강정’에 불과한 것들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대표적인 것이 청년실업자에 대한 IT(정보기술) 교육 방침이다. 정부는 지난 2월 말, 올해 대학을 졸업하는 신규 대졸자 46만명 중 16만명이 취업을 하지 못하리라는 전망 아래 대졸 실업자를 위한 IT 분야 교육 실시 방안을 내놓기도 했다. 이를 위해 소요되는 예산만 해도 약 1400억원 수준이다. 민간 IT 우수 교육기관을 통한 전문교육 대상 인원을 1만8000명으로 늘리고 미국과 인도 등에도 1000명을 파견해 해외교육을 실시한다는 계획도 내놓았다. 노동부는 이러한 청년 실업자 IT 교육 계획의 대부분을 3월 중 수립하고 4월 중 실시할 예정.
그러나 실제 교육기관을 선정하고 교육의 세부 계획을 짜야 할 정보통신부에서는 전혀 다른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시행기관 중 하나인 한국정보통신대학원대학 홈페이지에는 정부의 발표내용이 보도된 뒤 교육을 신청하겠다는 대졸자들의 문의가 이어지고 있으나 현재 아무도 시원한 답변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이를 주관해야 할 정보통신부의 교육 준비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정통부의 한 관계자는 “아직 교육대상자를 선발하지 못한 것은 물론이고 교육기관도 선정하지 못했다”며 노동부측의 ‘한건주의식’ 발표를 못마땅해 했다. 이제 막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이 중심이 돼 실업자를 위한 IT교육을 담당할 교육기관 선정 기준을 만들어 발표한 상태에 불과하다. 그나마 계획을 급조하다 보니 선정 기준에 오류가 나타나 공고 내용을 수정하는 소동을 빚기도 했다. 자연스레 정부측의 발표와 달리 실제 교육은 6개월 이상 늦어질 전망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런 현상을 두고 정부가 실업예산을 쏟아붓기식으로 집행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 노동전문가는 이를 두고 “실업자가 늘어날 때마다 가장 좋아하는 것은 바로 노동부”라며 노동부의 방만한 예산 집행을 꼬집었다.
이러한 지적에 대해 노동부 관계자는 “정해진 예산을 초과해 투입하는 것은 아니다”고 전제한 뒤 “통상 1·4분기 실업자가 가장 많이 늘어나는 것을 감안할 때 어쩔 수 없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노동부 관계자는 “아직까지 실업률은 지난해 추세와 비교해 크게 높은 상태는 아닌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면서 “3, 4월 실업률이 예상 외로 높게 나타난다면 실업예산 증액도 고려해 봐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3, 4월 실업 전망과 관련해 가장 눈여겨보아야 할 부분은 구조조정으로 인한 실업이 본격화하면서 경기적 실업과 함께 복합적 실업 국면이 나타날 수 있는 가능성이다. 지난해 말 52개 부실기업 퇴출조치와 대우자동차 부도처리 등 2차 구조조정의 여파가 노동시장을 덮쳤지만 1월 실업통계까지만 해도 구조조정으로 인한 이들 실업은 통계상에 반영되지 않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고용조정에 대한 노조의 반발 등으로 정리해고 등 고용조정이 본격적으로 시행되지 않았기 때문. 그러나 2월17일의 대우차 정리해고 통보, 3월3일의 고려산업개발 부도, 3월9일의 동아건설 파산 결정 등으로 인해 2, 3월 실업 추이에는 구조조정으로 인한 실업이 본격적으로 반영되면서 경기 후퇴로 인한 실업과 구조조정으로 인한 실업이 함께 일어나는 복합적 실업 양상이 두드러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과도한 재정부담이 따를 수밖에 없는 선심성 실업구제 조치에 의존하기보다 노동시장의 구조조정이 전제되는 방법을 통해 실업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또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실업 문제에 대처하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LG경제연구원 송태정 책임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IT교육 지원 등 교육훈련 확충뿐아니라 노동정보 시스템의 효율화, 고용보험의 내실화 등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을 도입해 인력수급의 불균형을 해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