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일을 어설프게 하거나, 실수하면 아주 한심한 표정을 지으며 ‘집에 가서 애나 봐라’라고 한다. 들을수록 어이없는 소리다. 집에서 애나 보라니! 사랑도 아무나 하는 게 아니라는데, 하물며 아이라고 아무나 낳고 아무나 키울 수 있는 게 아니다.”(한국청소년상담원 박경애 상담교수)
박경애씨는 교사도, 의사도, 그 어떤 일도 내가 싫으면 그만이지만 부모라는 지위는 아무리 하기 싫어도 버릴 수 없다고 말한다. 이제 부모는 세상의 변화에 맞게 자녀를 이끌어 갈 수 있는 지적인 힘을 길러야 하고, 인내를 가지고 행동하는 실천력을 겸비해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자녀교육에 연습도, 왕도도, 완벽하게 적용되는 정도도 없다는 사실이다. 오직 냉혹한 실전만이 기다리고 있는 자녀교육,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박교수가 쓴 ‘지혜로운 부모가 행복한 아이를 만든다’(오늘의 책 펴냄)는 10여 년의 상담 사례를 통해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할 줄 아는 부모가 되는 법을 제시하고 있다. 저자는 우선 ‘집에 가서 애나 봐라’ ‘우리 애가 친구를 잘못 만났어요’ ‘우리 애는 머리는 좋은데 노력을 안 해요’와 같은 상투적인 생각부터 버리라고 말한다.
흔히 청소년 가출이나 비행문제로 상담을 하면 부모들은 한결같이 “선생님, 우리 아이는 너무나 착한 아이였는데, 친구를 잘못 만났어요”라며 울음을 터뜨린다. 아이의 단점을 정확히 보고 그것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부모가 단 한 명도 없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아이의 문제를 남의 탓으로 돌리면 일시적 위안은 될지언정 문제 해결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차라리 우리 아이가 다른 아이에게 나쁜 친구는 아닌지 점검해 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나 ‘세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말도 자칫 편견을 심어준다. 어떤 아이는 떡잎이 좋은데 나무로 잘 자라지 못할 수도 있고, 꽃을 피우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열매까지 맺을 수 있는 아이도 있다. 사람의 성장은 끝을 보아야 한다는 뜻이다.
박교수는 ‘지혜로운 부모가 행복한 아이를 만든다’에서 그간 상담을 통해 만나온 부모와 청소년 사이의 갈등요인, 자식을 어떻게 키울 것인지에 대한 고민과 해답을 81가지 교육방침으로 정리해 놓았다. 지혜로운 부모가 아니면 이제 더 이상 자식을 행복하게 해줄 수 없다는 말은 ‘아버지 되기는 쉬워도 아버지 노릇하기는 어렵다’는 개그맨 이홍렬씨의 책 제목을 떠올리게 만든다.
박경애씨의 책이 학문적 바탕 위에 상담 사례를 얹어 작성됐다면, 박미자씨의 ‘투정 많은 아이, 친구 많은 아이’(동아일보사 펴냄)는 철저하게 실전에서 두 남매를 기르며 터득한 육아법을 담고 있다. 우선 박씨의 경험담에서 눈에 띄는 것은 모든 문제를 엄마 혼자서 해결하려 하지 않고 남편을 육아활동에 끌어들이는 부분이다. 나아가 내 아이를 나 혼자 키우는 게 아니라 세상이 함께 키우는 것임을 강조한다. 아이를 키우는 과정은 협력의 범위를 넓혀가는 과정이라는 말에는 그런 의미가 담겨 있다.
박미자씨(서울 가좌중 교사)네도 아이 기르는 문제로 부부간의 갈등이 많았다. 열 살, 일곱 살 두 남매를 둔 박씨네의 갈등은 식사시간에 시작됐다. 밥투정이 심한 작은애와 똑바로 앉아 밥을 먹지 않고 딴짓을 하면 참지 못하는 남편의 갈등이 결국 부부싸움으로 번진 것. 아이는 아이대로 아빠와의 식사시간이면 유난히 더 투정을 부리며 식탁 분위기를 엉망으로 만들었고, 이런 일이 잦아지자 식사시간엔 침묵과 긴장이 흐르게 됐다. 괴로운 식사시간을 해결해 준 것은 가족회의. “밥 먹는 일보다 노는 게 더 재밌다”는 딸에게 아빠는 “밥을 안 먹으면 유치원에 가서 기운이 없으니 즐겁게 뛰어놀기 힘들다”는 말로 달래며 식사시간에 돌아다니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아낸다. 그 뒤 박씨의 남편은 육아에 관한 책을 읽고 별도로 부모역할교육 강좌를 들으며 스스로를 바꾸려는 노력을 했고, 두세 달이 지난 뒤 딸과 아빠의 관계가 변하면서 밥 먹는 문제로 부부싸움할 필요도 없어졌고, 동생이 또 아빠에게 야단을 맞게 될까봐 불안에 떨던 큰애도 정서적인 안정을 되찾았다.
두 아이의 엄마이자 교사로서 아이들과 부대끼는 삶이 없었다면 어느 집에서나 전쟁처럼 치르는 아이의 밥투정과 그로 인한 부부간의 갈등이 머리글로 오르지는 못했을 것이다. 흔히 부모의 애정 부족을 탓하는 아이들의 손톱 물어뜯기 버릇도 온가족이 저녁마다 둘러앉아 종이접기를 하면서 아이들에게 심심할 틈을 주지 않자 자연스럽게 사라지는 기쁨도 맛본다. 똥에 관심이 많은 아이들의 특성을 살려 똥을 눈 뒤에는 함께 배설물을 살펴보며 공부를 하는 등 복잡한 이론을 갖다 대지 않아도 현장감 넘치는 박씨네 교육법은 상황에 따라 곧바로 적용할 수 있는 내용이어서 더욱 설득력을 갖는다.
세상은 변하고 아이들도 변하는데 부모만은 여전히 수십 년 전 교육원칙을 고집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박경애 교수는 “부모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면 아이를 키우는 전문가가 돼야 한다”고 말한다. 자녀교육을 위해 끊임 없는 학습과 연구가 필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어설프게 부모 노릇하려면 차라리 가만히나 있으라”는 말에 뜨끔할 부모들을 위해 두 책을 권한다. 棟
·지혜로운 부모가 행복한 아이를 만든다/ 박경애 지음/ 오늘의 책 펴냄/ 320쪽/ 9000원
·투정 많은 아이, 친구 많은 아이/ 박미자 지음/ 동아일보사 펴냄/ 300쪽/ 8000원
박경애씨는 교사도, 의사도, 그 어떤 일도 내가 싫으면 그만이지만 부모라는 지위는 아무리 하기 싫어도 버릴 수 없다고 말한다. 이제 부모는 세상의 변화에 맞게 자녀를 이끌어 갈 수 있는 지적인 힘을 길러야 하고, 인내를 가지고 행동하는 실천력을 겸비해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자녀교육에 연습도, 왕도도, 완벽하게 적용되는 정도도 없다는 사실이다. 오직 냉혹한 실전만이 기다리고 있는 자녀교육,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박교수가 쓴 ‘지혜로운 부모가 행복한 아이를 만든다’(오늘의 책 펴냄)는 10여 년의 상담 사례를 통해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할 줄 아는 부모가 되는 법을 제시하고 있다. 저자는 우선 ‘집에 가서 애나 봐라’ ‘우리 애가 친구를 잘못 만났어요’ ‘우리 애는 머리는 좋은데 노력을 안 해요’와 같은 상투적인 생각부터 버리라고 말한다.
흔히 청소년 가출이나 비행문제로 상담을 하면 부모들은 한결같이 “선생님, 우리 아이는 너무나 착한 아이였는데, 친구를 잘못 만났어요”라며 울음을 터뜨린다. 아이의 단점을 정확히 보고 그것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부모가 단 한 명도 없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아이의 문제를 남의 탓으로 돌리면 일시적 위안은 될지언정 문제 해결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차라리 우리 아이가 다른 아이에게 나쁜 친구는 아닌지 점검해 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나 ‘세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말도 자칫 편견을 심어준다. 어떤 아이는 떡잎이 좋은데 나무로 잘 자라지 못할 수도 있고, 꽃을 피우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열매까지 맺을 수 있는 아이도 있다. 사람의 성장은 끝을 보아야 한다는 뜻이다.
박교수는 ‘지혜로운 부모가 행복한 아이를 만든다’에서 그간 상담을 통해 만나온 부모와 청소년 사이의 갈등요인, 자식을 어떻게 키울 것인지에 대한 고민과 해답을 81가지 교육방침으로 정리해 놓았다. 지혜로운 부모가 아니면 이제 더 이상 자식을 행복하게 해줄 수 없다는 말은 ‘아버지 되기는 쉬워도 아버지 노릇하기는 어렵다’는 개그맨 이홍렬씨의 책 제목을 떠올리게 만든다.
박경애씨의 책이 학문적 바탕 위에 상담 사례를 얹어 작성됐다면, 박미자씨의 ‘투정 많은 아이, 친구 많은 아이’(동아일보사 펴냄)는 철저하게 실전에서 두 남매를 기르며 터득한 육아법을 담고 있다. 우선 박씨의 경험담에서 눈에 띄는 것은 모든 문제를 엄마 혼자서 해결하려 하지 않고 남편을 육아활동에 끌어들이는 부분이다. 나아가 내 아이를 나 혼자 키우는 게 아니라 세상이 함께 키우는 것임을 강조한다. 아이를 키우는 과정은 협력의 범위를 넓혀가는 과정이라는 말에는 그런 의미가 담겨 있다.
박미자씨(서울 가좌중 교사)네도 아이 기르는 문제로 부부간의 갈등이 많았다. 열 살, 일곱 살 두 남매를 둔 박씨네의 갈등은 식사시간에 시작됐다. 밥투정이 심한 작은애와 똑바로 앉아 밥을 먹지 않고 딴짓을 하면 참지 못하는 남편의 갈등이 결국 부부싸움으로 번진 것. 아이는 아이대로 아빠와의 식사시간이면 유난히 더 투정을 부리며 식탁 분위기를 엉망으로 만들었고, 이런 일이 잦아지자 식사시간엔 침묵과 긴장이 흐르게 됐다. 괴로운 식사시간을 해결해 준 것은 가족회의. “밥 먹는 일보다 노는 게 더 재밌다”는 딸에게 아빠는 “밥을 안 먹으면 유치원에 가서 기운이 없으니 즐겁게 뛰어놀기 힘들다”는 말로 달래며 식사시간에 돌아다니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아낸다. 그 뒤 박씨의 남편은 육아에 관한 책을 읽고 별도로 부모역할교육 강좌를 들으며 스스로를 바꾸려는 노력을 했고, 두세 달이 지난 뒤 딸과 아빠의 관계가 변하면서 밥 먹는 문제로 부부싸움할 필요도 없어졌고, 동생이 또 아빠에게 야단을 맞게 될까봐 불안에 떨던 큰애도 정서적인 안정을 되찾았다.
두 아이의 엄마이자 교사로서 아이들과 부대끼는 삶이 없었다면 어느 집에서나 전쟁처럼 치르는 아이의 밥투정과 그로 인한 부부간의 갈등이 머리글로 오르지는 못했을 것이다. 흔히 부모의 애정 부족을 탓하는 아이들의 손톱 물어뜯기 버릇도 온가족이 저녁마다 둘러앉아 종이접기를 하면서 아이들에게 심심할 틈을 주지 않자 자연스럽게 사라지는 기쁨도 맛본다. 똥에 관심이 많은 아이들의 특성을 살려 똥을 눈 뒤에는 함께 배설물을 살펴보며 공부를 하는 등 복잡한 이론을 갖다 대지 않아도 현장감 넘치는 박씨네 교육법은 상황에 따라 곧바로 적용할 수 있는 내용이어서 더욱 설득력을 갖는다.
세상은 변하고 아이들도 변하는데 부모만은 여전히 수십 년 전 교육원칙을 고집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박경애 교수는 “부모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면 아이를 키우는 전문가가 돼야 한다”고 말한다. 자녀교육을 위해 끊임 없는 학습과 연구가 필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어설프게 부모 노릇하려면 차라리 가만히나 있으라”는 말에 뜨끔할 부모들을 위해 두 책을 권한다. 棟
·지혜로운 부모가 행복한 아이를 만든다/ 박경애 지음/ 오늘의 책 펴냄/ 320쪽/ 9000원
·투정 많은 아이, 친구 많은 아이/ 박미자 지음/ 동아일보사 펴냄/ 300쪽/ 8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