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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칵 리조트는 루손섬(수도 마닐라가 있다)에 이어 필리핀에서 두번째로 큰 민다나오섬 북서부의 다피탄(Dapitan)시에 자리하고 있다. 다피탄시는 필리핀의 독립영웅 호세 리잘 박사(1페소 주화의 모델이기도 하다)가 스페인의 탄압을 피한 은신처로 역사적 의미를 지닌 곳.
우선 이 다피탄시로 들어가려면 인근 디플로그(Diplog) 공항을 거쳐야 한다. 마닐라에서 필리핀 국내선을 타고 1시간15분쯤 날아가면 시골 간이역 분위기의 디플로그 공항에 닿는다. 공기 탁하고 번잡한 마닐라와는 사뭇 다른 오지 풍경이 신선하다. 리조트에서 마중나온 승합차로 작은 야산을 넘어 40분쯤 달리면 이내 핑크빛 낙조가 웅장한 다칵 리조트가 모습을 드러낸다.
다칵은 1988년 필리핀 상원의원 로메오가 개발한 리조트. 산으로 빙 둘러쳐진 가운데 자리한, 호수처럼 고요한 에메랄드빛 바다가 보여주는 비경이 압권이다. 이 리조트의 컨셉트는 ‘자연’과 ‘휴식.’ 전혀 인공이 가미되지 않은 강렬한 원색의 세계를 뽐낸다. 필리핀의 상당수 유명 리조트들이 아기자기하게 잘 꾸며진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리조트 로비에서 300보 가량 걸으면 닿는 전망대에서 리조트 전체를 한눈에 굽어보면 이같은 자연친화적 면모가 더욱 명확하게 드러난다. 객실이 위치한 정글숲에서는 원숭이나 이구아나와도 심심찮게 조우할 수 있다.
민다나오섬이 적도 부근에 자리한 까닭에 다칵은 태풍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사계절 여름뿐인 필리핀에서 가장 시원한 곳으로 이름 높다. 때문에 필리핀 상류층의 발길이 줄곧 이어지고 있지만, 95년 미스 유니버스대회 당시 전세계 미녀들이 수영복 촬영을 했을 만큼 오히려 유럽인들에게 더 인기를 끄는 곳이 또한 다칵이다. 전체 리조트 이용객의 90% 이상이 외부의 ‘간섭’을 싫어하는 유럽인들이다. 이들은 주로 3∼5월 성수기에 찾아와 보름 내지 한달 가량 휴양을 즐기고 떠난다. 그러나 이 시기엔 현지의 낮 최고기온이 40도까지 치솟는 경우가 잦으므로 호젓함을 즐기고 싶다면 차라리 비수기를 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칵 리조트의 가장 돋보이는 매력은 무엇보다 수온과 수심에 따라 코발트빛이나 녹색, 옥색 등 각기 다른 빛을 띠는 맑은 바다와 길이 750m에 달하는 백사장. 마리바고블루워터(막탄섬) 등 필리핀의 대다수 리조트가 인공으로 조성한 개인 비치를 끼고 있는 것과 달리, 다칵에서는 눈부실 정도로 흰 산호 가루가 지천으로 깔린 자연 그대로의 백사장을 밟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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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07개의 섬으로 이뤄진 군도국가답게 필리핀은 섬과 섬을 배로 연결하는 호핑투어가 잘 발달돼 있다. ‘아일랜드 호핑’(전세낸 배로 섬을 일주하며 스노클링 등 해양레저를 즐기는 관광)을 나가면 으레 타볼 수 있는 것이 ‘벙커.’ 벙커는 배 좌우에 대나무로 만든 지지대를 달아맨 필리핀 고유의 목선. 보통 승선인원이 10명 가량에 불과하지만 웬만한 바닷바람에도 뒤집어지지 않는 안전성이 특징이다. 물보라를 일으키는 벙커 선상에서는 수면 위를 날듯 솟구치는 날치를 구경할 수도 있다.
다칵 비치 서쪽 끝자락의 다칵아쿠아스포츠센터를 찾으면 리조트 앞바다에서 요트, 제트스키, 스쿠버다이빙 등 각종 해양레저를 즐길 수 있다. 제트스키의 경우 30분 대여료가 30달러. 다소 비싼 편이지만 허니문 투어의 경우 해양레포츠 비용이 패키지에 포함돼 있어 추가 비용은 들지 않는다. 다칵 리조트에는 또 해양레포츠에 익숙지 않은 이들을 위해 3개의 실내 수영장과 3홀짜리 미니 골프장, 승마트레킹 코스, 볼링장 등 부대시설도 잘 갖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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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칵 허니문투어는 지난해 2월부터 누비다투어(소장 유재옥·02-777-8366)와 필리핀항공(02-774-0078)에서 마닐라 관광을 겸한 4박5일(다칵 2박, 마닐라 2박) 코스를 취급하고 있다.
필리핀 관광 규정상 리조트 관광은 반드시 마닐라 시내관광을 포함하게 돼 있는데 필수 코스인 리잘 파크(호세 리잘의 유해가 안치된 공원)로 가는 도중 시내 곳곳에서 필리핀의 명물 교통수단인 ‘지프니’를 구경할 수 있다. 지프니는 미국과 에티오피아에 정글탐험용으로 수출되는 수작업 제조차량으로 필리피노(필리핀인)들의 뛰어난 손재주를 엿보게 한다.
필리핀은 빈부격차가 극심하지만 물가는 다소 싼 편. 1달러가 대략 45페소(1페소=약 25원) 정도다. 필리피노들은 대부분 천성이 온순하고 친절하며 붙임성이 있어 친근감이 느껴진다. 필리핀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현지에서 수없이 듣게 될 타갈로그어(필리핀 고유어) 인사말 하나쯤은 미리 알아두는 것도 좋을 듯. ‘마부하이!’(Mabuhay·환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