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75

..

가슴 시린 ‘지중해 戀歌’

  • < 신을진 기자 happyend@donga.com >

    입력2005-02-16 16:45: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가슴 시린 ‘지중해 戀歌’
    예술에 있어 아름다움은 찬미의 대상이지만, 인간의 아름다움은 때로 질투와 분노의 대상이 되어 아름다운 이를 파멸에 이르게도 한다. 특히 여자의 아름다움은 남자들의 욕망을 불러일으킴으로써 그 때문에 전쟁이 일어나기도 하는 등, 위험하고 치명적인 유혹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맘만 먹으면 누구나 미인이 될 수 있고, 뛰어난 성형술과 화장술로 ‘미인’으로 분류되는 사람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요즘에야 아름답다는 것이 그리 큰 얘깃거리가 될 수 없겠지만,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때 지중해의 한 작은 마을에 살았던 ‘말레나’는 그 치명적인 아름다움 때문에 누구의 시선에서도 벗어날 수 없었고 집단적인 비난과 질시의 대상이 되어 희생당해야 했다.

    영화 ‘말레나’는 ‘시네마천국’의 감독 주세페 토르나토레의 신작. 그는 다시 햇빛 찬란한 시실리의 작은 마을로 돌아와 잊을 수 없는 첫사랑의 설렘을 추억 어린 시선으로 반추하는 영화 ‘말레나’를 만들었다. 전쟁으로 남편을 잃고 억척스럽게 살아가다 생계를 위해 몸을 팔기까지 하는 기구한 운명의 여인. 영화는 말레나를 연모하는 열세살 소년 레나토의 시선을 따라가면서 가슴 시린 노스탤지어와 비극적인 사랑이야기를 아름다운 영상에 담아 전한다.

    가슴 시린 ‘지중해 戀歌’
    중년의 레나토는 어린 자신의 영혼을 사로잡았던 말레나를 회상하며 이렇게 말한다. “세월은 흘러 나는 여러 여인을 사랑했다. 그들은 내 품에 안겨 자신을 기억할 것인가 물었고, 나도 그렇게 믿었다. 그러나 나의 가슴엔 내게 물은 일이 없던 말레나만이 남아 있다.” 모든 남자들의 욕망의 대상이자, 모든 여자들의 질투의 대상이었던 ‘말레나’. 거의 대사도 없이 눈빛과 몸짓만으로 숨막히는 관능미를 뿜어내는 ‘말레나’라는 인물은 모니카 벨루치에 의해 현실감 있는 인물로 태어났다. 주세페 감독의 말대로 이 영화는 “모니카 벨루치의 영화”다.

    ‘꿈꾸는 듯한 관능의 화신’. 영화를 본 사람들은 그녀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초콜릿 빛깔을 닮은 몽롱한 눈빛과 흠잡을 데 없이 완벽한 몸매. 그 자체로도 어떤 영화의 어떤 여주인공보다 눈부신 모습인 그녀는 이 영화에서 농익은 누드 장면뿐 아니라 마을 광장에서 벌거벗겨진 채 집단 린치를 당하는 힘든 연기를 소화해냈다.



    모델 출신으로 몇 편의 프랑스영화를 통해 얼굴을 알린 모니카 벨루치는 이 영화를 통해 소피아 로렌, 지나 롤로브리지다, 클라우디아 카르디날레의 계보를 잇는 또 한 명의 이탈리아 여배우로 등극했다.

    주세페 토르나토레 감독은 오래 전에 소설 ‘말레나’를 영화화하기로 결심하고 말레나의 신화적인 모습을 재현할 여배우를 찾던 중 모니카 벨루치를 만났다. 이탈리아 출신으로 유명한 모델이 된 그녀는 말레나처럼 작은 마을에서 성장한 경험이 있어 남자들의 갈망하는 시선과 여자들에게 질투의 대상이 되는 것이 어떤 것인지 잘 알고 있었다.

    모니카 벨루치라는 배우가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의 영화 ‘드라큐라’부터다. 드라큘라 백작의 세 신부 중 하나로 나와 속이 비치는 하얀 드레스를 입고 풍만한 가슴과 뇌쇄적인 눈빛으로 호러적인 성적 팬터지를 보여줬다. 그 이전에 찍은 이탈리아 영화들에서도 그리 다를 바 없었다. 모두 그녀의 야한 모습을 찍는 데만 관심이 있었을 뿐. 이에 만족할 수 없었던 벨루치는 과감히 프랑스로 건너갔다. 그리고 97년 ‘라빠르망’으로 마침내 스타덤에 올랐다. 그리고 오랜만에 이탈리아 영화계로 돌아와 찍은 영화가 ‘말레나’. 이 작품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했다고 밝힌 벨루치는 “이제 어디에서 영화를 찍든 내가 이탈리아 여배우라는 사실엔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당당히 말한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