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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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세금 떨어지면 경제 나아질까

부시 감세 정책 논란 … 그린스펀 지지 불구 “효과 적고 인플레이션 우려” 회의론 많아

  • < 강문성/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세계지역연구센터 미주팀장 >

    입력2005-02-16 15:2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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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美 세금 떨어지면 경제 나아질까
    과연 부시 행정부의 조세감면 정책이 미국 경기를 회복시킬 수 있을 것인가. 최근 미국은 이 질문에 대한 논쟁으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공화당의 단골 메뉴인 조세감면정책은 지난 대통령 선거운동 기간에도 주요 쟁점이었다. 그리고 대통령에 당선된 부시가 앞으로 10년 동안 1조6000억달러에 이르는 대규모 조세감면 정책을 펴나가겠다고 공식 발표하자, 이 정책에 대한 논쟁이 가열되고 있는 것이다.

    우선 민주당 의원들을 비롯해 루빈 전 재무장관과 같이 클린턴 행정부에서 경제각료를 지낸 인사들은 부시의 제안에 회의적이다. 먼저, 조세감면 정책이 지나치게 고소득자 위주로 편성됐다는 지적이다. 일반적으로 조세감면 정책의 효과는 가처분 소득의 증가로 인한 소비진작이 그 목표지만, 고소득층 위주의 조세감면은 소비 진작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다른 비판은 미국 경기가 최근 둔화되고 있지만 지난 10년 동안 장기 호황을 누린 상태라 이 시점에서의 조세감면 정책은 경기를 부양하기보다는 오히려 인플레이션을 야기할 가능성이 많다는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이러한 비판에 직면한 부시 행정부가 1월 말 강력한 후원자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은 행운이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 그린스펀이 그 주인공이다. 미국의 ‘경제 대통령’이라는 그의 별명을 증명이라도 하듯 그의 증언 한 마디에 미국 경제계가 술렁댔다. 1월25일 미 상원 예산위원회에서 부시 대통령의 대대적인 조세감면정책을 지지한다고 증언했던 것이다. 이러한 증언은 그동안 재정수지 흑자를 국가부채 상환에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그의 입장을 다소 변화시킨 것이어서 모두 의아해하고 있으며 그 배경과 관련해 해석이 분분하다.

    美 세금 떨어지면 경제 나아질까
    먼저, 이번 증언이 지극히 정치적이라는 의견이 있다. 그린스펀은 조세감면 정책의 시행이 불가피한 현 상황에서 새로운 행정부와 출범 초기부터 애써 불편한 관계를 만들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사실 그린스펀은 FRB 의장으로서 정치적 중립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왔고, 공화-민주 양당 역시 그러한 그의 노력을 높이 평가해 그의 정책을 적극적으로 지지해 왔다. 지난 대통령선거운동 기간에도 부시와 고어 양 후보는 그린스펀의 통화정책을 적극적으로 지지한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부시 행정부 출범 이후 조세감면 정책을 놓고 공화-민주 양당간 마찰 조짐이 나타나기 시작하는 시점에서 공화당의 손을 들어준 것은 그가 무당파 색채를 지우기 시작한 것으로 비치고 있다.



    이러한 해석과는 달리, 최근 미국 경제가 둔화되는 조짐이 뚜렷해지자 조세감면 정책의 필요성을 그린스펀이 재평가하고 입장을 바꾸었다는 분석도 있다. 사실 미국 경제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좋지 않은 게 사실이다. 1월31일 미 상무부 경제분석국은 2000년 4·4분기 GDP 성장률이 1.4%라고 발표했는데, 이는 지난 5년 동안 가장 낮은 기록이다. 물론 2000년 연간 GDP 성장률은 5%로 85년 이후 최고 수준을 달성했다. 그러나 2000년 하반기부터 경기가 급속히 냉각되고 있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이에 따라 같은 날 개최된 FRB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미국의 연방기금 금리와 재할인율 모두 0.5%포인트씩 인하하기로 결정했다. 이러한 금리 인하는 2001년 새해가 시작되자마자 이루어진 금리 인하에 이어 두번째 취해진 조치로 1월 한 달 동안 FRB는 금리를 1%포인트나 인하한 셈이다. 이처럼 미국경기가 급속히 냉각되자 그린스펀은 금리인하와 더불어 조세감면 정책을 시행해야 경기가 회복될 것으로 믿고 조세감면 정책을 지지했다는 것이 또 다른 분석이다.

    어떤 해석이 맞는지는 그린스펀만이 알겠지만, 분명한 사실은 그의 증언으로 조세감면 정책의 시행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이다. 또한 공화당이 의회에서 다수당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도 이 정책의 시행에 유리한 상황이다. 게다가 올 초 의회예산국(CBO)의 보고서도 대대적인 조세감면 정책 시행의 필요성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이 보고서는 2011년까지 미국의 재정수지 흑자가 5조6000억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 미국 정부가 1조6000억달러의 조세감면 정책을 시행할 여력이 충분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경기부양 정책으로서의 조세감면 정책은 금리인하 조치와 같은 다른 정책 수단에 비해 그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점이 문제다.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흔히 사용되는 금리 인하의 통화정책과 재정지출 및 조세 감면을 통한 재정정책 중 금리인하 정책이 더욱 효과적이라고 알려져 있다. 재정지출 및 조세감면의 경우 정책이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자금이 필요한 반면, 금리인하 조치의 경우 별다른 자금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또한, 정책이 효과를 나타내기까지의 정책시차 측면에서도 금리정책이 보다 효율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실 이러한 정책의 효율성에 대해서 부시 행정부 역시 잘 이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폴 오닐 재무장관은 자신의 인사 청문회에서 조세감면 정책이 미국 경제에 큰 효과를 나타내지는 않을 것이라고 증언한 바 있다.

    그러면 왜 부시 행정부는 조세감면 정책을 적극적으로 취하고 있는가. 물론 국민의 지지를 노린 정치적인 포석도 있겠지만, 금리인하와 동시에 조세감면을 시행한다면 최근 둔화되고 있는 미국 경기를 다시 끌어올리는 데 더욱 효과적일 것이라는 희망 때문일 것이다. 경기를 부양하기 위한 ‘양동 작전’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는 셈이다.

    최근 급속히 대두되고 있는 의견으로는 엄청나게 증가한 재정수지 흑자를 줄이기 위해 부시 행정부가 조세감면에 적극적이라는 분석이다. 현재의 추세대로라면 미국 정부는 멀지 않아 더이상 국채를 발행할 필요가 없어지게 된다. 이는 곧 국채시장이 문을 닫게 된다는 의미인데, 이러한 현상이 가시화된다면 이자율 정책이 경제에 미치는 경로가 차단될 가능성이 있다.

    이런 상황에 최근 국채시장의 활성화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반드시 필요하다는 주장이 대두되고 있어 주목된다. 국채시장이 존재해야만 이자율을 통한 경기 조절이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이에 따라 재정수지 흑자를 줄이기 위해 조세감면정책을 시행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어쨌든 현재로선 부시 감세정책을 두고 의회 내에서도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만큼 이 정책이 의도한 효과를 거둘 것인지 여부는 좀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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