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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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적 감정 폭발 나중에 후회한다

  • 입력2005-06-13 15: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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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인터넷 경매에서 테니스 라켓을 하나 구입했다. 인터넷 경매가 처음이었던 나는 라켓 두 개를 동시에 구입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둘 중 하나라도 되면 성공’이라는 예상을 하면서. 결과는 예상 외로 두 개 다 됐다. 아뿔싸! 나는 한 개면 족한데…. 부랴부랴 한쪽에는 구입의사를 재확인했고 다른 한쪽에는 포기하겠으니 양해해 달라는 이메일을 보냈다.

    “제가 처음 경매에 참가하다보니 잘 몰라 두 개에 동시입찰을 했습니다. …중략(사과의 내용)… 귀하께서 저의 잘못을 수용하신다면 감사하구요. 인터넷 경매도 계약이니 반드시 제가 구입해야 한다고 말씀하시면 구입하겠습니다….”

    얼마 뒤 양해를 구한 상대방으로부터 연달아 네 통의 이메일이 왔다. ‘망할 자식! 나쁜 놈!’ 등 욕설과 협박하는 내용들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그날 하루종일 기분이 나빴다.

    알아보니 그는 캘리포니아 거주자였고, 인터넷 경매의 규칙은 구입이 원칙이지만 상대방이 구입을 포기했을 경우 인터넷 경매 사이트 이용기간을 제한하거나 극단적인 경우 영구히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었다. 상대방에게 욕설이나 협박을 할 수 있다는 내용은 어디를 찾아봐도 없었다.

    일단 상대방이 보낸 편지 내용들을 다른 사이트에 복사해 뒀다. 만약의 경우에 대비하기 위해서. 분한 마음을 가라앉히고 다시 컴퓨터 앞에 앉았다.



    “귀하의 마음은 충분히 이해합니다. 저의 잘못 또한 인정합니다. 그러나 당신이 말씀하신 그런 욕설처럼 저는 자신의 이득만 챙기려는 상습적인 입찰자는 아닙니다. 단지 경매방식에 서툴렀기에 저지른 실수입니다. 전에 보낸 편지에서도 밝혔듯이 귀하께서 원하시면 제가 구입한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하지만 귀하의 폭력적인 언어와 협박은 도가 지나쳤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이라도 경매결과대로 진행하길 원하시면 귀하의 결정에 따르겠습니다. 다만 귀하께서 이전의 편지에서 밝힌 욕설에 대해서는 사과받고 싶습니다. 당신이 누구인지 잘 모르니 제가 보낼 송금액과 귀하께서 보낼 라켓에 대한 보증은 해주셔야겠습니다. 그러면 바로 송금해 드리겠습니다. 저의 이 결정은 결코 당신의 욕설과 협박에 의한 것은 아닙니다. 단지, 제가 귀하께 나쁜 이미지로 각인되고 싶지 않은 마음에서입니다. 귀하의 성실한 답장을 바랍니다.”

    사흘이 지나 답장이 왔다. “I apologize for my behavior I had a bad day and was upset. No need to buy racket. You will never hear from me again.” (나의 화난 행동에 대해 사과합니다. 사지 않으셔도 됩니다. 다시는 나로부터 편지를 받을 염려는 없을 겁니다)

    매너는 다시 생각하는 것이요, 다시 생각하는 것은 한 발 물러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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