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 내려가서 당 얘기 못합니다. 민주당이라는 소리조차 낼 수 없을 지경이에요. 그냥 개인적인 이미지로 밀고 나가야지… 지금 차기를 누가 장담합니까.” (호남출신 초선 K의원)
“약 보름 전에 P의원 광주일고 동창들의 모임이 있었다. 이 자리에서 한 교수가 ‘지금 자리 욕심내서 한 자리 차지했다간 나중에 큰코 다칠 테니 변두리에서 자중하고 있으라’고 충고했는데, 모두들 이 말에 동감하는 분위기였다고 한다. 정권재창출에 회의적이라는 것이 호남 현지의 민심이란 얘기다.” (민주당 한 관계자)
“얼마 전까지는 그래도 정권교체에 일조를 했다는 자부심이 있었다. 지금은 그 자부심이 절망감으로 바뀌었다. 지역에 내려가면 쌍욕이 그냥 튀어나온다. ‘느그들 뭐하는 ××냐’는 정도는 양반이다. 대통령에 대해 호의적으로 말하는 사람도 찾아보기 힘들다.” (목포 출신 한 보좌관)
민주당이 심각한 무기력증에 젖어 있다. 위에서 아래에 이르기까지 정도의 차이는 있을망정 하는 얘기들은 다 똑같다. “미래가 안 보인다”는 것이다.
한나라당 심재철 의원은 11월17일 국회 사회-문화 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우리 사회의 서글픈 자화상’을 “여건만 되면 이민하고 싶은 나라, 카지노와 경마 복권 벤처 등 ‘대박 한 방’에 희망을 거는 나라, 성실하게 노력하는 것보다 잘 비비고 줄만 잘 서면 만사형통인 나라”라고 표현했다. 물론 야당 의원의 공격이려니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민주당 이호웅 의원 역시 “우리의 내정은 어지럽고 혼란스럽기 그지 없어 국민들은 피곤함과 답답함을 느끼고 있다”면서 “찬란한 외교에 비해 참담한 내정”이라고 비판했다. 이의원의 말이야말로 민주당 의원 대부분이 느끼는 ‘참담한 자조감’의 토로라 할 수 있는 것.
사실 민주당 의원이나 관계자들의 무력감은 이번 검찰총장과 대검차장 탄핵소추안 처리를 둘러싼 여야 대립 과정에서 극명하게 표출됐다. 11월17일 민주당은 국회에서의 탄핵소추안 상정 자체를 막기 위한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로 의원총회만 네 차례 열었다.
10시10분의 첫 의총으로 본회의 개회를 11시40분으로 늦췄고, 오후 2시20분의 두번째 의총으로 대정부질문 속개 시간을 오후 4시로 늦췄다. 세번째 의총은 오후 8시40분. 이 때문에 본회의 속개는 오후 9시로 연기됐다. 이 때도 질문자로 나선 민주당 의원들은 질문제한 시간을 넘겨 마이크가 꺼진 상태에서도 시간을 벌기 위해 행정부에 대한 보충 질문을 계속해야만 했다. 네번째 의총은 대정부질문이 끝난 오후 11시에 열렸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말이 좋아 우보(牛步)전술이지, 내가 도대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뭐가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어디로 가야 할지 아무도 모르고 그냥 싸움에만 열중하는 듯하다”고 낭패감을 보였다. 또 다른 의원도 “사사건건 고춧가루 뿌려대는 야당도 문제지만 여권이 이렇게 국정수행 능력이 없어서야 정권을 잡았다고 할 수 있겠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모두들 의석수 부족에 따른 한계와 의석수의 위력을 실감하는 표정이었다. 지난 총선 때의 전략 실패 문제가 새삼스레 제기되는 것도 당연했다. “지난 총선 때 남북정상회담을 발표하면 지지도가 3% 정도 올라간다고 주장한 사람들(선거기획단)이 있었다. 올라가기는커녕 3% 정도 더 떨어졌다. 그렇게 민국당을 공격해야 한다고 보고서를 올렸음에도 불구하고 민국당에 대해 어정쩡한 태도를 보이는 바람에 한나라당의 영남권 석권을 도와주었다. 수도권 공천도 상당수 잘못됐다. 당 지도부가 이렇게 만들어놓았는데 문책도 하지 않으니 당의 꼴이 제대로 될 리 없다.” (민주당 관계자)
김대중 대통령이나 청와대 핵심에 대한 원망도 요즘은 자연스럽게 나온다. “동진(東進)정책이니, 전국정당화니 해서 한나라당 울타리만 더 튼튼하게 만들어준 것이 누구인지 모르겠다. 그냥 가만히 있었으면 제풀에 지쳐 분열됐을 당을 더욱 뭉치도록 만든 책임을 져야 한다” “이제는 대통령이 나서서 ‘경제가 참 어려운 상황이다, 과거의 위기시절로 돌아가야 한다’고 인정해야 할 단계다. 그런데 환란위기 극복이라는 치적에 흠집날까 두려워 위기상황을 제대로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가 있다. 서민경제가 어려운데 환란위기 극복했다고 칭찬해줄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등등 비판론은 끊이지 않는다.
11월16일 국회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서도 김근태 의원은 “IMF 위기상황이 끝난 것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마치 경제적 위험상황이 다 끝난 것처럼 강조한 결과 사회 전 부문의 도덕적 해이가 발생했다”고 강조했다.
김근태 최고위원은 “정부가 ‘IMF를 극복하겠다’는 선언에 너무 사로잡혀 있었다”고 말한다. “대통령이 외환위기는 극복했지만, 아직 가야 할 먼 길이 남아 있다고 말한 것에서 뒷부분은 의례적인 수사로 들렸고, 이제 끝났구나 하는 안도감에 내 몫 챙기기가 진행되면서 각양각색의 충돌 상황을 정부가 미처 수습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지금의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결국 김대통령을 비롯해 정부가 상황을 너무 안이하게 생각했다는 질책.
김대통령이 말한 ‘마지막 결전’에 대해서도 민주당 내부는 냉소적인 시각이 팽배해 있다. “재집권을 할 수 있다는 비전을 보여줘야 사정기관들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겠느냐. 힘도 없으면서 무슨 사정이냐”는 시각들이 바로 그것이다. 한 최고위원은 “일개 기능직 청소부가 4억원을 받았다는 충격 때문에 대통령이 격노해서 그런 말을 했을 것”이라고 전제하면서도 “사람들은 그 전에 제 집안 먼저 다스리라는 냉소적 반응이다”고 말한다. 이 때문에 ‘마지막 결전’이라는 표현은 쓰지 말았어야 한다는 것이 민주당 관계자들의 대체적인 지적이다.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는 17일 “탄핵안 처리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공적자금 추가 조성안 처리 등에 협조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공적자금 처리가 지연되면 대외 경제신인도가 떨어지는 것은 당연하고 하루가 급한 금융-기업 구조조정도 차질을 빚게 돼 그 부담이 고스란히 국민 몫으로 전가된다. 앞으로의 국정 운영 전반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도 물론이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야당의 이런 압박에 속수무책이다. 탄핵안 처리 저지를 위해 필사적으로 매달릴 수밖에 없었던 것 자체가 여당의 답답한 현실을 말해준다.
민주당에서는 현재의 관리형 지도체제로는 원내 제1당인 야당 공세를 막아내기에 힘이 부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총장과 총무를 비롯한 지도부의 자질 문제가 거론된 지도 오래되었다. 그러나 청와대는 아직도 ‘지금 이 체제로 간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당내의 권력누수 방지를 위해서는 그래도 현 체제가 유지돼야 한다는 동교동계 일각의 주장 때문이다. 민주당 내의 냉소적 반응은 바로 이런 현실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다. “핵심 인사들이 자신의 착각을 착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정계재편론이 또 다시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정계재편론은 야당의 분열에 다른 재편론이 아니라, 거꾸로 민주당과 자민련의 분열 가능성을 말하고 있다. “어차피 대권주자에 따라 자연스러운 정계재편이 진행되지 않겠느냐”는 시각이다. 자민련 의원들 가운데는 벌써 한나라당에 투항 의사를 밝힌 사람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도 여권의 무기력증에서 기인한 바가 크다. 경제문제마저 겹쳐 난마처럼 얽힌 여권의 총체적 무기력 증상은 좀처럼 치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약 보름 전에 P의원 광주일고 동창들의 모임이 있었다. 이 자리에서 한 교수가 ‘지금 자리 욕심내서 한 자리 차지했다간 나중에 큰코 다칠 테니 변두리에서 자중하고 있으라’고 충고했는데, 모두들 이 말에 동감하는 분위기였다고 한다. 정권재창출에 회의적이라는 것이 호남 현지의 민심이란 얘기다.” (민주당 한 관계자)
“얼마 전까지는 그래도 정권교체에 일조를 했다는 자부심이 있었다. 지금은 그 자부심이 절망감으로 바뀌었다. 지역에 내려가면 쌍욕이 그냥 튀어나온다. ‘느그들 뭐하는 ××냐’는 정도는 양반이다. 대통령에 대해 호의적으로 말하는 사람도 찾아보기 힘들다.” (목포 출신 한 보좌관)
민주당이 심각한 무기력증에 젖어 있다. 위에서 아래에 이르기까지 정도의 차이는 있을망정 하는 얘기들은 다 똑같다. “미래가 안 보인다”는 것이다.
한나라당 심재철 의원은 11월17일 국회 사회-문화 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우리 사회의 서글픈 자화상’을 “여건만 되면 이민하고 싶은 나라, 카지노와 경마 복권 벤처 등 ‘대박 한 방’에 희망을 거는 나라, 성실하게 노력하는 것보다 잘 비비고 줄만 잘 서면 만사형통인 나라”라고 표현했다. 물론 야당 의원의 공격이려니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민주당 이호웅 의원 역시 “우리의 내정은 어지럽고 혼란스럽기 그지 없어 국민들은 피곤함과 답답함을 느끼고 있다”면서 “찬란한 외교에 비해 참담한 내정”이라고 비판했다. 이의원의 말이야말로 민주당 의원 대부분이 느끼는 ‘참담한 자조감’의 토로라 할 수 있는 것.
사실 민주당 의원이나 관계자들의 무력감은 이번 검찰총장과 대검차장 탄핵소추안 처리를 둘러싼 여야 대립 과정에서 극명하게 표출됐다. 11월17일 민주당은 국회에서의 탄핵소추안 상정 자체를 막기 위한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로 의원총회만 네 차례 열었다.
10시10분의 첫 의총으로 본회의 개회를 11시40분으로 늦췄고, 오후 2시20분의 두번째 의총으로 대정부질문 속개 시간을 오후 4시로 늦췄다. 세번째 의총은 오후 8시40분. 이 때문에 본회의 속개는 오후 9시로 연기됐다. 이 때도 질문자로 나선 민주당 의원들은 질문제한 시간을 넘겨 마이크가 꺼진 상태에서도 시간을 벌기 위해 행정부에 대한 보충 질문을 계속해야만 했다. 네번째 의총은 대정부질문이 끝난 오후 11시에 열렸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말이 좋아 우보(牛步)전술이지, 내가 도대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뭐가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어디로 가야 할지 아무도 모르고 그냥 싸움에만 열중하는 듯하다”고 낭패감을 보였다. 또 다른 의원도 “사사건건 고춧가루 뿌려대는 야당도 문제지만 여권이 이렇게 국정수행 능력이 없어서야 정권을 잡았다고 할 수 있겠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모두들 의석수 부족에 따른 한계와 의석수의 위력을 실감하는 표정이었다. 지난 총선 때의 전략 실패 문제가 새삼스레 제기되는 것도 당연했다. “지난 총선 때 남북정상회담을 발표하면 지지도가 3% 정도 올라간다고 주장한 사람들(선거기획단)이 있었다. 올라가기는커녕 3% 정도 더 떨어졌다. 그렇게 민국당을 공격해야 한다고 보고서를 올렸음에도 불구하고 민국당에 대해 어정쩡한 태도를 보이는 바람에 한나라당의 영남권 석권을 도와주었다. 수도권 공천도 상당수 잘못됐다. 당 지도부가 이렇게 만들어놓았는데 문책도 하지 않으니 당의 꼴이 제대로 될 리 없다.” (민주당 관계자)
김대중 대통령이나 청와대 핵심에 대한 원망도 요즘은 자연스럽게 나온다. “동진(東進)정책이니, 전국정당화니 해서 한나라당 울타리만 더 튼튼하게 만들어준 것이 누구인지 모르겠다. 그냥 가만히 있었으면 제풀에 지쳐 분열됐을 당을 더욱 뭉치도록 만든 책임을 져야 한다” “이제는 대통령이 나서서 ‘경제가 참 어려운 상황이다, 과거의 위기시절로 돌아가야 한다’고 인정해야 할 단계다. 그런데 환란위기 극복이라는 치적에 흠집날까 두려워 위기상황을 제대로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가 있다. 서민경제가 어려운데 환란위기 극복했다고 칭찬해줄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등등 비판론은 끊이지 않는다.
11월16일 국회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서도 김근태 의원은 “IMF 위기상황이 끝난 것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마치 경제적 위험상황이 다 끝난 것처럼 강조한 결과 사회 전 부문의 도덕적 해이가 발생했다”고 강조했다.
김근태 최고위원은 “정부가 ‘IMF를 극복하겠다’는 선언에 너무 사로잡혀 있었다”고 말한다. “대통령이 외환위기는 극복했지만, 아직 가야 할 먼 길이 남아 있다고 말한 것에서 뒷부분은 의례적인 수사로 들렸고, 이제 끝났구나 하는 안도감에 내 몫 챙기기가 진행되면서 각양각색의 충돌 상황을 정부가 미처 수습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지금의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결국 김대통령을 비롯해 정부가 상황을 너무 안이하게 생각했다는 질책.
김대통령이 말한 ‘마지막 결전’에 대해서도 민주당 내부는 냉소적인 시각이 팽배해 있다. “재집권을 할 수 있다는 비전을 보여줘야 사정기관들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겠느냐. 힘도 없으면서 무슨 사정이냐”는 시각들이 바로 그것이다. 한 최고위원은 “일개 기능직 청소부가 4억원을 받았다는 충격 때문에 대통령이 격노해서 그런 말을 했을 것”이라고 전제하면서도 “사람들은 그 전에 제 집안 먼저 다스리라는 냉소적 반응이다”고 말한다. 이 때문에 ‘마지막 결전’이라는 표현은 쓰지 말았어야 한다는 것이 민주당 관계자들의 대체적인 지적이다.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는 17일 “탄핵안 처리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공적자금 추가 조성안 처리 등에 협조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공적자금 처리가 지연되면 대외 경제신인도가 떨어지는 것은 당연하고 하루가 급한 금융-기업 구조조정도 차질을 빚게 돼 그 부담이 고스란히 국민 몫으로 전가된다. 앞으로의 국정 운영 전반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도 물론이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야당의 이런 압박에 속수무책이다. 탄핵안 처리 저지를 위해 필사적으로 매달릴 수밖에 없었던 것 자체가 여당의 답답한 현실을 말해준다.
민주당에서는 현재의 관리형 지도체제로는 원내 제1당인 야당 공세를 막아내기에 힘이 부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총장과 총무를 비롯한 지도부의 자질 문제가 거론된 지도 오래되었다. 그러나 청와대는 아직도 ‘지금 이 체제로 간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당내의 권력누수 방지를 위해서는 그래도 현 체제가 유지돼야 한다는 동교동계 일각의 주장 때문이다. 민주당 내의 냉소적 반응은 바로 이런 현실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다. “핵심 인사들이 자신의 착각을 착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정계재편론이 또 다시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정계재편론은 야당의 분열에 다른 재편론이 아니라, 거꾸로 민주당과 자민련의 분열 가능성을 말하고 있다. “어차피 대권주자에 따라 자연스러운 정계재편이 진행되지 않겠느냐”는 시각이다. 자민련 의원들 가운데는 벌써 한나라당에 투항 의사를 밝힌 사람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도 여권의 무기력증에서 기인한 바가 크다. 경제문제마저 겹쳐 난마처럼 얽힌 여권의 총체적 무기력 증상은 좀처럼 치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