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산유곡 별천지… 세상 시름도 말끔
가리왕산(1560m)은 전형적인 육산(肉山)이다. 그래서 산세(山勢)도 지리산을 쏙 빼닮았다. 중왕산(1305m) 가리왕산 중봉(1433m) 하봉(1381) 등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웅장하기 그지없고, 키 작은 관목과 풀숲으로 뒤덮인 능선 위의 초원지대는 조망이 아주 시원스럽다. 특히 날씨가 쾌청한 날에 가리왕산 정상이나 중봉에 올라서면 동해의 수평선 위로 불끈 솟아오르는 해돋이를 맞이할 수도 있다. 또한 가리왕산에는 산허리를 굽이굽이 돌아가는 임도(林道)가 사통팔달로 개설돼 있어 산악용 자전거나 지프형 승용차를 타고서도 장엄하고도 순박한 자연미를 고스란히 들여다볼 수 있다. 어디서나 백두대간의 장대한 산줄기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지고, 잠시 길을 멈추고 숨을 크게 들이쉬면 청신한 숲의 향기가 코끝에 진동한다. 그러나 이곳 임도의 여러 출입구에 차단기가 내려져 있는 경우가 많으므로 정선국유림관리소(033-562-4248)에 통행이 가능한지를 미리 확인해야 하며, 도중에는 험로 구간이 적지 않다. 그러니 일반 승용차로는 아예 들어서지 않는 게 좋다.
초원으로 덮인 정상 부근과는 달리, 가리왕산의 산비탈과 골짜기에는 천연의 참나무숲과 인공의 낙엽송숲이 매우 잘 가꾸어져 있다. 가리왕산 어은골에 자리잡은 가리왕산 자연휴양림(033-563-1566)도 아름드리 참나무와 소나무들이 울창해서 아득한 심산유곡의 별천지에 들어선 듯한 느낌을 주는 곳이다. 더군다나 맑고 차가운 계류가 연중 끊임없이 흘러내리는 데다 피서철 이외에는 사람들의 발길이 뚝 끊길 정도로 한적하다. 잠시나마 세상사를 모두 잊고 심신을 의탁하기에는 아주 제격인 곳이다.
이곳 휴양림에는 복합 산막인 산림문화휴양관(14실)과 단독 산막인 ‘숲속의 집’(10동)을 비롯해 야영장 취사장 체력단련장 정자(쉼터) 어린이놀이터 등의 편의시설이 산재해 있다. 그중 산림문화휴양관에는 각 방마다 싱크대 화장실 다락 베란다 침구 식기 등이 완벽하게 갖춰져 있다. 전체적인 수준이 웬만한 콘도보다도 훨씬 고급스럽고 편리하다. 이용료도 4만(8평)∼6만원(14평)으로 저렴하거니와 비수기(9월∼다음해 6월)의 평일에는 30% 할인된다. 그러나 전월(前月) 1일부터 예약을 받으므로 주말이나 휴일에는 서둘러 예약해야 산막을 이용할 수 있다. 설령 예약이 완료됐더라도 포기하지 말고 대기자 신청을 해두는 게 좋다.
예로부터 산수 좋고 인심 후박하기로 이름난 정선 땅에는 눈길과 마음을 잡아끄는 곳이 수두룩하다. 또한 대부분은 가리왕산 자연휴양림에서 승용차로 1시간 안팎의 거리여서 내친 김에 가볍게 둘러볼 수 있다. 이 휴양림에서 정선아라리의 본고장인 아우라지까지는 20km, 무릉도원으로 비유되는 동면의 화암팔경과 화암동굴까지는 30∼40km 가량 된다. 가을의 억새밭 능선이 장관을 이루는 민둥산도 동면 화암팔경 중 하나인 몰운대에서 8km쯤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온가족 함께 삼림욕 즐기는 맛 ‘일품’
강원도 태백시에서 35번 국도를 타고 남쪽으로 달리면 금세 경북 봉화군이다. 하지만 경상도에 들어섰다는 느낌은 좀체 들지 않는다. 도계(道界)를 이룰 만큼 높고 험준한 고갯길도 하나 없거니와 도로와 나란히 달리는 물길조차 똑같은 낙동강 상류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산 높고 골 깊은 첩첩산중은 손바닥보다도 작은 들녘과 하늘만 드러내 보이며 그 끝을 쉽사리 보여주지 않는다. 오죽하면 봉화군을 두고 ‘강원남도 봉화군’ 또는 ‘경상북도의 삼수갑산’이라는 말까지 생겨났을까.
산세가 험한 봉화군에서도 가장 오지로 손꼽히는 곳은 석포면인데, 청옥산 자연휴양림(054-642-1051)을 껴안은 청옥산(1277m)도 석포면의 대현리에 우뚝 솟아 있다. 청옥산은 지척의 태백산과는 형제처럼 느껴질 정도로 산세가 육중하고 수림이 울울하지만 휴양림은 늦재를 지나는 35번 국도변에 자리잡고 있어 찾아가기가 아주 편리하다.
현재 청옥산 자연휴양림에는 산림문화휴양관 ‘숲속의집’ 운동장 어린이놀이터 전시관 야외강의장 실내강의장 자생식물원 등이 들어서 있다. 숙박시설인 산림문화휴양관(14실)과 ‘숲속의집’(6동)에는 침구 텔레비전 냉장고 등이 구비돼 있지만 식기 싱크대 샤워장 화장실은 따로 없다. 그러나 휴양림 내의 숲이 워낙 울창하고 풍광이 좋기 때문에 취사도구를 챙겨가거나 외부의 공동시설물을 이용해야 되는 불편쯤은 기꺼이 감내할 만하다. 특히 이곳 휴양림 내의 숲엔 피톤지드를 다량 발산하는 잣나무 소나무 낙엽송이 빼곡이 들어차 있어 전국 최고의 삼림욕장 중 하나로도 유명하다.
청옥산자연휴양림은 워낙 외진 곳에 자리해 있기 때문에 가까운 주변에는 이렇다 할 명소가 별로 없다. 사방을 둘러봐도 눈에 들어오는 것은 오로지 첩첩한 산자락, 울창한 숲, 깊숙한 골짜기 따위의 때묻지 않은 자연뿐이다. 이렇듯 속세와 단절된 듯한 대자연도 좋지만, 일정이 여유롭거나 깊은 산중에만 머무르다 돌아가는 게 아쉽거든 봉화군 명호면의 청량산에 오르거나 봉화읍 닭실마을의 석천정과 청암정을 둘러봄직하다. 금강송을 볼 수 있는 울진 불영사계곡과 고생대의 화석이 발견되는 태백 구문소도 이곳 휴양림에서 승용차로 1시간 안팎이면 닿을 수 있다.
귀로에는 일부러라도 영주 부석사에 들러보거나, 길머리를 아예 동해안 쪽으로 돌려서 7번 국도를 이용해 보기를 권한다. 9월의 부석사는 불붙는 듯한 배롱나무꽃이 인상적이고, 이맘때쯤 동해안 해안도로변의 갯바위와 산비탈에서는 무리를 이룬 해국이 보랏빛의 탐스런 꽃부리를 앞다투어 펼치기 시작한다.
한 폭 그림 같은 충주호 풍광이 한눈에
충주 시내 동북쪽의 종민동에 솟아 있는 계명산(774m)은 산 자체보다도 충주호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조망이 일품이다. 정상에서는 물론이거니와 산 중턱의 계명산 자연휴양림(043-842-9383)에서도 그림 같은 충주호의 풍광이 발 아래에 펼쳐진다. 숲이 성긴 데다 계곡도 없는 이 휴양림의 가장 큰 매력도 탁월한 조망에 있다. 숲속의집(8동)과 가족호텔(6실)의 창문을 열면 충주호가 시야에 들어온다.
이 휴양림의 숙박시설로는 숲속의집(8동)과 가족호텔(6실)이 있다. 방마다 싱크대 냉장고 가스레인지 침구 화장실 등이 잘 갖춰져 있지만 식기는 이용자가 챙겨 가야 한다. 그리고 같은 값이라면 가족호텔보다 숲속의집을 선택하는 게 좋다. 가족호텔은 충주호 쪽의 시야가 훤히 트인 곳에 자리했으면서도 창문이 너무 작아서 타고난 조망을 외려 감소시키기 때문이다. 반면 숲속의집은 주변 나무들이 시야를 가리긴 하지만 그늘이 시원스레 드리워져 있어 분위기가 한결 아늑하고 운치 있다.
울창한 수림이 풍기는 독특한 향기와 기운을 느끼기에는 봉황휴양림(043-855-5962)이 훨씬 더 좋다. 이 자연휴양림은 충주 시내에서 약 30km 가량 떨어진 충주시 가금면 봉황리의 을궁산(394m) 자락에 위치해 있다. 38번 국도에서는 2.7km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데도 깊은 산골에 들어선 듯한 느낌을 준다. 또한 소나무 낙엽송 참나무 등이 제법 빼곡하게 들어차 있어서 삼림욕장으로도 제격이고, 휴양림 내에 밤나무 조림지가 있어 이맘때쯤의 가을에는 직접 주운 밤을 구워먹는 재미도 즐길 수 있다. 숙박시설로는 숲속의집(7평) 14동과 단체숙소(18평) 3동이 있으며, 그 밖에도 오토캠프장 삼림욕장 캠프파이어장 족구장 등의 부대시설이 갖춰져 있다.
‘한반도의 중앙’에 자리잡은 충주 땅은 예로부터 교통의 요충지였다. 그래서 옛날에는 중원(中原)이라 불리던 이 땅을 두고 치열한 쟁탈전이 거듭되기도 했다. 지금도 충주시 일대에는 탑평리 칠층석탑(일명 ‘중앙탑’, 국보 제6호) 중원고구려비(국보 제205호) 목계나루 탄금대 등의 역사유적이 남아 있어 답사객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계명산 자연휴양림을 찾아간 김에는 근처의 유람선 선착장에서 수시로 출항하는 충주호유람선(033-851-5771)에 몸을 싣고 충주호 일대의 빼어난 풍광을 탐승해볼 만하다. 그리고 산영(山影) 잠긴 호수를 따라 달리는 여러 갈래의 찻길은 호반 드라이브코스를 즐기기에 아주 그만이다.
영화 ‘박하사탕’의 첫 장면과 마지막 장면을 잊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그 촬영지인 제천시 백운면 애련리의 진소마을에 잠깐 들러봄직하다. 충주시에서 19번 국도와 38번 국도를 번갈아 타고 제천 방면으로 30km쯤 가면 제천시 백운면 소재지인 평동마을에 이른다. 진소마을은 이곳에서 다시 농로 같은 시멘트길과 2차선 아스팔트도로, 비포장 흙길을 10km 더 가야 나타난다. 진소마을을 휘감아 흐르는 진소천 위에 영동선 철교가 걸쳐 있는데, 이 다리가 바로 영화의 주인공 영호가 달려오는 기차에도 아랑곳없이 “나 돌아갈래!” 하고 절규하던 곳이다. 중첩한 산자락과 유장한 물길이 태극을 이루며 어우러진 주변의 풍광도 영화 속 장면만큼이나 인상적이다.
발길 닿는 곳마다 태고적 신비감 물씬
울릉군 북면의 면소재지인 천부리에서 몹시 가파르고 구불거리는 시멘트길을 아무런 생각 없이 한참동안 오르다보면 갑자기 시야가 뻥 뚫리면서 눈앞이 훤해진다. 마침내 나리분지가 한눈에 들어오는 고갯마루에 올라선 것이다. 울릉도를 처음 찾은 사람들은 여기서 두 번 놀란다. 먼저 나리분지의 면적이 의외로 넓다는 점에 놀라워하고, 다음에는 제법 널따란 나리분지를 둘러싼 원시림의 규모에 놀라워한다. 이 원시림지대(천연기념물 제189호)는 먼빛으로만 봐도 일대 장관이다. 하지만 그 속내를 제대로 들여다보려면 구슬땀을 훔쳐가며 성인봉에 직접 올라봐야 한다.
나리분지에서 성인봉으로 오르는 길가에는 눈여겨볼 만한 게 여럿 있다. 나리분지와 알봉분지 사이의 활엽수림에는 개척 당시 울릉도 주민들의 명(命)을 잇게 했다는 ‘명이’(산마늘)가 지천이고, 빛깔 좋고 향기 그윽한 꽃을 피우는 울릉국화와 섬백리향의 자생지(천연기념물 제52호)도 있다. 꽃향기가 100리를 간다는 섬백리향은 늦은 봄에 피지만 육지의 구절초를 닮은 울릉국화는 이맘때쯤의 초가을이 개화기다.
성인봉 원시림지대의 숲길은 알봉분지를 지나자마자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연신 가쁜 숨을 몰아쉬며 비탈진 숲길을 얼마쯤 오르면 육지에서는 볼 수 없는 너도밤나무가 흔하게 보인다. 이곳 숲에는 너도밤나무 이외에도 섬단풍 우산고로쇠 섬피나무 두메오리나무 같은 울릉도 특산의 활엽수와 고비 고사리 관중 등의 양치식물, 그리고 일일이 다 이름을 알 수 없는 산나물들이 빈틈없이 들어차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유래를 달리 찾을 수 없을 만큼 숲의 밀도(密度)가 높은 데다가 발길 닿는 곳마다 태고적 신비감이 물씬 풍겨나기 때문에 원시림이라는 표현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
능선길에서는 가슴 높이께의 둥치가 몇 아름씩이나 됨직한 고목이 자주 눈에 띈다. 나이가 너무 많은 탓에 속까지 텅 빈, 그래서 몸집이 작은 사람 하나는 거뜬히 품을 정도로 굵은 고목도 보인다. 이윽고 성인봉 정상(984m)에 올라서면 내내 닫혀 있던 하늘이 빠끔히 열리며 녹색으로 뒤덮인 수해(樹海)와 쪽빛으로 일렁이는 창해(蒼海)가 시야에 가득 찬다. 성인봉을 지나 도동 쪽으로 하산하는 길에서도 숲은 여전히 울울하다. 이처럼 숲의 그윽한 향기와 분위기에 도취해 걷노라면 너댓 시간의 산행이 아쉽게 느껴질 뿐만 아니라 성인봉의 원시림 속에 파묻혀 보는 시간만으로도 울릉도 여정은 더 보탤 것도 없이 포실해진다.
울릉도 주민들의 식수원인 봉래폭포의 주변도 숲이 아주 좋다. 특히 폭포 인근의 삼나무숲에는 삼림욕장이 조성돼 있어 고단한 걸음 멈추고 잠시 쉬어가기에 제격이다. 봉래폭포를 들고나는 길에는 일부러라도 저동항에서 하룻밤 묵는 게 좋다. 촛대바위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해돋이를 감상할 수 있거니와 싱싱한 오징어가 가득 널브러진 항구의 새벽 풍경이 인상적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울릉도의 가을 정취를 좀더 느끼고 싶다면 죽도에도 들러볼 만하다.
가리왕산(1560m)은 전형적인 육산(肉山)이다. 그래서 산세(山勢)도 지리산을 쏙 빼닮았다. 중왕산(1305m) 가리왕산 중봉(1433m) 하봉(1381) 등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웅장하기 그지없고, 키 작은 관목과 풀숲으로 뒤덮인 능선 위의 초원지대는 조망이 아주 시원스럽다. 특히 날씨가 쾌청한 날에 가리왕산 정상이나 중봉에 올라서면 동해의 수평선 위로 불끈 솟아오르는 해돋이를 맞이할 수도 있다. 또한 가리왕산에는 산허리를 굽이굽이 돌아가는 임도(林道)가 사통팔달로 개설돼 있어 산악용 자전거나 지프형 승용차를 타고서도 장엄하고도 순박한 자연미를 고스란히 들여다볼 수 있다. 어디서나 백두대간의 장대한 산줄기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지고, 잠시 길을 멈추고 숨을 크게 들이쉬면 청신한 숲의 향기가 코끝에 진동한다. 그러나 이곳 임도의 여러 출입구에 차단기가 내려져 있는 경우가 많으므로 정선국유림관리소(033-562-4248)에 통행이 가능한지를 미리 확인해야 하며, 도중에는 험로 구간이 적지 않다. 그러니 일반 승용차로는 아예 들어서지 않는 게 좋다.
초원으로 덮인 정상 부근과는 달리, 가리왕산의 산비탈과 골짜기에는 천연의 참나무숲과 인공의 낙엽송숲이 매우 잘 가꾸어져 있다. 가리왕산 어은골에 자리잡은 가리왕산 자연휴양림(033-563-1566)도 아름드리 참나무와 소나무들이 울창해서 아득한 심산유곡의 별천지에 들어선 듯한 느낌을 주는 곳이다. 더군다나 맑고 차가운 계류가 연중 끊임없이 흘러내리는 데다 피서철 이외에는 사람들의 발길이 뚝 끊길 정도로 한적하다. 잠시나마 세상사를 모두 잊고 심신을 의탁하기에는 아주 제격인 곳이다.
이곳 휴양림에는 복합 산막인 산림문화휴양관(14실)과 단독 산막인 ‘숲속의 집’(10동)을 비롯해 야영장 취사장 체력단련장 정자(쉼터) 어린이놀이터 등의 편의시설이 산재해 있다. 그중 산림문화휴양관에는 각 방마다 싱크대 화장실 다락 베란다 침구 식기 등이 완벽하게 갖춰져 있다. 전체적인 수준이 웬만한 콘도보다도 훨씬 고급스럽고 편리하다. 이용료도 4만(8평)∼6만원(14평)으로 저렴하거니와 비수기(9월∼다음해 6월)의 평일에는 30% 할인된다. 그러나 전월(前月) 1일부터 예약을 받으므로 주말이나 휴일에는 서둘러 예약해야 산막을 이용할 수 있다. 설령 예약이 완료됐더라도 포기하지 말고 대기자 신청을 해두는 게 좋다.
예로부터 산수 좋고 인심 후박하기로 이름난 정선 땅에는 눈길과 마음을 잡아끄는 곳이 수두룩하다. 또한 대부분은 가리왕산 자연휴양림에서 승용차로 1시간 안팎의 거리여서 내친 김에 가볍게 둘러볼 수 있다. 이 휴양림에서 정선아라리의 본고장인 아우라지까지는 20km, 무릉도원으로 비유되는 동면의 화암팔경과 화암동굴까지는 30∼40km 가량 된다. 가을의 억새밭 능선이 장관을 이루는 민둥산도 동면 화암팔경 중 하나인 몰운대에서 8km쯤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온가족 함께 삼림욕 즐기는 맛 ‘일품’
강원도 태백시에서 35번 국도를 타고 남쪽으로 달리면 금세 경북 봉화군이다. 하지만 경상도에 들어섰다는 느낌은 좀체 들지 않는다. 도계(道界)를 이룰 만큼 높고 험준한 고갯길도 하나 없거니와 도로와 나란히 달리는 물길조차 똑같은 낙동강 상류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산 높고 골 깊은 첩첩산중은 손바닥보다도 작은 들녘과 하늘만 드러내 보이며 그 끝을 쉽사리 보여주지 않는다. 오죽하면 봉화군을 두고 ‘강원남도 봉화군’ 또는 ‘경상북도의 삼수갑산’이라는 말까지 생겨났을까.
산세가 험한 봉화군에서도 가장 오지로 손꼽히는 곳은 석포면인데, 청옥산 자연휴양림(054-642-1051)을 껴안은 청옥산(1277m)도 석포면의 대현리에 우뚝 솟아 있다. 청옥산은 지척의 태백산과는 형제처럼 느껴질 정도로 산세가 육중하고 수림이 울울하지만 휴양림은 늦재를 지나는 35번 국도변에 자리잡고 있어 찾아가기가 아주 편리하다.
현재 청옥산 자연휴양림에는 산림문화휴양관 ‘숲속의집’ 운동장 어린이놀이터 전시관 야외강의장 실내강의장 자생식물원 등이 들어서 있다. 숙박시설인 산림문화휴양관(14실)과 ‘숲속의집’(6동)에는 침구 텔레비전 냉장고 등이 구비돼 있지만 식기 싱크대 샤워장 화장실은 따로 없다. 그러나 휴양림 내의 숲이 워낙 울창하고 풍광이 좋기 때문에 취사도구를 챙겨가거나 외부의 공동시설물을 이용해야 되는 불편쯤은 기꺼이 감내할 만하다. 특히 이곳 휴양림 내의 숲엔 피톤지드를 다량 발산하는 잣나무 소나무 낙엽송이 빼곡이 들어차 있어 전국 최고의 삼림욕장 중 하나로도 유명하다.
청옥산자연휴양림은 워낙 외진 곳에 자리해 있기 때문에 가까운 주변에는 이렇다 할 명소가 별로 없다. 사방을 둘러봐도 눈에 들어오는 것은 오로지 첩첩한 산자락, 울창한 숲, 깊숙한 골짜기 따위의 때묻지 않은 자연뿐이다. 이렇듯 속세와 단절된 듯한 대자연도 좋지만, 일정이 여유롭거나 깊은 산중에만 머무르다 돌아가는 게 아쉽거든 봉화군 명호면의 청량산에 오르거나 봉화읍 닭실마을의 석천정과 청암정을 둘러봄직하다. 금강송을 볼 수 있는 울진 불영사계곡과 고생대의 화석이 발견되는 태백 구문소도 이곳 휴양림에서 승용차로 1시간 안팎이면 닿을 수 있다.
귀로에는 일부러라도 영주 부석사에 들러보거나, 길머리를 아예 동해안 쪽으로 돌려서 7번 국도를 이용해 보기를 권한다. 9월의 부석사는 불붙는 듯한 배롱나무꽃이 인상적이고, 이맘때쯤 동해안 해안도로변의 갯바위와 산비탈에서는 무리를 이룬 해국이 보랏빛의 탐스런 꽃부리를 앞다투어 펼치기 시작한다.
한 폭 그림 같은 충주호 풍광이 한눈에
충주 시내 동북쪽의 종민동에 솟아 있는 계명산(774m)은 산 자체보다도 충주호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조망이 일품이다. 정상에서는 물론이거니와 산 중턱의 계명산 자연휴양림(043-842-9383)에서도 그림 같은 충주호의 풍광이 발 아래에 펼쳐진다. 숲이 성긴 데다 계곡도 없는 이 휴양림의 가장 큰 매력도 탁월한 조망에 있다. 숲속의집(8동)과 가족호텔(6실)의 창문을 열면 충주호가 시야에 들어온다.
이 휴양림의 숙박시설로는 숲속의집(8동)과 가족호텔(6실)이 있다. 방마다 싱크대 냉장고 가스레인지 침구 화장실 등이 잘 갖춰져 있지만 식기는 이용자가 챙겨 가야 한다. 그리고 같은 값이라면 가족호텔보다 숲속의집을 선택하는 게 좋다. 가족호텔은 충주호 쪽의 시야가 훤히 트인 곳에 자리했으면서도 창문이 너무 작아서 타고난 조망을 외려 감소시키기 때문이다. 반면 숲속의집은 주변 나무들이 시야를 가리긴 하지만 그늘이 시원스레 드리워져 있어 분위기가 한결 아늑하고 운치 있다.
울창한 수림이 풍기는 독특한 향기와 기운을 느끼기에는 봉황휴양림(043-855-5962)이 훨씬 더 좋다. 이 자연휴양림은 충주 시내에서 약 30km 가량 떨어진 충주시 가금면 봉황리의 을궁산(394m) 자락에 위치해 있다. 38번 국도에서는 2.7km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데도 깊은 산골에 들어선 듯한 느낌을 준다. 또한 소나무 낙엽송 참나무 등이 제법 빼곡하게 들어차 있어서 삼림욕장으로도 제격이고, 휴양림 내에 밤나무 조림지가 있어 이맘때쯤의 가을에는 직접 주운 밤을 구워먹는 재미도 즐길 수 있다. 숙박시설로는 숲속의집(7평) 14동과 단체숙소(18평) 3동이 있으며, 그 밖에도 오토캠프장 삼림욕장 캠프파이어장 족구장 등의 부대시설이 갖춰져 있다.
‘한반도의 중앙’에 자리잡은 충주 땅은 예로부터 교통의 요충지였다. 그래서 옛날에는 중원(中原)이라 불리던 이 땅을 두고 치열한 쟁탈전이 거듭되기도 했다. 지금도 충주시 일대에는 탑평리 칠층석탑(일명 ‘중앙탑’, 국보 제6호) 중원고구려비(국보 제205호) 목계나루 탄금대 등의 역사유적이 남아 있어 답사객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계명산 자연휴양림을 찾아간 김에는 근처의 유람선 선착장에서 수시로 출항하는 충주호유람선(033-851-5771)에 몸을 싣고 충주호 일대의 빼어난 풍광을 탐승해볼 만하다. 그리고 산영(山影) 잠긴 호수를 따라 달리는 여러 갈래의 찻길은 호반 드라이브코스를 즐기기에 아주 그만이다.
영화 ‘박하사탕’의 첫 장면과 마지막 장면을 잊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그 촬영지인 제천시 백운면 애련리의 진소마을에 잠깐 들러봄직하다. 충주시에서 19번 국도와 38번 국도를 번갈아 타고 제천 방면으로 30km쯤 가면 제천시 백운면 소재지인 평동마을에 이른다. 진소마을은 이곳에서 다시 농로 같은 시멘트길과 2차선 아스팔트도로, 비포장 흙길을 10km 더 가야 나타난다. 진소마을을 휘감아 흐르는 진소천 위에 영동선 철교가 걸쳐 있는데, 이 다리가 바로 영화의 주인공 영호가 달려오는 기차에도 아랑곳없이 “나 돌아갈래!” 하고 절규하던 곳이다. 중첩한 산자락과 유장한 물길이 태극을 이루며 어우러진 주변의 풍광도 영화 속 장면만큼이나 인상적이다.
발길 닿는 곳마다 태고적 신비감 물씬
울릉군 북면의 면소재지인 천부리에서 몹시 가파르고 구불거리는 시멘트길을 아무런 생각 없이 한참동안 오르다보면 갑자기 시야가 뻥 뚫리면서 눈앞이 훤해진다. 마침내 나리분지가 한눈에 들어오는 고갯마루에 올라선 것이다. 울릉도를 처음 찾은 사람들은 여기서 두 번 놀란다. 먼저 나리분지의 면적이 의외로 넓다는 점에 놀라워하고, 다음에는 제법 널따란 나리분지를 둘러싼 원시림의 규모에 놀라워한다. 이 원시림지대(천연기념물 제189호)는 먼빛으로만 봐도 일대 장관이다. 하지만 그 속내를 제대로 들여다보려면 구슬땀을 훔쳐가며 성인봉에 직접 올라봐야 한다.
나리분지에서 성인봉으로 오르는 길가에는 눈여겨볼 만한 게 여럿 있다. 나리분지와 알봉분지 사이의 활엽수림에는 개척 당시 울릉도 주민들의 명(命)을 잇게 했다는 ‘명이’(산마늘)가 지천이고, 빛깔 좋고 향기 그윽한 꽃을 피우는 울릉국화와 섬백리향의 자생지(천연기념물 제52호)도 있다. 꽃향기가 100리를 간다는 섬백리향은 늦은 봄에 피지만 육지의 구절초를 닮은 울릉국화는 이맘때쯤의 초가을이 개화기다.
성인봉 원시림지대의 숲길은 알봉분지를 지나자마자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연신 가쁜 숨을 몰아쉬며 비탈진 숲길을 얼마쯤 오르면 육지에서는 볼 수 없는 너도밤나무가 흔하게 보인다. 이곳 숲에는 너도밤나무 이외에도 섬단풍 우산고로쇠 섬피나무 두메오리나무 같은 울릉도 특산의 활엽수와 고비 고사리 관중 등의 양치식물, 그리고 일일이 다 이름을 알 수 없는 산나물들이 빈틈없이 들어차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유래를 달리 찾을 수 없을 만큼 숲의 밀도(密度)가 높은 데다가 발길 닿는 곳마다 태고적 신비감이 물씬 풍겨나기 때문에 원시림이라는 표현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
능선길에서는 가슴 높이께의 둥치가 몇 아름씩이나 됨직한 고목이 자주 눈에 띈다. 나이가 너무 많은 탓에 속까지 텅 빈, 그래서 몸집이 작은 사람 하나는 거뜬히 품을 정도로 굵은 고목도 보인다. 이윽고 성인봉 정상(984m)에 올라서면 내내 닫혀 있던 하늘이 빠끔히 열리며 녹색으로 뒤덮인 수해(樹海)와 쪽빛으로 일렁이는 창해(蒼海)가 시야에 가득 찬다. 성인봉을 지나 도동 쪽으로 하산하는 길에서도 숲은 여전히 울울하다. 이처럼 숲의 그윽한 향기와 분위기에 도취해 걷노라면 너댓 시간의 산행이 아쉽게 느껴질 뿐만 아니라 성인봉의 원시림 속에 파묻혀 보는 시간만으로도 울릉도 여정은 더 보탤 것도 없이 포실해진다.
울릉도 주민들의 식수원인 봉래폭포의 주변도 숲이 아주 좋다. 특히 폭포 인근의 삼나무숲에는 삼림욕장이 조성돼 있어 고단한 걸음 멈추고 잠시 쉬어가기에 제격이다. 봉래폭포를 들고나는 길에는 일부러라도 저동항에서 하룻밤 묵는 게 좋다. 촛대바위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해돋이를 감상할 수 있거니와 싱싱한 오징어가 가득 널브러진 항구의 새벽 풍경이 인상적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울릉도의 가을 정취를 좀더 느끼고 싶다면 죽도에도 들러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