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경기장의 잔디는 잘 자라고 있나? 6월 한달 동안 국내 축구팬들을 들뜨게 했던 ‘유로2000’(유럽축구선수권) 대회가 열린 축구전용구장을 보면서 열성팬들은 이런 걱정이 앞섰을 것이다. 행여나 2002월드컵이 잔디로 인해 국제적 망신을 당하는 건 아닐까 하는 우려다.
국내 축구팬들은 쏟아지는 빗속에서도 양탄자 같은 천연 잔디의 위력을 보여준 지난 98년 다이너스티컵 때의 요코하마경기장(2002월드컵 결승전 구장)을 기억한다. 한국의 잔디구장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곱고 매끄러웠던 그 잔디구장은 축구팬들에게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우리도 과연 그런 잔디구장을 가질 수 있을까. 월드컵조직위 관계자들은 “일본 못지 않은 전용구장을 갖게 될 것이다”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융단을 깔아 놓은 듯 매끈한 진초록의 유럽 축구구장을 한국에 그대로 옮겨 놓겠다고 호언장담하고 있는 것.
월드컵조직위는 최근 부산시가 구덕운동장의 잔디를 월드컵경기장의 잔디와 같은 종류로 교체해 호평받자 경기장 잔디를 둘러싼 그동안의 논쟁에서 승리했다며 환한 표정을 짓고 있다.
부산구덕운동장은 올 4월에 기존의 난지형(여름형) 국산 들잔디를 걷어내고, 대신 한지형(겨울형) 양잔디를 깔았다. 월드컵조직위는 구덕운동장이 월드컵경기장은 아니지만 한지형 양잔디의 성공 가능성을 이곳에서 실험한 것. 결과는 성공이었다. 5월28일 잔디 교체 후 처음 치러진 카메룬국가대표 초청경기에서 카메룬 선수들은 “유럽의 어느 구장과 비교해도 손색없는 잔디구장”이라며 입을 모았다.
월드컵조직위가 구덕운동장의 성과를 자부하는 것은 그동안 잔디 선택 문제에서 숱한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 ‘난지형 한국잔디냐, 한지형 양잔디냐’를 놓고 의견이 팽팽하게 대립됐다. 조직위는 한국의 기후와 토양에 맞고, 실제 경기에 가장 적합한 잔디를 찾기 위해 2년 동안 많은 실험과정을 거쳤다.
조직위는 잔디 선택과 관련해 지난 98년 8월부터 국내 잔디전문 교수 6명으로 구성된 잔디연구위원단을 구성하고, 10개 구장 중 수원과 인천을 제외한 8개 주경기장 인근에 잔디모형실험장을 조성했다. 여기에 들잔디를 비롯한 한국산 잔디 3종과 한지형 양잔디 3종 등을 심었다. 인천의 모형실험장은 햇볕과 통풍의 조건을 경기장과 똑같이 맞추기 위해 실험장 위에 천장을 올리고 펜스까지 둘러쳤다.
월드컵조직위는 이러한 과정을 거쳐 지난 4월 전국 월드컵경기장의 잔디 초종(草種)을 한지형 양잔디인 ‘캔터키블루그래스’와 ‘퍼레니얼 라이그래스’로 결정했다. 그러나 굳이 비용이 많이 들고 관리하기도 어려운 양잔디를 깔아야 할 필요가 있느냐는 반대여론이 비등했다. 골수 축구팬들은 국산잔디를 내팽개친 조직위의 매국행위(?)를 질타하기 시작했다.
반대론자들은 한지형 양잔디는 여름에는 무더운 우리 기후에서는 내성이 약해지는 데다 병충해가 심해, 물뿌리기와 비료주기 등 세심한 관리가 없으면 실패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반해 한국잔디인 개량형 들잔디는 더위와 병충해에 상대적으로 강해 관리비용이 적게 들고 유지 보수가 쉽다는 주장이다.
단국대 최준수교수(생물자원과학부)는 “월드컵경기장 잔디의 승패는 초종의 종류가 아니라 사후관리를 어떻게 하는지에 좌우된다”며 “한지형 양잔디는 시각적, 기능적으로 우수한 것은 사실이지만 비용이 많이 들고 관리가 까다로운 만큼 대표적인 주요구장은 양잔디로, 나머지 구장엔 한국잔디를 깔아 잔디구장의 대중화를 이뤄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조직위는 한지형 양잔디의 기능적 우수성으로 맞섰다. 양잔디는 한국잔디보다 부드럽고, 볼 스피드와 볼 바운드 등 선수들이 느끼는 질감에서 월등하게 앞서 있다는 것. 더욱이 뿌리가 엉키지 않아 선수의 부상을 줄일 수 있고, 융단 같은 뛰어난 색감은 관중에게 시각적 즐거움도 줄 수 있다는 주장이다. 특히 조직위는 양잔디가 일주일에 한두 번의 경기에도 훼손이 심한 한국잔디에 비해 내마모력이 뛰어나며 손상회복력이 월등하다는 점을 내세웠다.
조직위는 관리가 쉬운 한국잔디를 선택할 것인지, 아니면 관리는 어렵지만 품질이 뛰어난 양잔디를 선택할 것인지를 놓고 고민하다 후자를 선택했다. 선수들이 경기하기에 편하고, 관중에게 시각적 즐거움을 줄 수 있다면 관리비용이 많이 들어도 양잔디를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부산구덕운동장 시설계의 이도희씨(45)는 “양잔디 교체 후 선수들의 부상이 줄어들고 색깔 또한 눈에 띄게 좋아졌다. 잔디의 훼손이 적고, 5~15일이면 파종한 잔디가 다 자랄 만큼 회복력이 빨라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에는 최상이다. 여름철 관리가 큰 문제지만 예산만 뒷받침된다면 충분히 관리할 수 있다”고 밝혀 조직위의 입장을 뒷받침했다. 실제로 부산구덕운동장은 지난해 한국형 들잔디 관리비로 3500만원을 투입했으나, 올해는 네 배에 가까운 1억3000만원의 관리비를 책정하고 전문요원도 투입했다.
조직위는 부산구덕운동장 외에도 지난 5월 유고대표팀과의 평가전 때 호평받았던 성남종합경기장(99년 4월 완공)과 프로축구 울산 현대팀의 연습구장인 강동구장 서남구장, 미사리 국가대표 연습구장 모두가 한지형 양잔디를 심어 성공한 케이스라고 밝히고 있다.
월드컵조직위 잔디시설담당 김한섭씨는 “관리비가 적게 들면서도 우수한 잔디가 있다면 왜 고민을 했겠느냐”고 반문한다. 그는 또 “사실 우리 월드컵경기장의 잔디를 선택한 것은 조직위가 아니라 FIFA(국제축구연맹)였다”고 털어놓았다. FIFA는 조직위에 보낸 지침서에서 경기장 잔디의 충족요건으로 내마모성, 내마찰성, 조기회복력, 고밀도, 푸르름의 오랜 시간 유지 등을 내세웠는데 이 모든 조건을 만족시키는 것은 한지형 양잔디뿐이라는 것이 조직위의 주장이다.
이런 과정을 거쳐 선택된 월드컵경기장의 잔디는 지난 4월 조직위의 초종 결정 이후 이미 보조경기장(선수연습구장)에 심기 시작했다. 부산 대구 대전 울산 전주지역은 지난 4, 5월 파종되거나 이식됐으며 서울 인천 제주도는 9, 10월에 잔디씨가 뿌려질 예정이다. 광주만 아직까지 초종의 결정을 내리지 못한 상태.
조직위는 보조경기장 중 4, 5월에 파종한 경기장은 올 10, 11월쯤이면 사용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으며, 10개 주경기장의 잔디는 내년 4월과 9월을 전후해 잔디이식 또는 직파할 계획이다.
한편 대전시는 당초 주경기장을 설계하면서 관람석을 모두 지붕으로 덮는 방식을 고려했으나 “그런 구조는 통풍이 안돼 잔디의 생육에 지장이 있다”는 월드컵조직위의 지적에 따라 1330억원짜리 대형공사의 설계를 지난해 11월 전격 변경, 축구전용구장에서 잔디가 차지하는 중요성을 환기시켰다.
월드컵조직위는 잔디연구위원들의 연구결과를 토대로 전국 양잔디 잔디구장 관리방법 표준지침을 각 지방자치단체에 배부할 계획이다. 조직위 이윤재 운영국장은 “각 보조경기장의 사용이 가능한 올해 말이 되면 양잔디에 관한 모든 우려가 사라질 것”이라며 “이번 기회에 경기장 잔디에 대한 국내의 잘못된 인식 자체를 바꿔놓겠다”고 말했다.
월드컵조직위 내부에서조차 ‘잔디혁명’으로 불리는 ‘경기장의 양잔디화’ 실험은 과연 성공할 것인가. 이제 월드컵은 2년 후로 다가왔다. 시행착오를 거듭하기엔 시간이 없다.
국내 축구팬들은 쏟아지는 빗속에서도 양탄자 같은 천연 잔디의 위력을 보여준 지난 98년 다이너스티컵 때의 요코하마경기장(2002월드컵 결승전 구장)을 기억한다. 한국의 잔디구장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곱고 매끄러웠던 그 잔디구장은 축구팬들에게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우리도 과연 그런 잔디구장을 가질 수 있을까. 월드컵조직위 관계자들은 “일본 못지 않은 전용구장을 갖게 될 것이다”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융단을 깔아 놓은 듯 매끈한 진초록의 유럽 축구구장을 한국에 그대로 옮겨 놓겠다고 호언장담하고 있는 것.
월드컵조직위는 최근 부산시가 구덕운동장의 잔디를 월드컵경기장의 잔디와 같은 종류로 교체해 호평받자 경기장 잔디를 둘러싼 그동안의 논쟁에서 승리했다며 환한 표정을 짓고 있다.
부산구덕운동장은 올 4월에 기존의 난지형(여름형) 국산 들잔디를 걷어내고, 대신 한지형(겨울형) 양잔디를 깔았다. 월드컵조직위는 구덕운동장이 월드컵경기장은 아니지만 한지형 양잔디의 성공 가능성을 이곳에서 실험한 것. 결과는 성공이었다. 5월28일 잔디 교체 후 처음 치러진 카메룬국가대표 초청경기에서 카메룬 선수들은 “유럽의 어느 구장과 비교해도 손색없는 잔디구장”이라며 입을 모았다.
월드컵조직위가 구덕운동장의 성과를 자부하는 것은 그동안 잔디 선택 문제에서 숱한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 ‘난지형 한국잔디냐, 한지형 양잔디냐’를 놓고 의견이 팽팽하게 대립됐다. 조직위는 한국의 기후와 토양에 맞고, 실제 경기에 가장 적합한 잔디를 찾기 위해 2년 동안 많은 실험과정을 거쳤다.
조직위는 잔디 선택과 관련해 지난 98년 8월부터 국내 잔디전문 교수 6명으로 구성된 잔디연구위원단을 구성하고, 10개 구장 중 수원과 인천을 제외한 8개 주경기장 인근에 잔디모형실험장을 조성했다. 여기에 들잔디를 비롯한 한국산 잔디 3종과 한지형 양잔디 3종 등을 심었다. 인천의 모형실험장은 햇볕과 통풍의 조건을 경기장과 똑같이 맞추기 위해 실험장 위에 천장을 올리고 펜스까지 둘러쳤다.
월드컵조직위는 이러한 과정을 거쳐 지난 4월 전국 월드컵경기장의 잔디 초종(草種)을 한지형 양잔디인 ‘캔터키블루그래스’와 ‘퍼레니얼 라이그래스’로 결정했다. 그러나 굳이 비용이 많이 들고 관리하기도 어려운 양잔디를 깔아야 할 필요가 있느냐는 반대여론이 비등했다. 골수 축구팬들은 국산잔디를 내팽개친 조직위의 매국행위(?)를 질타하기 시작했다.
반대론자들은 한지형 양잔디는 여름에는 무더운 우리 기후에서는 내성이 약해지는 데다 병충해가 심해, 물뿌리기와 비료주기 등 세심한 관리가 없으면 실패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반해 한국잔디인 개량형 들잔디는 더위와 병충해에 상대적으로 강해 관리비용이 적게 들고 유지 보수가 쉽다는 주장이다.
단국대 최준수교수(생물자원과학부)는 “월드컵경기장 잔디의 승패는 초종의 종류가 아니라 사후관리를 어떻게 하는지에 좌우된다”며 “한지형 양잔디는 시각적, 기능적으로 우수한 것은 사실이지만 비용이 많이 들고 관리가 까다로운 만큼 대표적인 주요구장은 양잔디로, 나머지 구장엔 한국잔디를 깔아 잔디구장의 대중화를 이뤄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조직위는 한지형 양잔디의 기능적 우수성으로 맞섰다. 양잔디는 한국잔디보다 부드럽고, 볼 스피드와 볼 바운드 등 선수들이 느끼는 질감에서 월등하게 앞서 있다는 것. 더욱이 뿌리가 엉키지 않아 선수의 부상을 줄일 수 있고, 융단 같은 뛰어난 색감은 관중에게 시각적 즐거움도 줄 수 있다는 주장이다. 특히 조직위는 양잔디가 일주일에 한두 번의 경기에도 훼손이 심한 한국잔디에 비해 내마모력이 뛰어나며 손상회복력이 월등하다는 점을 내세웠다.
조직위는 관리가 쉬운 한국잔디를 선택할 것인지, 아니면 관리는 어렵지만 품질이 뛰어난 양잔디를 선택할 것인지를 놓고 고민하다 후자를 선택했다. 선수들이 경기하기에 편하고, 관중에게 시각적 즐거움을 줄 수 있다면 관리비용이 많이 들어도 양잔디를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부산구덕운동장 시설계의 이도희씨(45)는 “양잔디 교체 후 선수들의 부상이 줄어들고 색깔 또한 눈에 띄게 좋아졌다. 잔디의 훼손이 적고, 5~15일이면 파종한 잔디가 다 자랄 만큼 회복력이 빨라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에는 최상이다. 여름철 관리가 큰 문제지만 예산만 뒷받침된다면 충분히 관리할 수 있다”고 밝혀 조직위의 입장을 뒷받침했다. 실제로 부산구덕운동장은 지난해 한국형 들잔디 관리비로 3500만원을 투입했으나, 올해는 네 배에 가까운 1억3000만원의 관리비를 책정하고 전문요원도 투입했다.
조직위는 부산구덕운동장 외에도 지난 5월 유고대표팀과의 평가전 때 호평받았던 성남종합경기장(99년 4월 완공)과 프로축구 울산 현대팀의 연습구장인 강동구장 서남구장, 미사리 국가대표 연습구장 모두가 한지형 양잔디를 심어 성공한 케이스라고 밝히고 있다.
월드컵조직위 잔디시설담당 김한섭씨는 “관리비가 적게 들면서도 우수한 잔디가 있다면 왜 고민을 했겠느냐”고 반문한다. 그는 또 “사실 우리 월드컵경기장의 잔디를 선택한 것은 조직위가 아니라 FIFA(국제축구연맹)였다”고 털어놓았다. FIFA는 조직위에 보낸 지침서에서 경기장 잔디의 충족요건으로 내마모성, 내마찰성, 조기회복력, 고밀도, 푸르름의 오랜 시간 유지 등을 내세웠는데 이 모든 조건을 만족시키는 것은 한지형 양잔디뿐이라는 것이 조직위의 주장이다.
이런 과정을 거쳐 선택된 월드컵경기장의 잔디는 지난 4월 조직위의 초종 결정 이후 이미 보조경기장(선수연습구장)에 심기 시작했다. 부산 대구 대전 울산 전주지역은 지난 4, 5월 파종되거나 이식됐으며 서울 인천 제주도는 9, 10월에 잔디씨가 뿌려질 예정이다. 광주만 아직까지 초종의 결정을 내리지 못한 상태.
조직위는 보조경기장 중 4, 5월에 파종한 경기장은 올 10, 11월쯤이면 사용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으며, 10개 주경기장의 잔디는 내년 4월과 9월을 전후해 잔디이식 또는 직파할 계획이다.
한편 대전시는 당초 주경기장을 설계하면서 관람석을 모두 지붕으로 덮는 방식을 고려했으나 “그런 구조는 통풍이 안돼 잔디의 생육에 지장이 있다”는 월드컵조직위의 지적에 따라 1330억원짜리 대형공사의 설계를 지난해 11월 전격 변경, 축구전용구장에서 잔디가 차지하는 중요성을 환기시켰다.
월드컵조직위는 잔디연구위원들의 연구결과를 토대로 전국 양잔디 잔디구장 관리방법 표준지침을 각 지방자치단체에 배부할 계획이다. 조직위 이윤재 운영국장은 “각 보조경기장의 사용이 가능한 올해 말이 되면 양잔디에 관한 모든 우려가 사라질 것”이라며 “이번 기회에 경기장 잔디에 대한 국내의 잘못된 인식 자체를 바꿔놓겠다”고 말했다.
월드컵조직위 내부에서조차 ‘잔디혁명’으로 불리는 ‘경기장의 양잔디화’ 실험은 과연 성공할 것인가. 이제 월드컵은 2년 후로 다가왔다. 시행착오를 거듭하기엔 시간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