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훈씨(36). 서울 송파구 신천동 삼성증권 사이버영업소에서 만난 그는 직업을 묻자 ‘주식투자자’라고 말한다. 일정한 직업도 없는데 주식투자만으로 살아갈 수 있다? 그렇다면 그는 분명 수십 억원을 굴리는 ‘큰손’일 것이라고 단정하기 쉽지만 그의 투자원금은 고작 2500만원에 불과하다. 96년 7월 정부 산하 연구소 연구원 생활을 그만둔 뒤 한때 경매에 손을 대보기도 했지만 앞으로는 투자원금 2500만원을 굴려서 얻는 주식투자 수익만으로 살아갈 생각이다.
주식에 관심없는 일반인들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2500만원을 투자해 얼마나 벌 수 있다고. 더구나 요즘은 증시에 찬바람이 일고 있는 상황 아닌가. 그러나 주식투자에 관심 있는 사람들은 여기까지만 들어도 그가 ‘전업 데이트레이더’ 길로 나서기로 했다는 것을 금방 눈치챘을 것이다.
고수들 초청강연회 ‘인기 폭발’
물론 김씨의 부인은 강하게 반대했다. 그러나 그는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말한다. 작년 3월 데이트레이딩을 시작한 이후 3개월 만에 500%라는 ‘경이적인’ 수익률을 올린 적이 있기 때문. 물론 그 당시에는 주식시장이 대세 상승기여서 가능한 일이긴 했지만 지금과 같은 약세장에서도 전업 데이트레이더는 생존이 가능하다는 것. 하루에 매일 2% 정도만 수익을 내도 한달이면 1000만원은 금방 벌 수 있다는 게 그의 계산이다(증시 개장일 20×2500만원×0.02=1000만원).
대학생 용현중씨(26·충북대 토목공학과 4년 휴학중). 그는 요즘 대학 졸업 후 진로를 전업 데이트레이더로 생각하고 열심히 주식공부에 매달리고 있다. 그가 6월22일 일부러 시간을 내 청주에서 서울까지 올라와 한국경제신문과 LG투자증권이 플라자호텔에서 개최한 ‘데이트레이딩 성공전략 강연회’에 참석한 것도 데이트레이딩 고수들의 ‘강의’를 듣기 위해서였다.
1년 전부터 200만원으로 주식투자를 해오던 그가 데이트레이딩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작년 말 무렵부터다. 그가 작년 7월 창업한 ‘자동차 출장 광택업’을 그만두고 난 직후의 일이었다. 마케팅이 제대로 되지 않아 자동차 광택을 내달라고 요청해온 ‘고객’들이 없었기 때문이다. 외환위기 이후 대기업들이 구조조정이다 뭐다 해서 직원들을 몰아내는 것을 보고 대기업 취직 외에 다른 길을 모색하다 시작한 사업이라 실망이 클 수밖에 없었지만 주식투자에서 또다른 가능성을 발견한 것이다.
데이트레이딩 열풍이 불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폭등장에서 일었던 ‘묻지마 투자’ 붐 열기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주식투자자들 사이에서 데이트레이딩이 급속히 번지고 있다. 신흥증권 정병선이사는 “데이트레이더의 원조격인 미국에서는 명함에 떳떳이 데이트레이더라고 밝힐 정도로 데이트레이더가 직업으로 인정받고 있다”면서 “우리의 경우 작년 말 현재 전업 데이트레이더가 20만명 정도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주식투자자 사이에 이름이 알려진 데이트레이더 고수들을 초청한 강연회만 열렸다 하면 발 디딜 틈 없이 사람들이 몰려드는 것에서도 이런 열기를 확인할 수 있었다. 6월22일 ‘데이트레이딩 성공 전략 강연회’에는 3500여 명이나 모여 주최측을 놀라게 할 정도였다. 메리츠증권이 ‘제1회 실전투자 수익률 게임’에서 데이트레이딩으로 수익률 1371%를 기록해 1위를 차지한 김대화씨를 강사로 내세운 서울 강연회(6월13, 14일)에는 주최측이 예상한 400명보다 두 배나 많은 투자자들이 몰려들었을 정도.
데이트레이딩 ‘고수’들이 펴낸 책은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르고 있다. 6월 셋째주 교보문고 경제-경영분야 베스트셀러 순위에서는 ‘나는 초단타매매로 매일 40만원 번다’(최원철) ‘초단타매매 지금보다 10배 잘하기’(김도기) ‘만원 투자해서 오억원 만들기’(문양근) 등 지금까지 나온 데이트레이딩 관련 책이 모두 10위 안에 들기도 했다. 이 가운데 앞의 두 책은 각각 종합 순위 5위와 7위에 올랐다.
주식시장에서도 데이트레이더의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 주식시장에서 주가가 연일 큰 폭의 등락을 거듭하면서 전강후약(前强後弱)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도 장 막판에 주식을 팔아치우는 데이트레이더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또 최근 하락종목은 많아도 하한가 종목은 극히 적은 것은 장중 하한가 종목이 데이트레이더의 집중 매수 표적이 되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증권거래소의 최근 조사에서도 데이트레이딩 열풍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 초부터 5월 말까지 데이트레이딩 비중은 거래대금 기준으로 25.14%, 거래량 기준으로는 29.64%였다. 작년의(7월 이전 자료는 계산이 불가능해 7월2일부터 12월 말까지) 데이트레이딩 비중 21.67%(거래대금 기준), 25.79%(거래량 기준)에 비해 모두 증가하고 있는 셈이다.
데이트레이딩(day trading)이란, 말 그대로 그날 매수한 주식은 그날 모두 매도하는 거래 행태를 말한다. 당연히 그런 거래를 하는 투자자는 데이트레이더(day trader)가 된다. 이를 더 세분화해 하루에도 수십 번씩 초단타 매매를 하는 투자자를 스캘퍼(scalper), 하루에 몇 번 정도 매매하는 투자자를 데이트레이더, 1일에서 5일 정도 보유했다가 매매하는 투자자를 스윙트레이더(swing trader)라고 구분하기도 하지만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목표 수익률을 낮게 잡고 하루에도 여러 차례 매매에 나선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데이트레이딩 열풍이 최근 주식시장의 불안과 깊은 관련이 있다고 말한다. 메리츠증권 리서치팀 조익재차장은 “시장이 장기 조정을 받고 있는 상황이어서 중장기투자를 해봐야 오히려 손해만 본다고 생각한 개인투자자들이 장중 급등락을 이용해 수익을 챙기려는 의도에서 데이트레이딩에 매달리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주식투자 수익률 게임에서 데이트레이더로 명성을 떨친 마이다스에셋 펀드매니저 박정윤씨는 “데이트레이딩은 혼조세 또는 박스권에서 더 큰 위력을 발휘한다”고 말한다.
현재 거래소시장의 주가 등락폭은 ±15%, 코스닥시장은 ±12%. 따라서 이론적으로는 장중 하한가에서 상한가로 급등한 종목을 골라 하한가에 매수했다가 상한가에 매도했다면 단숨에 30%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 물론 현실적으로 이런 일은 불가능에 가깝다. 따라서 보통 데이트레이더들은 목표 수익률을 매우 낮게(보통은 5% 이내) 잡고 이를 만족시키면 바로 매도에 나선다.
그러나 데이트레이딩이 ‘대박’으로 가는 지름길은 결코 아니다. 미래에셋증권 최경주이사는 “증권사 주최 수익률 게임에서 데이트레이딩 기법을 이용해 불과 몇 개월 만에 1000%가 넘는 수익률을 올리면서 우승한 사람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며 “이를 보고 누구나 ‘대박’을 터뜨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큰 착각”이라고 경고했다.
새턴투자자문 성인근이사도 “데이트레이딩으로 가장 많이 재미보는 곳은 정부와 증권사뿐”이라고 단언했다. 전업 데이트레이더 서영수씨(38·가명)도 이런 지적에 동의했다. 그는 “데이트레이더들은 대개 매일의 투자원금을 1000만~2000만원으로 한정하는데 몇 번만 매매하면 금방 억대의 약정액을 올려주기 때문에 수수료 수입을 올리는 증권사와 매도할 때마다 0.3%의 증권거래세를 챙기는 정부가 좋아할 법도 하다”고 밝혔다.
대신증권 광화문사이버영업소 변광수소장은 “영업소에 나와 매매하는 사람은 주로 데이트레이딩을 이용하는데, 이 가운데 30% 정도만 수익을 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귀띔했다. 물론 데이트레이더들도 수익을 내는 것이 어렵다는 점을 알고 있다. 작년 11월부터 데이트레이딩을 시작한 이인영씨(39·가명)도 “하루 매매 중 수익을 낼 때는 2, 3% 이내지만 당할 때는 이보다 훨씬 크게 깨지는 경우가 많아 수익을 내기가 쉽지 않다”고 말한다.
데이트레이더 김정훈씨는 “주위에서 데이트레이딩을 하겠다고 하면 적극 만류한다”면서도 “그러나 욕심을 버리고 목표수익률을 낮게 잡으면 충분히 승산이 있기 때문에 그 가능성을 보고 데이트레이딩에 매달리게 된다”고 밝혔다. 김씨는 또 “데이트레이딩은 1000만원만 가지면 시작할 수 있기 때문에 고시 합격 등 자신의 원래 목표를 이루지 못한 사람들이 쉽게 ‘도피’ 수단으로 빠져드는 경우가 많다”며 자신의 주변에도 그런 사람이 있다고 설명했다.
데이트레이더들은 엄격한 자기관리와 노력만이 성공을 보장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들은 대부분 “데이트레이더는 노력한 만큼 벌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대신증권 광화문사이버영업소 변광수소장도 “수익을 올리는 데이트레이더들은 주중에는 절대 술을 마시지 않는 등 철저히 자기관리를 한다”면서 프로정신으로 무장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충고했다.
실제 대부분의 데이트레이더들은 아침 8시 무렵 자신이 사무실로 삼는 증권사 사이버 영업소 등에 출근, 저녁 6, 7시 무렵 퇴근하는 일을 반복한다. 시장이 오후 3시에 끝나기 때문에 점심도 장이 끝난 다음에 해결한다. 퇴근 후에도 쉴 틈이 없다. 집에서 관심 종목 분석 등을 위해 인터넷을 뒤지다 보면 밤늦게 잠자리에 드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또 최근에는 국내 증시가 미국 증시와 동조현상을 보이고 있어 새벽까지 컴퓨터 앞에 앉아 미국 시장 동향을 체크하는 데이트레이더들도 늘고 있다. 데이트레이딩을 시작하면 이를 전업으로 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장이 열리는 동안은 장의 흐름을 계속 읽어야 하기 때문에 컴퓨터 앞을 떠날 수도 없다. 매매 타이밍을 잡기 위해 장중 지수 흐름과 거래량 흐름, 선물가격의 동향, 투자자별 동향 등 고려해야 할 변수도 많기 때문에 대단한 집중력이 요구된다. 당연히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수밖에 없다.
기관투자가들이나 일반투자자들은 데이트레이더에 대해 주가 변동폭을 크게 만들고 장의 흐름을 왜곡하는 주범으로 지목한다. 그러나 데이트레이더들은 반대로 “장의 변동폭이 크기 때문에 데이트레이더들이 늘고 있다”고 주장해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는 식의 논란이 펼쳐지고 있다.
신흥증권 정병선이사는 “데이트레이딩을 좋다 또는 나쁘다로 평가하기는 곤란하다”고 말한다. 정보산업의 발달로 사이버거래가 가능해진데다 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는 등 투자환경이 변화하자 개인투자자들이 여기에 대응하기 위한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나타난 추세일 뿐 가치판단의 대상으로 삼기에는 곤란하다는 것. 다만 일부에서 데이트레이딩에 대한 환상을 심어 주는 것은 문제라는 그의 지적은 데이트레이딩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되새겨볼 만하다.
주식에 관심없는 일반인들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2500만원을 투자해 얼마나 벌 수 있다고. 더구나 요즘은 증시에 찬바람이 일고 있는 상황 아닌가. 그러나 주식투자에 관심 있는 사람들은 여기까지만 들어도 그가 ‘전업 데이트레이더’ 길로 나서기로 했다는 것을 금방 눈치챘을 것이다.
고수들 초청강연회 ‘인기 폭발’
물론 김씨의 부인은 강하게 반대했다. 그러나 그는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말한다. 작년 3월 데이트레이딩을 시작한 이후 3개월 만에 500%라는 ‘경이적인’ 수익률을 올린 적이 있기 때문. 물론 그 당시에는 주식시장이 대세 상승기여서 가능한 일이긴 했지만 지금과 같은 약세장에서도 전업 데이트레이더는 생존이 가능하다는 것. 하루에 매일 2% 정도만 수익을 내도 한달이면 1000만원은 금방 벌 수 있다는 게 그의 계산이다(증시 개장일 20×2500만원×0.02=1000만원).
대학생 용현중씨(26·충북대 토목공학과 4년 휴학중). 그는 요즘 대학 졸업 후 진로를 전업 데이트레이더로 생각하고 열심히 주식공부에 매달리고 있다. 그가 6월22일 일부러 시간을 내 청주에서 서울까지 올라와 한국경제신문과 LG투자증권이 플라자호텔에서 개최한 ‘데이트레이딩 성공전략 강연회’에 참석한 것도 데이트레이딩 고수들의 ‘강의’를 듣기 위해서였다.
1년 전부터 200만원으로 주식투자를 해오던 그가 데이트레이딩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작년 말 무렵부터다. 그가 작년 7월 창업한 ‘자동차 출장 광택업’을 그만두고 난 직후의 일이었다. 마케팅이 제대로 되지 않아 자동차 광택을 내달라고 요청해온 ‘고객’들이 없었기 때문이다. 외환위기 이후 대기업들이 구조조정이다 뭐다 해서 직원들을 몰아내는 것을 보고 대기업 취직 외에 다른 길을 모색하다 시작한 사업이라 실망이 클 수밖에 없었지만 주식투자에서 또다른 가능성을 발견한 것이다.
데이트레이딩 열풍이 불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폭등장에서 일었던 ‘묻지마 투자’ 붐 열기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주식투자자들 사이에서 데이트레이딩이 급속히 번지고 있다. 신흥증권 정병선이사는 “데이트레이더의 원조격인 미국에서는 명함에 떳떳이 데이트레이더라고 밝힐 정도로 데이트레이더가 직업으로 인정받고 있다”면서 “우리의 경우 작년 말 현재 전업 데이트레이더가 20만명 정도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주식투자자 사이에 이름이 알려진 데이트레이더 고수들을 초청한 강연회만 열렸다 하면 발 디딜 틈 없이 사람들이 몰려드는 것에서도 이런 열기를 확인할 수 있었다. 6월22일 ‘데이트레이딩 성공 전략 강연회’에는 3500여 명이나 모여 주최측을 놀라게 할 정도였다. 메리츠증권이 ‘제1회 실전투자 수익률 게임’에서 데이트레이딩으로 수익률 1371%를 기록해 1위를 차지한 김대화씨를 강사로 내세운 서울 강연회(6월13, 14일)에는 주최측이 예상한 400명보다 두 배나 많은 투자자들이 몰려들었을 정도.
데이트레이딩 ‘고수’들이 펴낸 책은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르고 있다. 6월 셋째주 교보문고 경제-경영분야 베스트셀러 순위에서는 ‘나는 초단타매매로 매일 40만원 번다’(최원철) ‘초단타매매 지금보다 10배 잘하기’(김도기) ‘만원 투자해서 오억원 만들기’(문양근) 등 지금까지 나온 데이트레이딩 관련 책이 모두 10위 안에 들기도 했다. 이 가운데 앞의 두 책은 각각 종합 순위 5위와 7위에 올랐다.
주식시장에서도 데이트레이더의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 주식시장에서 주가가 연일 큰 폭의 등락을 거듭하면서 전강후약(前强後弱)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도 장 막판에 주식을 팔아치우는 데이트레이더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또 최근 하락종목은 많아도 하한가 종목은 극히 적은 것은 장중 하한가 종목이 데이트레이더의 집중 매수 표적이 되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증권거래소의 최근 조사에서도 데이트레이딩 열풍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 초부터 5월 말까지 데이트레이딩 비중은 거래대금 기준으로 25.14%, 거래량 기준으로는 29.64%였다. 작년의(7월 이전 자료는 계산이 불가능해 7월2일부터 12월 말까지) 데이트레이딩 비중 21.67%(거래대금 기준), 25.79%(거래량 기준)에 비해 모두 증가하고 있는 셈이다.
데이트레이딩(day trading)이란, 말 그대로 그날 매수한 주식은 그날 모두 매도하는 거래 행태를 말한다. 당연히 그런 거래를 하는 투자자는 데이트레이더(day trader)가 된다. 이를 더 세분화해 하루에도 수십 번씩 초단타 매매를 하는 투자자를 스캘퍼(scalper), 하루에 몇 번 정도 매매하는 투자자를 데이트레이더, 1일에서 5일 정도 보유했다가 매매하는 투자자를 스윙트레이더(swing trader)라고 구분하기도 하지만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목표 수익률을 낮게 잡고 하루에도 여러 차례 매매에 나선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데이트레이딩 열풍이 최근 주식시장의 불안과 깊은 관련이 있다고 말한다. 메리츠증권 리서치팀 조익재차장은 “시장이 장기 조정을 받고 있는 상황이어서 중장기투자를 해봐야 오히려 손해만 본다고 생각한 개인투자자들이 장중 급등락을 이용해 수익을 챙기려는 의도에서 데이트레이딩에 매달리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주식투자 수익률 게임에서 데이트레이더로 명성을 떨친 마이다스에셋 펀드매니저 박정윤씨는 “데이트레이딩은 혼조세 또는 박스권에서 더 큰 위력을 발휘한다”고 말한다.
현재 거래소시장의 주가 등락폭은 ±15%, 코스닥시장은 ±12%. 따라서 이론적으로는 장중 하한가에서 상한가로 급등한 종목을 골라 하한가에 매수했다가 상한가에 매도했다면 단숨에 30%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 물론 현실적으로 이런 일은 불가능에 가깝다. 따라서 보통 데이트레이더들은 목표 수익률을 매우 낮게(보통은 5% 이내) 잡고 이를 만족시키면 바로 매도에 나선다.
그러나 데이트레이딩이 ‘대박’으로 가는 지름길은 결코 아니다. 미래에셋증권 최경주이사는 “증권사 주최 수익률 게임에서 데이트레이딩 기법을 이용해 불과 몇 개월 만에 1000%가 넘는 수익률을 올리면서 우승한 사람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며 “이를 보고 누구나 ‘대박’을 터뜨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큰 착각”이라고 경고했다.
새턴투자자문 성인근이사도 “데이트레이딩으로 가장 많이 재미보는 곳은 정부와 증권사뿐”이라고 단언했다. 전업 데이트레이더 서영수씨(38·가명)도 이런 지적에 동의했다. 그는 “데이트레이더들은 대개 매일의 투자원금을 1000만~2000만원으로 한정하는데 몇 번만 매매하면 금방 억대의 약정액을 올려주기 때문에 수수료 수입을 올리는 증권사와 매도할 때마다 0.3%의 증권거래세를 챙기는 정부가 좋아할 법도 하다”고 밝혔다.
대신증권 광화문사이버영업소 변광수소장은 “영업소에 나와 매매하는 사람은 주로 데이트레이딩을 이용하는데, 이 가운데 30% 정도만 수익을 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귀띔했다. 물론 데이트레이더들도 수익을 내는 것이 어렵다는 점을 알고 있다. 작년 11월부터 데이트레이딩을 시작한 이인영씨(39·가명)도 “하루 매매 중 수익을 낼 때는 2, 3% 이내지만 당할 때는 이보다 훨씬 크게 깨지는 경우가 많아 수익을 내기가 쉽지 않다”고 말한다.
데이트레이더 김정훈씨는 “주위에서 데이트레이딩을 하겠다고 하면 적극 만류한다”면서도 “그러나 욕심을 버리고 목표수익률을 낮게 잡으면 충분히 승산이 있기 때문에 그 가능성을 보고 데이트레이딩에 매달리게 된다”고 밝혔다. 김씨는 또 “데이트레이딩은 1000만원만 가지면 시작할 수 있기 때문에 고시 합격 등 자신의 원래 목표를 이루지 못한 사람들이 쉽게 ‘도피’ 수단으로 빠져드는 경우가 많다”며 자신의 주변에도 그런 사람이 있다고 설명했다.
데이트레이더들은 엄격한 자기관리와 노력만이 성공을 보장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들은 대부분 “데이트레이더는 노력한 만큼 벌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대신증권 광화문사이버영업소 변광수소장도 “수익을 올리는 데이트레이더들은 주중에는 절대 술을 마시지 않는 등 철저히 자기관리를 한다”면서 프로정신으로 무장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충고했다.
실제 대부분의 데이트레이더들은 아침 8시 무렵 자신이 사무실로 삼는 증권사 사이버 영업소 등에 출근, 저녁 6, 7시 무렵 퇴근하는 일을 반복한다. 시장이 오후 3시에 끝나기 때문에 점심도 장이 끝난 다음에 해결한다. 퇴근 후에도 쉴 틈이 없다. 집에서 관심 종목 분석 등을 위해 인터넷을 뒤지다 보면 밤늦게 잠자리에 드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또 최근에는 국내 증시가 미국 증시와 동조현상을 보이고 있어 새벽까지 컴퓨터 앞에 앉아 미국 시장 동향을 체크하는 데이트레이더들도 늘고 있다. 데이트레이딩을 시작하면 이를 전업으로 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장이 열리는 동안은 장의 흐름을 계속 읽어야 하기 때문에 컴퓨터 앞을 떠날 수도 없다. 매매 타이밍을 잡기 위해 장중 지수 흐름과 거래량 흐름, 선물가격의 동향, 투자자별 동향 등 고려해야 할 변수도 많기 때문에 대단한 집중력이 요구된다. 당연히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수밖에 없다.
기관투자가들이나 일반투자자들은 데이트레이더에 대해 주가 변동폭을 크게 만들고 장의 흐름을 왜곡하는 주범으로 지목한다. 그러나 데이트레이더들은 반대로 “장의 변동폭이 크기 때문에 데이트레이더들이 늘고 있다”고 주장해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는 식의 논란이 펼쳐지고 있다.
신흥증권 정병선이사는 “데이트레이딩을 좋다 또는 나쁘다로 평가하기는 곤란하다”고 말한다. 정보산업의 발달로 사이버거래가 가능해진데다 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는 등 투자환경이 변화하자 개인투자자들이 여기에 대응하기 위한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나타난 추세일 뿐 가치판단의 대상으로 삼기에는 곤란하다는 것. 다만 일부에서 데이트레이딩에 대한 환상을 심어 주는 것은 문제라는 그의 지적은 데이트레이딩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되새겨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