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의 등뼈이자 척추인 백두대간이 맺음하는 곳, 지리산 천왕봉. 그런데 최근 지리산이 원인 모를 산사태로 제 모습을 잃어가고 있다.
지리산 산사태는 5년여 전부터 시작됐다. 98년 8월 집중호우로 인한 지리산 대참사 이후 산사태는 더욱 빈번해졌다. 현재 확인된 곳만 약 10개소. 동부 지리산의 정점인 세석평전에서 천왕봉에 이르는 주 능선을 중심으로 수많은 계곡이 만들어진다. 그리고 그 능선 한가운데 등산로가 나있다. 주로 이 등산로 부근 주 능선에서 산사태가 발생하고 있다.
산사태가 시작된 곳은 대부분 주 능선 등산로에서 계곡 쪽으로 50∼200m 아래 지점. 피해상황은 눈으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마치 큰 도로를 낼 때 녹지를 파헤치듯이 흙이 숲과 계곡을 쓸어내리며 골짜기를 향해 밀려와 있다. 주변에는 뿌리를 드러낸 거목과 바윗돌들이 뒤엉켜 있다.
지리산의 산사태 지역은 해발고도가 1500m를 넘어 일단 산사태가 발생하면 식물이 다시 뿌리내리기 어렵다. 특히 지리산 주 능선 일대처럼 고도가 높은 곳의 생태계는 한 번 훼손되면 복원되기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너비 5∼20m에 길이 1∼5km에 달하는 이 지역이 산사태로 흙과 바위가 흘러내리면서 수목과 풀꽃들을 한순간에 휩쓸어가 버린다.
현재 등산로와 가까운 일부 지역에서는 복원작업이 시작됐다. 하지만 울창한 숲속에 가려져 있어 하늘에서 보아야만 찾을 수 있는 지역은 발생지점도 확인되지 않은 채 그대로 방치돼 있다.
한국자원연구소 환경지질연구부장인 김원형박사는 지리산 산사태의 원인이 아직 밝혀지지 않아 대책 마련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한다.
“현재 지리산 산사태의 피해규모는 길이 1km에서 5km가 넘는 곳도 있을 만큼 대규모다. 최초 발생지점을 보면 그리 넓지 않은데 흙이 급경사를 타고 계곡으로 내려가면서 도미노처럼 골짜기 숲을 갈아엎어 피해규모가 확대됐다. 사실 지금까지 지리산에서는 산사태가 자주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에 고산지역의 산사태에 대한 연구도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다만 확인된 것은 지리산 산사태가 지금까지 일어난 다른 지역의 산사태와 발생원인이나 성격에서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1500m 이상 지역의 산사태에 대해 연구가 거의 돼있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원인규명에 어려움이 많다. 앞으로도 정밀한 조사가 필요하다.”
현재 국립공원관리공단은 등산객들의 눈에 쉽게 띄는 천왕봉 일대 피해지역만 복구하고 있다. 나머지 지역은 정확한 실태파악조차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립공원관리사무소 정책연구팀의 나공주과장은 “4월말에 우선 천왕봉부터 복구공사를 시작했다. 3억5000만원의 예산을 들여 무너진 곳에 토목공사부터 하고 있다. 천왕봉 이외 지역에 대한 산사태 실태는 아직 파악하지 못했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산사태의 전반적인 상황과 원인 파악을 위한 정밀조사를 실시할 것이다”고 밝혔다.
그러나 무너져내린 곳에 기둥을 박고 돌과 흙을 채우는 토목공사로 복구가 끝나는 것이 아니다. 응급복구를 한 뒤에는 그 지역에 서식했던 식물들을 이식해 다시 뿌리를 내리도록 해야 하는데 관리사무소측은 생태계 복원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지리산국립공원의 주 능선에는 해발 1500m를 전후해 보존가치가 매우 높은 구상나무군락, 주목군락, 가문비군락, 분비나무군락 등이 대규모의 숲을 형성하고 있다. 이 고산침엽수림은 남한에서도 가장 면적이 넓은 아고산대 생태계를 자랑한다. 이것의 가치는 남한에서 으뜸이라 할 수 있다.
한라산이나 덕유산, 소백산, 오대산, 설악산 등에도 구상나무군락과 주목군락 등이 있으나 지리산국립공원은 이 외에도 가문비나무군락, 분비나무군락 등이 모두 어우러져 숲을 이루기 때문에 연구가치로서도 최고다. 특히 백두산에 자생하는 가문비나무가 남한에서 대규모 군락을 이루고 있는 곳은 오직 지리산 천왕봉뿐이다. 이는 백두대간이 자연생태계의 이동통로이자 연결고리라는 것을 증명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이런 고산침엽수림에는 야생동물도 만만치 않다. 야생동물 먹이사슬의 정점에 해당하는 반달곰을 비롯해 사향노루 수달 담비 등 멸종위기종과 보호종이 대부분 망라돼 있다. 이들이 서식할 수 있도록 생태계를 복원하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복원이다.
산사태는 자연적인 현상이다. 하지만 지난 5년 동안 지리산국립공원에서 발생한 산사태는 자연현상으로 넘기기에는 발생 빈도와 피해면적이 너무 크다. 더욱이 산사태가 발생한 지역은 국내 제일의 생태적 가치를 지닌 곳으로 한번 훼손되거나 원형이 변화되면 쉽게 복원하기 어렵다. 또한 서둘러 토목공사를 벌이기에 앞서 정밀진단과 조사가 필요하다. 아울러 장기적인 계획에 따라 신중한 생태계복원이 따라야 한다. 지금도 지리산 천왕봉은 서서히 무너져내리고 있다.
지리산 산사태는 5년여 전부터 시작됐다. 98년 8월 집중호우로 인한 지리산 대참사 이후 산사태는 더욱 빈번해졌다. 현재 확인된 곳만 약 10개소. 동부 지리산의 정점인 세석평전에서 천왕봉에 이르는 주 능선을 중심으로 수많은 계곡이 만들어진다. 그리고 그 능선 한가운데 등산로가 나있다. 주로 이 등산로 부근 주 능선에서 산사태가 발생하고 있다.
산사태가 시작된 곳은 대부분 주 능선 등산로에서 계곡 쪽으로 50∼200m 아래 지점. 피해상황은 눈으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마치 큰 도로를 낼 때 녹지를 파헤치듯이 흙이 숲과 계곡을 쓸어내리며 골짜기를 향해 밀려와 있다. 주변에는 뿌리를 드러낸 거목과 바윗돌들이 뒤엉켜 있다.
지리산의 산사태 지역은 해발고도가 1500m를 넘어 일단 산사태가 발생하면 식물이 다시 뿌리내리기 어렵다. 특히 지리산 주 능선 일대처럼 고도가 높은 곳의 생태계는 한 번 훼손되면 복원되기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너비 5∼20m에 길이 1∼5km에 달하는 이 지역이 산사태로 흙과 바위가 흘러내리면서 수목과 풀꽃들을 한순간에 휩쓸어가 버린다.
현재 등산로와 가까운 일부 지역에서는 복원작업이 시작됐다. 하지만 울창한 숲속에 가려져 있어 하늘에서 보아야만 찾을 수 있는 지역은 발생지점도 확인되지 않은 채 그대로 방치돼 있다.
한국자원연구소 환경지질연구부장인 김원형박사는 지리산 산사태의 원인이 아직 밝혀지지 않아 대책 마련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한다.
“현재 지리산 산사태의 피해규모는 길이 1km에서 5km가 넘는 곳도 있을 만큼 대규모다. 최초 발생지점을 보면 그리 넓지 않은데 흙이 급경사를 타고 계곡으로 내려가면서 도미노처럼 골짜기 숲을 갈아엎어 피해규모가 확대됐다. 사실 지금까지 지리산에서는 산사태가 자주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에 고산지역의 산사태에 대한 연구도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다만 확인된 것은 지리산 산사태가 지금까지 일어난 다른 지역의 산사태와 발생원인이나 성격에서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1500m 이상 지역의 산사태에 대해 연구가 거의 돼있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원인규명에 어려움이 많다. 앞으로도 정밀한 조사가 필요하다.”
현재 국립공원관리공단은 등산객들의 눈에 쉽게 띄는 천왕봉 일대 피해지역만 복구하고 있다. 나머지 지역은 정확한 실태파악조차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립공원관리사무소 정책연구팀의 나공주과장은 “4월말에 우선 천왕봉부터 복구공사를 시작했다. 3억5000만원의 예산을 들여 무너진 곳에 토목공사부터 하고 있다. 천왕봉 이외 지역에 대한 산사태 실태는 아직 파악하지 못했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산사태의 전반적인 상황과 원인 파악을 위한 정밀조사를 실시할 것이다”고 밝혔다.
그러나 무너져내린 곳에 기둥을 박고 돌과 흙을 채우는 토목공사로 복구가 끝나는 것이 아니다. 응급복구를 한 뒤에는 그 지역에 서식했던 식물들을 이식해 다시 뿌리를 내리도록 해야 하는데 관리사무소측은 생태계 복원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지리산국립공원의 주 능선에는 해발 1500m를 전후해 보존가치가 매우 높은 구상나무군락, 주목군락, 가문비군락, 분비나무군락 등이 대규모의 숲을 형성하고 있다. 이 고산침엽수림은 남한에서도 가장 면적이 넓은 아고산대 생태계를 자랑한다. 이것의 가치는 남한에서 으뜸이라 할 수 있다.
한라산이나 덕유산, 소백산, 오대산, 설악산 등에도 구상나무군락과 주목군락 등이 있으나 지리산국립공원은 이 외에도 가문비나무군락, 분비나무군락 등이 모두 어우러져 숲을 이루기 때문에 연구가치로서도 최고다. 특히 백두산에 자생하는 가문비나무가 남한에서 대규모 군락을 이루고 있는 곳은 오직 지리산 천왕봉뿐이다. 이는 백두대간이 자연생태계의 이동통로이자 연결고리라는 것을 증명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이런 고산침엽수림에는 야생동물도 만만치 않다. 야생동물 먹이사슬의 정점에 해당하는 반달곰을 비롯해 사향노루 수달 담비 등 멸종위기종과 보호종이 대부분 망라돼 있다. 이들이 서식할 수 있도록 생태계를 복원하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복원이다.
산사태는 자연적인 현상이다. 하지만 지난 5년 동안 지리산국립공원에서 발생한 산사태는 자연현상으로 넘기기에는 발생 빈도와 피해면적이 너무 크다. 더욱이 산사태가 발생한 지역은 국내 제일의 생태적 가치를 지닌 곳으로 한번 훼손되거나 원형이 변화되면 쉽게 복원하기 어렵다. 또한 서둘러 토목공사를 벌이기에 앞서 정밀진단과 조사가 필요하다. 아울러 장기적인 계획에 따라 신중한 생태계복원이 따라야 한다. 지금도 지리산 천왕봉은 서서히 무너져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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