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39

..

폭음·누적진동 빼먹은 ‘엉터리’ 조사?

조사단 결과 발표 후 피해 축소 의혹 증폭…민간조사업체 K공사 “말 못할 어려움 겪고 있다”

  • 입력2006-01-19 14:58: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폭음·누적진동 빼먹은 ‘엉터리’ 조사?
    지난 6월1일 한미합동조사단은 경기도 화성군 우정면 매향리에 있는 미 공군기 사격훈련장인 농섬의 폭탄투하로 인한 주민 피해를 조사한 결과 “폭탄투하와 주민의 피해는 무관하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매향리 인근 7개 마을 주민들은 한미합동조사단의 작업이 주민들을 철저하게 소외시킨 채 이루어져 객관성을 잃어버린 ‘여론무마용 조사’로 끝났다며 반발하고 있다. 또 조사 방법에도 문제가 많다는 게 주민들과 환경운동단체들의 주장이다. 실질적인 피해 조사를 외면함으로써 피해를 축소하려 했다는 것이다.

    우선 한미합동조사반은 가옥 균열과 유리창 파손 실태를 조사하면서 폭탄투하로 인한 진동에 대해 누적 계산을 하지 않았다. 인명과 가축피해 조사과정에서는 폭음과 소음에 대한 조사가 빠져 있다. 이에 따라 이번 피해 조사는 ‘그들만을 위한’ ‘그들의 조사’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건물균열 등 9세대만 정밀검사

    한미합동조사단이 발표한 바에 따르면 폭탄투하지점인 매향리 농섬 서쪽 500m 지점에서 해안선까지의 거리는 1850m로, 이 정도 거리에서는 폭약 89kg을 담은 MK-82 6발이 동시에 폭발해도 충격 정도가 기준충격치 0.5cm/sec(진동입자속도)보다 낮은 0.42cm/sec밖에 안돼 폭발충격에 의한 건물피해는 전혀 없다는 것. 또한 주민 13명이 제기한 수족경련과 불면증 등의 피해와 젖소 42두의 유산 등 가축 피해도 폭음과 관련된 것인지 객관적으로 증명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미합동조사단은 이같은 결론을 내리기까지 얼마나 면밀하게 조사작업을 벌였을까. 유리창 파손, 건물 균열, 울타리 붕괴 등 미 공군기의 폭탄투하로 인한 피해 사례는 558세대 3404건이다. 한미조사단은 558세대를 일일이 방문해 조사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중 정밀검사를 받은 곳은 9세대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수박 겉핥기식 조사였다는 게 주민들의 주장이다.



    시설물 피해에 대한 한미조사단 조사의 가장 큰 맹점은 미 공군기의 오폭사고가 나던 5월8일 떨어진 폭탄의 물리적 영향에 한정돼 있다는 사실이다. 그동안 농섬사격장에 계속돼 온 폭격과 기총사격, 저공비행으로 인한 누적 진동에 대한 부분은 전혀 조사되지 않았다(수십 년간 농섬에 폭탄이 투하되다 보면 진동이 누적돼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에 누적 진동 조사는 중요하다). 국방부측 피해조사 의뢰기관인 G사는 발표 당일 “자료가 없어 누적진동에 의한 손상 여부를 알 수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소음진동기술사 김연수씨(48)는 “5월8일 투하된 폭탄의 진동 피해 계산이 가능했던 것처럼 평소 농섬에 대한 폭탄투하 횟수와 종류에 대한 자료를 미군측으로부터 제공받는다면 누적 진동의 계량화가 가능하다”며 반박했다. 김씨는 조사단의 계산대로 폭발에 의해 기준충격치 이하의 진동충격이 가해졌다 해도 진동 피해가 누적된 상태에서는 건물에 균열이 가고 유리창이 깨질 수 있다고 설명한다.

    누적 진동 피해에 대한 근거는 아주대 연구팀(팀장 장재연교수)이 지난해 2월말에서 3월초 실시한 농섬사격장에 대한 훈련조사 내용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연구팀에 따르면 미공군은 하루 11회꼴로 매일 폭탄투하 훈련과 기총사격 훈련을 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으며, 기종별로는 지난번에 오폭사고를 낸 A-10기종이 55.5%로 가장 많았다는 것.

    이번 조사에서 폭발음과 누적소음에 대한 조사가 제외돼 있다는 사실은 조사가 얼마나 자의적으로 이루어졌는지를 증명한다. 환자 대부분이 초조 불안 동요 두통 피로 소화불량 등 누적소음과 폭음으로 인한 피해를 호소하고 있는데도 폭탄 투하 당일의 폭발음과 누적소음에 대해선 일절 언급이 없다.

    대전대와 아주대연구팀의 조사 결과 평소 매향리와 인근 대부분 지역의 소음은 청각장애를 유발할 수 있는 70dB(열차소리 80dB) 이상이며 심할 때는 최고 133.7dB에까지 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아주대연구팀은 매향리 지역에서의 누적 소음피해까지 조사했었다.

    소음진동기술사 김씨는 “폭발음은 저주파인 관계로 유리창을 깰 만큼의 물리적 파괴력을 가지는데도 폭발음에 대한 소음피해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것은 이상하다”고 주장했다. 결국 병의 원인을 조사하지 않은 채 외양만 보고 알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는 셈이다.

    인도주의의사협의회의 매향리 주민 사격소음에 의한 최근 피해사례 조사 결과도 한미합동조사단의 피해조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음을 증명하고 있다. 지난 6월4, 5일 13명의 의사와 20여 명의 의대생이 투입돼 실시된 조사에서 매향리 주민들이 폭탄 투하와 누적소음 피해로 심각한 난청과 중금속 오염, 불안증, 공포증상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

    그러나 국방부는 이러한 지적에 대해 “6월1일 발표한 것 외에는 더이상 말할 것이 없다. 민간단체가 피해조사를 했다. 기술적인 부분은 모른다”며 더이상의 언급을 회피하고 있다.

    한미합동조사단의 피해조사 결과 발표를 더욱 의심스럽게 만드는 요인은 국방부가 조사의 객관성 확보를 위해 주민 추천으로 선정했다는 민간조사업체 K공사의 선정 과정이 투명치 못한데다 K공사가 애매모호한 태도를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K공사는 한미조사단의 합동발표 이후에도 무슨 이유에서인지 완성된 피해조사 보고서를 공개하지 못하고 있다. 조사발표 이후 일체 언론접촉을 피했던 K공사 대표 서모씨는 “13개 가옥을 대상으로 샘플 조사를 실시했으나 파장이 너무 커 결과 발표를 연기하고 있다. 우리가 조사한 결과는 6월1일 국방부가 발표하기 전날 매향리 이장들에게 브리핑한 바 있으며 그것이 진실이다. 우리는 이번 조사와 관련, 말못할 어려움을 겪고 있다. 조만간 진실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서모씨는 5월31일 오후 8시 매향 3리 마을회관에서 매향리 이장들과 만나 “7개 마을을 폭발현장과의 거리별로 3개 단위로 나눠 표본조사를 했으며, 사격장에서 4km가 넘지 않는 곳은 폭탄투하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가 있다”고 밝혔다는 게 주민들의 이야기다. 그러나 다음날 국방부에서 열린 합동조사결과 발표 기자회견에서는 폭탄 투하와 주민 피해가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것으로 발표됐다. 이에 대해 매향리 주민들은 K공사의 조사결과가 하루만에 뒤집어진 게 아니냐며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과연 K공사는 ‘진실’을 호도하고 있는 것일까. 그렇다면 무슨 이유 때문인가.

    어쨌든 한미합동조사단의 이번 발표로 가해자는 없고 피해자만 있는 꼴이 됐다. 주민들은 구속방침에도 불구, 격렬한 시위를 벌이는 등 반발했지만 여론은 “잘못한 것은 없지만 보상은 해주겠다”는 국방부의 앞뒤가 맞지 않는 조사 발표에 침묵으로 일관했다. 책임질 게 없다면서 보상을 해주겠다는 국방부의 방침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주민들 “농섬 북동쪽 20~30m 지점에 떨어져”

    매향리서 1천3백m 지근거리 … 국방부는 전면 부인


    한미합동조사단이 매향리에 대한 진동피해 수치를 줄이기 위해 폭탄투하 위치를 조작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충격을 주고 있다.

    6월1일 한미합동조사단은 주민피해 조사결과 발표에서 농섬 서쪽 500m, 매향리 해안에서는 1850m 떨어진 곳에 폭탄을 투하했다고 밝혔다. 조종사가 주민 피해를 줄이기 위해 가능한 한 해안선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폭탄을 떨어뜨렸다는 것. 이는 진동충격피해가 기준충격치(0.5cm/sec) 아래인 0.42cm/sec로 떨어져, ‘폭탄 투하로 인한 물리적 피해는 없다’는 조사단 발표의 근거가 됐다.

    그러나 이날 비행기의 폭격을 목격한 주민들은 한결같이 폭탄투하 위치가 농섬에서 북동쪽(해안가쪽)으로 20~30m 앞에 떨어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즉 폭발위치가 해안가에서 1850m가 아니라 1300m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는 것.

    지난 5월8일 오전 8시20분쯤부터 매향리 선착장에서 조업준비를 하던 김홍식씨(40·매향 5리)와 문전호씨(46·매향 5리), 바다에서 조업을 하고 있던 백영현씨(41·매향 5리) 등은 모두 “A10기 3대가 북에서 남으로 내려오던 중 뒤떨어진 한 대의 비행기가 농섬 북동쪽 바로 앞 바다에 폭탄을 투하했다”고 증언했다.

    주민들의 말이 사실이면 폭발로 인한 진동충격은 기준충격치를 훨씬 넘을 것이므로 물리적 피해가 없다는 한미합동조사단의 조사결과는 거짓말이 되는 셈이다. 이에 대해 국방부 박충신 관재보상 과장은 “육안으로 봐서 어떻게 아느냐”며 “폭탄투하 위치는 조종사가 가장 정확하게 아는 것”이라며 주민들의 주장을 일축했다. 그러나 6월1일 조사결과서에 첨부된 MK-82폭탄 투하 장면 사진에 나타난 지점은 농섬 북동쪽 바로 앞과 너무 흡사해 국방부측의 해명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