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기업체 김모 과장(43)은 어느 날 집에 돌아와 저녁을 먹다가 아들의 공부방에서 흘러나오는 통곡(?) 소리에 깜짝 놀랐다. 방문을 열어보니 초등학교 6학년 아들이 바닥을 뒹굴다시피 하면서 울고 있었다. 눈물 콧물이 뒤범벅된 아들의 얼굴을 바라보며 얘기를 듣던 김과장은 낭패감으로 당혹스러워졌다.
“내가 족장을 치려고… (흑흑) 무기를 샀는데… 4만원 주고 형한테 샀는데… 오늘 보니까 훔쳐가 버렸어요.”
도대체 무슨 얘기인지 알 수가 없었다. 인터넷 게임에 관한 것이라는 정도만 이해가 됐다. 아들이 요즘 저녁식사까지 건너뛰고 인터넷 게임에 열중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아들을 이토록 애통하게 하고 비탄에 빠지게 한 원인과 상황에 대해서는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아내 역시 못알아듣기는 마찬가지였다.
김과장은 아들을 겨우 진정시킨 뒤 새벽 2시까지 아들로부터 인터넷 게임에 관한 강의를 들었다. 그리하여 마침내 ‘사건’의 얼개를 추려낼 수 있었다.
“4만원 주고 ID 샀는데 해킹당했어요” 울먹
아들이 요즘 빠진 게임프로는 ‘바람의 나라’라는 인터넷 게임으로 수백 수천명이 한꺼번에 게임에 참가할 수 있는 네트워크 게임이었다. 고구려 부여 땅을 가상무대로 해 게임자들이 실제 그 나라 백성이 되어 온라인상에서 돈도 벌고 전투도 치르고 각종 사업도 벌이고 장사도 하고 의사 대장장이 목수 등 다양한 직업도 갖는다는 것이다. 또 짝을 만나 결혼도 할 수 있다고 했다. 아들은 온라인상에서 결혼을 약속한 여자친구가 있다고 했다. 물론 한 번도 만나본 적 없이 ID만 알고 있는 온라인상의 여자다.
어쨌든 게임자들의 목표는 많은 병사를 죽여 레벨을 올려 나중에는 그 나라를 통치하는 리더가 되는 것. 이 과정에서 게임자들이 다른 게임자가 가진 무기나 능력을 컴퓨터 밖에서 ‘돈’을 주고 사고판다는 것이었다. 물론 그것은 진짜 총이나 칼이 아니라 손에 쥘 수 없는 가상의 것인 게임자의 ID다. 아들은 며칠 전 한 게임자가 갖고 있는 무기가 탐나 그 게임자를 학교 앞에서 만나 4만원이라는 거금을 주고 샀는데 다음날 아침 자신의 ID가 해킹당해 그동안 쌓아놓은 레벨은 물론 돈을 주고 산 무기까지 물거품이 돼버린 것이다.
아내 말에 따르면 아들이 요즘 컴퓨터에 매달려 있는 시간은 하루 평균 4, 5시간. 학교에서 돌아오면 곧바로 방으로 달려들어간 뒤 나오지도 않고 책상 앞에 매달려 있다는 것이었다. 아내는 한 달에 전화비가 17만원이나 나온다고 아들을 닥달하면서도 밖에 나가 친구들하고 돌아다니며 노는 것보다 책상 앞에 붙어 있는 게 낫다, 컴퓨터도 배우니 일거양득 아니냐며 별로 말리는 눈치가 아니었다. 아들은 “학교 친구들을 만나는 것보다 컴퓨터에서 게임하는 게 더 재밌다”고 했다.
김과장이 모처럼 아들과 대화를 하면서 느낀 것은 충격과 당혹감 그 자체였다. 우선 요즘 유행하는 컴퓨터 온라인 네트워크 게임에 대한 실체였다.
자신이 알고 있는 컴퓨터게임이라봐야 테트리스 정도인데 요즘의 온라인 네트워크 게임은 그런 것과는 완전히 차원이 다른, 완벽한 또 하나의 세상이었다. 아들은 인터넷 게임이라는 가상공간 안에서, 바깥세상의 친구관계와 학교생활 경험 및 시행착오를 통해 배우고 익혀야 할 사랑 우정 헌신 배신 미움 리더십 협력정신 같은 것을 배우고 있었다. 굳이 책을 읽거나 친구들과 밖에 나가 놀 필요를 느끼지 못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 짐작됐다. 아들은 게임을 하다 감정이 복받쳐 울어버린 적도 있었고 게임세상에서 돈을 벌면 정말 부자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레벨이 높아져 약자를 도울 때는 봉사와 희생정신으로 똘똘 뭉쳐지고 그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들으면 어깨가 으쓱해진다고 했다. 레벨이 높아질수록 강자에게 약자에 대한 생사여탈권이 주어져 게임세상의 신(神)이 되기 때문에 레벨이 높은 사람은 존경의 대상이 된다고 한다. 아들은 이처럼 인터넷이라는 가상공간―온라인(on line)―과 집과 학교 ―오프(off)라인― 라는 두 개의 세계를 오가고 있었다.
더구나 아들이 했던 것처럼 레벨이 ‘거래의 대상’이 되어 실제 오프라인 세상에서 돈을 주고 거래가 된다는 것은 충격적인 일이었다. 아들에 의하면 어떤 게임프로의 리더 ID는 300만원이나 된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사서 게임의 신이 되면 엄청난 존경을 받기 때문에 눈에 보이는 장난감보다 훨씬 값어치가 있다는 것이다. 어렸을 때부터 돈 주고 무언가를 거래하고 그 과정에서 서로를 속고 속이는 행동들이 온라인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김과장을 당혹스럽게 한 것은 단절감이었다. 대화를 나누면서 아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도무지 알아듣지 못할 때가 많았다. 자신의 이야기를 잘 알아듣지 못하는 아버지를 아들은 가슴을 치고 한숨을 쉬어가며 답답해 했다.
자영업을 하는 최모씨(45)에게도 비슷한 경험이 있다. 얼마 전 일요일 오전 중학교 2학년인 아들이 공부방에서 친구들과 컴퓨터 게임을 하며 나눈 대화를 우연히 듣게 됐다.
“뭘하냐?” “프로토스한다” “테란해” “초반러시를 없애준다” “방어창은 뭘로 할 거냐” “포토케논” “메딕같이간다”.
도저히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충격을 받은 최씨는 그날 저녁 외식하면서 아들에게 요즘 무슨 컴퓨터 게임을 즐기는지 물어보았다. 아들의 입에서는 놀랄 만한 말들이 쏟아져 나왔다.
아들은 당시 한창 인기를 끌고 있었던 ‘스타크래프트’ 외에 자신이 한 도시의 시장(市長)이 되어 그 도시를 관리하는 ‘신 시티(sin city) 3000’이라는 컴퓨터 게임을 즐기고 있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시장노릇 한다는 게 힘들더라구요. 사람들 요구조건이 왜 그리 많은지…. 핵폐기물 공장을 지으려고 하니까 서로들 자기 마을에는 안된다고 싸우고 난리였어요. 예산이 부족해서 채권을 발행하려고 했는데 이자부담이 너무 높아서 포기했어요. 대신 카지노를 유치해서 돈을 벌어보려고 했더니 일부 시민들이 도박장을 유치하면 애들 교육에 안좋다고 데모를 하더라구요. 제가 설득해서 카지노 유치에도 성공하고 원자력발전소까지 유치했어요. 저는 시 관리를 잘해서 점수가 높아요.”
최씨는 “단순히 언어가 다르다는 것에서 오는 단절감을 뛰어넘어 도대체 이 어린아이가 무엇을 얼마나 알고 있는지 감이 잡히지 않아 혼란스러웠다”며 “부모지만 아들의 상상력의 폭과 깊이를 가늠할 수 없어 그저 침묵만 지켰을 뿐”이라고 털어놓았다.
“가상공간 누비는 아이들 세계 먼저 이해해야”
사이버 세상에서 모든 것을 배우는 사이버 키드들을 키우는 부모들은 이처럼 당혹감과 혼란스러움에 휩싸여 있다. 너무 다른 환경에서 자라고 있는 아이들을 어떤 방식으로 가르쳐야 할지 모르겠다고 호소한다.
주부 양은경씨(39·서울 서초구 잠원동)는 올해 중학교에 들어간 아들이 며칠 전 학교에 가기 싫다고 떼를 써 진땀을 뺀 적이 있었다. 아들은 학교 선생님이 말하는 게 재미없고 친구들과 노는 것도 흥미가 없으니 검정고시 봐서 대학에 들어가면 안되느냐고 했다는 것. 그리고 남는 시간에는 컴퓨터 게임을 열심히 해 ‘쌈장’같은 게이머가 되겠다는 것이었다.
“인터넷 채팅과 게임에만 몰두하는 아들을 붙잡고 대화를 나눠보면 모르는 게 없어 짐짓 놀란다. 그러나 사이버 공간과 실제 공간은 엄연히 다르고, 실제 삶을 살아가는 방식은 사이버 공간에서 배울 수 없을 것이 뻔한데도 아들에게 그것을 설명할 수 없어 난감했다.”
양씨는 아들이 채팅을 통해 여자친구까지 사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아이가 성(性)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를 몰라 어떻게 가르치고 지도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고등학교 1학년 딸을 키우는 주부 김순영씨(56·서울 서초구 방배동)는 “단순히 요즘 아이들이 키가 커지고 몸무게가 늘어서 달라졌다는 게 아니라 상상력 자체가 우리 클 때와는 너무도 다름을 실감한다”며 “학교 붕괴를 걱정만 할 게 아니라 가상공간이라는 새로운 세상을 사는 아이들의 세계를 이해하려는 어른들의 노력이 선행돼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내가 족장을 치려고… (흑흑) 무기를 샀는데… 4만원 주고 형한테 샀는데… 오늘 보니까 훔쳐가 버렸어요.”
도대체 무슨 얘기인지 알 수가 없었다. 인터넷 게임에 관한 것이라는 정도만 이해가 됐다. 아들이 요즘 저녁식사까지 건너뛰고 인터넷 게임에 열중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아들을 이토록 애통하게 하고 비탄에 빠지게 한 원인과 상황에 대해서는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아내 역시 못알아듣기는 마찬가지였다.
김과장은 아들을 겨우 진정시킨 뒤 새벽 2시까지 아들로부터 인터넷 게임에 관한 강의를 들었다. 그리하여 마침내 ‘사건’의 얼개를 추려낼 수 있었다.
“4만원 주고 ID 샀는데 해킹당했어요” 울먹
아들이 요즘 빠진 게임프로는 ‘바람의 나라’라는 인터넷 게임으로 수백 수천명이 한꺼번에 게임에 참가할 수 있는 네트워크 게임이었다. 고구려 부여 땅을 가상무대로 해 게임자들이 실제 그 나라 백성이 되어 온라인상에서 돈도 벌고 전투도 치르고 각종 사업도 벌이고 장사도 하고 의사 대장장이 목수 등 다양한 직업도 갖는다는 것이다. 또 짝을 만나 결혼도 할 수 있다고 했다. 아들은 온라인상에서 결혼을 약속한 여자친구가 있다고 했다. 물론 한 번도 만나본 적 없이 ID만 알고 있는 온라인상의 여자다.
어쨌든 게임자들의 목표는 많은 병사를 죽여 레벨을 올려 나중에는 그 나라를 통치하는 리더가 되는 것. 이 과정에서 게임자들이 다른 게임자가 가진 무기나 능력을 컴퓨터 밖에서 ‘돈’을 주고 사고판다는 것이었다. 물론 그것은 진짜 총이나 칼이 아니라 손에 쥘 수 없는 가상의 것인 게임자의 ID다. 아들은 며칠 전 한 게임자가 갖고 있는 무기가 탐나 그 게임자를 학교 앞에서 만나 4만원이라는 거금을 주고 샀는데 다음날 아침 자신의 ID가 해킹당해 그동안 쌓아놓은 레벨은 물론 돈을 주고 산 무기까지 물거품이 돼버린 것이다.
아내 말에 따르면 아들이 요즘 컴퓨터에 매달려 있는 시간은 하루 평균 4, 5시간. 학교에서 돌아오면 곧바로 방으로 달려들어간 뒤 나오지도 않고 책상 앞에 매달려 있다는 것이었다. 아내는 한 달에 전화비가 17만원이나 나온다고 아들을 닥달하면서도 밖에 나가 친구들하고 돌아다니며 노는 것보다 책상 앞에 붙어 있는 게 낫다, 컴퓨터도 배우니 일거양득 아니냐며 별로 말리는 눈치가 아니었다. 아들은 “학교 친구들을 만나는 것보다 컴퓨터에서 게임하는 게 더 재밌다”고 했다.
김과장이 모처럼 아들과 대화를 하면서 느낀 것은 충격과 당혹감 그 자체였다. 우선 요즘 유행하는 컴퓨터 온라인 네트워크 게임에 대한 실체였다.
자신이 알고 있는 컴퓨터게임이라봐야 테트리스 정도인데 요즘의 온라인 네트워크 게임은 그런 것과는 완전히 차원이 다른, 완벽한 또 하나의 세상이었다. 아들은 인터넷 게임이라는 가상공간 안에서, 바깥세상의 친구관계와 학교생활 경험 및 시행착오를 통해 배우고 익혀야 할 사랑 우정 헌신 배신 미움 리더십 협력정신 같은 것을 배우고 있었다. 굳이 책을 읽거나 친구들과 밖에 나가 놀 필요를 느끼지 못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 짐작됐다. 아들은 게임을 하다 감정이 복받쳐 울어버린 적도 있었고 게임세상에서 돈을 벌면 정말 부자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레벨이 높아져 약자를 도울 때는 봉사와 희생정신으로 똘똘 뭉쳐지고 그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들으면 어깨가 으쓱해진다고 했다. 레벨이 높아질수록 강자에게 약자에 대한 생사여탈권이 주어져 게임세상의 신(神)이 되기 때문에 레벨이 높은 사람은 존경의 대상이 된다고 한다. 아들은 이처럼 인터넷이라는 가상공간―온라인(on line)―과 집과 학교 ―오프(off)라인― 라는 두 개의 세계를 오가고 있었다.
더구나 아들이 했던 것처럼 레벨이 ‘거래의 대상’이 되어 실제 오프라인 세상에서 돈을 주고 거래가 된다는 것은 충격적인 일이었다. 아들에 의하면 어떤 게임프로의 리더 ID는 300만원이나 된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사서 게임의 신이 되면 엄청난 존경을 받기 때문에 눈에 보이는 장난감보다 훨씬 값어치가 있다는 것이다. 어렸을 때부터 돈 주고 무언가를 거래하고 그 과정에서 서로를 속고 속이는 행동들이 온라인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김과장을 당혹스럽게 한 것은 단절감이었다. 대화를 나누면서 아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도무지 알아듣지 못할 때가 많았다. 자신의 이야기를 잘 알아듣지 못하는 아버지를 아들은 가슴을 치고 한숨을 쉬어가며 답답해 했다.
자영업을 하는 최모씨(45)에게도 비슷한 경험이 있다. 얼마 전 일요일 오전 중학교 2학년인 아들이 공부방에서 친구들과 컴퓨터 게임을 하며 나눈 대화를 우연히 듣게 됐다.
“뭘하냐?” “프로토스한다” “테란해” “초반러시를 없애준다” “방어창은 뭘로 할 거냐” “포토케논” “메딕같이간다”.
도저히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충격을 받은 최씨는 그날 저녁 외식하면서 아들에게 요즘 무슨 컴퓨터 게임을 즐기는지 물어보았다. 아들의 입에서는 놀랄 만한 말들이 쏟아져 나왔다.
아들은 당시 한창 인기를 끌고 있었던 ‘스타크래프트’ 외에 자신이 한 도시의 시장(市長)이 되어 그 도시를 관리하는 ‘신 시티(sin city) 3000’이라는 컴퓨터 게임을 즐기고 있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시장노릇 한다는 게 힘들더라구요. 사람들 요구조건이 왜 그리 많은지…. 핵폐기물 공장을 지으려고 하니까 서로들 자기 마을에는 안된다고 싸우고 난리였어요. 예산이 부족해서 채권을 발행하려고 했는데 이자부담이 너무 높아서 포기했어요. 대신 카지노를 유치해서 돈을 벌어보려고 했더니 일부 시민들이 도박장을 유치하면 애들 교육에 안좋다고 데모를 하더라구요. 제가 설득해서 카지노 유치에도 성공하고 원자력발전소까지 유치했어요. 저는 시 관리를 잘해서 점수가 높아요.”
최씨는 “단순히 언어가 다르다는 것에서 오는 단절감을 뛰어넘어 도대체 이 어린아이가 무엇을 얼마나 알고 있는지 감이 잡히지 않아 혼란스러웠다”며 “부모지만 아들의 상상력의 폭과 깊이를 가늠할 수 없어 그저 침묵만 지켰을 뿐”이라고 털어놓았다.
“가상공간 누비는 아이들 세계 먼저 이해해야”
사이버 세상에서 모든 것을 배우는 사이버 키드들을 키우는 부모들은 이처럼 당혹감과 혼란스러움에 휩싸여 있다. 너무 다른 환경에서 자라고 있는 아이들을 어떤 방식으로 가르쳐야 할지 모르겠다고 호소한다.
주부 양은경씨(39·서울 서초구 잠원동)는 올해 중학교에 들어간 아들이 며칠 전 학교에 가기 싫다고 떼를 써 진땀을 뺀 적이 있었다. 아들은 학교 선생님이 말하는 게 재미없고 친구들과 노는 것도 흥미가 없으니 검정고시 봐서 대학에 들어가면 안되느냐고 했다는 것. 그리고 남는 시간에는 컴퓨터 게임을 열심히 해 ‘쌈장’같은 게이머가 되겠다는 것이었다.
“인터넷 채팅과 게임에만 몰두하는 아들을 붙잡고 대화를 나눠보면 모르는 게 없어 짐짓 놀란다. 그러나 사이버 공간과 실제 공간은 엄연히 다르고, 실제 삶을 살아가는 방식은 사이버 공간에서 배울 수 없을 것이 뻔한데도 아들에게 그것을 설명할 수 없어 난감했다.”
양씨는 아들이 채팅을 통해 여자친구까지 사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아이가 성(性)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를 몰라 어떻게 가르치고 지도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고등학교 1학년 딸을 키우는 주부 김순영씨(56·서울 서초구 방배동)는 “단순히 요즘 아이들이 키가 커지고 몸무게가 늘어서 달라졌다는 게 아니라 상상력 자체가 우리 클 때와는 너무도 다름을 실감한다”며 “학교 붕괴를 걱정만 할 게 아니라 가상공간이라는 새로운 세상을 사는 아이들의 세계를 이해하려는 어른들의 노력이 선행돼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