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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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하나로 묶는 ‘제3의 슈퍼문명’

이전의 농업-공업 문명 위협…“인터넷은 새로운 문명의 실마리이자 핵심”

  • 입력2006-04-25 13: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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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구촌 하나로 묶는 ‘제3의 슈퍼문명’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가 ‘미래의 충격’으로 인류에 ‘충격’을 준 것은 32년 전인 1968년의 일이다. 토플러는 두 번째 저서인 ‘제3의 물결’에서 세계 재건축의 원자재를 ‘정보’라 명명하면서 1970년대 세계 문명의 기초 설계도를 만들어냈다. 이제 21세기의 벽두에 토플러는 ‘제3의 슈퍼문명’ (Supercivilization)이라는 화두를 꺼내들었다.

    제3의 슈퍼문명의 실체는 단순한 ‘정보’가 아니다. ‘권력 이동’으로 1980년대를 풍미했던 고전적인 ‘지식’의 개념은 더구나 아니다. 1993년 토플러가 ‘전쟁과 반(反) 전쟁’을 선보일 때까지만 해도 그는 불과 몇년 뒤 제3의 슈퍼문명이 갖게 될 가공할 만한 스피드와 새로운 기술의 위력을 간파하지 못했다.

    토플러가 말하는 제3의 슈퍼문명은 제1, 제2의 슈퍼문명이었던 농업문명과 공업문명 모두를 위협한다. 이 새로운 문명에 대해 토플러는 명확한 이름 붙이기를 주저한다. 전혀 새로운 형태로 전개되는 새로운 삶의 양식의 급물살이 아직 정형화된 모습을 갖추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새로운 제3의 문명의 실체는 누구나 어렵지 않게 피부로 느낄 수 있다.

    세계는 지정학적 권력이동에 직면

    우선 이 제3의 문명은 지구상의 수십억 인구에게 소통(communication)의 힘을 부여했다. 농업문명과 공업문명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현상이다. 이 소통의 힘이 인류를 한데 묶는다. 물건을 사는 것이든 파는 것이든, 장소와 시간에 구애받지 않는다.



    정치적 이슈에 대해서도 제3의 문명권의 인류는 같이 힘을 모아 저항한다. 지난해 말 미 시애틀의 WTO(세계무역기구) 반대 데모가 가장 대표적인 사례다. 인종, 종교, 국적, 언어, 문화의 장벽이 인터넷을 통한 소통의 위력 앞에 시애틀에서 무릎을 꿇었다.

    제3의 슈퍼문명이 종교나 인종의 장벽을 넘어선 지는 이미 오래 전이다. 실리콘밸리야말로 새 문명의 발상지 가운데 한 곳이다. 가톨릭이든 개신교든 불교든 힌두교든 유대교든 유교든 실리콘밸리는 모든 것을 포용하고 흡수한다. 신도-불교-개신교가 섞인 일본, 이슬람교`-`유교가 공존하는 말레이시아와 유교국인 싱가포르 등이 이 제3문명의 씨앗이 뿌려진 곳이고, 토플러의 표현에 따르면 미국이야말로 이런 문명의 온상이다.

    인류 소통의 힘은 새로운 종교와 이데올로기를 창출해내기도 하며, 테러를 조직화하고, 화생방 무기 제조법을 한 순간에 전세계에 전파시킨다.

    이 문명의 거주자들은 또한 모든 것을 서로 나누어 가진다. 거리는 더 이상 장애물이 아니고, 농업문명권이든 공업문명권이든 과거 두 개의 슈퍼문명권과도 거리낌없이 서로 소통한다. 이 모든 것을 가능케 하는 것은 이메일이라는 가공할 만한 위력을 지닌 소통의 수단이다. 시애틀의 반WTO 시민운동을 가능케 한 것도, 반지뢰 시민운동가에게 노벨평화상을 안긴 것도 이메일이라는 소통수단이었다.

    이 새로운 삶의 방식은 이제 막 시작되었을 뿐이다. 지금 당장 예측 가능한 것은 이 새로운 삶의 형태가 지금까지 인류가 겪지 못했던 최대의 속도로 새로운 문명을 전세계에 전파시키리라는 막연한 추측뿐이다. 무역은 이제 양국간의 단순 거래가 아니며, 해외 직접 투자의 추세는 일반화되어 버렸고, 인터넷은 새로운 문명의 실마리이자 핵심이고 또한 미래다.

    미래학자는 미래를 예견하는 사람이 아니다. 미래학자는 현재를 해석함으로써 새로운 방식으로 미래를 만들어간다. 최근에 발간된 ‘문명’(Civilization) 2, 3월호의 커버스토리에서 앨빈 토플러는 세계가 거대한 지정학적 권력의 이동에 직면에 있다고 진단한다. 이 지정학적 권력의 이동이야말로 새로운 21세기를 지배할 문명의 핵심 개념이다.

    이 거대한 변화는 전세계를 폭력의 소용돌이 속에 처넣을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새로운 슈퍼문명의 갈등 요인이 바로 이 폭력의 잠재력이다.

    문명은 삶의 방식을 송두리째 휘감는다. 지금까지 인류는 두 개의 슈퍼문명을 겪었다.

    첫 번째의 슈퍼문명은 800만년 전 농업기술의 발견에서 비롯되었다. 농부들의 노동력이 이 문명의 뼈대였다. 잉여농산물이 마을을 형성시켰고 노동의 구획을 정했으며, 나라를 탄생시켰다. 힘겨운 육체노동, 계절에 따른 반복, 산발적인 기근, 가부장제와 최소한의 교육, 짧은 수명 등이 농업문명권의 특징이었다. 제3의 슈퍼문명에서는 이런 현상들을 찾아보기 힘들다. 육체노동은 재산 획득을 보장하기보다는 상대적인 빈곤을 부추길 뿐이며, 인터넷에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사계는 존재하지 않는다. 가장이 수입의 유일한 창구도 아닐 뿐더러 짧은 수명은커녕 고령화가 골칫거리가 되었다.

    제1 농업문명의 지역적 기반은 지난 2, 3세기 동안에 도시로 이동했다. 이후 개발국이라는 이름은 농업국이 아닌 공업개발국을 일컫는 말이 되었다. 대량 생산과 대량 소비, 대중 교육과 매스 미디어가 삶의 터전을 새로 일구어냈다. 이 제2의 공업문명은 크게는 대의 민주주의와 국가 단위의 시장을 형성시켰고, 작게는 조립 라인과 핵가족을 탄생시켰다. 언어와 나라, 문화와 종교 등 기존의 장벽이 무너지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다.

    제1의 공업문명과 농업문명의 갈등은 피할 길이 없었다. 자신이 소유한 땅에서 부와 권력을 뽑아내던 전통적인 엘리트와 이들의 이익에 도전하는 공업 문명권 엘리트들의 충돌은 불가피했다. 이 갈등과 충돌은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유럽연합의 경우 가장 첨예한 정치적 이슈의 하나는 유럽연합 전체 예산의 50%를 차지하는 농업보조금 문제다. 제조업, 정보 기술, 과학 연구에 몰두하는 공업 문명권 엘리트들이 호시탐탐 이 돈을 노리고 있음은 물론이다.

    제1, 제2 문명의 갈등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제3의 슈퍼문명은 역시 자신의 공간을 차지하려 든다. 소프트웨어 투기자본 지식노동 컴퓨터해커가 땅과 기계를 몰아내고 새로운 권좌를 차지하기 시작했다. 글로벌 마켓이라는 새로운 시장 단위와 노동력의 이동은 지도에서 국경을 지워버리고 있고, 테러와 대량 살상무기의 목표는 세계의 전지역이다.

    토플러가 말하는 지정학적 권력의 이동이란 결국 소통의 단위가 마을이나 국가에서 전세계로 확산되었음을 뜻한다. 그만큼 테러나 대량 살상무기의 분포 범위도 넓어진 셈이다. 더욱이 인류 소통의 단위가 전세계화된 상황에서 인종, 언어, 국가, 종교를 넘어선 새로운 갈등 요인이 언제 어떤 식으로 분출될지는 예측하기 힘들다.

    지금도 제3의 슈퍼문명은 ‘정보’와 ‘지식’과 ‘노동’의 형태를 질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새로운 문명 확산의 속도와 파급 범위는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다.

    토플러는 이렇게 묻는다. “급속히 부상하는 지식 위주의 슈퍼문명이 과거 삶의 방식과 어떻게 조화를 이룰 것인가. 우리가 직면한 갈등을 어떻게 최소화시킬 것인가.”

    그리고 토플러는 이렇게 자답한다. “제3의 슈퍼문명으로 지구상의 지정학적 시스템은 이제 삼분화되었다. 양분화에서 삼분화된 지금 우리 앞에는 잠재적인 소용돌이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그것이 바로 제3의 슈퍼문명이 내뱉는 불평이자 불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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