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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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쟁이 강수연’ 호주그린 ‘인기 캡’

  • 입력2006-03-14 13:5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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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멋쟁이 강수연’ 호주그린 ‘인기 캡’
    ‘백상어’ 그레그 노먼과 최근 미국LPGA 투어에서 4연승을 거두면서 세계 랭킹 1위를 굳게 지키고 있는 ‘호주의 딸’ 캐리 웹을 배출한 국가답게 호주에서의 골프경기 중계는 높은 시청률을 자랑한다. 세계 메이저 대회는 물론이고 호주에서 벌어지는 각종 골프대회 전부를 TV방송사에서 생중계한다. 특히 올림픽경기 주관 방송사인 채널7에서 중계하는 골프경기는 미국의 골프채널에서 동시 방영할 정도로 수준 높은 중계로 정평이 나있다.

    지난 2월17일, 멜버른의 야라야라 골프장에서 개막된 2000호주여자오픈은 ‘호주의 딸’ 캐리 웹과 ‘여자 존 델리’로 불리는 괴력의 로라 데이비스 등 세계 정상급의 선수들이 출전한 중요한 경기여서 채널7이 중계에 나섰다. 대회 자막이 화면 가득 흐르다가 페이드 아웃되면서 주요 출전 선수들의 스윙이 느린 동작으로 방영된다. 그런데 그중 제일 먼저 등장하는 선수는 캐리 웹이나 로라 데이비스가 아닌 한국의 강수연이다.

    강수연의 피니시 동작과 함께 캐리 웹의 테이크 어웨이 동작이 오버랩되어 등장하는 것. 호주에서 큰 인기를 모으고 있는 강수연을 ‘간판’으로 활용하려는 TV방송사의 치밀한 계산이 바탕에 깔려 있다. 그녀가 패션모델을 방불케 하는 멋진 의상과 밝은 표정으로 항상 많은 갤러리를 몰고다닐 뿐만 아니라, 남자 같은 근육질을 자랑하는 서구 골퍼들과는 달리 여린 몸매를 가진 ‘동양의 꽃’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무명의 강수연이 99호주여자오픈에 출전했을 때만 해도 호주에서 그녀를 눈여겨 보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그녀가 출중한 외모를 지닌 예의 바른 뉴페이스로 떠오르면서 예상 밖의 좋은 성적을 기록하자 갑작스레 각광받게 된 것이다.

    특히 단독 2위로 커트 오프를 통과한 뒤 3, 4라운드를 챔피언조로 출전하게 된 신인선수가 한치의 흔들 림도 없이 시종 웃음을 잃지 않는 경기 매너를 보인 것이 호주인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겨주었다. 오히 려 한 조가 되어 이틀간 선두를 주고받는 혈전을 벌인 제인 크라프트가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녀는 미 LPGA에서 여러 차례 우승한 바 있는 호주 출신의 백전노장이다.



    신인선수의 돌풍은 늘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다. 강수연이 단독 2위로 3일째 경기를 마치자 TV방송과 신문에서 강수연을 크게 보도하기 시작했다. ‘간판 스타’ 캐리 웹의 부진으로 맥이 빠졌던 채널7도 아연 활기를 띠면서 강수연의 일거수일투족을 빠짐없이 방영했다. 나중에 알려진 바에 의하면 강수연의 활약으로 마지막 라운드 중계방송의 시청률이 아주 높게 나왔다고 한다.

    신인선수의 한계였을까. 강수연은 4라운드 마지막 두 홀을 남겨두고 무너져 버렸고 끝내 3위 입상으로 만족해야 했다. 그러나 99호주여자오픈은 강수연의 독무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대회 결과를 보도한 시드니 모닝헤럴드도 우승한 제인 크라프트를 제쳐두고 3위를 기록한 강수연을 대문짝만하게 보도했다.

    97년에 프로로 데뷔한 강수연은 99호주여자오픈 말고는 별다른 성적을 얻지 못하다가 2000년 시즌의 개막과 함께 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태국을 잇는 아시아여자골프서킷에서 잇따라 우승했다.

    호주여자오픈에서 강수연이 입고 나오는 의상도 빼놓을 수 없는 화젯거리다. 아나운서와 해설자가 중계방송 도중에 강수연이 다음 경기에 입고 나올 의상의 색깔을 놓고 내기를 걸 정도다. 팬들에게 끊임없이 뭔가를 보여주어야 하는 프로세계에서 강수연의 세련된 의상은 더없이 훌륭한 팬 서비스다.

    2000년 대회 중계를 마감하는 잭 뉴턴은 마치 새 영화를 선전하는 성우처럼 조금은 과장된 목소리로 내년의 중계방송을 예고했다. “기대하시라! ‘수연 캥’(SuYeon Kang)은 내년에도 여전히 멋진 레이디일 것이며, 다시 한 번 정상을 노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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