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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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적시는 ‘신비의 목소리’

  • 입력2007-04-20 14: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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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의 카운터테너 요시카즈 메라는 국내에서 이미 유명인사다. TV의 몇몇 광고를 통해 그 독특한 목소리가 소개된 덕택이다. 유명 휴대폰 회사와 식품회사가 본의 아니게 그의 ‘홍보사절’ 노릇을 톡톡히 했다.

    요시카즈 메라의 목소리에는 애잔한 정서가 깃들여 있다. 여성적이되 중성적 음색이 강한 안드레아스 숄이나, ‘여성보다 더 여성적인’ 목소리를 내지만 동양에서 흔히 발견되는 ‘한(恨)’의 정서를 느끼기는 어려운 브라이언 아사와와 구별되는 대목이다.

    그의 목소리는 듣는 이의 가슴을 촉촉히 적신다. 금방이라도 울음이 터질 것처럼 슬픔으로 가득찬 ‘울게 하소서’(헨델의 오페라 ‘리날도’ 중에서)는 그만두고라도, ‘오~’ 하고 길게 소리를 늘리며 시작하는 ‘옴브라 마이 푸’(Ombra mai fu·어디에도 없을 나무그늘이여)의, 끊어질 듯 끊어질 듯 가늘게 이어지면서 아득하게 솟구치는 목소리는 듣는 누구라도 감동하지 않을 수 없는 절창(絶唱)이다. 심지어 애절함이 덜한 ‘난 네가 필요해’를 부를 때조차도 그의 목소리는 순수하고 연약한 소녀의 정조를 띠고 있다.

    그의 목소리는 ‘아니메(‘애니메이션’의 일본식 표현)의 신’으로 불리는 미야자키 하야오까지 감동 시켰다. 그는 FM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메라의 목소리에 감동해 ‘원령공주’(Mononoke Hime)의 주제가를 맡겼다. 원령공주는 신화의 형식을 빌려 인간과 자연 사이의 투쟁과 화해를 박진감 있게 표현한 애니메이션. 일본에서 개봉 4개월만에 무려 1000만명의 관객을 동원할 만큼 폭발적인 인기를 모았으며, 국내에도 불법 복제된 비디오나 비디오CD 등을 통해 광범하게 유통되고 있는 걸작이다.



    메라의 목소리는 주인공인 아시타카가 잠든 산의 얼굴을 보는 장면에 나온다. 그의 여성스럽고 신비로 운 목소리가 여간 잘 어울리지 않는다. ‘남자가 부르는 여성의 음역’이, 실제로 여자가 내는 같은 음역에 비해 다소 중성적인 이미지와 함께 순수하고 애잔한 신비감을 안겨주는 것이다.

    ‘남자가 부르는 여성의 음역’. 카운터테너에 대한 가장 적절한 정의다. 흔히 ‘남성 알토’로 분류되 기도 하는데, 실제로는 여성의 메조소프라노 음역에 더 가깝다. 변성기 이전에 거세, 여성의 목소리를 내게 했던 16~17세기의 ‘카스트라토’(Castrato)와 달리 이들은 가성(假聲·팔세토)을 써서 머리의 공명을 끌어낸다.

    ‘요시카즈 메라 크리스마스 콘서트’가 12월19일 오후 7시30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다. 제목 그대로 크리스마스와 관련된 노래들이 주조(主調)를 이룬다. 앙코르곡으로 애니메이션 ‘원령공주’의 주제가를 듣게 될지도 모르겠다. 문의: 음연(02-543-5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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