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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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유보다 경험에 돈 써야 행복해진다

[돈의 심리] 미국 연구팀 “경험 소비가 물질 소비보다 행복도 더 높아”

  • 최성락 경영학 박사

    입력2026-03-28 07: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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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수의 소비 심리 연구 결과는 물건보다 경험에 돈을 쓰면 더 큰 행복감을 느낀다고 설명한다. GETTYIMAGES

    다수의 소비 심리 연구 결과는 물건보다 경험에 돈을 쓰면 더 큰 행복감을 느낀다고 설명한다. GETTYIMAGES

    사람들은 자신의 행복감과 만족감을 높이길 바라며 돈을 쓴다. 물론 먹고 자는 등 일상생활과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써야 하는 돈도 있다. 그 이상의 돈이 있으면 자신이 좋아하는 것, 즉 자신의 행복감을 높일 수 있는 대상에 돈을 쓰려고 한다.

    경험에 돈 쓸 때 더 행복해

    그러면 무엇을 살 때 더 행복해지는가. 이에 관련해 여러 기준이 있을 수 있는데, 대표적으로 물건을 살 때와 경험을 살 때의 차이가 논의된다. 다수의 연구 결과는 후자가 더 큰 행복을 가져다준다고 설명한다.

    가장 고전적이고 대표적인 사례는 2003년 리프 밴 보번 미국 콜로라도대 교수와 토머스 길로비치 미국 코넬대 교수가 발표한 연구 결과다. 대학생 97명을 대상으로 최근 100달러(약 15만 원) 넘는 금액을 지불한 경우를 회상하게 하고, 그때 느낌에 대해 점수로 답하라고 요구했다. 만족도가 높을수록 1부터 9까지 높은 점수를 매기게 했다. 이들은 소비를 둘로 나눴다. 콘서트 관람이나 여행 등에 돈을 쓰는 경험 소비와 옷, 자동차 등 소유할 수 있는 물건을 사는 물질 소비다.

    이 연구에서 경험 소비 행복도는 7.51, 물질 소비 행복도는 6.62였다. 해당 소비가 인생 전체 행복에 기여한 정도를 묻는 질문에서는 경험 소비 6.4, 물질 소비 5.42로 나타났다. 돈을 잘 사용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경험 소비 7.3, 물질 소비 6.42라는 응답이 나왔다. 모든 경우에서 경험재를 소비할 때 점수가 더 높았던 것이다.

    보번과 길로비치는 추가적으로 일반 미국인 1279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실시했다. 이번에는 “경험 소비와 물질 소비 중 어떤 것이 당신을 더 행복하게 했는가”를 물었다. 이때 경험 소비가 더 행복했다고 응답한 비율이 57%였고, 물질 소비가 더 행복했다고 응답한 비율은 34%였다. 나이·인종·성별·지역 등과 상관없이 모든 조사에서 경험을 구매하는 것이 더 좋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좀 더 흥미로운 결과도 있다. 경험 소비가 더 낫다는 건 동일한데, 그 비중에 차이가 존재했다. 은퇴하거나 직장이 없는 경우엔 경험 소비가 더 만족스러웠다는 응답이 47%, 물질 소비가 더 만족스러웠다는 응답은 39%였다. 학생이나 가정주부 등은 경험 소비가 낫다는 응답이 67%, 물질 소비가 낫다는 응답이 25%로 나타났다. 직장이 있는 사람은 경험 소비 우위가 58%, 물질 소비 우위가 33%로 나뉘었다. 하루 스케줄이 정해져 있어 자유 시간을 내기 힘든 경우에는 ‘경험재가 더 좋았다’는 응답 비율이 높았다. 새로운 경험을 하기 어려운 일을 할수록 경험에 부여하는 가치가 더 컸던 것이다.

    나이에 따라서도 차이가 있었다. 20대에서 54세까지는 경험 소비가 더 낫다는 비율이 58~59%였는데, 55세가 넘은 경우에는 49%였다. 대체로 어릴수록 경험에 더 큰 가치를 부여했고, 나이가 들면 경험 만족도가 낮아졌다. 살아오면서 많은 경험을 쌓은 사람은 경험이 적은 사람보다 경험 소비가 주는 한계 효용이 낮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소득에 따라서도 차이가 있었다. 1년 소득이 2만5000달러(약 3750만 원) 이하인 경우에는 경험 소비와 물질 소비에 대한 만족도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소득이 점차 높아질수록 경험 소비의 가치를 높게 봤다. 소득이 1년에 15만 달러(약 2억2500만 원)가 넘는 경우에는 경험 소비 만족도가 가장 높은 반면, 물질 소비 만족도는 가장 낮았다. 

    또 경험 소비 만족도는 구매 후 시간이 지남에 따라 더 커졌다. 경험 소비와 물질 소비 바로 다음 날 어떤 게 더 행복을 줬는지 물어보면 경험 소비가 더 좋았다고 응답한 비율이 50%로 물질 소비와 별 차이가 없었다. 그런데 1년 정도 시간을 두고 물어보면 경험 소비가 더 좋았다는 비율이 높았다.

    2003년 리프 밴 보번 미국 콜로라도대 교수와 토머스 길로비치 미국 코넬대 교수가 발표한 연구 논문 ‘행할 것인가, 소유할 것인가? 그것이 문제다(To Do or to Have? That Is the Question)’ 첫 페이지. 미국 성격 및 사회심리학 저널(JPSP) 제공

    2003년 리프 밴 보번 미국 콜로라도대 교수와 토머스 길로비치 미국 코넬대 교수가 발표한 연구 논문 ‘행할 것인가, 소유할 것인가? 그것이 문제다(To Do or to Have? That Is the Question)’ 첫 페이지. 미국 성격 및 사회심리학 저널(JPSP) 제공

    시간 지날수록 경험 소비 만족도 높은 이유

    그러면 사람들이 경험 소비를 할 때 더 큰 행복감과 만족감을 느끼는 이유는 무엇일까. 특히 처음에는 물질 소비나 경험 소비 사이에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하다가, 이후 경험 소비에 더 큰 가치를 부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연구진은 그 이유로 3가지를 제시했다.

    첫째, 경험 소비는 추후 긍정적으로 재해석될 가능성이 크다. 해외여행에 돈을 쓴 경우를 생각해보자. 여행을 간다는 기대감에 부풀었지만 비행기가 연착하고, 비가 와 호텔 방에서만 지내는 데다 음식도 입에 맞지 않아 고생했다. 이 경우 여행이 끝난 직후에는 “돈이 아깝다. 그냥 집에서 쉬는 게 나았겠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 고생스러웠던 순간도 추억으로 남는다. 몇 년이 지나면 과거 여행을 “그때가 좋았지”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하게 된다. 이처럼 경험 소비는 미래에 긍정적으로 평가될 가능성이 크다. 반면 일반 상품을 소비한 경우에는 갈수록 긍정적 가치를 부여하기 어렵다. 

    또 경험 소비는 물질 소비에 비해 좀 더 높은 사회적 가치를 가진다. 경험 소비는 혼자 하기도 하지만, 다른 사람들과 같이 어울려 하는 경우가 많다. 가령 탁구, 골프, 테니스 등 운동을 할 때는 혼자 할 수 없고 다른 사람들과 같이해야 한다. 독서, 드라마 시청 등은 혼자 하는 취미지만, 대화 소재를 제공하는 등 다른 사람들과 연결될 계기를 준다. 즉 경험에 돈을 쓰다 보면 다른 사람들과 서로 연결될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다. 

    현대 심리학은 사람이 언제 행복도가 높아지는지에 대한 연구들을 진행하고 있다. 여기에서 비중이 큰 것이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다. 많은 사람과 어울리고 관계가 좋으면 행복도가 높아진다. 그런데 경험 소비는 다른 사람과의 관계가 새로 만들어지게 하고, 유지되게 하는 효과도 있다.

    마지막으로 경험 소비는 자기 정체성과 연관된다. BTS(방탄소년단)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BTS의 음반과 굿즈를 구입하기도 하지만 공연을 직접 보러 간다. 팬들 사이에서도 음반·굿즈를 많이 갖고 있는 사람보다 BTS 해외 공연을 직접 보러 다니는 사람을 ‘찐팬’으로 여긴다. 마찬가지로 등산 장비를 고급 한정판으로 모두 갖추고 있는 사람보다, 눈 덮인 높은 산을 등정하는 사람이 진짜 산악인이다. 고급 명품을 입고 있는 사람보다 프리미엄 해외여행을 한 사람이 더 부자로 느껴진다.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보여주는 것, 또한 다른 사람들에게 판단 기준으로 작용하는 것은 물질 소비보다 경험 소비일 때가 많다. 이런 이유로 자기 정체성과 관련된 경험 소비가 개인 행복도를 높여준다고 볼 수 있다.

    BTS(방탄소년단)가 3월 21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컴백 라이브 공연을 하고 있다. 빅히트뮤직·넷플릭스 제공

    BTS(방탄소년단)가 3월 21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컴백 라이브 공연을 하고 있다. 빅히트뮤직·넷플릭스 제공

    진짜 ‘나’를 만드는 소비

    먹고사는 데 필요한 건 경험 소비가 아니라 물질 소비다. 대개 우리는 경험에 돈을 쓰기보다 생활에 필요한 물건을 사는 데 초점을 둘 수밖에 없다. 하지만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된 후에는 경험 소비에 발을 들이게 된다. 실제로 행복도를 높이는 데는 물질 소비보다 경험 소비가 더 낫다. 둘 중 어느 것에 돈을 쓸까 고민하는 상황이라면 경험에 돈을 쓰자. 그게 (나중에라도) 행복해지는 길이다.

    최성락 박사는… 서울대 국제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행정대학원에서 행정학 박사학위, 서울과학종합대학원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동양미래대에서 경영학과 교수로 재직하다가 2021년 투자로 50억 원 자산을 만든 뒤 퇴직해 파이어족으로 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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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돈의 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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