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들어 홍콩H지수가 5000대를 밑도는 등 지난해 11월(6000대)보다 더 하락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GETTYIMAGES]
1월 22일 홍콩H지수 종가다(그래프1 참조). 이날 이 지수는 장중 한때 4000대로 떨어지는 등 2005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에 근접했다. 새해 들어 홍콩H지수는 지난해 11월 이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주가연계증권(ELS)의 손실 문제가 처음 불거졌을 때(6000대)보다 더 하락했다. 홍콩H지수 연계 ELS가 주로 판매된 2021년 초(1만1000~1만2000대)와 비교하면 반토막 이하로 떨어졌다. 이 같은 하락세로 홍콩H지수 연계 ELS의 손실 규모가 당초 예상보다 더 불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손실률 60%대로 올라서나
1월 들어 홍콩H지수 연계 ELS의 손실은 속속 현실이 되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 등 5대 은행이 판 홍콩H지수 연계 ELS는 1월 8~19일 2296억 원 원금 손실을 확정했다. 8일부터 순차적으로 상품 만기가 도래한 가운데 11일 만에 손실액이 2300억 원에 육박한 것이다. 원금(4353억 원) 대비 손실액을 의미하는 손실률은 52.7%에 달한다. 향후 손실 규모는 더 커질 전망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15일 기준 홍콩H지수 연계 ELS의 금융권 판매 잔액은 15조9000억 원으로, 이 중 15조4000억 원이 올해 만기를 맞을 예정이기 때문이다(그래프2 참조). 상반기에만 10조 원(1분기 3조9000억 원, 2분기 6조3000억 원)이 넘는다.증권가에선 홍콩H지수의 반등 가능성을 희박하게 보고 있다. 중국 경기의 하방 압력이 지속되고 있는 탓이다. 1월 23일 중국 정부가 홍콩 증시에 증시안정기금(증안기금) 2조 위안(약 374조 원)을 투입하며 이날 홍콩H지수가 3%대 상승세를 나타내긴 했지만 ‘일시적’이라는 평가가 많다. 전종규 삼성증권 연구원은 같은 날 “홍콩 증시 패닉 국면은 중국 경기침체 심화, 미진한 정부 정책 우려, 부동산발(發) 부채 리스크 확대가 반영된 결과”라며 “이와 관련한 정부 정책이 미시적 대응에 그치면서 경기 반등과 주가 회복의 탄력이 제한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은행권, 구제비용만 3조”
홍콩H지수 연계 ELS의 손실률이 실제 60%대를 웃돌면 손실 규모는 상반기에만 6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관측된다. 당초 5조~6조 원으로 예상됐으나 그 이상일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4월이 최대 고비가 될 전망이다.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월별 만기 도래액은 1~3월 1조 원 안팎을 기록하다 4월 2조5553억 원으로 최고치를 찍을 것으로 추산되는데, 현 추세라면 이 시기 원금의 60%인 1조5000억 원 이상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후 5~6월에도 각각 1조5608억 원, 1조5118억 원 만기가 예정돼 있다.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1월 24일 전화 통화에서 “홍콩H지수 연계 ELS의 손실 규모가 불어날수록 개별 고객은 물론, 금감원 제재에 따른 은행권 타격이 커질 것”이라면서 “라임 사태 당시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는 판매 은행에 고객 손실액 50~70%를 보상하라고 지시했는데, 이에 비춰 단순 계산만 해봐도 은행들은 홍콩H지수 연계 ELS와 관련해 최소 3조 원의 구제비용을 지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실장은 “불완전판매에 대한 과징금, 내부통제 소홀 관련 행정 비용까지 더해질 경우 은행권의 상당한 지출이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이슬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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