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시장이 바짝 얼어붙은 가운데 서울시가 최근 도시개발 청사진을 내놨다. 서울시는 1월 5일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을 확정 공고했다. 도시기본계획은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국토계획법)에 따라 5년 단위로 수립되는 서울 개발 마스터플랜이다. 이번에 발표된 계획은 ‘살기 좋은 나의 서울, 세계 속에 모두의 서울’을 모토로 향후 20년 동안 도시 공간의 미래상을 제시했다. 이번에 공고된 도시기본계획에서는 박원순 전 서울시장 시절 제정된 이른바 ‘아파트 35층 룰’이 폐지된 것이 주목을 끌었다. 2013년 제정된 이 룰은 ‘스카이라인 관리 원칙’에 따라 제3종 일반주거지 아파트는 35층 이하, 한강 수변은 15층 이하로 건축이 제한되는 것이었다.
김학렬 스마트튜브 부동산조사연구소 소장. [지호영 기자]
부동산도 ‘순간의 선택이 10년 좌우한다’
필명 ‘빠숑’으로 유명한 김학렬 스마트튜브 부동산조사연구소 소장은 지금이야말로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 같은 개발 청사진과 이에 따른 시장 변화를 공부할 때라고 강조한다. 최근 신간 ‘서울 부동산 절대원칙’을 낸 김 소장은 “현재 아파트 시세 하락 국면은 비교적 단기간에 끝날 거라 본다”면서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 중 확정된 개발 프로젝트는 향후 몇 년 안에 가시화될 텐데, 이런 호재를 잘 살펴 미래 부동산 가치를 선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주간동아’가 1월 20일 서울 서대문구 동아일보 충정로 사옥에서 그를 만나 미래 서울 도시 공간의 거대한 변화와 이에 따른 부동산 투자 포인트에 대해 물었다.부동산 심리 둔화 때문인지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이 큰 관심을 받진 못한 듯하다.
“‘순간의 선택이 10년을 좌우한다’는 유명한 광고 카피가 있었다.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과 같이 향후 10년, 20년간 진행될 중요한 개발 방향을 파악하는 게 미래 부동산 가치를 좌우할 수 있다. 가령 서울 강남도 처음부터 강남이 아니었다. 성동구에서 분리된 강남구가 행정구역으로 독립한 것은 1975년이지만, 부동산시장에서 지금 같은 위상을 갖게 된 것은 1990년대 이후다. 그사이 15년 동안 적기에 강남 아파트를 매입했다면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프리미엄을 누릴 수 있었던 셈이다. 내 집 마련, 상급 입지 진출 기회를 잡고 싶다면 지금 같은 시장 침체기일수록 부동산에 대해 공부해야 한다.”
현 시점에 신간을 낸 이유는?
“2017~2022년 서울과 지방의 부동산 가격 격차가 더 벌어졌다. 서울에서도 이른바 상위권과 하위권 지역 간 격차가 커졌다. 일종의 부동산 양극화, 달리 말하면 가격 스펙트럼이 다양해졌다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커진 부동산 격차는 갈수록 심화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내 집 마련, 혹은 상급 입지로 점프를 바라는 이들의 빠른 의사 결정을 돕고 싶었다. 부동산 매입을 결정하려면 일자리, 교통망, 주거환경 등 호재를 분석해 미래가치를 예상할 수 있어야 한다. 신간엔 부동산 의사 결정을 돕는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 분석 같은 내용이 담겼다.”
“한강 지류, 지천 인근 신축 아파트 주목”
서울 용산구 국제업무지구 조감도(왼쪽)와 미디어아트 작품이 전시된 강남구 코엑스 일대 전경. 김학렬 소장은 향후 서울에서 용산구와 강남3구의 부동산 가치가 더 높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서울시 제공, 뉴스1]
“서울의 대표 수변 공간인 한강변에는 이미 누구나 인정하는 고급 주거단지가 들어섰다. 미래가치는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이지만 그만큼 현 시세도 높다. 지금 부동산을 매입하기엔 가격대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한강 지류, 지천 부근으로 눈을 돌리면 수변에 새 상권이 형성돼 일자리가 생기고 신축 아파트가 들어서는 곳이 적잖다. 서울시가 양재천·여의천·불광천·정릉천 등 소하천과 지류, 홍제천·중랑천·안양천·탄천 등 4대 지천을 한강과 함께 활성화하겠다고 나선 것에 주목해야 한다.”
서울 은평구 불광천변에서 시민들이 산책을 즐기고 있다. 최근 서울시는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에서 불광천 등한 강 지류 인근의 생활공간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동아DB]
“과거에는 주거지 안에서도 주민이 다니는 직장이나 마트, 은행 등 생활 기반 시설이 서로 멀리 떨어져 있었다. 반면 최근에는 복합시설을 갖춘 주거지가 대세다. 도보로 쉽게 이동할 수 있는 거리 안에서 일상을 영위하는 보행 일상권이 각광받고 있다. 그런 점에서 최근 주목할 만한 또 다른 서울시의 행보가 있었다. 최근 서울시는 도시계획위원회를 개최해 아파트지구를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아파트지구는 1970년대 대규모 아파트 공급을 위해 도입됐다. 아파트 등 주택용지엔 주택만, 상업용지엔 비주거용 건물만 건립할 수 있어 복합개발이 어려웠다. 대표적 아파트지구가 압구정 현대아파트 단지다. 아파트지구 폐지는 보행 일상권에서 주택과 상업시설, 업무시설을 복합적으로 개발하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이 같은 복합 개발을 거친 지역의 부동산 프리미엄은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
서울 같은 메트로폴리스의 미래상을 그린 마스터플랜은 그야말로 웅장하다. 다만 개발계획이 현실화될지는 별개 문제다. 내 집 마련과 ‘성투’(성공한 투자)를 노리는 이들의 관심은 “그래서 서울에서도 어느 곳의 부동산에 주목해야 하는가”로 모인다. 이를 두고 김 소장은 “부동산 입지를 분석할 때 가장 잘 살펴야 할 요소는 일자리로, 향후 일자리가 획기적으로 늘어날 곳은 지금이나 미래나 ‘대장지역’인 강남과 최근 부상하는 용산”이라고 말했다. 결국 해당 지역의 부동산 가치가 앞으로 더 높아질 거라는 분석이다.
강남3구·용산구의 부동산 가치는 지금도 높다. 현재 저평가됐지만 미래가치가 주목되는 곳이 있다면?
“현재 서울에서 비교적 아파트 시세가 낮은 곳 가운데 주목할 지역은 동북권과 서북권이다. 동북권은 20년 가까이 정체됐던 광운대역, 창동역 역세권 개발이 몇 년 안에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개발이 완료되면 일자리가 여럿 생기고 교통망도 개선돼 우수한 주거 벨트가 들어설 것이다. 해당 지역은 2021년까지 수년 동안 집값이 폭등했으나 지난해 하반기 큰 폭으로 조정됐다. 가령 2022년 연간 주택 시세가 가장 큰 폭으로 하락한 곳이 동북권의 도봉구다. 달리 말하면 지금이 경기, 인천 수준으로 조정된 가격에 개발 호재가 여럿 있는 동북권으로 들어가기에 적기일 수 있다.”
“가격 조정된 서울 동북권·서북권 미래가치↑”
서북권은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 호재가 주목된다는 건가.“그렇다. 개통이 가시화되는 대표적 교통망이 GTX-A 노선이다. 최근 국토교통부 발표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부터 일부 구간이 시범운행될 예정이다. 서북권에서 기존 지하철 노선에 GTX 호재가 겹치는 곳이 연신내역 인근이다. 현재 서울지하철 3·6호선이 겹치는 곳인데 아직 재래시장 위주의 상권이 자리 잡고 있다. 당장 실감하긴 어렵지만 GTX-A 노선이 개통되면 역세권이 크게 발전할 것이다. 인근 재개발이 활발한 점도 호재다. 대조 1구역(2451채), 불광 5구역(2387채), 갈현 1구역(4116채) 등 연신내역에서 가까운 재개발 구역의 이주 및 철거가 시작됐다. 1군 시공사가 들어와 대규모 주거 타운을 조성하게 된다. 수천 채 규모의 신축 주거지엔 대규모 상권이 조성돼 일자리도 크게 늘어난다. 연신내역 역세권이 사실상 미니 신도시로 탈바꿈하는 것이다. 이 같은 변화가 가시화되기 전에 진입하면 미래가치를 선점할 수 있다.”
미래 도시 개발 구상과 별개로 당장 부동산시장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거래절벽’과 가격 하락세가 해가 바뀐 후에도 이어지고 있다. 그나마 이뤄진 일부 아파트 거래를 살펴보면 수도권 외곽을 중심으로 전고가 대비 집값이 반토막 난 곳도 적잖다. 이에 대해 김 소장은 “서울시가 층고 규제를 완화했음에도 재건축·재개발이 활성화되지 않는 이유를 묻는 이가 적잖은데, 현재 부동산시장이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거래가 안 된다는 것”이라며 “재건축·재개발 단계로 가기 전 기존 아파트 거래 자체가 원활하지 않은 상황부터 해소돼야 한다”고 분석했다. 부동산시장 상황에 대해 이어지는 그의 분석과 전망이다.
“부동산시장에선 1주택 보유자가 상급 입지로 옮기는 것이 상당한 수요를 차지한다. 무주택자는 1주택자의 이주가 시작되면 뒤늦게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 현재 1주택자가 이사하지 못하는 이유는 간단히 말하자면 집이 안 팔리고 상급지 아파트 가격이 여전히 비싸기 때문이다. 이들이 대출을 받거나 전세 제도를 이용할 수 있어야 하는데, 관련 규제가 풀리긴 했지만 여전히 쉽지 않다. 무주택자에게 파격적인 혜택을 제공해 1주택자 물건을 살 수 있게 해주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 과거 사례를 보면 부동산시장에서 물꼬를 트는 것은 다주택 보유자였다. 따라서 이들이 기존 1주택자의 집을 매입할 수 있게 되면 시장이 순환할 가능성이 크다. 그런 점에서 부동산 거래가 계속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정부가 다주택자의 매입을 막는 규제를 완화하지 않을까 싶다.”
가격이 조정된 경기·인천 부동산은 당분간 눈여겨볼 필요가 없나.
“그렇지 않다. 경기, 인천에서 입지 및 상품성이 좋은 일부 아파트 값이 지나치게 빠졌다. 상승장에서 높은 가격대를 형성했다는 것은 그만큼 잠재 수요와 가치가 있다는 방증이다. 가격이 조정된 지금, 이런 조건에 부합하는 물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번에 신간을 낸 취지나 내 부동산 분석의 핵심은 ‘서울 아파트를 사자’는 것이 아니다. 행정구역으로서 서울뿐 아니라 경기와 인천을 합쳐 수도권은 말 그대로 ‘서울권’이라고 보면 된다. 현재 부동산 입지와 미래가치를 고려해 어느 곳이 중심지인지 파악하고 다음 부동산 장(場)에 대비하자는 것이다.”
“첨단산업 중심지 서울의 위상 더 높아질 것”
미래 서울 모습은 어떻게 탈바꿈할까.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의 ‘미래 교통 인프라 구축’ 구상이 현실화되면 자율주행버스와 도심항공교통(UAM), 드론 등 미래형 교통수단이 GTX와 연계해 시민 편의를 높일 것으로 전망된다. 지하와 지상, 공중을 망라한 입체적 교통 인프라가 구축되는 것이다. 도심항공교통은 2025년 기체 상용화에 맞춰 김포공항~용산 국제업무지구 노선부터 시범운영될 것으로 보인다. 김 소장은 “도심항공교통, 드론 도입이 용이한 고층 빌딩과 대규모 업무시설이 있는 용산, 강남3구에 미래 교통 인프라가 먼저 구축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새로운 교통수단을 매개로 한 상권과 기존 교통망과의 연계 시설 등이 생겨나 강남·용산은 서울 핵심 지역으로서 가치가 더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향후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의 발전상과 가치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서울은 지난 600년 동안 그래왔듯이 계속 성장할 것이다. 조선시대 정치 중심지로 출발한 서울은 점차 경제 기능이 보태지면서 그야말로 한반도 중심지로 자리 잡았다. 최근 행정 기능 일부를 세종시와 공유하고 있지만, 앞으로 경제 중심지로서 지위가 더 공고해질 것으로 보인다. 전국에서 일자리가 가장 많이 늘어나는 곳이 여전히 서울이다. 4차 산업혁명으로 관련 분야 일자리가 가장 많이 생긴 곳도 강남에서부터 판교까지 이르는 경부 벨트다. 첨단산업·경제 중심지로서 서울과 주변 지역의 영향력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부동산 가치도 이런 경제·산업 흐름과 함께 높아질 것이다.”
김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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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주간동아 김우정 기자입니다. 정치, 산업, 부동산 등 여러분이 궁금한 모든 이슈를 취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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