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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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멈춰버린 미지의 나라 ‘요르단’

[재이의 여행블루스] 이국적인 페트라, 와디 럼, 시타델 품은 아라비아반도의 숨은 진주

  • 재이 여행작가

    입력2023-04-15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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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끔은 어색하고 낯선 미지의 나라를 여행지로 선택해보라고 말한다. 한 번도 가보지 않은 나라로 떠나는 것이야말로 여행이 주는 특별한 매력을 느낄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모른다는 기분 좋은 긴장과 설렘은 여행의 재미까지 더한다. ‘요르단’이 바로 그런 곳이다. ‘아라비아반도의 숨은 진주’로 불리는 요르단은 ‘인디아나 존스’ ‘마션’ ‘트랜스포머’ 등 수많은 공상과학(SF) 영화 촬영지로 알려진 나라다. 우리에게는 직장인의 애환을 담은 드라마 ‘미생’의 주인공 장그래와 등장인물들이 중고차 사업을 위해 요르단을 찾았던 장면으로 기억하는 이가 많다.

    이국적인 풍광이 주는 설렘

    장밋빛 협곡에 숨어 있는 고대 도시 페트라. [GETTYIMAGES]

    장밋빛 협곡에 숨어 있는 고대 도시 페트라. [GETTYIMAGES]

    광활한 붉은 모래사막 와디 럼. [GETTYIMAGES]

    광활한 붉은 모래사막 와디 럼. [GETTYIMAGES]

    요르단이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의 배경이 된 이유는 이국적인 풍광 때문이다. 거대한 바위 사이의 좁고 깊은 장밋빛 협곡에 숨어 있는 고대 도시 ‘페트라’, 자연이 빚은 광활한 붉은 모래사막 ‘와디 럼’, 몸이 저절로 뜨는 소금 바다 ‘사해’ 등 진귀한 자연경관을 만나볼 수 있는 관광지가 즐비하다. 신비로운 장소뿐 아니라, 요르단은 역사나 종교 유적지도 잘 보존돼 있다. 알렉산더 대왕의 숨결이 느껴지는 ‘제라시’를 비롯한 수많은 로마제국의 유적과 예수 그리스도가 세례를 받은 요단강 ‘베다니’, 비잔틴 시대 교회 모자이크로 유명한 ‘마다바’, 가나안 땅으로 이끈 모세가 숨을 거둔 ‘느보산’ 등 기독교 역사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는 성지이기도 하다.

    요르단이 이렇게 여행지로 유명한 나라임에도 우리에게는 여전히 생소하고 낯설다. 아마도 중동 국가들에 대한 여러 편견과 선입견 때문일 거다. 요르단이 중동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위험한 국가라는 느낌마저 들 수 있다. 실제로 이슬람 국가를 여행하다 보면 그들의 문화를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상태라 때로는 당황스럽고 왠지 모를 공포감과 두려움이 엄습해오기도 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그 자체를 하나의 종교로 받아들이고 미지의 세상 속 풍경처럼 인식하다 보니 그때부터 눈앞의 모든 것이 전부 달라 보이기 시작했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그동안 잘못 알고 있었던, 혹은 다르게 알고 있었던 중동에 대한 선입견을 요르단 여행을 통해 완전히 지워버렸으면 좋겠다.

    중동으로 떠나는 여행이 처음이라면 요르단은 탁월한 선택이다. 그나마 이곳이 온건한 이슬람 국가에 속하기 때문이다. 면적은 남북으로 약 460㎞, 동서로 약 355㎞ 뻗어 있어 대한민국과 비슷하지만, 인구는 1000만 명 정도로 훨씬 적다. 국민의 95%는 팔레스타인 출신의 이슬람 수니파다. 요르단은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 시리아, 이스라엘과 국경을 맞대고 있지만 다른 중동 국가들에 비해 개방적이다. 평화적인 약소국이라 ‘중동의 스위스’로 불린다. 산유국이 아니라서 관광산업이 국내총생산(GDP)의 약 20%를 차지한다. 요르단은 여름에 섭씨 40도 이상 기온이 올라가는 더운 나라다. 그래서 여행 최적기는 낮 기온이 22도로 쾌적한 4~5월, 9~10월이다. 일교차가 크고 저녁에는 쌀쌀한 편이니 외투는 필수다. 시간은 한국보다 7시간 늦다. 화폐는 ‘디나르’를 사용하며 전압은 230V로 한국 전자제품을 쓸 수 있지만, 콘센트 모양이 다르니 멀티플러그를 준비하는 게 좋다. 요르단에 가려면 비자가 필요하다. 비자 비용은 40디나르(약 17만 원). 출발 전 주한 요르단대사관을 방문해 받거나 현지 공항에 도착해 받아도 된다. 요르단에서 3박 이상 체류할 예정이라면 40여 개 관광지 입장권 등이 포함된 ‘요르단패스’를 구매하면 비자는 따로 받지 않아도 된다.

    안타깝게도 한국에서 요르단으로 바로 가는 항공편은 없다. 두바이나 도하, 방콕을 경유해야 수도 암만의 퀸 알리아 국제공항에 도착한다. 언어는 아랍어를 사용하지만, 암만이나 주요 관광지에서는 영어로 의사소통하는 데 전혀 지장이 없다. 환전은 달러를 가지고 가서 시내에 있는 은행이나 환전소에서 하는 게 가장 좋다. 요즘에는 최소한의 현금만 가지고 가고, 외화 카드나 수수료가 나가지 않는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낯설지만 매력적인 이슬람 문화

    퀸 알리아 국제공항에 도착하면 제일 먼저 특유의 냄새와 소음, 그리고 숨이 턱 막힐 듯한 묵직한 공기가 이곳이 중동, 그중에서도 요르단에 도착했음을 알린다. 짐을 찾고 공항 밖으로 나오면 택시 호객꾼 수십 명이 몰려온다. 정신이 혼미해질 타이밍이다. 이때부터 멘털을 제대로 부여잡아야 한다. 눈과 귀, 호흡을 통해 직접 경험하는 이슬람은 미디어와 책에서 보던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특히 새벽, 정오, 오후, 저녁, 밤, 하루 5번 모스크(이슬람 사원)에서 울려 퍼지는 아잔(Azzan: 기도를 알리는 음성) 소리는 어색함을 넘어 두려움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그런 감정에 오래 빠져 있으면 그때부터 요르단 여행은 꼬이게 된다. 이슬람은 종교로, 낯선 분위기는 하나의 문화로, 어색한 기후는 새로운 대륙에 와서 그런 것이라 생각하고 1초라도 빨리 현실을 받아들여야 그때부터 모든 것이 매력적으로 보인다.

    요르단 역사의 현장, 시타델

    시타델에 남아 있는 비잔틴 시대 교회터. [재이 제공]

    시타델에 남아 있는 비잔틴 시대 교회터. [재이 제공]

    요르단 ‘시타델’ ‘사해’ ‘베다니’ ‘제라시’ ‘느보산’은 수도 암만을 기점으로 당일 관광을 다니기에 무리가 없다. 다만 암만에서 서남쪽 150㎞ 지점에 위치한 ‘페트라’와 홍해를 끼고 있는 ‘아카바’, 그리고 ‘와디 럼’ 탐험은 인근에 숙소를 정하고 다니는 게 좋다. 좀 더 여유가 있다면 사해를 품은 리조트에 하루 머물면서 베다니, 느보산 성지를 여행하는 것도 추천한다. 지역 간 이동 수단으로는 요르단 고속버스인 제프와 로컬버스를 이용해도 되고, 로컬 여행사 또는 택시 투어 프로그램을 통해서도 합리적인 가격에 여행이 가능하다. 요르단 전체를 제대로 살펴보려면 최소 일주일은 필요하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다면 핵심 관광지만 선택해 다니는 것도 나쁘지 않다. 주요 관광지가 암만을 중심으로 남북으로 길게 뻗어 있어 여행 순서는 남쪽 페트라에서 시작해 암만으로 올라와도 좋고, 역순으로 북쪽 제라시를 시작으로 남쪽으로 내려가도 무방하다.

    암만의 역사를 담은 시타델 조형물. [재이 제공]

    암만의 역사를 담은 시타델 조형물. [재이 제공]

    요르단 수도 암만의 시내 전경. [재이 제공]

    요르단 수도 암만의 시내 전경. [재이 제공]

    암만은 대단히 오랜 역사를 가진 고대 근동의 주요 도시 중 하나다. 이 도시를 최초로 언급한 구약성서 신명기에 따르면 당시 사람들이 이곳을 ‘암몬 족속의 랍바’라 불렀다는 기록이 있다. 그 흔적을 찾아 암몬의 성체가 남아 있는 고대 유적지 ‘시타델’로 향해보자. 현지어로 ‘자발 알 깔라아(Jabal al Qala’a)’라고 부르는 시타델은 기원전 1200년쯤 암몬족의 수도였다. 암만에서 가장 높은 해발 850m 언덕에 위치해 있는데, 다운타운 근처라 걸어서도 부담 없이 방문할 수 있다. 요르단패스를 소지하고 있다면 무료 입장도 가능하다. 암몬 성터 입구에는 헤롯 대왕이 헤라클레스에게 바친 신전터와 비잔틴 양식의 정문, 인류에 알려진 가장 오래된 성채들에 속하는 6~7세기 비잔틴 교회 유적, 물 저장고, 로마시대 방어 성벽 등이 남아 있다. 성터 남쪽에는 6000명 수용 규모의 로마시대 야외 원형극장이 예전 모습 그대로 보존돼 있는데 지금까지도 공연장으로 사용되고 있다. 시타델은 역사의 현장이면서 암만의 전경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최고 전망대이기도 하다. 일몰 직전 어스름이 깔릴 즈음 벤치에 앉아 바라보는 암만 야경은 하루의 피로를 싹 날리기에 충분하다.

    암만에서 하루가 이렇게 지나간다. 다음 시간에는 요르단 여행의 하이라이트인 세계 7대 불가사의 ‘페트라’로 떠나볼 작정이다.

    ※ 주간동아 1387호에서 ‘시간이 멈춰버린 미지의 나라, 요르단’ 두 번째 이야기를 만날 수 있습니다.

    재이 여행작가는… 
    세계 100여 개국을 여행하며 세상을 향한 시선을 넓히기 시작했다. 지금은 삶의 대부분을 보낸 도시 생활을 마감하고 제주로 이주해 글을 쓰고 사진을 찍으며 다양한 여행 콘텐츠를 생산하는 노마드 인생을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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