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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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총선에서 동물권 대변할 국회의원, 어떤가요

[이학범의 펫폴리] 사람·동물 건강과 환경이 연결돼 있다는 ‘원헬스’ 보건정책 추진할 전문가

  • 이학범 수의사·데일리벳 대표

    입력2024-02-28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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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려동물 인구 1500만 시대. 반려동물과 행복한 동행을 위해 관련법 및 제도가 점점 진화하고 있다.
    ‘멍냥 집사’라면 반드시 알아야 할 ‘반려동물(pet)+정책(policy)’을 이학범 수의사가 알기 쉽게 정리해준다.


    4·10 총선이 40여 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얼마 뒤면 지역구 253석과 비례대표 47석 등 총 300명의 국회의원을 우리 손으로 뽑게 됩니다. 그중 비례대표 의원을 뽑는 비례대표제는 사회 각계각층의 국민, 전문가를 국회의원으로 활동하게 해 법 제정 및 예산 편성에 다양성을 높이는 역할을 해왔습니다. 여성, 장애인, 노동자, 인권운동가, 시민단체 활동가 등 여러 대표성 있는 인물이 비례대표제를 통해 국회의원이 됐죠.

    탈북민·이주민·장애인 그다음엔?

    22대 총선이 40여 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반려동물과 동물권을 대변’할 비례대표 국회의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GettyImages]

    22대 총선이 40여 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반려동물과 동물권을 대변’할 비례대표 국회의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GettyImages]

    19대 국회에선 탈북민 국회의원(조명철 이북5도위원회 평안남도지사)과 이주민 국회의원(녹색정의당 이자스민 의원)이 활동했고, 21대 국회에선 시각장애 피아니스트인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이 많은 관심을 받았습니다. 특히 김 의원은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 ‘점자법’ 개정안을 발의하는 등 장애인 권익을 대변하는 다양한 활동을 했습니다.

    탈북민, 이주민, 장애인, 그다음은 누구일까요. 개인적으로 차기 국회엔 반려동물과 동물권을 대변할 수 있는 사람이 한 명쯤 필요하다고 봅니다. 동물학대범죄가 점점 잔혹해지는 가운데 동물도 우리가 신경 써야 할 또 다른 ‘약자’인 것은 물론, 동물 건강과 복지를 고려하는 게 사람에게도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신종플루,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코로나19 등 전 세계를 강타한 신종 감염병은 대부분 사람과 동물이 함께 감염되는 ‘인수공통감염병’입니다. 이런 신종 감염병은 주로 동물복지를 신경 쓰지 않는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바이러스가 변형을 일으켜 생겨나죠. 앞으로도 신종 감염병은 계속해서 발생할 전망인데요. 이런 질병을 최대한 예방하고 또 발병 이후 상황에 적절히 대응하려면 국회가 먼저 “사람·동물 건강과 환경이 별개가 아니라 하나로 연결돼 있다”는 ‘원헬스(One Health)’ 보건의료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려면 원헬스 개념을 바탕으로 동물복지를 전문성 있게 대변할 전문가가 국회에 입성해야 하죠. 정부도 이미 원헬스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지난해 11월 질병관리청(사람), 농림축산검역본부(동물), 국립야생동물질병관리원(야생동물 및 환경), 대한인수공통감염병학회(학계) 등 4개 주체 간 ‘원헬스 차원의 질병 공동 협력체계 구축을 위한 MOU(양해각서)’를 체결한 바 있습니다.



    여야, 동물권 전문가 비례대표 검토

    국회의원 연구모임 ‘동물복지국회포럼’엔 여야 현역의원 38명이 소속돼 동물복지 향상을 위한 여러 활동을 펼치고 있다. [동물복지국회포럼 제공]

    국회의원 연구모임 ‘동물복지국회포럼’엔 여야 현역의원 38명이 소속돼 동물복지 향상을 위한 여러 활동을 펼치고 있다. [동물복지국회포럼 제공]

    2015년 7월 국회에선 사상 최초로 동물보호·복지 논의를 이끌어갈 ‘동물복지국회포럼’이 출범했습니다. 국회의원 연구모임인 동물복지국회포럼에는 현재 여야 현역의원 38명이 소속돼 동물복지 향상을 위한 제도 및 정책 개선, 예산 확보 같은 활동을 하고 있는데요. 여기에 동물복지 전문가까지 참여해 활동하게 된다면 전문성을 더욱 높일 수 있을 겁니다.

    그간 이런 시도가 전혀 없던 건 아닙니다. 2016년 20대 총선에서 녹색당이 ‘동물권 선거운동본부’를 출범하고 동물권을 대변할 후보를 비례대표 1번으로 내세운 바 있습니다. 다만 국회의원 배출에는 실패했습니다. 그로부터 8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는 동안 반려동물과 동물권, 동물복지에 대한 국민적 관심은 더 커졌습니다. 이번이야말로 동물복지를 대변할 국회의원이 탄생할 적기 아닐까요. 여야 모두 비례대표 후보로 동물권 전문가를 검토하고 있다는 점 또한 긍정적 신호로 읽힙니다.

    마하트마 간디는 “한 국가의 위대함은 그 나라의 동물들이 어떻게 대우받고 있는지로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22대 국회에서 동물권을 대변할 국회의원이 배출돼 한국 정치 수준을 더 높일 수 있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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