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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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석 vs 윤희숙, 서울 중·성동갑에서 혈투 예고

임, 전대협 의장 출신 ‘586 운동권’ 상징 vs 윤, KDI 출신 ‘경제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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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진렬 기자

    display@donga.com

    입력2024-02-04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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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의힘 하면 부자를 위한 정당, 자유 같은 프레임이 떠오른다. 반면 더불어민주당(민주당)은 착하고 정직하다는 이미지를 갖고 있었다. 최근 민주당은 이 이미지가 깨진 것 같다. 새 이미지를 구축할 수 있는 인물이 필요한데 지금까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총선을 앞두고 양당이 ‘운동권이 어쩌니’ 하며 싸우는데, 시민 입장에서는 먹고사는 걱정이 큰 만큼 이런 것까지 따질 여력이 없다.”

    서울 성동구에서 붕어빵을 파는 지역 주민 김 모 씨(39)가 1월 31일 “양당의 주요 정책에 대해 떠오르는 것이 없다”며 기자에게 한 말이다. 서울 중·성동갑은 ‘임종석 대 윤희숙’ 빅매치가 전망되는 상황이지만 지역 주민들 반응은 날씨만큼이나 차가웠다. “정치권 유명 인사들이 지역구에 출마하려 한다는 사실 자체는 긍정적으로 본다”면서도 “공약 등을 발표하지도 않은 만큼 더 시간을 두고 봐야 알 것 같다”는 반응도 나왔다.

    변화 기류 이어질까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왼쪽)과 국민의힘 윤희숙 전 의원. [동아DB]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왼쪽)과 국민의힘 윤희숙 전 의원. [동아DB]

    서울 중·성동갑 지역구는 친문재인(친문)계 핵심인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국민의힘 윤희숙 전 의원의 대진이 전망되면서 정치권 이목이 쏠리고 있다. 임 전 실장은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3기 의장을 지내 ‘586 운동권’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반면 윤 전 의원은 한국개발연구원(KDI) 출신 경제 전문가다. 사실상 운동권 대 경제통 대진이 펼쳐지는 셈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1월 29일 “임종석과 윤희숙, 누가 경제를 살릴 것 같은가”라고 말하기도 했다.

    두 정치인이 맞붙는 서울 중·성동갑은 민주당 강세 지역으로 꼽힌다. 이 지역구는 20대 총선을 앞두고 신설됐는데, 이후 치른 두 차례 총선에서 모두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가 보수 정당 후보를 큰 격차로 따돌리고 당선했다. 특히 2020년 21대 총선에선 홍 원내대표가 54.25% 득표율을 기록해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진수희 후보(40.93%)를 15%p 가까운 차이로 따돌리기도 했다(그래프1 참조). 홍 원내대표가 2022년 7월 서초을 지역위원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중·성동갑은 무주공산이 된 상태다.

    변수는 지역 민심이다. 지난 대선을 기점으로 공고하던 이곳에도 기류 변화가 나타났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대선 당시 성동구 유권자들은 윤석열 후보와 이재명 후보에 각각 52.7%, 42.8% 지지를 보냈다(그래프2 참조). 지난 총선은 물론, 20대 대선에서 두 후보의 전국 지지율과 서울 지지율보다 보수 정당에 우호적인 수치다. 4·10 총선에서 이전과 달리 민주당 후보를 향한 압도적 지지가 나타나지 않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성동구에서 30여 년을 살아온 윤 모 씨(71)는 “이 지역은 전통적으로 민주당이 우위를 보였는데, 최근 동네 분위기는 과거 수준까지는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윤 대통령 지지율이 부진한 흐름을 보이는 만큼 개표함을 열어볼 때까지는 결과를 알 수 없다는 목소리가 많았다.



    “껍데기” vs “퇴행” 비판전

    두 정치인은 혈투를 예고한 상태다. 윤희숙 전 의원은 1월 28일 서울 중·성동갑 출마를 선언하면서 “이번 선거의 정신은 ‘껍데기는 가라’”라고 말했다. 이어 “민주화운동 경력이라는 완장을 차고, 특권의식과 반(反)시장-반기업 교리로 경제와 부동산시장을 난도질하는 것이 껍데기”라며 임 전 실장을 저격했다. 그는 임 전 실장에 대해 “(경제에 관한) 기본 지식이 없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임 전 실장 역시 윤 전 의원을 겨냥해 “출마 일성으로 운동권 청산을 이야기하는 것은 지나치게 퇴행적”이라고 직격했다. 임 전 실장은 “이번 총선의 시대정신은 ‘윤석열 정권심판’”이라며 정권심판론에 불을 붙이고 있다.

    다만 이 지역구 대진표에 친이재명(친명) 대 비이재명(비명) 간 공방이 막판 변수로 떠올랐다. 최근 서울 중·성동갑에서 조상호 당 법률위원회 부위원장에 대한 경쟁력 조사가 진행된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조 부위원장은 이재명 대표의 대장동 개발 의혹 관련 재판에서 변호인을 맡는 등 ‘찐 친명’ 인사로 꼽힌다. 야권 내부에서 ‘막판 공천 학살’ 우려가 제기되는 만큼 마지막 순간까지 총선 대진표를 확신할 수 없다는 시각도 많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윤 전 의원이나 김경율 비대위원 등이 국민의힘 후보로 공천될 경우 정권심판론 대 운동권심판론 구도가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여론조사에 따르면 2030세대와 60대에서 ‘586 퇴진’에 대한 긍정 여론이 높게 나타났다”며 “이 경우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세대포위론 효과를 기대해볼 만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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