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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켓과 새벽은 잊어라. 지금은 '번쩍배달' 전쟁!

배달의민족, 식료품 초소량 즉시배달 본격 가동...편의점도 “30분 내 집으로 갖다드릴게요”

  • 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로켓과 새벽은 잊어라. 지금은 '번쩍배달' 전쟁!

배달의민족 ‘B마트’에서 주문한 식료품을 배달하는 오토바이 기사. [지호영 기자]

배달의민족 ‘B마트’에서 주문한 식료품을 배달하는 오토바이 기사. [지호영 기자]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에서 음식배달 애플리케이션(앱) ‘배달의 민족’(이하 배민)을 켰다. 최근 서울 전역에서 서비스를 개시한 배민의 ‘B마트’에서 한 끼 식사로 먹을 식료품을 주문하면 얼마나 빨리 올까? 즉석 밥 1개에 소고기 무국과 메추리알 장조림, 김 한 봉, 그리고 후식으로 먹을 사과 1개와 ‘빼빼로’, ‘찰떡아이스’ 등을 장바구니에 담았다.


오토바이를 타고 온 ‘봉투’

B마트에서 초소량 단위로 주문한 식료품(왼쪽). 배달의민족이 최근 서울 전역에서 개시한 B마트 서비스는 애플리케이션 내 맨 상단에 놓여 있다. [지호영 기자, 배달의민족 애플리케이션 캡처]

B마트에서 초소량 단위로 주문한 식료품(왼쪽). 배달의민족이 최근 서울 전역에서 개시한 B마트 서비스는 애플리케이션 내 맨 상단에 놓여 있다. [지호영 기자, 배달의민족 애플리케이션 캡처]

결제와 동시에 2km 남짓 떨어진 B마트 용산점에서 주문 물품이 출발해 40분 후 도착할 것이라는 안내가 앱에 떴다. 하지만 실제 진행은 이보다 빨랐다. ‘라이더’(배달대행 기사)가 주문 물품을 픽업한 게 15분 후, 그리고 라이더가 기자에게 주문 물품이 든 ‘봉투’를 건네준 게 그로부터 5분 후다. 앱 주문 20분 만에 앉은 채로 식료품 공수에 성공한 셈이다. 라이더 천모 씨는 “아직은 교통이 원활한 오전이라서 빨리 올 수 있었다”고 했다. 

“B마트 주문이 많아요. B마트 주문 건만 취급하는 라이더도 있는데, 하루 40건 이상 배달한다고 해요. 라이더 입장에서 음식보다 식료품 배달이 나은 점도 있습니다. 식당에서는 종종 배달 음식이 준비될 때까지 기다려야 하지만 B마트에서는 상주 직원이 라이더 도착 전에 배달할 물건을 비닐봉지에 미리 싸놓거든요.” 

2014년 쿠팡이 주문 물품을 이튿날 배송해주는 ‘로켓배송’을 개시하고, 2018년부터 전날 밤 주문한 식료품을 새벽에 갖다 주는 ‘새벽배송’이 확산되면서 현대인의 생활은 많이 달라졌다. 아기 기저귀는 대형마트가 아니라 온라인으로 주문하는 것이 상식이 됐고, 우유 사러 집 앞 슈퍼마켓에 가는 대신 마켓컬리 등을 통해 새벽배송을 받는다. 이처럼 빠른 배송은 온라인 소비를 더욱 촉진시키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12조7576억 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20.2% 증대했다. 이중 음·식료품 거래액은 1조1867억 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28.4% 신장했다. 신선도가 생명인 음·식료품도 빠른 배송에 힘입어 온라인 소비로 전환되고 있는 것이다. 

제 아무리 로켓배송과 새벽배송이더라도 채워주지 못하는 소비자 수요가 있다. ‘지금 당장’ 배송해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적어도 7~8시간 이후의 식사를 예상하고 미리 주문해야 한다. 그리고 쿠팡과 같은 온라인 e커머스는 즉석 밥, 아이스크림, 라면 따위를 1개 단위로 팔지 않는다. 똑같은 라면 5개를 유통기한 내에 다 먹는 데 자신 없는 1인 가구로서는 ‘부당한’ 처사다.




편의점 배달, 올해부터 본격화

배달의민족 ‘B마트’ 마포점(왼쪽)과 ‘나우픽’ 화곡점 물류센터. [우아한형제들, 나우픽 제공]

배달의민족 ‘B마트’ 마포점(왼쪽)과 ‘나우픽’ 화곡점 물류센터. [우아한형제들, 나우픽 제공]

‘초소량 번쩍배달’을 슬로건으로 내세운 배민의 B마트는 바로 이 틈새를 정확하게 공략한다. 오토바이 음식 배달 중개 서비스로 10년 가까운 업력을 쌓은 배민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은 식료품도 주문 즉시 ‘오토바이에 태워’ 보내기로 했다. 주문 단위는 초소량. 즉석밥 1개, 김 1봉, 사과 1알, 아이스크림 1개만 구매할 수 있다. 

고객이 배민에서 식료품을 주문하는 방식은 음식 주문과 똑같다. 배민 앱의 ‘B마트’ 탭에 들어가 주문 대상을 골라 결제하면 라이더가 픽업해 가져다준다. 이를 위해 배민은 서울 시내에 330㎡ 규모의 도심형 물류창고 15곳을 마련했다. 쿠팡이 대구에 건설하고 있는 신규 물류센터가 그보다 1000배 큰 33만㎡, 신세계 쓱닷컴의 새벽배송을 책임지는 김포 물류센터가 4만4000㎡인 것과 비교하면 꼬꼬마 수준이다. 배민 관계자는 “비용을 낮추기 위해 배달이 용이한 위치에서 이면도로에 있는 건물을 임대했다”고 말했다. 

초소량 즉시배달에 나선 것은 배민 외에도 더 있다. e커머스 업계에서는 배민에 앞서 스타트업 ‘나우픽’이 서울 강남 지역을 중심으로 초소량 즉시 배달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나우픽은 2018년 5월부터 ‘온라인 편의점’을 모토로 자체 앱 ‘나우픽’과 배달대행 앱 ‘띵똥’ 내 ‘띵똥마켓’을 운영하고 있다. 강남, 송파, 강서 지역에 각각 330㎡ 규모 물류센터를 갖추고 2500여 개 식료품 및 생활용품을 취급한다. 반경 2km 내 지역에 한해 330㎖ 생수 한 병도 오토바이로 즉시 배달해준다는 점에서 나우픽과 B마트의 사업 모델은 닮은꼴이다. 송재철 나우픽 대표는 “우리와 전속 계약한 라이더와 일부 배달대행 라이더가 주문 물품을 즉시 픽업해 가져다주는데, 주문에서 배달 완료까지 소요되는 시간은 평균 19분”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배달 서비스에 뛰어든 편의점업계도 올 들어 이를 더욱 가속화하는 분위기다. 가장 앞서 있는 편의점은 CU. BGF리테일은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는 CU 가맹점이 올 1분기 내 5000개 점포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한다. 현재 전체 1만3000개 점포 중 3000개에서 배달 주문이 가능한데, 배달 서비스 운영을 원하는 등록 대기 점포가 2000곳에 이른다고 한다. GS25는 서울 강남권 직영점 10곳, 이마트24는 전국 직영점 35곳을 중심으로 배달 서비스 시범 운영에 나섰다. 이마트24 관계자는 “1분기에 배달 수요가 있는 가맹점부터 순차적으로 확대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들 편의점은 음식배달 앱 ‘요기요’를 통해 주문 받고, ‘바로고’ ‘부릉’ 같은 배달대행업체를 통해 배달한다.


‘극강의 편리함’ 추구하는 고객을 위하여

CU 편의점은 올 1분기 내 즉시배달 서비스를 제공하는 점포를 3000점에서 5000점으로 늘릴 예정이다(왼쪽). CU, GS25, 이마트24 등 국내 편의점 배달 주문을 중개하는 ‘요기요’ 애플리케이션 앱 화면. [BGF리테일 제공, 요기요 애플리케이션 캡처]

CU 편의점은 올 1분기 내 즉시배달 서비스를 제공하는 점포를 3000점에서 5000점으로 늘릴 예정이다(왼쪽). CU, GS25, 이마트24 등 국내 편의점 배달 주문을 중개하는 ‘요기요’ 애플리케이션 앱 화면. [BGF리테일 제공, 요기요 애플리케이션 캡처]

한국편의점산업협회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전국 편의점은 3만8451개로, 편의점당 인구수는 1256명이다. 일부 도심권은 편의점 포화 상태라 할 정도로 전국이 ‘편세권’(편의점과 역세권의 합성어)이다. 한 편의점업계 관계자는 “가벼운 옷차림으로 걸어갈 수 있는 거리를 편세권이라고 한다면, 웬만한 도시에 사는 주민은 모두 편세권에 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초소량 즉시배달의 경쟁 상대는 바로 이러한 ‘집 앞 편의점’이다. 집 근처에서 바로 살 수 있는 식료품을 별도의 배달료를 지불하고서라도 온라인으로 주문하는 수요를 창출하느냐가 성패의 관건이다. 각 편의점과 나우픽은 주문 건당 3000원 안팎의 배달료를 받는다. B마트도 현재는 무료인 배달료를 2월부터 유료(2500원)로 전환할 예정이다. 초소량으로 팔다보니 제품 가격도 대형마트보다 비싼 ‘편의점 수준’이라는 점에 대해서도 소비자를 납득시켜야 한다. 일례로 B마트에서 롯데 찰떡아이스 1개 값은 1290원으로, 쿠팡에서 16개 들이(1만6360원)를 살 때보다 개당 200원이 더 비싸다. 

배민은 B마트 개점에 앞서 지난해 서울 송파구에 한정해 B마트 베타서비스를 운영했다. 배민 관계자는 “베타서비스를 통해 식료품 즉시배달에 대한 만족도가 높고 배달료에 대한 거부감이 생각보다 적다는 결론을 얻었다”며 “1인 혹은 맞벌이 가구에게는 즉시배달이라는 편리함과 초소량 구매에 대한 니즈가 확실히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이마트24 관계자는 “편의점 즉시배달은 극강의 편리함을 추구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한 것”이라며 “당장 큰 시장이라기보다는, 배달 서비스가 갈수록 다양화되는 추세에 대응하기 위해 초소량 즉시배달에 나서기로 했다”고 말했다. 송재철 나우픽 대표는 “1~2인 가구라면 누구나 대형마트에서 대량 구매한 물품이 남거나 유통기한이 지나 폐기한 경험이 있다”며 “당장 필요한 것을 꼭 필요한 만큼만 즉시 배달해줄 경우 편의점 수준의 가격이라고 해도 수요가 존재한다고 본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송 대표는 “미세먼지가 많거나 비가 오는 등 날씨가 궂은 날에 주문량이 증대하는 경향도 나타난다”고도 덧붙였다. 

초소량 즉시배달을 사용해본 소비자들은 어느 정도 만족감을 표한다. 직장인 임모(30·서울 성동구) 씨는 “집에서 5분 거리에 편의점이 있지만, 비가 오거나 피곤할 때는 간식거리 사러 나가기가 귀찮다”며 “이럴 때 편의점 배달 서비스가 꽤 유용하다”고 말했다. 요기요는 지난해 7월 ‘편의점’ 카테고리를 신설했는데,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편의점 배달 주문 건수가 7월 대비 10배 이상 증가했다. 요기요 관계자는 “배달 앱 시장이 커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편의점 주문은 단기간에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지난해 8월 도입한 정기구독 서비스 ‘슈퍼클럽’ 효과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요기요의 슈퍼클럽은 월 9900원의 유료 멤버십 가입 고객에게 월 10장의 주문당 3000원 할인권을 주는 서비스로, 현재 가입자가 25만 명에 달한다.


“올해는 탐색의 시간”

배달의민족 주문을 배달하는 오토바이 기사들. [우아한형제들 제공]

배달의민족 주문을 배달하는 오토바이 기사들. [우아한형제들 제공]

e커머스 강자 쿠팡이 지난해 6월 ‘쿠팡이츠’를 개시, 배민과 요기요가 장악하고 있는 음식 배달 시장에 진입했다. 이번에는 배민과 요기요가 B마트 및 편의점과의 제휴를 통해 쿠팡의 영역이던 e커머스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소비자의 모든 영역을 장악하고자 하는 플랫폼 기업 간의 피할 수 없는 경쟁”이라고 평가한다. 

송상화 인천대 동북아물류대학원 교수는 “도심 안에 물류센터를 설치하고 빠른 배송을 실현하는 마이크로 풀필먼트(Micro Fulfillment)는 앞으로 모든 유통업체의 도전 과제”라며 “쿠팡이 대규모 적자로 인해 신규 사업 진출이 어려운 때 배민이 B마트로 마이크로 풀필먼트에 적극 나서는 것은 적절하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송 교수는 “다만 소비자 행동을 바꾸기는 쉽지 않기 때문에 올 한해는 초소량 즉시배달이 과연 우리 일상에 꼭 필요한 서비스인지 탐색하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음식배달로 업력을 쌓은 배민의 B마트 출시로 국내 e커머스 시장에 새로운 DNA를 가진 선수가 등판한 셈”이라며 “최후의 승자가 쿠팡으로 결정 날 것 같았던 국내 e커머스 시장이 초소량 즉시배달이라는 새로운 서비스 등장으로 다시 춘추전국시대로 접어들었다. 각 업체가 다양한 서비스와 마케팅을 경쟁적으로 선보이기 때문에 올 한 해 국내 소비자가 얻는 혜택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주간동아 2020.01.31 1224호 (p28~31)

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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