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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그녀는 왜 연쇄살인범과 결혼하나

버튼, 45년째 복역 찰스 맨슨과 내달 결혼…강한 남성 착각 ‘하이브리스토필리아’ 증후군

  • 김기용 동아일보 기자 kky@donga.com

그녀는 왜 연쇄살인범과 결혼하나

그녀는 왜 연쇄살인범과 결혼하나

연쇄살인범 찰스 맨슨(오른쪽)과 약혼자 애프턴 일레인 버튼.

1969년 8월 9일 새벽 미국 로스앤젤레스 부촌 베벌리힐스 한 저택에서 끔찍한 살인사건이 발생했다. 총과 칼을 든 한 무리 살인마는 임신 8개월째인 여성을 포함해 이 집에 있던 5명을 칼로 수십 차례 찔러 무참히 살해했다. 이들은 “배 속 아이를 위해 살려달라”는 임산부의 애원에도 오히려 배를 갈라 태아를 꺼내는 등 악마 같은 모습을 보였다.

마지막까지 태아를 살리려 했던 여성은 1960년대 미국 최고 여배우이자 영화감독 로만 폴란스키의 아내 샤론 테이트. 그리고 살인자들은 ‘20세기 최악의 살인마’로 불리는 찰스 맨슨과 그의 추종자들인 ‘맨슨 패밀리’였다. 당시 폴란스키 감독은 영화작업 때문에 집을 비운 상태였다. 사건 직후 붙잡힌 맨슨은 여전히 살아 있고, 45년째 미국 캘리포니아 교도소에서 복역 중이다. 올해 80세인 그가 최근 옥중결혼 계획을 발표해 세계를 또 한 번 놀라게 하고 있다.

20세기 최악의 살인마

맨슨은 1934년 매춘부인 어머니 캐서린 매덕스의 아들로 태어났다. 아버지가 누구인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어머니는 맨슨을 완전히 방치한 채 살았으며, 심지어 어린 아들을 옆에 두고 성매매 행위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39년 맨슨의 어머니는 총을 들고 주유소를 털다 체포됐다. 당시 5세였던 맨슨은 외가에 맡겨졌다.

그러나 이번에는 외삼촌의 학대가 이어졌다. 외삼촌은 맨슨에게 강제로 여자 옷을 입힌 채 때리거나 성희롱을 즐겼다. 견디다 못한 맨슨은 가출해 떠돌다 온갖 범죄에 연루되기 시작했고 교도소를 밥 먹듯이 드나들었다. 교도소에서도 그는 규율을 어기고 동성 강간을 일삼는 등 골칫거리였다. 1967년 10번째 형기를 마칠 때 맨슨은 출소 대신 오히려 교도소에 머물길 원하기도 했다.



교도소를 나선 맨슨은 비틀스와 히피 문화에 광적으로 빠져들었다. 맨슨은 한때 가수를 꿈꿀 정도로 노래를 잘하고 기타도 잘 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탁월한 기타 실력과 비틀스 노래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재해석해 히피 사이에서 리더로 떠올랐다. 로스앤젤레스 외곽에 터전을 잡은 맨슨은 성경의 ‘요한계시록’과 비틀스를 연관 지어 해석하면서 몇몇 히피 그룹을 완전히 장악하고 사이비 교주처럼 활동하기 시작했다. 수염과 머리를 길러 외모에서 예수가 연상되기도 했다. 15~20세 여성들이 그를 숭배했고, 조직원은 순식간에 40여 명까지 늘었다.

맨슨은 자신을 따르는 ‘맨슨 패밀리’를 조종해 샤론 테이트를 비롯한 총 35명을 살해했다. 대부분 부유층이었다. 이들은 테이트를 살해한 다음 날에도 로스앤젤레스에서 슈퍼마켓을 운영해 부자가 된 리노 라비앙카와 그의 아내 로즈마리 라비앙카를 잔혹하게 살해했다. 당시 경찰 조사 결과 남편은 총에 맞은 뒤 포크로 수십 차례 찔렸고, 아내는 나체 상태로 40여 차례 칼에 찔렸다. 거실 벽에는 피해자들 피로 쓴 ‘돼지들에게 죽음을’이라는 글귀가 남아 있었다.

테이트, 라비앙카 살인사건 직후 체포된 맨슨은 재판을 거쳐 1971년 사형선고를 받았다. 그러나 이듬해 캘리포니아 주가 사형제도를 폐지하면서 종신형으로 감형됐다. 그의 가장 충실한 심복이던 수전 앳킨스 역시 종신형으로 감형됐다 2009년 61세로 감옥에서 사망했다. ‘맨슨 패밀리’는 해체됐고 맨슨은 감옥에 있지만 아직도 그의 엽기적인 행각을 추종하는 사람들이 남아 있다. 미국 유명 가수 메릴린 맨슨 역시 그의 이름을 따서 예명을 지은 것으로 알려졌다.

세간에서 잊혀가던 맨슨이 다시 한 번 주목받게 된 것은 54세 연하인 애프턴 일레인 버튼(26)과 다음 달 결혼하기로 발표하면서부터. AP통신과 로이터통신 등은 11월 18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주 당국이 맨슨과 버튼의 결혼허가증(marriage license)을 발급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에서 결혼할 때는 먼저 결혼허가증을 받은 뒤 정해진 기일 안에 식을 올리고 혼인신고를 해야 한다. 두 사람의 경우 결혼허가증을 받은 뒤 90일 이내에 이 절차를 거치도록 돼 있다.

캘리포니아 주는 ‘가족 재결합과 사회 발전’을 명목으로 수감자에게도 결혼식을 허가하고 있다. 식은 대개 감옥 면회실에서 이뤄진다. 맨슨이 수감된 교도소에서는 매달 첫째 주 토요일에 결혼식이 열린다. 맨슨은 수감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식을 올릴 수 있고, 본인을 제외한 지인 10명까지 초대할 수도 있다. 그러나 교도소 면회 시작할 때와 끝날 때 포옹 말고 신체 접촉은 허용하지 않는다. 결혼하더라도 부부관계를 할 수 있는 별도의 신방을 차릴 수 없다는 뜻이다.

예비신부 버튼은 19세 때부터 맨슨의 광팬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성인이 된 후엔 미국 중서부에 있는 집을 떠나 맨슨이 수감된 곳과 가까운 캘리포니아 코코란으로 이사하기도 했다. 코코란은 맨슨이 복역 중인 감옥이 있는 도시다. 그는 맨슨의 무죄를 확신하면서 7년째 옥바라지를 하는 한편, 무죄를 옹호하는 웹사이트를 9개 운영하고 있다.

그녀는 왜 연쇄살인범과 결혼하나

1969년 찰스 맨슨에게 살해당한 여배우 샤론 테이트와 테이트 살해 후 체포된 찰스 맨슨, 체포 직전 그가 이끌던 추종자 모임 ‘맨슨 패밀리’(위부터).

“유명해져 돈벌이에 이용하려”

버튼은 AP통신과 인터뷰에서 “나는 그를 사랑하며 항상 그와 함께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결혼 후 아내 등 가족에게만 허락된 맨슨의 범죄 관련 정보를 얻어 그의 무죄를 입증하는 데 활용할 생각”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맨슨은 2012년까지 총 13번에 걸쳐 가석방을 신청했지만 매번 거부당했다. 다음 가석방 심사는 2027년 열릴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버튼처럼 악명 높은 범죄자에게 매력을 느끼는 여성의 심리를 ‘하이브리스토필리아(hybristophilia)’ 증후군이라고 한다. 강도, 강간, 연쇄살인 같은 극악한 범죄를 저지른 사람에게 매력을 느껴 그에 동조하거나 추종하는 심리적 이상 증상이다. 하이브리스토필리아 증후군을 겪는 여성은 범죄자를 가장 강한 남성으로 생각하고 매력을 느끼며, 자신이 범죄자에게 특별한 존재라고 여기게 된다.

유능한 여성 잡지 편집장이던 도린 리오이가 대표적인 예다. 리오이는 여성, 아이를 가리지 않고 성폭행과 살인, 강도짓을 벌여 체포된 리처드 라미레스를 신문에 실린 기사 내용과 사진만 보고 사랑하게 됐다. 리오이는 10여 년간 끈질기게 구애한 끝에 1996년 라미네스가 갇혀 있던 교도소에서 결혼식을 올려 미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바 있다.

일각에서는 희대의 살인마 맨슨과 결혼하려는 버튼에 대해 “유명해져 돈벌이에 이용하려는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버튼이 맨슨과 결혼하려는 이유가 하이브리스토필리아 증후군 때문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그가 맨슨 덕에 유명해진 것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주간동아 964호 (p50~51)

김기용 동아일보 기자 k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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